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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80화)
Part 2.벌채꾼 제거 작전(3)
“아버님의 지시로 제가 암흑제국까지 안내해 드릴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
“네?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님이 저한테 그러셨거든요. 우영 님이 앞으로 저를 각별히 보살펴 주게 될 사람이니, 그리 알고 함께 잘 지내라고요.”
“아, 네…….”
젠장! 이게 무슨 소리냐.
퀘스트 달성 보상 두 번째, 촌장 딸과의 매우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란 게 이 소리였나?
근데 이거 어째 꼭 내가 에이프릴의 평생을 책임질 거라는 말 같잖냐고!
어쨌거나 퀘스트 달성을 알리는 띠리링 하는 음향과 함께 창이 떴다.
벌채꾼들을 제거하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엘프 마을 인근의 벌채 작업장에서 나무를 베는 인부들을 모두 제거해서 퀘스트를 성공리에 완수했다.
보상 두 가지는 촌장의 딸 에이프릴에 의해 이행될 거다.
좌우간 에이프릴은 날 바라보며 연신 볼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나도 그런 에이프릴을 향해 어색하게나마 미소 지어 주었다.
그런데 이거 어째 파티 분위기가 이상하군.
다쓰, 란슬링 이 두 자식이 시기와 질투에 찬 표정을 짓는 거야 별로 놀랄 거 없는데, 세영이가 도끼눈을 하고 날 야리고 있으니…….
“흥, 오빠는 참 재주도 많네요. 암흑제국 가는 길만 안내받으면 되는데, 덤으로 순진한 엘프 아가씨까지 꼬셨으니 말이죠.”
“허어, 이것 참. 세영아, 넌 여자애가 무슨 말을 그렇게 안 예쁘게 하냐? 꼬시다니? 내가 꼬시긴 누굴 꼬셨단 말이냐?”
“아, 그래요? 꼬신 거 아닌가요? 그럼 앞으로 이 엘프 아가씨하고 오빠하고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고 믿어도 되겠네요?”
아니, 이 녀석이…….
그렇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다니.
뭐, 내가 이 엘프 아가씨한테 흑심 품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을 거란 약속까지 하는 건 좀 그렇잖냐고.
뭐, 마리사완 다르게 이 엘프 아가씬 은근히 내 취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 세영이한테 밝힐 순 없지만.
그래서 난 시침을 뚝 떼고 대답했다.
“훗! 세영아. 넌 무슨 그런 쓰잘머리 없는 질문을 하고 그러냐?”
“쓰잘머리 없는 질문이라고요?”
“암, 쓰잘머리 없고말고. 모든 건 우리가 이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로 판단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 그 외는 다 쓰잘머리 없는 질문으로 판단해야 한단 거지. 자, 그럼 어서 출발하자!”
내가 대충 얼버무리면서 걸음을 옮기자 파티원들은 투덜대면서도 별수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성큼성큼 뒤도 안 보고 걸어가는 데 뒤통수가 엄청 따갑군. 세영이 녀석이 단단히 화가 나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모양이다.
엘프 마을을 떠난 지 한 시간쯤 되었을까?
에이프릴이 갑자기 당황스럽게 외쳤다.
“어머! 이를 어째!”
“아니, 왜 그러십니까?”
“어쩌면 좋죠. 아버지가 여비로 쓰라고 주신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깜박 잊고 집에 놓고 왔는데…….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가져오면 안 될까요?”
“액수가 어느 정도죠?”
“글쎄요……. 한 5백 골드 정도…….”
그 정도면 요긴하게 쓸 수 있겠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좀 수고스럽긴 해도 그렇게 하기로 하죠. 당장 엘프 마을로 돌아갑시다.”
“아니……. 엘프 마을이 아니고 벌채 작업장으로 가야 해요.”
“아니, 왜 그곳으로 갑니까?”
