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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14화)
Part 6. 우영, 공작이 되다(2)


“어머머머~ 우영 오빠. 아잉, 너무 근사하네요!”
“이거 암흑제국의 저택은 여기에 비하면 외양간이군요. 우영 형님은 참 좋으시겠습니다.”
“역시 우영은 위대하다, 쉬익! 나한테 좋은 방 줄 걸로 믿겠다, 쉬익!”
마토스 국에서 나한테 준 공작의 영지는 광활했고 영지 한가운데에 위치한 저택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웅장했다.
저택에 들어선 파티원들과 부하들은 연신 사방을 둘러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니들이 아부 떤다고 거기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나는 인상을 서늘하게 하면서 입을 열었다.
“모두 입 닫고 조용히 해라. 내 메이스에 레달입 한 방 맞고 싶으면 계속 떠들든가!”
내 말에 좌중에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훗, 니들이 여태껏 나한테 맞먹으려던 걸 참아 왔다만 이제는 정식으로 귀족 중 최고 작위인 공작의 작위를 받았으니 좀 다르게 행동하겠다. 즉, 이제부터 나에게 불손하게 굴면 공작의 권한으로 엄히 처벌하겠다 그거다. 알겠냐?”
“…….”
“…….”
으응? 근데 이것들이 말이 없는 꼴이 내 말이 탐탁치 않다는 거구먼.
간땡이가 팅팅 부은 것들 같으니.
공작은 왕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지 못 한다고.
평민은 아예 말할 필요조차 없고, 귀족이라도 하급 귀족은 아예 근처에 올 엄두도 못 내는 위대한 몸이시라 그 말이다.
그럼 알아서 날 모셔야 할 거 아니냐고.
“분명히 말한다. 이 시간부로 나를 부를 때는 반드시 ‘공작님!’이라는 단어를 붙여라.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오빠라든가 형님이라든가, 우영이라는 식으로 불렀다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 줄 것을 내 분명히 약속하겠다!”
나는 있는 인상 없는 인상 다 쓰면서 강력히 선언했다.
짜식들 이 정도면 확실히 내 말을 알아들었겠지.
사람이 출세를 했으면 니들도 좀 달라져야 할 거 아냐. 대체 언제까지 옛날 뒷골목에서 티격태격하던 시절의 나인 줄 알고 함부로 굴 거냔 말이다.
근데 그 순간 내 코앞에서 아주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세영이 녀석이었다.
“흥, 우영 오빠 안 웃기니까 그쯤 해요. 공작님은 무슨 얼어 죽을 공작님이라고 부르라고 그래요? 딴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까지 공작님 소리 들을 건 아니죠? 그냥 우영 오빠라고 계속 불러도 되죠, 그렇죠?”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나만은 너한테는 특별한 사람이니까 난 예외지?’라고 말하는 표정이구먼.
여자들은 이게 문제라고.
도대체 공과 사를 구별을 잘 못 한다니깐.
사적으론 아무리 가까운 사이래도 공적으론 분명히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왜 자꾸 무시하고 싶어 하는 건데?
더군다나 모두 다 있는 데서 니가 내가 세운 원칙을 훼손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너한테 제재를 가해야 하거든?
안 그러면 모조리 다 나한테 기어오를 테니까 말이지.
그래서 나는 세일, 세이, 세삼, 세사에게 명령했다.
“방금 내가 한 지시에 정면으로 거역하는 사람이 나타났군. 얘들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
그러자 명랑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네 형제가 대답했다.
“참수요!”
“교수형에 처하는 게 더 재밌어요.”
“화형이 시범 케이스 처벌엔 제일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여자니까 특별히 봐줘서 채찍질 백 대 정도로 하세요.”
“…….”
동생들이 하는 말에 세영이의 표정은 무참히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요런 식으로 자신한테 배신을 때릴 줄은 몰랐겠지.
근데 가만 보니 이 네 형제는 이 기회를 이용해 지들 누나한테 평소에 당한 걸 복수하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기꺼이 거기에 부응해 주고말고.
나는 매우 너그러운 표정으로 네 형제에 말했다.
