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스토킹 마스터 4권(82화)
Part 3.공부방 개장하다!(3)


“엇! 넌 세영이…….”
“지금 방금 뭐하신 거죠? 여기서 방금 떠난 애들 뭐예요?”
“아, 걔들? 내가 맡은 공부방에 공부하러 오는……. 정확히 말하면 가상현실 게임하러 오는 아이들이거든. 빨리 고레벨 만들어 주려고 블루 울프 기사단에 맡겼다. 안 그러면 어느 세월에 레렐 올라가냐.”
“그중에 내 동생들도 있죠?”
“니 동생들? 세일에서 세사까지 말이지? 그놈들 참 귀엽더라. 근데 여자가 아니고 사내 녀석들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라. 여자면 역시 너같이 절벽 가슴일지 모르니…….”
“옵빠!”
세영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울화통을 터뜨리고 난리람.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누가 제 동생들을 오빠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요! 이러셔도 되는 거예요?”
어쭈! 이게 제법 언성을 높이네?
하지만 이 녀석이 이렇게 화를 낸다고 내가 같이 흔들려선 안 된다. 난 유들유들 태연을 가장했다.
“난 니 동생들을 내 마음대로 한 적 없는데? 그저 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혜택 못 받는 애들을 위해서 좋은 일 하는 거뿐인데 왜 쓸데없이 열 내고 자빠졌냐?”
“흥! 오빠가 날 미행해서 내가 사는 거 다 알아 가지고 날 도와준답시고 이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동사무소 직원을 사칭하고 다닌 거 다 알아요! 내가 언제 오빠한테 동정받겠다고 했어요?”
순간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이 자식 보기보단 예리하군.
그날 내가 미행했다는 걸 알아채다니.
근데 그걸 어떻게 눈치챈 거지?
그렇군. 그 삥땅 할망구가 수다 떨면서 말한 게 틀림없다.
젠장! 삥땅을 해 먹을 거면 입이라도 좀 닫고 있든지, 입을 닫고 있기 싫거든 삥땅이나 하지 말든지 할 거지. 전혀 도움이 안되는 노친네 같으니.
어쨌거나 이 이상 밀리면 곤란하다.
난 슬쩍 인상을 썼다.
“세영이 지금 너, 오빠한테 이렇게 막 대들어도 되는 거니? 지금 좀 오버한다는 생각 들지 않니?”
내 말에 세영이는 약간 움찔했으나 이내 얼굴을 붉히며 다시 대들었다.
“하지만 오빠가 내 자존심을 마구 건드리고 있잖아요! 난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세요!”
“…….”
“아, 왜 말을 안 하고 사람을 노려봐요! 뭐라고 말 좀 해 보란 말예요!”
“이거 참……. 도저히 안 되겠군.”
내가 엄청 어깨에 힘주고 폼 잡으며 등을 돌리자 세영이는 당황스러워했다.
“갑자기 무슨 말하는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다니? 안 되긴 뭐가 안 되는데요?”
“난 세영이 너처럼 막 따지고 드는 여잔 싫거든. 아무래도 우리 쫑 내는 게 좋을 거 같다. 사귀는 거 관두자는 그 이야기다. 사실 엘프 마을 촌장 딸내미, 엘프 아가씨도 나한테 관심을 보이고 있길래 그렇잖아도 흔들렸었는데 너까지 이렇게 날 못살게 구니 더더욱 내 맘이 흔들리잖냐. 이 참에 우리 정리하는 게 어떻겠냐? 그게 피차를 위해 좋을 거 같지 않냐?”
“…….”
웃!
이 분위기는 뭐지.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리도 섬뜩한 시선으로 날 보는 거냐고.
세영이가 날 노려보는 저 눈빛을 보고 있자니 심장까지 얼어붙는 기분이다.
세영이는 마치 여름철 공포 영화에 나오는 처녀 귀신처럼 날 쏘아보더니 살벌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런 줄은 전혀 몰랐는데……. 오빠는 삶에 애착이 별로 없는가 보죠?”
“아, 아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냐? 아, 게임이야 죽어도 또 로긴하면 되는데 삶에 애착은 무슨 얼어 죽을 애착이냐?.”
“나 지금 게임에서 죽는 거 말하는 거 아닌데……. ”
“그, 그럼……. 현실에서 내가 죽는단 말이냐? 너 지금 무슨 정신 나간 소리하고 자빠졌냐? 내가 현실에서 죽다니! 아니, 도대체 내가 현실에서 죽을 이유가 뭔데?”
“나같이 순진하고 청순하고 가냘픈 소녀의 마음을 갖고 놀다 갈갈이 찢어서 버리는데……. 그렇게 악질적이고 잔인한 짓을 하는데, 그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는데……. 그게 어째서 죽을 이유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쩝……. 이 자식, 저 살벌한 눈빛하며 낮게 깔린 목소리하며 이거 전혀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정말로 우리 사이는 끝났어!’하고 끝끝내 우기면 일이 엄청 심각해질 것 같다.
어쩌면 오늘 이후로 밤길 가다가 칼침 맞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젠장! 내가 스토커가 아니라 세영이 이 자식이 스토커의 기질이 더 있는 것 같다.
표적으로 삼은 사람은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놓아주지 않는……. 게임이 아니고 현실 생활에서의 악성 스토커 말이지.
분위기를 바꿀 생각으로 난 오버스럽게 마구 웃어 댔다.
“푸하하하하하! 농담으로 그냥 해 본 소린데 우리 세영이가 또 오버하네. 아니, 너란 얘는 어떻게 농담과 진담을 구별을 못하냐?”
“어머! 오빠 우리 끝내자고 한 거 농담이었어요? 정말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데?”