우리들이 어리둥절해서 묻자 에이프릴은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아까 벌채 작업장 둘러보면서 아버지가 그러셨거던요. 주방에 있는 식재료들이 맛있어 보이는 게 많아서, 벌채꾼들을 물리친 기념으로 이 음식들을 가지고 우리 마을의 엘프들을 모두 불러서 점심 잔치라도 해야겠다고요. 지금쯤 작업장에서 열심히 식사들을 하고 있을 거예요.”
“…….”
“…….”
나는……. 아니, 우리 파티 전원은 창백해진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우리가 열심히 독을 뿌려 댄 음식으로 잔치를 벌이고 있다니…….
그걸 먹으면 어쩌자는 거냐! 엘프 마을 완전히 문 닫기로 작정이라도 했냐고!
그 작업장의 음식들에 우리가 독을 탔다는 걸 말을 안 해 주고 온 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시간을 따져 보니 아마 우리가 도착할 때쯤이면 독 기운이 퍼져서 모두 쓰러지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높았다.
엘프는 인간보단 자연 친화적이라서 독에 저항력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엘프들이 완전히 무사하기는 어려울 게 뻔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돈 아까운 건 생각하지 말고 절대로 돌아가면 안 된다!
돌아가긴커녕 한시라도 빨리 엘프 마을에서 멀어지는 게 좋다.
엘프들도 머리가 있는데, 음식에 왜 독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그걸 누가 탄 건지 금방 짐작할 거 아니냐고.
근데 우리가 돌아가서 얼굴 들이밀었다간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 게 뻔하다.
그래서 난 에이프릴을 향해서 호탕한 미소를 애써 지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암흑제국으로 가는 여정을 좀 더 서둘러야 할 것 같군요. 돈 5백 골드 정도는 우리 파티한테는 푼돈이니까 그거 가지러 돌아가느니 그냥 가던 길이나 서둘러 가십시다.”
“아니, 우영 형님 5백 골드가 푼돈이라뇨? 우리한테 흑맥주 한 잔 사 주는 것도 아까워서 벌벌 떨면서 5백 골드가 푼돈이라니, 그 무슨 황당한…….”
퍼퍼퍼퍼퍽!
“으아악!”
초를 치면서 끼어드는 다쓰를 메이스로 타작해 준 나는 에이프릴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에이프릴도 어쩔 수 없는 듯 다소곳이 뒤를 따랐다.
젠장!
암흑제국에서 임무 완수하고 돌아올 때에도 엘프 마을은 철저하게 피해야겠다.
세 시간 정도 더 길을 가니 여관이 나왔다. 그곳에 파티원들의 여장을 풀게 한 나는 로그아웃을 했다.
현실에서 서둘러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있어서 말이지.
Part 3.공부방 개장하다!(1)
짝짝짝!
펑! 펑!
박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후레쉬가 요란스레 터졌다.
나는 가위로 개장 테이프를 자르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어 보였다.
조 부장과 마을 동장, 경로당의 어르신들도 나와 악수를 하면서 사진기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뭔 날인데 이러냐고?
뭔 날이긴 뭔 날이겠어.
세영이 동네에 가상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공부방이 개장되는 날이지. 근데 이거 좀 황당하긴 하네.
공부방 개장식이 왁슨에 의해서 대대적으로 매스컴에 선전되었으니 말이지.
마을 회관이 개조된 공부방에는 자그마치 150명이 가상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집기나 시설도 으리으리하게 갖춰졌고 말이지.
뭐, 왁슨처럼 큰 회사로서는 이 정도 지출이야 새 발의 피겠지.
그리고 영세민 자녀들을 위해서 이런 시설을 적극 지원한다는, 이른바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홍보 기회로 활용하려는 생각도 물론 있을 테고.
신문이나 TV에 왁슨의 지원으로 만들어지는 이 공부방이 보도되자 나는 영세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좋은 일을 하려는 모범 청년이라는 식으로 덩달아서 알려졌다.
