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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84화)
Part 4.암흑제국 입성!(3)
엘프 마을 학살범 현상 수배
니녹스 산맥에 있는 엘프 마을에 침입해서 식수와 음식에 독을 대량으로 살포, 300명에 달하는 엘프 마을 주민들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흉악범, 우영과 그 일당들을 현상 수배함.
범인들의 인상 착의
우영 : 얍삽하고 치사. 언뜻 보면 미남이지만 5분만 보고 있으면 시커먼 속이 훤히 드러남. 젤라즈니의 메이스라는 명품 메이스를 소지하고 있음.
세영 : 언뜻 보면 미인인데 자세히 보면 가슴이 처참한 절벽임.
다쓰 : 팔라딘인 척하고 다니는 녀석인데 엄청 왕싸가지라 절대 팔라딘이 아니거나 팔라딘이었더라도 파문당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 좀 비싸 보이는 투핸디드 소드를 들고 다님.
란슬링 : 추접스런 침을 사방으로 뿌리고 다니는 리자드맨. 프리스트라고 하는데 아마 신한테 저주받은 프리스트로 보임.
조핀 : 겉은 순진한 소년인데 엄청 음흉한 걸로 봐선 속에 쉰은 먹은 아저씨가 들어앉은 게 아닌가 생각됨.
특기 사항 : 이들에게 인질로 끌려다니는 에이프릴이라는 엘프 소녀를 구해 주시는 분께는 후사하겠음.
현상금 :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값나가는 명품 무기, 젤라즈니의 메이스와 랑기스의 숏 보우 등을 현상금으로 드림. 그리고 그들이 지니고 있을 걸로 추정되는 10만 골드의 거금은 모두 가져도 무방함.
엘프 마을 촌장이 씀.
“그 촌장님, 저는 예외지만 다른 분들은 참 예리하게 잘 관찰하셨군요. 정말이지 실제하고 딱 들어맞는데요?”
“…….”
“…….”
조핀이 감탄했다는 듯 중얼거리는 말에 파티원들은 일제히 노려보았다.
뭐, 자신은 예외라고?
내가 보기엔 아주 제대로 뚫어 봤구먼, 뭔 소리야!
물론 내가 치사하고 얍삽하다는 건 절대로 동의할 수 없지만 말이지.
세영이 녀석은 다시 한 번 자신이 절벽 가슴 소녀로 인정받은 게 속상한지 심란한 표정이다.
짜식,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뽕 브라라도 하고 다니든지 할 것이지.
그나저나 그놈의 독을 먹고 단단히 사고가 나긴 났구먼.
하긴 독을 듬뿍듬뿍 뿌려 댄 물과 음식을 먹고 멀쩡한 게 이상한 거지.
300명이 혼수상태지만 사망자가 안 나온 게 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 그 엘프 할배가 우리한테 단단히 앙심을 먹었나 보군.
현상 수배 전단이 이곳까지 나붙은 걸 보면.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건 현상금이 적다는 거다.
얼마나 노랑이면 자신이 돈 내기 싫으니까 ‘얘들 잡아서 가진 거 다 털어먹어! 그게 현상금이야!’라고 했겠냐고.
구두쇠 같으니.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건 현상금이 아니잖냐고.
애초에 자기 것도 아닌 걸 현상금으로 내거는 인간이 어딨냐는 거다.
이 무기와 돈은 애초에 우리 건데 ‘잡아서 죽이든 족치든 알아서 하고, 걔들 거 다 빼앗어 가져!’라고 말하는 꼴이잖아.
가만 보면 이 현상 수배를 내건 엘프 할배야말로 현상 수배범이 될 자질이 농후하다.
속이 시커먼 노인네 같으니.
그리고 10만 골드는 도대체 뭐야? 내가 지금 그런 돈이 어딨냐고.
수중에 지닌 거 다 합치고 합쳐도 그 반의 반도 안 되는구먼.
10만 골드나 가지고 있다고 구라를 쳐 댔으니 우릴 노리는 놈들이 제법 있을 거 같으니 걱정은 걱정이다.
좌우간 이 엘프 할배가 우릴 엿 먹이려고 단단히 작심을 하긴 한 것 같은데…….
헉!
근데 지금 그런 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에이프릴도 이걸 같이 보고 있잖냐고! 에이프릴이…….
음, 천만다행으로 지금은 없군.
“에이프릴은 어디 갔냐?”
“조금 전에 화장실 좀 갔다 온다고 했습니다.”
“휴! 다행이군.”
“잠깐은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비밀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조핀이 나 못지않게 심란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를 원망할 수도 없겠지.
식수와 음식에 독을 푼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신이니까…….
어휴, 그러게 자기가 독을 풀어놓고 그걸 까맣게 잊고 있으면 어쩌냐고.
얼핏 보면 음흉하고 노회하고 치밀한 거 같은데, 알고 보니 아주 대책 없는 중년 아저씨다.
그때 갑자기 세영이가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대거를 빼 들고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죠! 에이프릴이 오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거 아녜요!”
“…….”
아니, 이 녀석이 왜 이렇게 흥분하고 이러지?
뭔가 심상치 않은 기색이라 나는 슬그머니 물었다.
“결단이라니, 무슨 결단?”
“아, 몰라서 물어요! 에이프릴이 와서 이 전단을 보면 뭐랄 거 같아요! 우리가 자기 마을 주민들을 독살시키려고 했다고 원한을 품고 삼촌을 찾아가서 함께 복수하려고 할 거 아니냐구욧!”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예요! 우리가 당하기 전에 미리 손을 써야죠?”