“그러냐? 니들 의견은 잘 들었다. 하지만 내가 공작 위를 받고 이곳에 온 지 첫날이니 특별히 관대한 처분을 내려서 니들 누나를 징벌방에 구금하기로 하자. 니들이 죄인을 직접 데려가서 가두는 게 좋겠다. 한 사흘 정도만 가두면 정신 차리겠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형제는 왁자지껄 신나게 떠들며 세영을 징벌방으로 끌고 갔다.
“놔, 이것들아. 이게 어디 누나한테 이 짓들이야.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거야? 나중에 집에 갔을 때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세영이는 동생들한테 질질 끌려가면서도 잉잉대며 소리를 마구 질렀지만 난 모르는 척했다.
짜식이 요즘 슬슬 기어오르는 정도가 심해서 언제 한번 혼을 내줄려고 하던 참이었다.
“…….”
난 슬그머니 좌중을 둘러보니 아까와는 태도들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이제부터 제대로 날 알아 모시지 않으면, 화형에 참수형까지는 아니래도 최소한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걸 깨달은 표정들이구먼.
어쨌거나 이 영지와 저택, 그리고 공작 작위는 암흑제국에서 얻었던 저택과 귀족 작위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암흑제국에서야 황제한테 상납 못 하면 언제 날아갈지 알 수 없는 저택이고 작위였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100% 안전한 저택과 영지, 그리고 공작 작위라는 거지.
즉, 이제 게임 속에서의 나의 부귀영화는 완벽하다는 말 아니겠냐고.
흐흐흐흐흣, 너무 좋아서 입이 귀밑까지 벌어질 것 같다.
자, 이제 권력과 막대한 영지가 생겼으니 옛날 하던 대로 우선 미녀 메이드들부터 왕창 모아서 호사스런 귀족 생활을 본격적으로 즐겨 봐야겠다.
뭐라고?
이 게임을 시작한 본래의 목적, 재경이 빨랑 찾아서 현실로 데리고 나가는 건 어찌 됐냐고?
그거야 뭐 서두를 거 있겠어?
그 녀석 얼굴도 봤겠다, 아무 탈 없이 무사한 것도 확인했겠다.
데리고 나갈 때 나가더라도 이왕 열심히 한 게임 속 생활의 정점인 부귀영화나 좀 더 실컷 누리겠다 그 말이지.
사람이 좀 변한 것 같다고?
나도 귀족에 저택에 영지가 없던 때는 못 느꼈는데 말이지, 막상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니까 그걸 오래 손에 넣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
더불어 지금의 재경이 녀석도 좀 이해가 되고.
집에서는 천덕꾸러기에, 공부 안 한다고 툭하면 지 부모들한테 구박을 받았지.
근데 게임 속에서는 너무 잘나가서 큰 권력을 손에 쥐고, 한 나라를 손에 넣을 정도까지 되었는데, 그걸 그만두고 현실로 돌아가고 싶겠냔 거지.
그러니 이왕이면 그 녀석이나 나나 이런 상태에서 게임 생활을 좀 더 즐기는 것도 별반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단 말씀.
근데 내가 그렇게 절대 권력을 마음껏 누리리라 뿌듯한 만족감에 도취되어 있는 순간, 누군가 헐레벌떡 정문을 통과해서 나한테 다가왔다.
조핀이로군…….
근데 이 아저씨 숨이 찬 모습이 급하게 달려온 거 같은데, 또 뭔 일이라도 생겼나?
“우영 님…… 아니, 우영 공작님…….”
“조핀 님 아니세요? 어쩐 일이신지…….”
“저기, 공작 저택에서의 첫날에 좀 죄송합니다만 급히 왕궁으로 와 주셨으면 합니다.”
“국왕 전하께서 절 찾으시는가요?”
“네……. 근데 국왕 전하뿐만 아니고 다른 나라의 국왕들도 있습니다.”
“……?”
난 어리둥절했다.
다른 나라의 국왕들도 모여 있다고?
왜 왕들이 다 모여서 날 부른다는 거지?
그럴 만한 일이 없을 텐데…….
난 궁금했지만 좌우간 왕이 부른다니 빨리 가 봐야지.
투르펜이 암흑제국의 황제만큼 조폭스런 인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밉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까.
가급적 잘 협조해 주는 태도를 보여야 현재의 이 권력을 오래 누릴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조핀과 함께 서둘러 왕궁으로 향했다.

