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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15화)
Part 6. 우영, 공작이 되다(3)


“자,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를 모두 망각하지 않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나세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그는 분명히 자신이 한 말을 실행에 옮길 거라고 판단됩니다. 그러기 전에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신 것이구요.”
그러자 다섯 왕은―정확히 말하면 하나는 왕이 아니고 황제지만― 암살자를 보내자 거나 5개국이 일제히 군을 일으켜 니녹스 산맥으로 전나세를 공격하자 거나 그 많은 군대를 일으키면 전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곤란하다는 등 갑론을박을 거듭했다.
왕도 아닌 내가 끼어들 입장도 아니라서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이상하네.
이렇게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는데 왜 날 오라고 한 거지?
내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암흑제국 황제가 짜증스레 입을 열었다.
“이러다가 몇 달이 걸려야 의견의 일치를 볼지 모르겠군. 그러고 보니 아직 의견 제시를 하지 않은 분이 마토스의 투르펜 전하뿐인 것 같은데 무슨 좋은 의견이라도 있으시오?”
그 말에 다른 왕들이 투르펜에게 시선을 던졌다.
투르펜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한번 보더니 입을 열었다.
설마…… 이번에도 나를…….
그리고 내 예감은 들어맞았다.
“우리 우영 공작은 대륙의 곳곳을 누비면서 많은 모험을 해 왔고, 이번 전쟁에서도 전나세를 상대하면서 용맹을 떨쳤습니다. 불운하게 사로잡히긴 했어도 금방 탈출하는 능력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는 몰라도 전나세는 우리 우영 공작을 다른 사람에게 하듯 쉽게 대하지는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우영 공작에게 전나세 제거의 중차대한 임무를 맡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
나를 잘 모르는 왕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소문만 들었을 뿐이니, 내가 정말 재경이를 해치울 만한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들이군.
반면 암흑제국 황제는 비웃음과 동의한다는 표정을 동시에 지었다.
“흥, 하긴 얍삽하고, 눈치도 빠르고, 사람 엿 먹이는 재주도 각별히 뛰어나니 한번 기대해도 좋을지 모르겠군. 나는 찬성하오!”
암흑제국의 황제가 찬성하자 주저하던 다른 왕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투르펜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자 투르펜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 의견에 찬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전나세 제거를 위한 작전에 쓰일 비용과 군대는 앞으로 사흘 안으로 모두 갹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협조를 안 하시면 그 나라는 전나세와 손을 잡는 것으로 알고,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
투르펜의 말에 다른 왕들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5개국 정상들은 전나세 제거를 위해 돈과 군사력을 공동으로 모으기로 의견을 본 상태였던 것 같다.
내가 전나세 제거를 위해 나섰으니 다른 나라의 돈과 군사력을 마토스 국이 관리하게 된다는 이야기겠지.
결국 투르펜은 날 내세워서 마토스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 낸 거다.
오버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머리를 쓸 줄도 아는군.
뭐 어쨌거나 덕분에 난 또 바쁘게 되었군.
젠장! 재경이 녀석 때문에…….
순간 띠리링 하는 음향과 함께 창이 떴다.
퀘스트 창이다.

- 전나세의 야심을 분쇄하라! -
니녹스 산맥에 인접한 국가들을 모두 멸망시키고 제국을 세워 황제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전나세의 야망을 분쇄하라!
기한 : 3개월
보상 : 암흑제국, 마토스, 엘카니아, 사드린, 볼타오 등 5개국에서 떼 주는 영토로 공국을 세우고 공왕이 된다.
퀘스트 등급 : SS등급

우웃? 이거 뭐야?
퀘스트를 성공시키면 5개국에서 영토를 떼 주는데다, 거기에 공국을 세우고 공왕이 될 수 있다고?
으음, 이거 괜찮군.
왕국이 아니고 공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영토에 대해선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니 막대한 권력과 엄청난 재물이 쏠쏠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5개국에서 영토를 떼 준다고 하니 그 넓이도 꽤 클 게 틀림없다.
지금 마토스 국에서 받은 공작의 작위와 영지도 적은 건 아니지만 이번 퀘스트를 성공해서 받을 보상에 비하면 약소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정도면 내가 한 몸 바쳐 퀘스트 성공을 위해서 움직여 볼 만할 것 같군.
나는 회심의 미소를 머금었다.



Part 7. 엘프들의 배신(1)


