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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81화)
Part 3.공부방 개장하다!(2)


이윽고 저녁 6시, 입추의 여지도 없이 동네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이 공부방 정원이 120명인데 2백 명 정도나 몰려들어서 난 어쩔 수 없이 신원 확인을 해서 이 동네에 살지 않는 아이들은 돌려보내야 했다.
그리고 미성년이 아닌 아이……는 아니고 아가씨도 있군.
음, 이 아가씨도 돌려보내야 하겠구먼.
이곳은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니까.
게다가 이 처녀는 기분 나쁘게 인상까지 쓰면서 날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지.
“안녕하세요, 우영 오빠? 게임 속에서도 보고 현실에서도 보고 자꾸 뻔질나게 보게 되네요?”
“세영이 니가 여기에는 웬일이냐?”
“오빠가 내가 사는 동네에 와서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데, 제가 모른 척해서야 되겠어요?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이러세요?”
“꿍꿍이라니 그런 거 없다. 난 그냥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을 뿐이거든. 그러니 괜히 방해하려고 들면 아무리 너라고 해도 오빠가 안 참는다?”
“…….”
내가 눈을 부라리며 말하자 세영이는 날 흘겨보더니 그냥 돌아갔다.
짜식…….
물론 세영이 동생들을 도와주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그걸 공공연히 드러내면 세영이 녀석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된다.
자존심이 강한 놈이라서 말이지.
그러니 어디까지나 세영이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인 척하면서 이 일을 할 수밖에.

공부방에 모인 아이들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날 바라보았다.
난 아이들에게 이 공부방을 개설한 취지를 말하고 학업과 학력 평가를 높이고 장차 대학 입시 등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 일이니 최대한 가상현실 게임에 몰두해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120명을 30명씩 해서 4개 반으로 나눴다.
반장은 세일, 세이, 세삼, 세사를 임명하고 말이지.
그리고 일제히 헤드셋을 쓰고 이케루스 게임에 접속하도록 했다.
물론 나도 이케루스로 들어갔다.

삐이익!
익숙한 음향과 함께 주위가 밝아졌다.
“우와아…….”
“이게 이케루스 가상현실 게임 속이구나!”
“와! 짱이다…….”
“진짜 끝내준다…….”
꼬마들은 처음 접속한 이케루스가 경이로운지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감탄성을 터뜨렸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게 돈이 제법 들어가는 거라 적어도 중산층 가정의 애들은 되어야 해 볼 엄두를 내볼 수 있는 거거든.
그러니 집이 못산다는 이유만으로 이 신기하고 경이로운 가상현실 게임을 못하는 기분이 어떠했겠냐고. 학교에 가면 요즘 애들의 가장 큰 화제가 가상현실 게임인데 말이지.
자연스럽게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애들과 못 하는 애들 사이에 벽이 생기는 건 자연스런 일이라는 거지.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에서 체험하는 신기하고 다양한 모험들은 청소년들의 인성과 활동력, 상상력을 크게 길러 준다.
즉 그걸 못하는 애들은 해 본 애들에 비해서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건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은 물론 사회에 나가서까지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거고.
따라서 여기 이 백이십 명의 꼬마들은 내 덕분에 그런 핸디캡을 극복하게 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아, 가슴 뿌듯하다. 나도 이런 좋은 일을 하게 될 줄이야.
“자, 여러분 모두 여기 저 좀 보실래요?”
내가 그렇게 가슴 뿌듯해하고 있을 때 어디서 많이 듣던 음성이 내 귀를 때렸다.
꼬마들은 그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전히 엽기 엘프녀로 분장한 황 과장이었거든.
이 꼬마들에게 이케루스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게임을 해 나갈 건지를 알려 주기 위해서 왁슨 측에서 황 과장을 준비해 둔 거지.
근데 황 과장의 모습이 애들한테 꽤 충격적이었나 보군.
나는 꼬마들이 겁먹고 달아나기 전에 서둘러 끼어들었다.
“얘들아, 여기 이분은 왁슨의 황 과장님이라는 분인데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아주 심하고 엽기적인 변태는 아니니까 너무 놀랄 건 없다. 뭐 쬐끔 맛이 간 건 틀림없지만……. 황 과장님, 말씀 계속하세요.”
