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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Part 8.귀족이 된 우영(3)


이실리움을 탈취하라!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아르본 자작의 이실리움을 탈취해서 케드릴에게 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보상 1인 귀족의 작위 수여는 이미 이루어졌으며, 보상 2의 현상 수배 취소도 이루어졌다. 보상 3은 언제든 필요할 때 요구하면 된다.

보상 2도 이미 이루어졌다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케드릴을 바라보았다.
“벌써 엘프 마을 촌장님께 연락해서 현상 수배 취소하도록 하신 모양이군요?”
“그냥 장난 좀 쳐 본 거니까, 에이프릴 잘 돌봐 달라고 형님이 그러시더군.”
“장난 치곤 심한 감이 있군요. 취소했으니 되었습니다만…….”
난 하인들을 시켜서 금고 한 개 속의 이실리움을 모두 지상으로 들고 나가 케드릴이 가져가도록 했다.
케드릴은 툴툴거리면서도 적잖이 만족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오호호호호!”
“까르르, 깔깔!”
“우리 자작님은 어쩜 이렇게 멋지세요?”
“이 반들반들한 피부 좀 봐!”
“너무 미남이셔. 저번의 아르본 자작의 시중을 들다가 우리 우영 자작님을 모시니까 행복해서 미칠 것 같지 뭐예요?”
“누가 아니래니. 호호호호홋!”
“아르본 자작이 죽어 준 덕분에 우리 우영 자작님을 모시게 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호호홋!”
“훗! 그러냐? 거참 너희들은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자꾸 하고 그러냐? 그래도 이왕 하는 김에 좀 더해라. 하다가 중지하는 건 애초에 시작도 안 하는 것보다 더 찌질한 짓이라고 옛 성현도 그랬으니깐.”
아르본 자작이 쓰던 집무실. 에이프릴과 세영이한테 잘렸다가 조핀이 다시 복귀시킨 미녀 메이드 군단들은 나를 빙 둘러싼 채 어깨와 팔다리 등을 나긋나긋 부드럽게 안마하며 있는 아양 없는 아양을 마구 떨어 댔다.
음, 좋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좋다.
쭉쭉 빵빵한 미모의 하녀들에게 이런 시중을 받으며, 있는 칭찬 없는 칭찬을 다 들으니 몸과 마음이 두루두루 행복하다 못해서 그냥 날아갈 것만 같다.
바로 이 맛에 게임을 하는 거라는 생각까지 든다.
현실에선 내가 감히 이렇게 해 볼 꿈이나 꾸겠냔 거다.
아주 이참에 재경이 찾던 건 잠시 중지하고 몇 달간 여기서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이 미녀들한테 이런 환대와 서비스나 계속 받으면서 말이지.
사실 내 골머리를 썩히다 못해서 수명을 단축시킬려고 저 지랄들인가 싶은 파티원들 덕분에 마음과 몸이 지지리도 고생을 했었는데, 이제는 좀 다른 환경에서 지내게 되는 것 같아 정말 즐겁다.
말이 나온 김에 웬수 같은 파티원들은 당분간 꼬라지도 안 보고, 이 꽃 같고, 충성스럽고, 듣기 좋은 말만 해 주는 미녀들하고만 계속 함께…… 있었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그럴 순 없겠군.
내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세영이 녀석이 나타나서 날 야리고 있으니 말이지.
짜식……. 저 눈빛은 독기가 단단히 오른 눈이군.
“세영아, 밑에 층에서 그냥 놀고 있으랬더니 여긴 뭐하러 올라왔냐?”
“흥! 내가 들어와서 상당히 유감스러운가 보네요? 그 여자들하고 함께 노닥거리는 게 그렇게 좋아욧!”
“아니, 그게 뭔 소리냐? 그게 아니고 귀족이고 자작이면 이 정도 호사는 당연히 누려야 주위에서 우러러보는 법이거든.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라 그 말이지.”
내가 유들유들하게 대꾸하자 세영이는 더 독이 오르는 눈치였다.
“정말 못 말려. 변태에 바람둥이! 에이프릴을 끌어들여서 내 속을 뒤집더니, 이제는 아예 단체로 하녀들을 추근거리고 있으니…….”