그래서 이렇게 떠들썩한 개장식을 하게 된 거란 이야기지.
좌우간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개장 테이프를 자르자 조 부장은 악수를 청하면서 썩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특별히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신경 써서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이 정도면 우영 님도 만족하실 겁니다.”
“네, 훌륭하네요.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좀 전해 주세요.”
“아이고 무슨 말씀을. 조카분 일도 있고 하니 우리 왁슨으로서도 신경을 써야죠.”
“…….”
얼핏 듣기론 좋은 말 같은데, 어째 내 귀엔 ‘니 조카 일 때문에 우리가 돈 들여 이 정도까지 해 줬으니 앞으론 더 귀찮은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리는 건 왜일까?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며 조 부장과 악수를 하고 나를 칭찬하는 동네 유지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들에게 당부를 했다.
“자, 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해 보려고 공부방을 만들었으니 이곳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동네 주민들께 말씀 좀 해 주십쇼. 특히 결손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꼭 좀 부탁드립니다! 학력 평가 점수 높아져서 학교 성적 올라가고,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에 크게 유리해질 수 있거든요. 더구나 이곳의 이용은 전적으로 무료입니다.”
내 말에 동장과 동네 어르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빛이었다.
“아, 거참 청년이 좋은 일 하네. 그렇잖아도 가상현실인지 뭔지……. 그거 갖춰서 하게 해 달라고 졸라 대는 애들이 많았는데 말여.”
“그러게. 근데 다 영세민들뿐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전부인데, 녹록지 않게 돈 들어가는 그런 걸 무슨 수로 애들한테 해 주나? 근데 이제 자네 덕분에 애들 극성에 안 시달리게 됐으니 다행일세.”
“아, 그뿐인감. 이 공부방에서 열심히 가상현실 게임을 하면 학교 성적도 크게 유리해진다고 안 하남. 우리 집 손자들도 빨리 이곳에 등록시켜야겠네.”
동네 어르신들과 마을 주민들은 그렇게 떠들며 왁슨이 준비해 놓은 떡과 음료수 등의 다과를 먹었다.
근데 웬 꼬마들이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정말로 우리가 이 공부방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해도 돼요?”
“뻥 아녜요?”
엉? 이 애들은…….
“가만있거라. 너희들 혹시……. 세영이 동생들 아니냐?”
내 말에 도리어 꼬마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어! 어떻게 우리 누나를 알아요?”
“훗! 다 아는 수가 있지. 너희들 이름이 뭐냐?”
“세일인데요.”
“세이구요.”
“저는 세삼…….”
“세사…….”
아니, 무슨 이름을 이리 지었냐.
제일 맏이인 세영이부터 시작해서 세일, 세이, 세삼, 세사……. 그러니까 0, 1, 2, 3, 4로군.
세영이 부모님들이 아주 간단하게 작명을 하셨군.
하긴 이름 기억하긴 좋을 것도 같다.
“세일이 넌 몇 학년이냐?”
“고 1이요.”
“전 중 2…….”
“초등학교 5학년이거든요.”
“4학년요.”
세영이 동생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 담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이거 꼭 먹음직한 당근을 바라보고 있는 토끼 사 형제 같은 눈빛이다.
아이고, 귀여운 것들.
“후훗! 세영이 동생들인 니들을 내가 어찌 모른 척하겠냐? 이 공부방은 이 동네의 너 같은 애들을 위해 만든 거거든? 그러니 이 공부방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줄 테니까 앞으로 열심히 가상현실 게임을 하도록 해라.”
“우와! 정말요?”
“정말이고말고.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은 일이 많아질 거니 그렇게 알렴.”
“네, 잘 알겠습니다!”
애들은 신이 나서 좋아하며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축하객들과 이야기를 좀 더 나누다가 이곳 공부방을 이용할 아이들을 저녁 6시까지 다 모이게 해 달라는 광고 방송을 동장한테 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