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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88화)
Part 6.아르본 저택 침투 작전(2)
“오빠! 아이스크림 사 먹고 돌아왔어요! 어? 아니 근데 다쓰와 란슬링은 왜 그래요? 꼭 드래곤 발바닥에 밟혔다 살아난 사람들 같은데요?”
“응, 아르본 자작 저택 습격을 앞두고 연습을 미리 해야 한다면서 몸을 굴리고 서로 두들겨 패면서 사전 훈련을 하더라고. 내가 적당히 하라며 말려도 안 듣더라고. 목숨 걸고 이번 작전을 성공시켜야 하는데 몸 상하는 게 대수냐면서 말이지.”
“…….”
“…….”
내가 둘러대는 말에 다쓰와 란슬링 두 자식은 계속 입을 삐죽거리다가 내가 슬며시 메이스를 들어 보이자 표정을 원위치시켰다.
뭔가 공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낀 세영이와 에이프릴도 조심스레 나를 주시했고, 조핀은 아직도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을 혀로 연신 날름거리고 있다.
저러니까 진짜 아무 생각 없는 초딩……. 아니, 유딩 같구먼.
젠장! 정말 제대로 된 정상적인 인간이 파티에 하나도 없다는 게 서글프군.
그나마 케브라가 제일 양호한 편이군. 인간은 아니지만…….
“자, 모두 잘 들어라. 이제부터 아르본 자작의 저택에 침입해서 자작을 제거하고 이실리움을 모조리 탈취한다. 알겠냐?”
“간단하네요?”
“…….”
다쓰 녀석이 한마디했다가 파티원들의 눈총을 받자 입을 다물었다.
“간단하다면 간단한데, 간단히 죽을 확률도 아주 높은 작전이라는 거 알아 둬라. 일단 팀을 A팀과 B팀 둘로 나누겠다.”
“…….”
A, B 두 팀으로 나눈다는 말에 파티원들은 모두 다쓰를 바라보았고, 다쓰 녀석의 얼굴은 굳어졌다.
이번에도 B팀은 다쓰 혼자가 되어서 이목을 끄는 양동작전을 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A팀은 저 저택에 있는 이실리움을 탈취한다. 그리고 B팀은 아르본 자작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자 다쓰가 뻘쭘하니 손을 들었다.
“뭐냐? 질문 있음 빨랑해라.”
“이번에도 B팀은 혼잔가요?”
“물론이다.”
“…….”
내가 긍정을 표하자 다쓰는 고개를 떨구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다가 나의 다음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B팀은 케브라 혼자다. A팀은 B팀을 제외한 전원이다. 즉, 아르본 자작을 제거하는 임무는 전적으로 케브라가 맡는다.”
그 말에 다쓰는 물론이고 다른 파티원들도 어리둥절했다.
‘다쓰가 아니고 케브라한테 그 일을 시켜?’라는 표정들이구먼.
제일 위험하고 난이도 높은 임무에 케브라를 지목한 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거겠지.
나는 얼굴 가득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쓰와 란슬링을 바라보았다.
“훗……. 다쓰, 그리고 란슬링. 사실 니들이 인간성이 더럽고, 툭하면 나한테 개기고, 파티의 결속력을 망치려고 시도 때도 없이 발광을 떨어서 내가 좀 갈군 건 사실이다. 반면에 헌신적이고 성실하고 묵묵히 임무 수행을 하는 케브라를 총애한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순 없잖니? 나한테 충성스럽고 파티에 헌신적인 케브라한테도 어려운 임무를 맡겨야 형평성이 유지가 될 거 같아서 아르본 자작을 제거하는 임무는 케브라를 혼자 투입하기로 했다.”
“…….”
‘난 절대로 나한테 잘 보이는 놈들만 예뻐하는 쫀쫀한 인간이 아냐!’라는 식의 말에 파티원들은 일순 나를 존경의 눈으로 보는 듯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나도 가끔은 이런 눈길을 니들한테서 받고 싶었다 이거다.
툭하면 얍삽하고 치사하다는 둥,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 속은 시커매서 형평성은 눈곱만큼도 없고 사감으로 파티원들을 징벌하거나 편파적으로 시혜를 베푼다는 식의 유언비어 중상모략은 나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이 말이다.
난 슬쩍 케브라에게 물었다.