“허어, 너 자꾸 왜 그러니? 이건 바람이 아니라 귀족의 체면과 위신을 갖추기 위한 불가피한 나의 고행이라니까? 그리고 나같이 순수하고 순정 넘치는 남자를 자꾸 변태니 바람둥이니 하고 모함하면 못쓴다. 그렇게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함부로 유포하고 다니면, 좋은 데 시집가는 데 애로 사항이 꽃피는 수가 있거든? 그러니 그쯤하고 자중해라. 웬만하면 밑층에 내려가서 에이프릴하고 놀고 있으라고. 그게 싫거든 양탄자 청소나 좀 하던지. 아까 보니까 먼지가 좀 앉았더라.”
“흥, 저 여자들이 해야 할 청소를 왜 날더러 하래요? 그리고 지금 에이프릴이 뭐하고 있는지 오빠는 전혀 모르죠?”
“뭐하고 있는데?”
“내가 그걸 왜 가르쳐 줘요! 어쨌거나 어디 한 번 두고 봐요. 흥! 아주 재미있게 될 테니까!”
“…….”
내가 뻘쭘하자 세영이는 마구 쏘아붙이더니 팩 토라져서 방을 나가 버렸다.
에이프릴이 뭘하고 있길래 아주 재밌게 될 거란 거지? 어째 신경이 쓰이는군.
그 왕가슴 엘프녀도 은근히 엽기적인 데가 있어서 그냥 방치해 둘 순 없다.
세영이는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은 있는데, 에이프릴은 150살 먹은 할망구답게 사람 간 떨어지게 하는 면이 있거든.
그냥 놔뒀다간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
뭐하고 있나 알아봐야지.
나는 미녀 메이드들을 물리고 슬쩍 밑층으로 내려가서 조핀에게 물었다.
“에이프릴은 어디 있습니까?”
“공부하는 것 같던데요? 지하에 있던 아르본 자작의 서고에서 책을 잔뜩 가져와서 뭔가 찾고 연구하는 것 같던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쓰가 한마디했다.
“약 만드는 것 같던데요? 그 책들도 아마 약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는 책들일 겁니다. 이리저리 약초하고 재료를 구해서 섞고 혼합하고 끓이고 하던데……. 얼핏 들으니 사랑의 묘약……. 내가 찍은 남자를 좀비로 만드는 방법이라던가, 애인이 변심한 순간에 도플갱어가 되는 마법의 약이라던가, 뭐 그런 말을 중얼거리던데요?”
그때 란슬링이 둘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다, 쉬익! 아까 보니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쉬익! 근데 재료가 좀 이상하더라, 쉬익! 도마뱀 뒷다리 3년간 썩힌 거. 오우거 뒷다리 힘줄 꼬아서 햇볕에 한 달간 말린 거, 와이번의 눈알의 동공을 파내서 트롤의 피 속에 담군 거 등등. 그런 재료로 무슨 음식을 만들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쉬익!”
그러자 조핀이 고개를 갸웃하며 덧붙이는 말에 나는 온몸이 오싹했다.
“그거 전부 다 누군가를 저주할 때 쓰는 재료들이군요. 그런데 도대체 누굴 그렇게 저주하고 싶은 걸까요?”
“잘은 몰라도 ‘여자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남자는 곱게 죽어선 안돼……. 아무렴 절대로 곱게 못 죽게 해야지.’ 어쩌구 중얼거리는 것 같던데요?”
“…….”
제기랄……. 세 사람 말을 종합해 보면 지금 이 왕가슴 엘프 아가씨……. 아니, 왕가슴 엘프 할망구가 내가 미녀 메이드들한테 둘러싸여서 호사를 누린다고 질투에 눈이 멀어 이상 야리꾸리한 마법약을 조제해서 날 보내 버리려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이대로 뒀다간 큰일 나겠다.
당장 무슨 수를 써야겠다.
근데 무슨 수를 쓰지?
내가 고민을 하는데 조핀이 입을 열었다.
“저……. 우영 님?”
“왜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십니까?”
“무슨 날입니까?”
“진짜로 잊고 계셨군요. 우영 님이 암흑제국의 황제를 알현하는 날이잖습니까?”
“…….”
쩝, 벌써 그렇게 됐나?
미녀 메이드들 속에 둘러싸여 있었더니 시간이 초음속으로 흘렀구먼.
일단 에이프릴 문제는 돌아와서 생각해야겠다.
난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암흑제국의 황궁으로 향했다.



Part 9.암흑제국의 황제를 만나다(1)


뚜벅! 뚜벅!
이거 뭐가 이래?
