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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16화)
Part 7. 엘프들의 배신(2)
“휴…….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다쓰 녀석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세영이가 한 나무를 가리켰다.
“바로 저기로 해서 들어갔었잖아!”
이곳은 니녹스 산맥. 부대를 이끌고 온 우리들은 지금 엘프 마을로 가는 포탈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건 왜 찾냐고?
니녹스 산맥에 온 김에 엘프 마을에 들러서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다고 에이프릴이 강력히 요구를 하는군.
무시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촌장 영감탱이 얼굴이 조금 그립기도 해서 말이지.
좌우간 트랩 서치로 포탈을 찾아낸 우리는 그곳을 이용해서 엘프 마을로 들어섰다.
변함없는 것 같다.
마을은 우리가 떠나올 때와 비교해서 별 변화가 없었다.
간혹 눈에 띄는 엘프들도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고 있지는 않군.
화살로 무장한 엘프들이 우리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건 여기 처음 왔을 때하고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근데 버티고 서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우릴 겨냥하고 있구먼.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말이지.
그리고 맨앞에 서 있는 저 엘프는…….
“코란!”
에이프릴이 그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코란은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에이프릴…….”
“오랜만이네? 근데 지금 뭐하는 거야? 왜 우리한테 화살을 겨누고 있는 거지?”
“저자들은 우리 마을 사람들을 독살시키려 하고는 떠났잖아. 그러니까…….”
그쯤 되자 더 듣고 있을 수 없어진 난 앞으로 나섰다.
“훗, 말은 정확히 해야지. 우리가 독살시키려고 한 게 아니고 멍청한 자네들이 독이 남아 있는 음식을 멋대로 주워 먹고 탈이 난 것이지. 그걸 가지고 우릴 원망하면 곤란한 거 같은데?”
“뭐라고? 멍청해? 어디서 그런!!”
내 말에 코란은 핏대를 올리며 다시 화살을 내게 겨누었다.
난 슬쩍 허리에 찬 메이스에 손을 얹었다.
이 녀석이 진짜로 화살을 쏘면 메이스로 된통 혼을 내줄 작정이다.
이래서 머리 나쁜 녀석들은 피곤하다니까.
지가 잘못해서 당한 재앙을 꼭 남의 탓으로 돌리고 원망을 한다는 거지.
근데 촌장은 뭐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진짜로 얘들한테 화살 세례를 받으면 가만 안 있을 거고, 어쩌면 이 엘프 마을이 잿더미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무엇보다도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은 머릿수가 다르다고.
지금은 피그몽들과 미라쥬 길드원들까지 데리고 왔다는 거다.
엘프들을 쓸어버리려고 마음먹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거지.
코란, 이 자식도 참 머리 안 돌아가는 놈이다.
그때였다.
엘프 마을의 촌장 할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자네 왔나?”
“네, 다시 왔습니다. 근데 온몸이 근육이다 못해 머릿속까지도 근육으로만 가득 찬 저 바보한테 좀 전해 주시겠습니까? 화살을 내리고 물러가는 게 좋을 거라고 말이죠.”
“…….”
내 말에 촌장은 코란을 힐끗 보더니 낮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모두 활을 거두고 물러가도록 해라.”
“하지만 촌장님!”
“아, 어서 물러들 가라는데도!”
촌장이 언성을 높이자 코란은 마지못한 듯 화살을 모두 거두게 한 다음 엘프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근데 가면서도 날 째려보네. 에이프릴한테는 아쉬운 눈빛을 던지고 말이지.
저 녀석 그러고 보니 에이프릴을 내가 가로챘다는 질투 때문에 저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반쯤은 그런 마음이겠지.
머리가 나쁜 데다가 질투까지 심한 녀석이군.
어쨌거나 촌장이 적절한 때에 나와 줘서 다행이다.
나도 여기서 괜히 엘프들을 학살해서 악명을 높여 봐야 좋을 건 없으니까.
나는 촌장을 바라보았고 촌장은 나를 바라보았다.
“…….”
“…….”
그리고 이내 촌장은 어색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질문할 게 있는데 말이죠.”
“물어보게나.”
“우릴 현상 수배하신 이유가 뭔지 듣고 싶군요.”
“그거 취소했는데?”
“취소하기 전까지 우리가 곤욕을 치른 건 생각도 않으십니까?”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게 아니냔 투로 내가 쏘아붙이자 촌장의 얼굴엔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우릴 독살하려고 한 건 잊을 테니 자네도 그 일은 없던 걸로 해 주면 안 되겠나?”
난 촌장의 말에 피식 웃었다.
이 할배가 기어이 우릴 독살범으로 만들고 싶은가 보군.
“우린 아무도 독살하지 않았거든요? 벌채장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으면 음식에 뭔가 있지 않을까 의심을 해 봐야지요. 남의 음식이라고 대책 없이 먹다 탈이 난 엘프들이 덜떨어지고 멍청한 것이지 왜 우릴 독살범으로 만드십니까?”
“…….”
덜떨어지고 멍청하다는 말에 촌장의 얼굴에 불괘한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안해 할 내가 아니지.
잘못은 어디까지나 엘프들이 한 거라고.
근데 누굴 원망하고 자빠졌냐 이거다.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째려보자 촌장도 한풀 꺾인 듯 시선을 돌렸다.
“미안하게 됐군. 어쨌거나 좀 봐주게. 설마 우리 엘프 마을에 보복이라도 하러 온 건 아니잖는가?”
“그래요. 우리 아빠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이제 그쯤 하세요!”
어랍쇼?
에이프릴까지 나서서 지 아버질 감싸고도는군.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더 따져 봐야 소득도 없으니…….
