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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13화)
Part 5. 동맹을 맺는 두 나라(4)


약 30분 후 사신의 말을 모두 들은 투르펜과 랑케, 그리고 나는 흥분과 어이없음에 당황스러웠다.
“으음, 전나세 그자가…….”
“가뎀 국왕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니…….”
“그 짧은 시간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급속히 돌아가다니 그것참…….”
사신의 말인즉슨 재경이가 블랙 파운딩 기사단은 물론이고 다른 가뎀 군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마음에 걸려 귀족들로 하여금 은근히 견제하게 했는데 그게 문제였다고 했다.
사소한 문제로 국왕 쪽 귀족들의 병력과 재경이 휘하의 병력의 충돌이 발생했는데 사상자가 나오는 바람에 삽시간에 험악한 상황으로까지 번졌다는 거다.
“그 바람에 국왕 전하 쪽 귀족들 몇이 ‘저러다가 전나세가 역심을 품고 국왕 전하께 칼을 겨눌지 모르겠다! 절대로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 게 문제긴 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전나세는 역으로 ‘이러다간 국왕이 나를 제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사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전나세가 그날 이후로 국왕의 지시도 거부하고 병영 내에서 자기 병력들과 함께 틀어박혀 있기만 하다는 거죠?”
“네……. 그것도 전투준비를 완전히 갖춘 채로 말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국왕 전하의 목을 치겠다며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귀족들 사이에서 팽배합니다.”
크게 한숨을 쉬면서 사신이 하는 말에 난 내심 피식 웃었다.
재경이가 지금 가뎀 국왕을 제거하고 가뎀 왕국을 장악하려고 할 리는 없는데 말이지.
아직은 재경이의 세력이 그 정도는 아니니까…….
재경이가 나한테 ‘힘을 합치자’고 제안한 것도 그 이유고.
즉 나와 힘을 합치면 그때는 가뎀이든 마토스든 노려볼 만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거지.
근데 괜히 가뎀 국왕 쪽에서 재경이에게 경계심을 품게 만들어 버린 거다.
이렇게 되면 싫어도 재경이는 가뎀 국왕한테 반항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쩝, 생각보단 가뎀 국왕도 멍청한 자다.
아니, 멍청하기보단 겁이 많아서 일을 자기한테 불리하게 만들어 버린 거라고 해야겠지.
“근데 동맹 제안은 뭡니까?”
“네, 우리 가뎀의 국왕 전하 쪽 귀족과 그 병력만으로는 전나세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동맹을 맺고…….”
함께 재경이를 치자는 거로군. 하지만 그걸 맨입으로 해달란 소린 아니겠지?
“당연합니다. 대가 없는 동맹이라는 건 있을 수 없으니까요. 우리 가뎀이 점령한 마토스의 땅은 돌려 드리겠습니다. 지금 즉시 말입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Part 6. 우영, 공작이 되다(1)