시종장의 안내를 받아 암흑제국 황궁의 어전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으면서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제국의 황궁이 아니라 조직의 소굴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말이지.
황궁 입구에 서 있는 경비병부터가 살벌한 흉기를 들었고, 얼굴에는 흉한 상처가 나 있는 몰골을 한 것들이더라고.
근데 황궁 내부도 별로 다르지 않다.
곳곳에 지 좋을 대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흉기인지 무기인지를 닦고 있는 녀석들.
그리고 도박판을 벌이면서 담배를 뻑뻑 피워 대는 놈들에, 훈련인지 결투인지를 벌이면서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는 녀석들이다.
어디를 봐도 황궁다운 모습을 찾을 수가 없잖냐고.
지금까지의 일로 미루어 암흑제국의 황제가 꽤 조직스런 인물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아예 황궁 전체가 다 이럴 줄이야…….
내가 계속 뜨악한 표정이자 안내를 하는 비서실장 녀석도 실실 쪼개기 시작하는군.
“헤헤헤, 좀 뜻밖이시죠? 우리 암흑제국은 다른 나라와는 좀 다른 곳이라서요.”
“조금 다른 게 아니라 완전히 차원이 다른 거 같은데요?”
“헤헤, 맞습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르죠. 헤헤헤헤!”
비서실장은 뭐가 유쾌한지 계속 간신처럼 실실 쪼갰다.
좋기도 하겠지.
황제 알현하는 인물이 많다며 계속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할 기세길래 내가 뇌물을 좀 집어 주고 빨리 알현을 하게 해 달랬거든.
그랬더니 단 5분 만에 황제를 알현하라는 허락이 떨어져서 여기까지 온 거다.
젠장! 모든 게 다 뇌물로 움직이는 아스트랄한 사회로군.
복도의 막다른 곳에 있는 거대한 금색과 보랏빛으로 된 화려한 문 앞에 도달하자 비서실장은 걸음을 멈췄다.
“자, 바로 이곳입니다. 들어가서 폐하를 만나세요. 용무를 다 마치고 나오실 때까지 전 여기 있겠습니다.”
“저……. 근데 그냥 들어가서 폐하를 만나고 나오기만 하면 됩니까?”
“그럼 딴 게 뭐가 필요한데요?”
어랍쇼? 이 아저씨 보게.
“아니, 저…… 그래도 황궁이고 황제 폐하의 알현인데 팡파르라든가 기립 박수라든가 작위 수여식이라든가……. 황제의 일장 훈시라든가, 뭐 그런 거 전혀 없단 말씀입니까?”
“…….”
이건 도저히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내가 말하자 비서실장은 기가 막히는 듯 날 위아래로 한참을 훑어보다가 피식 웃었다.
“아까 우영 자작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곳은 다른 나라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곳이라서요. 그런 거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자, 후딱 들어갔다 나오세요. 들어가기 싫으시면 그냥 돌아가시든가.”
미쳤냐, 이 인간아! 내가 그냥 돌아가게.
여기까지 오느라고 갖다 바친 뇌물이 얼만데?
그거 아까워서라도 그냥은 못 돌아가지.
하다못해 황제란 인간의 면상이라도 한 번 봐야 그동안 들인 돈이 덜 아까울 거고 말이지.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힘껏 문을 밀었다.
그그그긍!
거창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리고 드넓은 어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허걱!
안 놀라겠다고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또 놀라고 말았다.
젠장! 어전은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황제라는 작자는 옥좌에 삐딱하게 누워서 하품하고 있는 저 인간이로군.
자이언트다.
키가 한 5m는 될 것 같다. 엄청나군.
그리고 부리부리한 눈에 올백한 머리에 근사한 카이젤 수염을 하고 있다.
겉보기는 그럴듯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조폭스런 느낌이 풍긴다.
그리고 황제 주변에 앉아 있는 몇몇 중년들은 아마 귀족들인가 보다. 꽤 비싸고 좋은 옷을 걸치고 거드름깨나 피우고 있는 걸 보면.
근데 이놈의 어전도 들어오면서 본 황궁의 풍경과 비슷하게 개판이다.
한쪽 구석에선 죽기 살기로 칼부림하는 검투사들이 있고, 한쪽에선 신나게 죄인을 고문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한쪽에선 홀라당 벗은 미녀들이 춤을 추고 있구먼.
아마 이게 모두 다 황제가 보고 즐기는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짓들 같긴 하다.
헉!
근데 저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