“오, 우영 공작. 어서 오시구려!”
“신 우영,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조핀과 함께 왕궁으로 들어선 나를 투르펜은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근데 정말 조핀의 말처럼 이웃 국가인 엘카니아, 사드린, 볼타오의 국왕들과 암흑제국의 황제도 와 있었다.
그러니 무려 5개국의 정상들이 와 있는 셈이군.
다른 국왕들에게도 랑케의 소개로 인사를 했다. 물론 암흑제국 황제한테야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그는 삐딱한 눈으로 나를 째리더니 비아냥거렸다.
“자네가 그렇게 빨리 우리 암흑제국에서 튈 줄은 몰랐네. 자네가 나간 다음에 뭔가 기분이 좀 나빠져서 사람을 시켜서 다시 불러들이려니 벌써 저택과 돈 되는 걸 모조리 처분하고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후후후훗! 아마 절 다시 불러들이셔서 남아 있는 이실리움을 다 내놓든가 목이 잘리든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하실 작정이셨겠죠. 그래서 폐하의 칼에 내 목이 달아나기 전에 어서 암흑제국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겁니다.”
“허허, 그 무슨 심한 소린가. 내가 자네를 죽이다니.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허허허허.”
“아니라고 변명하시는 건 더 웃기죠. 제가 폐하께서 어떤 분인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후후후후.”
“허허허허.”
“후후후후.”
눈으로는 서로를 째려보며 입으로는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는 두 사람이었다.
황제의 얼굴에는 ‘이 얄미운 자식을 죽지 않을 정도로 줘 팬 다음에 내 코딱지를 배가 터지도록 먹였으면 좋겠다’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르펜의 귀족이 된 나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건 불가능하지. 전쟁을 할 각오를 하지 않는 다음에는 말이다.
그때 말없이 앉아 있던 구레나룻 수염을 한 엘카니아 왕국의 왕인 에드윈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두 분의 개인적인 회포는 나중에 풀도록 하고, 우리가 여기서 모인 이유를 가지고 진지하게 의논을 해 봐야 하지 않겠소?”
그 말에 좌중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슨 일로 각국의 왕들이 여기 모인 건지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
랑케가 나를 위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우영 공작님, 다름이 아니고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전나세가 니녹스 산맥에서 다시 자기 세력을 규합하고 있답니다.”
“원래도 자기 세력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 핵심이 블랙 파운딩 기사단이었구요. 근데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모집해서 자신의 세력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산적이나 도둑 생활을 하던 자들까지 받아들여 가면서 병력을 늘리는 데 골몰하고 있답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벌써 병력이 2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
랑케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이건 심상치 않은데…….
재경이 이 자식이 또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다.
젠장, 이번엔 확실히 귀족의 부귀영화를 맘껏 누려 보려고 했는데…….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전나세가 병력을 규합하면서 하는 말이 ‘니녹스 산맥 인근의 모든 국가를 통일해서 대제국을 세우고 내가 황제가 되겠다!’고 했답니다.”
“뭐라고요? 황제?”
“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싸우는 자들에게는 공에 따라서 벼슬과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구요.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전나세의 휘하에 모여들고 있다는군요.”
“으음…….”
난 다시 미간을 찡그렸다.
딴 녀석이 그랬다면 이건 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근데 재경이가 한 말이면 그렇게 판단할 수가 없겠군.
아니, 틀림없이 그런 터무니없는 야심을 품을 만하지…….
난 다시 한 번 좌중의 왕들을 둘러봤다.
모두 니녹스 산맥과 접한 나라들이다.
결국 자기 나라를 빼앗기고 왕의 자리 잃을까봐 겁나서 이 자리에 모였단 거로군.
근데 황제가 내 눈길이 맘에 안 들었는지 언성을 높였다.
“이봐 자네! 어째서 날 은근히 비웃는 듯한 눈으로 보는 건가?”
“훗, 폐하. 죄송하지만 이제는 폐하의 신하가 아니라 여기 마토스 투르펜 국왕 전하의 신하인데 저를 자네라고 부르시는 건 좀 그렇잖습니까? 우영 공작이라고 불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흥!”
내 말에 황제는 콧방귀를 꼈다.
그러자 슬쩍 투르펜이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