뚜벅뚜벅!
저벅저벅!
가뎀 왕국의 국왕 알카노이드와 그 수행원들, 그리고 마토스의 국왕 투르펜과 그 수행원들은 약속했던 중립지대에 모두 모였다.
근데 수행원들이 대략 백 명이 넘는다.
가급적이면 소수 인원만 모이자고 약속해 놓고서도 그렇다.
근데 어쩔 수 없다. 명색이 왕인데 수행원을 이 정도도 안 달고 다닐 순 없으니까.
“어려운 결단을 내려 주셔서 고맙소이다.”
투르펜의 말에 알카노이드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자를 끌어들였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소. 전나세 그자가 우리 가뎀까지 삼키려 하고 있을 줄이야…….”
그때 나는 염치 불구하고 슬며시 끼어들었다.
사실 두 왕이 대화를 나누는데 내가 끼어드는 건 좀 그렇다만.
“존경하는 알카노이드 전하. 전나세란 자가 역심을 품었음이 정말 확실합니까? 그렇다면 그 증거는 무엇이온지 알 수 있겠습니까?”
“…….”
알카노이드는 ‘얘는 웬 듣보잡인가?’하는 표정으로 나와 투르펜을 번갈아 보았다.
근데 투르펜은 내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카노이드는 ‘저 자식이 누군진 몰라도 좌우간 마토스에서 한자리하는 놈인가 보다’라고 생각을 한 건지 대답을 해 주었다.
“확실하고말고. 그자가 바로 어제부로 자기 부하들을 모두 데리고 잠적을 해 버렸으니까. 반역의 마음을 품지 않았으면 왜 야반도주를 한단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그리고 야심한 밤을 틈타서 내 목을 노리고 기습해 오겠지…….”
아니, 근데 이 인간이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라고 할 건 못 되는군. 상대는 어디까지나 일국의 국왕이니까.
근데 의외로 겁이 많군.
재경이를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근데 혹시 나 혼자만 재경이를 안 두려워하는 걸까?
하긴 포스가 엄청났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경이 녀석을 겁내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조카니까 그 넘치는 포스 빨에도 불구하고 끄덕도 하지 않는 거지만…….
어쨌거나 두 국왕은 협정서에 서명을 했다.
무슨 협정서냐고?
간단해.
첫째, 가뎀은 점령한 영토를 모두 마토스 국에 돌려준다.
둘째, 가뎀과 마토스는 동맹을 맺어 외부 세력의 공격에 함께 대항한다.
근데 여기서 외부의 공격은 가뎀 입장에서는 물론 전나세…… 즉, 재경이다.
근데 내가 ‘전나세의 공격에 함께 대항……’으로 되어 있던 원래 문구를 ‘외부 세력의 공격에 대항……’으로 바꾸라고 투르펜한테 권했다.
왜냐고?
아, 몰라서 물어?
당장 암흑제국이 도와주는 걸 구실로 마토스 영토를 노리고 있잖냐고.
그러니 협정서에 이런 문구를 넣으면 암흑제국한테 공격당해도 가뎀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가 있단 거지.
내 의견에 랑케와 조핀도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협정서의 셋째 조항은 그동안 전쟁 중에 있었던 피해는 피차 묻지 않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
니가 날 어찌했네, 니들 때문에 우리 쪽이 더 많이 죽었네 하면 동맹을 맺는 게 다 소용없으니까.
서로 깨끗이 잊어 줘야 한다는 말이다.
협정서에 두 국왕이 서명을 하고 동맹이 정식으로 체결되었음이 선포되자 박수가 터져 나오고 축배의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큰 인명의 손실 없이 나라를 되찾게 된 투르펜의 얼굴에서는 안도의 기색이 완연했다.
랑케와 조핀도 감개무량한 표정들이다. 다른 귀족들도 그렇고.
아, 물론 삼천 배 하느라고 이마가 터져서 머리 싸매고 드러누워 있는 폴크와 챈들러는 지금 이 자리엔 없다.
그리고 가뎀 측은 마토스 영토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지 못한 아쉬움의 빛이 보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근데 나는 허탈한 심정이 되었다.
왜 허탈하냐고?
엄청 어렵고 고난이 따르는 퀘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맥 빠지게 해결되니까 허탈할 수밖에.
일이 잘되었다고 환성이라도 질러야 할 판인데도 말이지.
쩝, 내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동맹을 맺는 협정서 체결이 완전히 끝나자 투르펜과 우리들은 마토스 군과 함께 마토스 영토 안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이미 가뎀 군이 깨끗이 물러난 뒤라서 충돌이 벌어질 일은 없었다.
빼앗겼던 국토의 중심부에 있던 왕궁을 다시 접수한 투르펜은 신하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랑케와 조핀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감개무량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음, 나도 어쩐지 마음이 짠해지려고 한다.
신하들의 축하 인사가 끝나고 그들이 어전을 나가자, 투르펜은 남겨진 세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셋은 물론 나와 랑케, 그리고 조핀이지.
“세 사람의 공이 정말 컸소.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빨리 나라를 되찾지 못 했을지 모르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니오. 특히 우영 그대의 공이 가장 컸던 것 같소. 그대가 전나세와 이상하게 얽히는 바람에 사태가 매우 해괴하게 돌아가서 그 때문에 겁을 먹은 가뎀이 서둘러 우리와 동맹을 맺고 국토를 돌려줄 생각을 한 것이니.”
“그……그렇습니까?”
이거 칭찬이 좀 야리꾸리하군.
‘이상하게 얽히는 바람에’라든가 ‘사태가 해괴하게 돌아가서’라는 표현은 칭찬이 아니라 비아냥처럼도 들린다. 하지만 까짓 거 상관없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니까.
좌우간 투르펜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런즉 나는 우영 그대에게 보답으로 우리 마토스의 공작 작위를 정식으로 부여하고 가장 큰 영지를 주겠소!”
‘음, 매우 당연한 말씀이십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허리를 구십 도로 숙이면서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순간 경쾌한 음향과 함께 퀘스트의 성공을 알리는 창이 떴다.

마토스 왕국이 나라를 되찾게 하기 위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마토스 왕국에서 가뎀을 몰아내고 국토를 되찾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로 보상1, 2를 모두 받았다.
단 퀘스트 성공 시의 페널티인 가뎀 왕국에 찍히게 된 건 명심해라. 가급적 가뎀 왕국 쪽으로는 안 지나다니는 게 좋을 거다.

이걸로 또 한 건 해결했군.
사실 이번 퀘스트 해결은 재경이 녀석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옆에 있으면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구먼.
조핀은 나한테 주어지는 영토로 안내해 주겠다고 했고, 나는 부하들을 데리고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