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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87화)
Part 6.아르본 저택 침투 작전(1)


“음, 저게 바로 아르본 자작의 저택이로군. 으리으리한 게 돈으로 처바른 티가 막 나는군.”
“그야 아르본 자작의 전직이 해적에 산적이었으니까요.”
아르본 자작의 저택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야산.
그곳에 집결한 우리 파티는 어떻게 침입해서 이실리움을 훔치고, 아르본 자작을 처치할 것인가를 궁리 중이다.
근데 이게 뭔 소리지? 아르본 자작이 해적에 산적이었다니?
딴 파티원들도 의아해하자 조핀은 설명을 해 주었다.
“이 암흑제국에서는 실력 있는 강자가 황제한테 돈을 바치면 귀족의 지위를 살 수 있답니다. 아르본은 산적과 해적질을 수십 년 해서 모은 돈을 황제에게 헌납하고 자작의 작위를 받은 거죠.”
“그럼 우리가 아르본 자작을 해치우면…….”
“그렇죠. 바로 우영 님이 자작이 되시는 겁니다. 물론 아르본 자작이 매년 황제한테 상납하던 만큼의 액수는 내셔야죠.”
조핀의 말에 나는 비로소 수긍이 갔다.
“그래서 날더러 케드릴의 요구를 받아들이라고 하신 거군요?”
“물론이죠. 생각해 보세요. 사실 우리가 암흑제국의 황제를 만날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그냥 무턱 대고 황궁에 침입해서 어전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밖에는요.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가는 황제의 얼굴도 보기 전에 근위병들에게 척살당하는 게 먼저일 겁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르본 자작을 죽이고 내가 자작이 되면 황제를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말씀이군요.”
“당연하죠. 귀족은 수시로 황제를 뵈러 가는 게 권리 이전에 의무니까요.”
이제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퀘스트 제한에 반드시 아르본 자작을 죽여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던 건지도 이해가 갔다.
아르본 자작을 안 죽이면 내가 귀족이 될 수가 없다. 그가 죽어야 귀족의 지위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넘어오는 거다.
황제야 어떤 귀족이 죽든 말든 자기가 받는 돈만 계속 들어오면 되는 걸 테고.
내가 귀족이 못 되면 보상이 못 주어지는 거니까 퀘스트가 완성이 안 된다는 소리지.
“그렇다면 이 퀘스트는 반드시 성사시켜야겠군요. 우리 모두의 목을 걸고서라도…….”
내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조핀도 지당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파티원들은 뻘쭘한 표정이었지만.
이 퀘스트를 성공을 시켜야 마토스 국왕이 의뢰한 조핀 밀사 퀘스트를 성공시킬 조건이 마련되는 거니까 말이지.
뭐, 저 도마뱀 대가리하고 변태 팔라딘이야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겠지만. 표정이 어째 계속 심드렁한 게 변한 게 없군.
그리고 세영이와 에이프릴은…….
음…….
둘이 아주 대조적이군.
나하고 조핀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있는 건 다쓰와 란슬링 두 녀석과 같다.
근데 세영이는 행여 내가 에이프릴한테 눈길이라도 줄까 봐, 날 째려보고 에이프릴 흘겨보고 하기를 0.1초에 열 번씩 하고 자빠졌다.
그리고 에이프릴은 날 보고 애교 섞인 웃음을 던지며 관심을 끌려 하고, 세영이한테는 은근히 성질 돋우는 비웃음을 던지고 있구먼.
에구구, 내 이것들을 보고 있자니 열 뻗쳐서 돌아가실 것 같다.
초딩들도 아니고 덩치가 말만 한 계집애들이 요따위 유치한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뭐, 그 원인 제공자가 나라는 점이 조금 심란하긴 하다만.
난 있는 욕 없는 욕 다 퍼부으면서 두 인간들을 갈구려고 했지만 그랬다간 또 무슨 후환이 생길지 몰라서 꾹 참았다.
에이프릴한테 뭐라고 했다간 또 그 깡패 삼촌을 불러올 테고, 난 그 깡패 엘프 면상을 봐야 할 테니까. 그렇다고 형평에 어긋나게 세영이만 갈굴 수도 없으니…….
“자, 모두 주목해라. 이제부터 저기 보이는 저택에 침입해서 이실리움이라는 금속을 탈취하고 아르본 자작을 제거하기로 하겠다!”
“…….”
“…….”
아니, 근데 이거 뭐 이래?
세영이와 에이프릴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두 자식은 왜 이리 아까부터 계속해서 심드렁한 거냐고?
“훗! 다쓰, 란슬링. 니들 내 말 못 들었냐? 아니면 파티장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지금 개기는 거냐? 사람이 말을 했으면 뭔가 반응을 보여야 할 거 아니냐고. 저렇게 위험한 데를 어떻게 침입하느냐든가 저런 덴 절대로 파티장님을 들어가시게 할 수 없으니 대신 내 한 몸 던지겠다든가!”
내가 열 받아서 을러댔지만 그래도 반응 없이 여전히 뻘쭘한 표정들이다.
이것들이 지금 사람 약 올리나…….
“아니, 근데 이 자식들이 정말!”
그때 세영이가 에이프릴과의 째려 보기 경쟁을 중단하고 슬그머니 말했다.
“우영 오빠……. 이 두 명 지금, 모두 자고 있는데요?”
뭐시라!
“…….”
난 기가 막혀서 얼굴을 바싹 들이대고 두 자식들의 면상을 자세히 살폈다.
사실이네.
두 눈은 뜨고 있는 거 같은데 숨소리가 잘 때처럼 아주 고르게 나고 있다.