“어떠냐, 케브라. 해낼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는 우영 님의 명령이라면 휘발유를 껴안고 기름 가마솥이라도 서슴지 않고 뛰어들겠습니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케브라였다.
저 바퀴벌레는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자기한테 맡기는 걸 내가 그만큼 자신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고맙고.
자기 처자식들을 죽인 범인을 반드시 찾아서 복수하겠다며 이를 갈고 있기 때문에, 난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아주 보내 버리려고 내가 머리를 쓰고 있다는 걸 말할 순 없으니까 말이지.
나한테 충성이 지극하긴 해도 케브라가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는 한, 나로서는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즉, 케브라가 완전히 내 눈앞에서 사라져 줘야 나의 맘 편한 게임 생활이 완벽히 보장된다는 거다.
어쨌거나 성공하면 아르본 자작은 제거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나의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드는 케브라 녀석이 사라져서 밤마다 내가 편하게 잠을 잘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될 거다.
즉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이득만 생기는 거지 손해 볼 건 전혀 없다 그 말씀이다.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좋은 건지 모르겠구먼, 후후후훗!
내가 그렇게 실실 쪼개고 있는데 다쓰가 의심스런 눈으로 보다가 손을 들었다.
“뭐냐, 다쓰. 뭐 궁금한 거 있냐?”
“네……. 아르본 자작 제거는 케브라 혼자서 할 거라 그랬는데……. 그럼 이실리움 탈취하는 거는 어떻게 합니까? 땅굴 파는 건 케브라만의 특긴데……. 우리들은 그냥 정문으로 걸어서 저 저택으로 들어가나요.”
“훗! 돌았냐? 저 정문을 통과하기도 전에 저택 안에 있는 병력들이 죄다 몰려나올 거다.”
“그, 그러면…….”
다쓰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빙긋 미소를 지었다.
“후후훗! 걱정 마라. 케브라가 뭐하느라고 늦게 이곳에 나타난 거 같냐? 내 명령으로 이미 저 저택 지하에 수많은 거미줄 같은 땅굴을 파 놓느라고 늦게 온 거다. 즉 우리는 그 땅굴로 유유히 걸어서 저 안으로 침입하면 된다 그 말이지.”
“오…….”
“과연!”
“벌써 거기까지 손을 쓰시다니!”
“역시 남들 눈치 못 채게 얍삽한 잔머리 굴리는 데는 우영을 따를 사람이 없다, 쉬익!”
근데……. 란슬링 이 자식은 날 비웃는 건지 칭찬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헉헉헉!”
“헥헥헥! 쉬익! 헥헥! 쉬익!”
“하악! 하악! 하악!”
“아이고, 힘들어…….”
“오빠! 이게 도대체 어찌된 거예요? 도대체 지금 우리가 어디를 가고 있는 거냐구요!”
“거미줄 같은 땅굴을 파 놓았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러네요.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
“…….”
파티원들은 일제히 힘들어서 가쁜 숨을 내쉬면서 나하고 케브라에게 불평을 터뜨렸다.
젠장! 케브라 이 자식이 수많은 땅굴을 마구 뚫어 놓은 것까진 좋았다.
즉 아르본 자작 저택의 거의 모든 방에 도달하는 방대한 땅굴을 파 놓은 거였다.
그런 엄청난 대작업을 이렇게 쉽게 해낼 정도로 녀석의 삽질 스킬이 경지에 오른 건 좋다 이거라고.
근데 문제는 이 바퀴벌레 같은 녀석이 지가 파 놓은 길을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우리들은 무려 3시간째 이 거미줄 같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중이다.
이래 가지고는 이렇게 세밀하고 방대한 땅굴을 뚫은 게 도리어 역효과다.
차라리 단순하고 적당하게 뚫어 놓았으면 길을 잃고 헤맬 일은 훨씬 적었을 텐데.
쩝……. 하긴 따지고 보면 내 실수다.
벌채 작업장에서 주방 뚫으랬더니 분뇨통과 감옥으로 파고들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말이지.
이 녀석이 길치라는 걸 단단히 염두에 두고 있었어야 했는데…….
나는 슬며시 케브라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케브라는 고개를 떨궜다.
“죄송합니다, 우영 님. 제가 방향감각이 없는 길치다 보니 그만…….”
“쉬익! 정말 바퀴벌레는 어쩔 수 없다, 쉬익! 애초에 바퀴벌레를 믿은 거 자체가 실수였다, 쉬익!”