“지금 그 엘프 아가씨 말이죠……. 조핀 님한테서 얻은 독으로 잠재운 다음에 다쓰 님의 투핸디드 소드로 깨끗하게 4등분해서 산속에 묻어 버리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말이죠. 근데 안 하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젠장!
돌아 버리겠네.
아무리 게임 속이라도 그렇지. 그런 살벌한 대사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는 건 좀 심하잖냐?
난 맥이 빠져서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우리 사이 쫑 낼 일 없으니 그렇게 알면 된다. 그리고 니 동생들은 내가 고레벨로 잘 만들 참이니까 그건 뭐라고 하지 마라. 자꾸 그 문제를 들고 나오면 그때는 나도 가만 안 있는다?”



Part 4.암흑제국 입성!(1)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네, 그게 그러니까……. 이렇고 저렇고 해서, 그렇게 이렇게 그렇게 되어서 다시 요렇게 되고 또 저렇게 되어서 결국은 도로 그렇게 되었단 말이죠?”
“후후훗! 어쩌면……. 에이프릴 님은 참 말귀도 밝으시군요. 한마디를 이야기해 드리면 열 마디를 이미 해석해서 파악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제가 잘 아는 그 어떤 여자하고 상당히 비교되는군요. 후후후후.”
“어머! 그래요? 그런데 그 여자분이 누군데요?”
“후후, 자세히 아실 거 없습니다. 그냥 그런 여자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 두세요. 후후후.”
“네, 알겠어요.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호호호호호홋!”
“…….”
암흑제국에 거의 다 도달한 여행길이었다.
나와 에이프릴이 정답게 대화를 주고받자 뒤에서 세영이가 살벌한 시선으로 날 째려보았다.
짜식……. 그러게 적당히 딱딱거릴 것이지.
지금 내가 세영이 녀석을 일부러 약 올릴려고 에이프릴하고 시시덕거리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
세영이 약 올리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건 물론이다. 그런데 그거 말고 에이프릴하고 이렇게 알콩달콩한 대화를 일부러 나누는 이유가 있지.
처음엔 세영이 약 올릴려고 일부러 접근했다만 이제는 에이프릴이 은근히 내 마음에 들고 있다 그거지.
솔직히 말해서 에이프릴도 꽤 귀엽고 명랑한 아가씨다.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는 세영이보다 더 밝은 면도 있고 말이지.
사근사근하기도 하고, 말도 부드럽게 하는 것 같고, 파티장인 나를 상냥하게 배려할 줄도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세영이 녀석처럼 절벽 가슴이 아니라는 거…….
읍! 세영이 녀석이 내 시선을 눈치채고 째려보면서 가슴을 가리는군.
쩝! 나도 적당히 해야겠다.
그렇잖아도 저 절벽 가슴이 세영이 녀석의 콤플렉스라서…….
저 녀석도 성깔이 있어서 울화통이 끓는 온도가 임계 수치에 도달하면 뭔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말이지.
지가 말한 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에이프릴한테 독을 먹여서 토막 내서 어느 구석에 파묻어 버릴지 모를 일이다.
쩝……. 이거 왜 우리 파티에는 이렇게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많은지 모르겠네.
좌우간 터덜터덜 길을 걸어가는데, 심각한 표정의 조핀이 에이프릴에게 물었다.
“근데 이렇게 안내도 잘하시는 거 보니 에이프릴 님은 암흑제국에 가 본 일이 있으신가 보죠?”
“그럼요. 그곳에 삼촌이 살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아버지를 따라서 서너 번 정도 가 본 일이 있답니다.”
“삼촌이 그곳에 사신다구요? 아니, 왜 엘프 마을에서 함께 안 사시고 그분만 따로 사십니까? 뭔 죄라도 졌나요?”
뜬금없이 다쓰가 끼어들어 질문을 해 댔다.
죄라도 지었냐니……. 짜식이 말을 해도 말야.
그게 무슨 실례되는 소리냐고 내가 뭐라고 하려는데 에이프릴이 대뜸 말을 받았다.
“잘 아시네요. 여러 가지 심각한 죄를 지으셔서……. 바로 그것 때문에 암흑제국으로 이주하셨답니다. 엘프 마을에서 쫓겨나신 거죠.”
음……. 다쓰 자식이 제대로 맞추긴 했군.
그러자 이번엔 란슬링도 끼어들었다.
“그렇구나, 쉬익!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짐승 같은 죄를 지었냐, 쉬익!”
“절도, 강도, 상해, 사기, 살인, 약탈에 방화……. 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중죄란 중죄는 거의 다 지으셨어요. 그래도 동족인 엘프들한테는 나쁜 짓을 안 하셔서 엘프 마을에선 추방만 한 거죠. 아버지가 촌장이라서 추방 정도로 그친 것도 있긴 하지만.”
강도, 살인, 약탈에 방화라…….
좀 놀랍긴 하다.
매우 자연 친화적이고 선한 종족이라고 알고 있는 엘프들 중에도 그런 인간 말종, 아니 엘프 말종이 있다니.
나는 슬쩍 에이프릴에게 물었다.
“그래도 같은 엘프들한테는 나쁜 짓 안 하셨다니 동족 의식은 있는 분인가 보군요.”
“네……. 그 점은 무척 투철하시답니다. 같은 엘프들이 험한 꼴 당하는 건 못 참는 성격이세요. 살인의 절반 정도는 부당하게 엘프들을 공격하는 인간들 때문에 하신 거기도 하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여정을 재촉하던 우리는 이윽고 암흑제국의 입구에 도착했다.
“…….”
근데 뭐가 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