내 말에 아이들은 간신히 진정하고, 황 과장은 날 보고 인상을 쓰더니 아이들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드디어 황 과장이 지루한 설명을 끝내고 사라지자 난 애들을 불러 모은 뒤 말했다.
“자, 공부방 선생님인 내가 한번 물어보자. 지금부터 니들이 시급히 해야 할 게 뭐냐?”
“몹 사냥이요!”
“지금 당장 소변보는 거요! 게임 속에서 오줌 싸면 현실에서 오줌 누는 거하고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PK부터 마구마구 해 볼래요! 아무나 붙잡아서 마구마구 죽여 보고 싶어요! 난 그거 해 볼라고 가상현실 게임하는 거예요.”
별의별 이야기가 다 튀어나왔지만 세영이 동생 세일이의 말에 아이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라도 빨리 고렙 만들어야죠.”
“그렇다. 세일이가 잘 말했다. 어서 빨리 레벨을 올려야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가 있고 니들 학력 평가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장학금을 타서 부모님들께 효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선생님이 니들이 고레벨이 되도록 도와줄 테니 내 지시에 잘 따르도록 해라. 알겠냐?”
내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몇몇 녀석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우리 하고 싶은 대로 마구 싸돌아다니면서 깝죽거리면 안 돼요?”
“안 될 거 없지? 그런데 그래 가지고서야 어느 세월에 고레벨 만들래? 넌 친구들이 다 고레벨이 되어서 폼 잡고 다니는데 저레벨로 그 앞에서 빌빌거리면 어떤 기분일 거 같냐? 선생님이 니들을 위해서 애써 공부방을 만들어서 가상현실 게임을 하게 해 줬는데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 다 보내면 좋을 거 같냐?”
“…….”
내 말에 못마땅해하던 아이들도 수긍하는 표정이 되었다.
특히 세일, 세이, 세삼, 세사가 목청을 높여서 애들을 선동하듯 말했다.
“선생님 말씀이 절대로 옳아요.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빨리 고레벨이 되게 해 주세요!”
“그러냐? 근데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보통 유저들보다 두 배는 더 빨리 고렙이 되겠지만 엄청 힘들 텐데?”
“힘들어도 참을 수 있어요! 야, 너희도 그렇지?”
“응…….”
“말이라고 하냐.”
“이왕 가상현실 게임을 할 거면 확실히 해 봐야지.”
사형제의 선동에 백이십 명의 소년들이 간단히 넘어가 버렸다.
후후훗! 귀여운 녀석들, 니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말고!
나는 슬쩍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조핀 님, 그리고 랑케 님?”
“…….”
“…….”
내 말에 두 사람은 좀 찝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내가 조핀에게 급히 이곳으로 랑케를 데리고 함께 와 달라고 말해 뒀거든.
그래서 뭔가 중요한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온 건데 막상 이런 꼬맹이들만 바글바글거리니 황당할 테지.
“저……. 조핀 님?”
“네, 우영 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조핀 님과 랑케 님께 부탁이 있는데 말이죠.”
“말씀해 보시죠.”
“어려운 건 아닌데요. 지금 보시는 이 꼬맹이들 좀 키워 주세요.”
“…….”
“…….”
두 사람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백전노장의 무골인 랑케는 아드득 이를 물면서 모욕이라도 당한 표정이었고, 조핀은 씨익 미소를 지었는데 어째 비웃음이 가득 담긴 것 같았다.
“훗! 이 소년들을 키우라고요? 우영 님. 저는 우리 마토스 왕국을 회복하라는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기도 바쁘거든요. 보육원 같은 거 할 시간은 없습니다.”
조핀은 일거에 내 부탁을 거절했다.
좀 화가 난 것 같군. 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자기 말마따나 패망한 조국을 다시 일으킬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판에 얘네들 데리고 골목대장노릇이라도 하라는 거냐고 화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선뜻 물러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훗! 조핀 님, 그리고 랑케 님. 왜들 이러십니까? 지금 이 소년들이 두 분 눈에 어떻게 보이십니까? 저 소년들이 누군지 아시냔 말입니다.”
내가 목에 힘을 주면서 말했으나 조핀과 랑케는 여전히 심드렁했다.