“어떻게 손을 쓰는데?”
“그야 뭐 조핀 님이 지금 가지고 계신 독을 쓸 수도 있고, 우영 오빠 메이스나 다쓰 님의 투핸디드 소드라든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하다못해 케브라 님이 삽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겨서 보내 버려도 되잖아욧!”
“…….”
“…….”
세영이의 불을 토하는 듯한 열변에 우리 파티원들은 잠시 동안 기괴한 침묵을 지켰다.
뭐, 상황이 상당히 심란한 건 틀림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영이 이 자식 오버하는 것 같은데?
“저, 세영아……. 그러니까 너 지금 우리더러 에이프릴을 영원히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자……는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싫어요? 그게 싫으면 딴 방법도 있죠. 이곳에 노예 상인들도 꽤 있으니까 수면제 먹여서 재운다음에 슬쩍 팔아 버리는 것도…….”
“이 자식이 근데 정말!”
내가 슬며시 울화를 터뜨렸다.
죽이는 것도 그렇지만 노예 상인에게 팔아넘기자니…….
에이프릴이 아무리 유저가 아니고 NPC라지만 이건 좀 심하잖냐고.
그리고 백 보 양보해서 파티를 위한 충정에서 세영이 녀석이 이런 소리를 하면 그래도 이해를 하겠지만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세영이 너 솔직히 말하는 게 어떠냐? 너 지금 질투 때문에 그러지? 이 기회에 에이프릴을 제거하려는 거지? 그런 심뽀지?”
“무, 무, 무슨 소, 소, 소리예요! 나, 나, 날 어, 어, 어떻게 보, 보, 보, 보고!”
짜식……. 엄청 심하게 당황해서 마구 말 더듬는 거 보니 틀림없군.
질투에 눈이 멀어서 이런 황당한 소릴 해 대는 거다.
젠장! 여자의 질투란 건 무섭구먼.
“자, 저는 사심 없이 모든 걸 털어놓았습니다! 에이프릴 님을 믿기 때문이죠. 저의 이런 마음은 단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거리의 여인숙 하나를 잡아 여장을 푼 나는 다른 파티원들은 방 밖에 내보내고 에이프릴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
수배 전단을 보여 주면서 말이지.
그리고 우리 파티가 엘프들을 해치려는 한 점의 검은 마음도 없었음을 강조해 가면서.
엘프들이 독을 먹고 대량으로 쓰러진 것은 절대로 우연한 사고였음을 강조했다.
근데 에이프릴의 인상이 일그러진다.
음…….
역시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일까?
자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우리와 척을 져야겠다는 것일까?
에이프릴은 슬며시 문 쪽을 가리켰다.
“저를 믿는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지금 문 뒤에 숨어서 흉기를 들고 대기하는 저분들은 뭐예요? 제가 이해 못하겠다고 하면 가만 안 둘 생각이신 거 아녜요?”
허걱!
아니, 이 자식들이! 투핸디드 소드에 랑기스의 숏 보우에 삽까지 들고서 뭐하는 짓거리야!
“니들 죽을래? 지금 거기 숨어서 뭐하는 짓이냐! 나의 사심 없는 마음에 이따구로 먹칠하면 좋냐! 손에 든 거 당장 내려놓고 방에 가서 얌전히 처박혀 있지 않으면 가만 안 놔둔다!”
내가 펄펄 뛰면서 을러대자 다쓰와 세영이, 케브라 등은 툴툴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거 죄송하군요. 저한테 과잉 충성하느라고 저것들이 저러는 거니까 에이프릴 님께는 거해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절대로 우리가 고의로 독을 푼 거 아니라니깐요. 그리고 아닌 말로 촌장님께는도 벌채꾼들이 쓰러져 있으면 혹시 독을 먹고 그리된 거 아닐까 정도는 짐작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 그 벌채 작업장의 음식들을 아무 의심 없이 덥석덥석 먹으면 어쩌냐구요. 전적으로 우리 잘못만은 아니잖습니까?”
나는 에이프릴을 설득시키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에이프릴이 한마디를 던지자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우영 님들께서 고의로 독울 풀었대도 상관없거든요?”
“허거걱!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시겠지만 제가 전나세라는 악당한테 봉변당할 때……. 모두 날 보고 좋아라고 웃어 댔던 엘프들이라서요. 내가 그렇게 창피하고 큰 수치를 당했는데 위로는커녕 놀리고 좋아라며 마구 웃어 댔어요. 우리 아버지 한 사람만 빼놓고 다 그랬답니다. 그래서……. 그래서…….”
에이프릴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흐렸다.
알 만하구먼.
자신의 그 수치스런 순간에 땅을 굴러 대며 좋아라고 마구 웃었던 그 많은 엘프들의 모습에 단단히 원한이 맺힌 거다.
아마 그동안 병이라도 든 척 자기 방에 처박혀서는 속으로 모두 죽어 버리라고 저주라도 퍼부은 거 아닐까?
그러니 우리가 실수로 엘프들을 혼수상태로 만들었다고 해도 굳이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이 엘프 아가씨도 좀 섬뜩하군.
좌우간 일단은 한숨 돌렸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우…….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난 또 에이프릴 님께서 납득을 못하시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그럼, 이제 삼촌께는 찾아가지 않기로 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분이 혹시 전단을 보셨으면 당장 우리들을 절단 낼려고 하실 테니까요.”
순간 에이프릴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나길래 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니, 저 눈빛의 의미는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