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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4권(100화)
Part 11.무기를 갖추다(3)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어떤 사이냐니?”
내가 황당해하자 이번엔 둘째인 세이가 나섰다.
“저 그게요……. 가만 보니 우리 누나하고 사귀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허걱! 이 자식들이 뭔 눈치가 이리 빨라?
하지만 대뜸 그걸 인정할 순 없다.
무엇보다도 그걸 애들한테 말해도 된다는 허락을 세영이가 한 적이 없다고.
지금 그걸 이 녀석들한테 인정하면 세영이가 정말로 화낼지도 모른다.
“너희들도 참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길 좋아하는구나.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 나하고 너희 누 난 아무 사이도 아니다.”
“정말로요?”
“아, 그럼. 나 지금 이 저택을 소유하고 영지도 있는 귀족이거든. 그런데 니들 누나 같은 절벽 가슴 소녀가 내 눈에 들어오기라도 할 거 같냐? 못 믿겠으면 보여 줄까? 지금 당장 이 저택에만 해도 미녀 메이드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항상 그 미녀 메이드들한테 둘러싸여서 지내는 난데 니 누나가 굳이 왜 필요하겠니 안 그래?”
“…….”
“…….”
“…….”
“…….”
근데 얘들 반응이 어째 이렇지? 내 나름대로는 안심을 시켜 줄려고 한 말인데 이 녀석들이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쓰고 있네?
“니들 표정이 왜 그러냐? 뭐 기분 나쁜 거라도 있냐?”
“저기 선생님……. 이런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우리 누나를 절벽 가슴이라고 무시하시는 건 좀 그러네요.”
“그러게. 우리 누나가 어디가 어때서!”
“아무리 절벽이라도 그렇지. 그 정도면 미인이잖아요!”
이 짜식들 이거 은근히 지들 누나를 아끼는 마음이 대단하구먼. 나를 마구 성토하는 분위기다.
“그러냐? 알겠다. 알겠어. 나 너희 누나 전혀 무시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기분 나빠할 거 없다. 좌우간 니들은 내 말 잘 듣고 게임 생활 잘하는 데만 신경 써라, 알겠냐? 그게 곧 니들 누나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니까. 알겠냐?”
“네, 선생님.”
“그건 그렇고 니들 갑옷과 무기를 마련해 줘야겠군. 지금은 그게 가장 시급하구나.”
“근데 그건 돈이 들잖아요.”
내 말에 아이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으니까.”
“네? 아니, 그래도 우린 모두 120명이나 되는데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준비를 해요?”
“후훗! 니들이 지금 이 선생님의 능력을 무시하는 거냐? 좋아, 그럼 지금 당장 너희 모두를 무장시켜 주기로 하지. 자, 나를 따라와라.”
그래도 안 믿기는 듯 아이들은 왁자지껄 지들끼리 수군거리면서 내 뒤를 따랐다.
난 아이들을 저택의 뒤뜰에 준비되어 있는 이동 마법진으로 데려갔다.
“어디로 가는 건데요?”
“니들 갑옷하고 무기 준비된 곳으로 간다.”
“…….”
내 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표정들이다.
무리도 아니지.
한두 명도 아니고 120명을 무장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절대로 만만한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일을 가볍게 해내는 걸 내가 보여 주면 이 아이들은 나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게 될 거다.

마법진을 가동시키자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회색 빛무리가 나와 아이들을 감쌌다.
그리고 그 빛무리가 사라지자 우리 눈앞에는 비기닝 시티의 전경이 나타났다.
“모두 내 뒤를 따라와라. 낯선 곳에서 니들 멋대로 엉뚱한 곳으로 가 버리면 갑옷이고 무기고 없을 줄 알아라.”
“…….”
나는 비기닝 시티의 북적거리는 인파들을 헤치고 걸음을 옮겨서 고든의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영감님!”
“엇! 이게 누군가. 우영 아닌가? 오랜만에 보는군.”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늘 잘 지내지. 근데 신수가 훤한 거 보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게로군.”