“지금 와서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은데, 케브라 니가 삽 들고 유난 떨 때부터 이럴 줄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유난히 삽질하는 재주가 뛰어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이다.”
쯧……. 기다렸다는 듯 란슬링과 다쓰 두 자식이 또 케브라를 갈구기 시작하는군.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냐? 그러는 니들은 케브라가 있는 힘, 없는 힘 다 들여서 이 방대한 땅굴 뚫을 때 두 눈 뜨고 처자고 있었으면서 뭔 말이 많냐? 입들 닥치고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나 생각들 해 보자.”
“어쩌긴 뭘 어쩝니까? 도로 빠져나가야죠. 길도 제대로 모르는데 침투는 무슨 침투입니까! 자칫하면 모두 다 몰살당합니다!”
다쓰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목청을 높였다.
짜식이 말은 잘한다.
“그러냐? 그럼 다쓰 니가 앞장서라. 모두 다 다쓰의 뒤를 따라서 이곳을 빠져나가자.”
“…….”
앞장서란 말에 다쓰는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출구가 어느 길인지나 알아야 빠져나갈 게 아니냐고.
이제는 침투하는 것도 빠져나가는 것도, 어느 쪽이든 다 어려운 상황이 된 거다.
조핀이 의견을 내놓았다.
“이것 참, 이판사판 공사판이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무작정 아무 길이나 가 봅시다. 그래서 운 좋게 아르본 자작의 방으로 들어가면 그자를 해치우고……. 아니면 또 다른 땅굴로 들어가서 다른 방으로 침투해서 제대로 걸릴 때까지 이실리움이 있는 곳을 찾는 겁니다!”
“하지만 또 엉뚱한 곳을 뚫으면 어떡해요!”
“아, 그거야 운에 맡겨야죠.”
세영이의 말에 조핀은 태연히 대꾸했다.
그때 다쓰가 갑자기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주신 이르하임의 가호가 함께하는 팔라딘인 내가 길을 선택해 보겠습니다! 이르하임 신의 도움이 있을 테니 분명히 제대로 된 길로 가게 될 겁니다!”
그래서 모두들 다쓰가 무슨 좋은 수가 있나 보다 하고 바라보았다.
근데 이 자식이 갑자기 오른 손바닥을 벌리더니 그 위에 침을 가득 뱉었다.
“카악! 퉤액!”
그리고는 왼손의 손가락으로 그 침을 힘차게 내리쳤다.
철썩!
“이쪽입니다! 이쪽이 틀림없습니다! 주신 이르하임께서 점지해 주신 길입니다. 모두 경건한 마음을 품고 전진합시다!”
“…….”
“…….”
다쓰 녀석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치자 파티원들은 기가 막혀 잠시 말을 잊었다.
손바닥에 침 뱉은 거 내리쳐서 튀는 방향이 이르하임 신이 점지한 방향이라니…….
젠장! 뭔 놈의 신이 이따구로 비위생적이냐고 하고 싶었지만, 딴지 걸기도 귀찮아서 그냥 파티원들과 함께 다쓰의 뒤를 따랐다.
근데 이 자식이 한 번도 아니고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계속 침 튀겨서 그걸로 방향을 잡고 처자빠졌다.
파티원들은 이 자식이 침을 손가락으로 내리칠 때마다 행여 자기한테 튈까 봐 기겁하며 몸을 반대 방향으로 날렸다.
“…….”
더러운 건 둘째치고 갈수록 이 자식을 믿어도 될지가 불안해진다.
“다쓰, 너 이 길 확실한 거지?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거냐?”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영 형님께선 그럼 이르하임 신을 믿지 못하시겠단 말씀입니까? 감히 지금 신한테 반항하는 겁니까!”
어쭈! 이 자식 봐라? 지가 이르하임 신이라도 된 걸로 아나 보네.
눈 부라리고 팔뚝 걷어붙이며 을러대는 꼴을 보니, 잘하면 치겠구먼.
나는 내심 이를 아드득 물었다.
“뭐, 좋다. 아무 소리 않고 묵묵히 니 뒤를 따를 테니 결과는 무조건 책임져라. 딴말은 하지 않겠다!”
엉뚱한 데로 끌고 가기만 해 봐라. 가만 안 둘 거란 투의 말에 다른 파티원들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쓰 녀석도 불안해졌는지 침묵을 지키고는 묵묵히 침을 튀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