젠장할…….
이것들이 도대체 언제부터 눈뜨고 자는 스킬을 익힌 건지 모르겠네.
좌우간 이 뭐 같은 녀석들이 지금까지 내가 진지하게 말씀하실 때 툭하면 이따구로 눈 뜨고 자고 있었다는 소리 아냐?
도저히 안 되겠다.
이 상태로 저 사자 굴이나 다름없는 아르본 자작 저택으로 쳐들어갔다간 작전은 100% 실패한다.
그걸 피하기 위해선 이 두 녀석을 마구 굴리고 두들겨 패면서 군기부터 바짝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작전 성공을 위해서지 절대로 이 두 녀석한테 사감이 있어서가 아니다……라고 일단 주장을 해야겠지.
이것들이 평소에 좀 덜 개겼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세영이와 조핀한테는 물론 말할 수 없다.
어쨌거나 이것들 손 좀 봐주려면 다른 인간들은 좀 꺼져 줘야겠다.
“저……. 조핀 님? 세영이하고 에이프릴 님과 손잡고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고 오실래요?”
“저는 우영 님과 손잡고 가고 싶은데요?”
“전 이 두 녀석하고 오랜만에 진지한 토론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곤란합니다. 착한 중년 어린이답게 제 말 들으세요. 한 20분간만 있다가 오시면 됩니다.”
내가 단호히 말했지만 조핀은 두 눈을 샛별처럼 빛내며 느끼한 귀여움을 떨어 대기 시작했다.
“아이이이이잉, 싫은데…….”
“자, 세영이와 에이프릴 두 사람은 빨랑 착한 새나라의 조핀 어린이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 사 먹고들 오세요.”
“오빠, 근데 돈은요?”
세영이가 태연한 태도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슬쩍 눈을 부라렸다.
요 녀석도 은근히 뻔뻔하다니깐. 요즘 들어 가뜩이나 날 힘들게 하는 주제에 돈 달란 소리는 어째 그리 잘도 나오냐.
“세영이 너 그게 무슨 오우거 갈비뼈 뽑아서 이 쑤시는 소리니? 넌 나한테 언제 아이스크림 사 먹을 돈 맡긴 적 있냐? 니 돈으로 알아서 사 먹으렴. 아니면 에이프릴 님한테 꿔서 사 먹든가.”
“알았어요! 내 돈으로 사 먹으면 되잖아요! 흥!”
에이프릴한테 돈 꿔서 먹으란 말에 존심이 상했나 보다.
세영이는 발끈해서 조핀의 손을 잡고 마구 질질 끌면서 저쪽으로 사라졌고, 역시 조핀의 손을 잡고 있던 에이프릴까지 함께 질질 끌려서 먼지를 내면서 아이스크림 가게 쪽으로 가 버렸다.
음, 좋다. 먼지가 자욱이 나서 완전히 내가 지금부터 할 일을 안 보이게 해 주겠군.

이제 보는 사람 없지?
나는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메이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다쓰 귀에 대고 버럭 소리 질렀다.
“헉! 이건 셀라인 공주의 브래지어와 에이프릴의 팬티스타킹이잖아!”
벌떡!
“어디냐? 어디!”
“허걱!”
젠장! 놀래키려던 내가 더 놀랐다.
브래지어와 팬티스타킹이라는 말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두 눈에 불을 켜며 황금 찾듯 하다니.
으드득!
나는 이를 악물면서 다쓰 녀석을 야려 보았다.
“다쓰 너 배짱 한번 좋구나. 감히 내가 말씀하시는데 두 눈 뜨고 태연하게 잠을 처자고 있었다니.”
“아니, 저 그게 아니고……. 그냥 명상을 하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명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는 두 눈 뜨고 자면서 명상하는 버릇이 있냐?”
“으음……. 누가 자꾸 자는데 떠들면서 안면 방해하냐, 쉬익!”
“훗, 란슬링. 너는 이제야 깼냐?”
뒤늦게 눈을 뜬 란슬링은 나를 보더니 위기 상황인 줄 눈치채고 혀를 바쁘게 펌프질했다.
“헛! 쉬익, 쉬익! 우영 너, 왜 메이스를 들고 날 노려보고 지랄이냐? 설마 그걸로 우릴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쉬익!”
“아니긴 왜 아니냐? 니들 요즘 하는 짓거리를 보니 아주 내 머리 꼭대기에서 처놀고 자빠졌는데, 내가 오늘 정신 번쩍 들게 해 주마! 파티장인 내가 중요한 작전을 앞에 두고 브리핑을 하고 계시는데 태연하게 눈 뜨고 처자고 있어?”
“흥! 누가 순순히 맞아 준답니까? 란슬링, 튀자!”
“알았다, 쉬익!”
헉! 이럴 수가!
두 녀석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과감하게 몸을 날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근데 이것들이 이 상황에서까지 개기면서 나의 군기 교육을 거부하다니!
불쑥!
그때 무언가 땅을 뚫고 튀어나와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헛! 너는, 쉬익!”
“우영 님의 명령을 어기고 감히 도망을 치려 하다니! 좋게 말할 때 우영 님 앞에 순순히 무릎을 꿇어라.”
“후후후훗! 케브라 마침 때맞춰 잘 돌아왔다. 다쓰, 란슬링, 순순히 입 처닫고 맞았으면 5분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감히 날 비웃고 튀다니. 5분을 50분으로 늘려 주마!”
퍽! 퍼퍼퍼퍼퍼― 퍼퍽퍽!
“우아아악!”
“캐액!, 쉬익! 쉭쉭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