“참 할 일 없으시네. 쟤들이 누군지를 왜 내가 알아야 합니까? 그래 얘네들이 누군데요?”
“제가 고르고 골라 선별한 일당백의 전사의 자질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미래의 동량이자 전투원들입니다. 잘만 훈련시킨다면 큰 전력이 될 거란 말이죠. 지금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이 소년들을 마토스 왕국 회복의 결정적인 순간에 전투원으로 빌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소년들을 잘 훈련시켜 주시면 제가 고마움을 느낀 나머지 조핀 님과 랑케 님께 뭔가 또 보답을 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저 능력 많은 놈이에요. 지금까지 함께 여행하시면서 보셨잖냐구요?”
“…….”
“…….”
내 말에 조핀과 랑케의 표정이 변했다.
고개를 갸웃하며 소년들을 바라보는 표정이 좀 진지해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들에게 꼬맹이들을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정 수준까지 레벨이 오르도록 얘네들을 단련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
재경이 찾아 헤매느라 바쁜 판에 내가 얘네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킬 수도 없는 거니깐.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인 두 사람에게 슬쩍 말했다.
“뭐 본격적인 훈련은 랑케 님께서 맡아서 해 주시면 되겠죠. 조핀 님은 저와 함께 암흑제국으로 가야 하니, 가끔 랑케 님을 불러서 훈련이 제대로 되고 있나 확인만 해 주시면 되겠고.”
“그, 그래도……. 이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닌데…….”
조핀은 지가 힘들 건 없을 것 같으니 가만있는데 이제는 랑케가 슬쩍 발을 빼려 하는군. 쩝…….
“랑케 님, 랑케 님이 굳이 직접 훈련시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블루 울프 기사단의 기사들에게 훈련을 일임해도 되잖습니까? 기사 한 명당 소년 다섯 명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요? 정예 중의 정예인 블루 울프 기사들이 이런 소년들을 조련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거 아닙니까? 랑케 님은 가끔가다 훈련이 제대로 진척되는지만 체크하시면 될 거고 말이죠.”
“듣고 보니 그건 그렇습니다만…….”
지가 귀찮을 일은 별로 없을 거라는 말에 랑케도 솔깃한 표정이군.
그럼 이제 100% 얘네들을 맡겠다는 말이 나오게 해 줘야겠군.
“그리고 이 소년들의 레벨이 적정 수준에 오르면 실전에 투입하셔도 될 겁니다. 지금도 블루 울프 기사단들이 가뎀 왕국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랑케 님이 그들을 지휘하고 다니시는 것도 제가 다 알거든요. 이 소년들을 활용하면 훈련도 되고, 전력에 보탬도 되고, 얼마나 좋습니까?”
“음…….”
“허참……. 아니, 우영 님은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으셔 갖고는 그거 참…….”
내 말에 조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표정이었고, 랑케는 당황하는 척하면서도 내 말을 부인하진 않았다.
“후훗! 고맙습니다 두 분. 그럼 이 소년들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우영 님의 화술은 당해 낼 재간이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지만 혹시 훈련 중에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혹독하게 조련할 테니까요.”
“저야 환영이죠. 그만큼 레벨이 빨리 높아질 거 아닙니까? 하지만 기간은 명심해 주세요. 가급적 한 달 안에 훈련이 끝나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랑케는 처음에는 별로 탐탁지 않아 했지만 결정을 내리자 역시 기사단장답게 행동이 빨랐다.
즉석에서 블루 울프 기사단들을 소집해서 소년들의 훈련을 일임시켰다.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실전에 투입해도 좋다! 그건 모두 귀관들의 판단에 맡긴다!”
그 말에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데려갔다.
세일에서부터 세사까지의 네 형제는 자신을 조련할 기사들을 따라가기 전에 나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선생님 꼭 고렙이 되어서 돌아올게요!”
“그래, 기사들이 시키는 대로 잘 따르렴. 아마 한 달 정도 지나면 지금 상태와는 크게 달라져 있을 거다.”
나중에 로그아웃하면 공부방에서 금방 또 보게 될 거면서 무슨 전쟁터에라도 보내는 것같이 애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인물 때문에 난 움찔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