“별일 없었습니다. 암흑제국의 자작이 된 거, 저택과 영지를 하사받은 거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일까요?”
내 말에 고든은 입을 쩍 벌리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몹쓸 사람. 그런 출세를 하고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다니. 이 늙은이를 놀리는군그래.”
“하하. 영감님 좀 놀래켜 드릴려고 그런 거죠. 그건 그렇고, 영감님 저번에 수리 맡긴 물건들은 작업 다 끝났습니까?”
내 말에 고든 영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났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세련되고 강력하고 내구력이 완벽한 무기로 개조해 놓았네.”
“그렇군요. 그럼 무기 좀 내주시겠습니까? 지금 이 아이들한테 다 갖춰 주려구요.”
“헉……. 이게 모두 자네가 기르는 아이들인가? 알겠네. 내 곧 내옴세.”
고든은 일꾼들을 시켜서 분주하게 움직여 수리한 물건들을 모두 가져오게 했다.
“어디 보자……. 숏 소드가 80개, 숏 보우는 40개.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는 4개, 다크 와이번의 껍질로 만든 갑옷이 50개, 뱀파이어의 이빨로 만든 화살촉이 2천 개, 만티코어의 꼬리로 만든 채찍은 60개로군.”
고든이 무기들을 세면서 중얼거렸다.
나와 아이들은 눈앞에 널린 무기들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모두 새것처럼 반짝였고 무기들에서 느껴지는 포스만으로도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일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었다.
“선생님, 이거 정말 저희한테 주시는 거예요? 값도 엄청 나갈 것 같은데…….”
“그럼 내가 니들한테 구라치는 줄 알았냐? 짜식들……. 자, 잘 들어라. 가장 좋은 무기인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는 반장인 세일, 세이, 세삼, 세사가 한 자루씩 갖는다!”
“넷!”
“감사합니다. 선생님.”
내 말에 사 형제는 데몬 나이트의 투핸디드 소드를 집어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아이들은 부러운 표정으로 사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숏 소드는 80개니까, 한 반에 20개씩 가져가서 반장이 알아서 반원들한테 나눠 줘라.”
“네, 선생님!”
“방패는 50갠가……. 이건 레벨 높은 순으로 지급해라. 단 활을 무기로 갖춘 사람에게 방패는 지급하지 말도록. 그리고 숏 보우 40개는 궁수를 할 사람들한테 지급하도록 해. 역시 레벨 높은 순으로 준다. 그리고 뱀파이어의 이빨로 만든 화살촉 2천 개는 궁수들한테 공평하게 분배해라.”
“네!”
“그리고 다크 와이번의 껍질로 만든 갑옷은 반장들은 물론 당연히 하나씩 지급받고 그 외는 레벨 높은 순으로 하나씩 입는다. 대신 갑옷 못 받은 사람들은 만티코어의 꼬리로 만든 채찍을 갖는다!”
내 지시에 따라서 사 형제들은 무기와 갑옷을 갖추고 반원들에게도 레벨에 따라서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대략 이십 분이 지나나 120명 전원이 완벽에 가까운 무장 상태를 갖췄다.
초심자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강하고 고급스러운 갑옷에, 튼튼하고 내구력 좋은 무기를 갖춘 것이다.
게임 시작할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좋은 장비들을 가지게 된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만족감과 자부심이 철철 넘쳐 흘렀다.
난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어떠냐? 이제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닌 거 알겠지?”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근데 이거 정말 공짜로 가져도 돼요? 돈 드려야 되는 거 아녜요?”
“짜식들이 선생님을 뭘로 보고 그런 소리해? 니들은 그저 선생님이 지도하는 대로 열심히 모험만 하면 된다. 돈 문제 같은 건 전혀 신경 쓸 거 없다. 알겠냐?”
“네, 선생님!”
아이들은 기운찬 대답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든에게 무기 수리비의 잔금 1,490골드를 지불하고 대장간을 나섰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는 갖춰진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