심란하군.
왜 심란하냐고?
재경이의 야망 분쇄하기 퀘스트를 받고 저택에 돌아와서 부하들을 다 불러들였다.
제자들하고 파티원들은 물론이고 아직 글래스 캐슬과 미라쥬 길드로 가지 않고 있던 피그몽들과 미라쥬 길드원들까지 말이지.
응?
왜 걔들이 아직도 안 가고 거기서 개기고 있느냐고?
아, 글쎄 이것들이 내가 영지에다가 저택까지 얻어서 먹을 거 넘쳐 나고, 호사스런 생활을 하게 되는 걸 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더라고.
“흐흐, 햄과 베이컨 많구나. 그럼 우린 천천히 돌아가도 된다. 흐흐…….”
“사실 우린 미라쥬 길드원들 중에서도 그렇게 유능한 편이 아니라서 이곳에 차출되었던 거죠. 우리가 좀 천천히 돌아가도 이사도라 님께서 뭐라고 하진 않으실 겁니다.”
그러면서 허구한 날 여기서 먹고 퍼마시고 있었던 거다.
좌우지간 아직 안 돌아가고 있는 건 잘된 일이다 싶어서 나는 모두 다 불러 모아 놓고 나에게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니들도 몸 바쳐서 이 임무를 성공하는 데 협조해 줘야 할 거라는 걸 은근히 암시했지.
근데 이것들의 반응이 영 신통찮구먼.
“쉬익! 돌았냐. 미쳤다고 그런 힘들고 골치 아픈 임무를 맡았냐, 쉬익!”
“오랜만에 100평짜리 내 방에, 150평짜리 예배실을 마련했는데 또 싸우러 가잔 말입니까? 우영 형님은, 아니 우영 공작님은 정말 대책 없군요.”
파티원들부터 요따위 소리다.
징벌방에서 풀려난 세영이 녀석은 아직도 날 잡아먹을 듯 쏘아보며 감정이 안 풀린 것 같고 말이지.
제자 녀석들만 두 눈을 또랑또랑거리며 싸움에 나가서 신나게 죽이고 아이템 주울 일만 생각하고 있다. 귀여운 놈들.
근데 제일 짜증 나는 건 피그몽들하고 미라쥬 길드원들이다.
이것들은 열나게 싸울 때는 내키지 않는 듯 지들 있던 곳으로 가고 싶어 하다가, 상황이 좋아지니까 대책 없이 눌러앉아 살림을 차릴 것처럼 굴었다.
그런데 다시 싸우러 가자고 하니까 노골적으로 못마땅한 표정들이다.
“우리더러 또 싸우라고? 흐흐, 우영 너 너무 싸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 흐흐. 이제는 그만하고 좀 쉬어라, 흐흐. 그리고 정 싸울려면 우린 놔두고 가라. 우린 싸우기 싫으니까, 흐흐.”
“이런 저택에서 호사를 누리는 것도 쉬운 건 아닌데 또 전쟁터로 가잔 겁니까? 쪼끔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사도라 님이 뭐라고 하실지 그것참…….”
이것들이 이렇게 나오면 나라고 가만있을 순 없지.
난 두 눈을 부라리면서 인상을 썼다.
“그러냐? 그럼 알아서들 해라. 내 말 안 듣겠다면 어쩔 수 없지. 야, 피그몽들!”
“흐흐. 왜 그러냐, 흐흐흐.”
“싸우러 가기 싫으면 오늘부로 이 저택에서 당장 떠나라. 그리고 햄과 베이컨은 이미 약속한 거 이상으로 먹여 줬으니 더 이상 없다. 그렇게 알고 빨랑 꺼져라!”
“…….”
내 말에 피그몽들은 크게 당황스러워하더니 지들끼리 머리를 맞대며 수군거리며 어떻게 할 건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난 다시 미라쥬 길드원들을 향했다.
“그리고 니들도 나하고 싸우러 갈 거 아니면 이 저택을 떠나서 당장 미라쥬 길드로 돌아가라고. 그리고 내가 이사도라한테 말해서 니들이 상당히 비협조적이었단 거 말해 놓을 테니 그리 알라고. 나하고 이사도라가 상당히 각별한 사이라는 건 니들도 잘 알지? 아마 미라쥬 길드로 돌아가면 대우가 좀 시원찮아질걸?”
“…….”
내 말에 미라쥬 길드원들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짜식들, 호사를 누렸으면 그에 상응해서 땀과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마냥 퍼져 자빠져서 놀고먹으려고만 해?
사람이 그러면 못쓰는 법이다.
나의 강경한 태도에 당황한 피그몽들과 미라쥬 길드원들은 지들끼리 한참 쑥덕공론을 하더니 얼굴에 아부성 미소를 가득 지으며 말했다.
“흐흐, 우영 왜 그러냐? 우린 우영 따라 싸우러 갈 거다. 햄과 베이컨만 있으면 우영 따라 지옥이라도 간다. 그러니 화 풀어라. 흐흐.”
“뻥 아니냐?”
“우리가 왜 뻥치냐. 믿어라 흐흐.”
“좋아, 앞으로 하는 거 봐서 니들한테 주는 햄과 베이컨 공급량을 늘이거나 줄일 거다. 그리고 미라쥬 길드원들, 니들은 뭐 할 말 없냐?”
“아, 예. 우리도 좀 생각을 해 봤는데 이대로 돌아가는 건 우리 미라쥬 길드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우영 공작님을 따라 좀 더 성과를 쌓은 다음에 미라쥬 길드로 돌아가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즉, 우영 님의 뒤를 따라서 싸우겠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로군. 그럼 슬슬 준비를 해라. 내일 아침에 니녹스 산맥으로 모두 떠난다!”
내가 거만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하자 녀석들은 체념과 못마땅함이 범벅이 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