“알겠습니다. 그 이야긴 그쯤 하죠. 어쨌거나 우리한테 진 빚도 있고 하니 여기서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협조해 주실 거죠?”
“…….”
내 말에 촌장은 다시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무리도 아니지. 지금 내가 끌고 온 인원은 천 명 가까이 되니까.
이 많은 인원이 여기서 신세를 지겠다는 건 먹을 것과 잘 곳을 다 마련해 달라는 소리다.
근데 나한테 진 빚을 탕감하는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하면 그때는 내가 엘프들을 쓸어버릴 명분이 된다.
촌장 입장에선 엄청나게 곤혹스러운 상황이란 거다.
촌장은 잠시 진땀을 흘리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해 보겠네. 최고의 대접을 해 줄 수 있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숫자가 많으니까 대접이 약간 부실한 정도는 참아 드리죠.”
내가 거만하게 대답하자 촌장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을 회관 쪽으로 사라졌다.
우릴 대접할 준비를 엘프들에게 시키려는 거겠지.
자기 아버지를 압박한 내가 미웠는지 에이프릴이 나한테 가볍게 눈을 흘겼으나 나는 히죽 미소를 지었다.
촌장의 노력으로 준비된 식사를 모두 끝낸 다음 잘 자리도 만들어졌다.
나와 파티원들과 제자들은 마을 회관에, 그리고 미라쥬 길드원들은 엘프들의 집에 각기 분산해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근데 좀 걱정되는군.
도둑 길드 소속들인데 엘프들의 집에서 뭔가 슬쩍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그래서 난 미라쥬 길드들이 배당받은 엘프들의 집으로 자러 가기 전에 말을 해 주었다.
“니들이 도둑 길드 소속인 건 오늘은 잊도록 노력해라. 만약 뭔가 훔치다가 들켜서 생기는 일에 난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명심해 두고.”
미라쥬 길드원들은 알았다고 했지만 도둑놈 손버릇이 어디 쉽게 사라지겠냐고.
아, 그리고 피그몽들은 그냥 마을 한쪽 구석의 숲에서 알아서 자라고 했다.
어차피 예들은 야생 돼지 수준으로 적응력이 좋고 환경을 가리지 않고 자는 체질들이라서 말이지.
햄과 베이컨을 실컷 안겨 주니까 아무 말 하지 않고 숲속으로 자러 들어가는군그래.
짜식들, 지저분하고 머리 안 돌아가는 것들이긴 해도 이럴 때는 또 나름대로 편리한 점이 있는 놈들이다.
마을 회관에 잘 자리를 마련하고 파티원들과 제자들과 함께 누웠다.
불을 껐는데 세일이란 녀석이 잠이 안 오는지 작은 목소리로 슬쩍 묻는다.
“선생님, 전나세 일당들의 거점이 이곳에서 가까운가요?”
“응, 그래서 여기서 좀 쉬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전나세를 공격하려고 말이다.”
“근데 이곳 엘프들과 촌장은 우리들이 영 달갑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괜찮지 않으면 혼찌검을 내주면 되지, 너무 걱정할 거 없다.”
“하지만 어쩐지 엘프들이 딴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그러자 세일이 옆에서 자고 있던 세이도 한마디했다.
“그 촌장 할아버지의 눈빛이 상당히 열 받았던 같긴 했어요.”
“임마들아, 이런 거 저런 거 다 신경 쓰면 어떻게 재밌는 게임을 하겠냐고. 좌우간 늦었으니까 어서 자라.”
“네, 선생님…….”
세일, 세이한테 그렇게 말하고 나도 곧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뭔가 웅성웅성하는 소음에 나는 불현듯 잠에서 깨어났다.
“엉?”
주위를 둘러보니 세일, 세이, 세삼, 세사도 막 잠에서 깬 상태였다.
“선생님, 이상해요. 회관 밖에서 발소리에 두리번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나는 후다닥 일어나며 다급히 소리쳤다.
“빨리 애들 다 깨워서 무장 갖추고 밖으로 뛰어나가 싸워라! 적의 기습이다. 어서!”
“네, 선생님!”
네 말에 네 형제는 다급히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고 나도 언제나 그렇듯이 정겹게 파티원들을 마구 발길질해서 깨웠다.
“야, 이 자식들아! 빨랑 안 일어나냐? 지금 난리 났다. 그만 디비자고 처 일어나란 말이다, 어서!”
그때였다.
퍼퍽! 퍽 퍽 퍽!
허걱!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건 마을 회관 건물에 화살이 날아와 꽂히는 소리 아냐?
근데 나무 건물에 괜히 화살을 쏠 리는 없는데……. 설마 불화살?
내 생각이 맞았다. 곧 화염이 넘실거렸고 불길이 솟아올랐다.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할!
적들은 우릴 이 마을 회관과 함께 태워 없애려는 거로군.
“나가서 막아!”
“서둘러라!”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무기를 잡고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얘들아 잠깐만! 서두르면 안 된다!”
나는 다급히 제자들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퍼퍼퍽!
“아악!”
“어억!”
집중적으로 날아드는 화살 세례를 맞고 문밖으로 튀어 나간 제자 네 명이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건물에 불 지르고 입구로 몰려나오는 녀석들만 집중 사격해서 쓰러뜨린다……라는 건 뻔한 일이지만 아직 제자들의 머리에는 제대로 주입이 안 되어 있나 보다.
하긴 주입이 되어 있어도 이렇게 막상 닥쳐 보면 제대로 대응이 안 될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입구가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화염은 마을 회관을 온통 감쌌다.
연기가 실내를 온통 감싸자 제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선생님!!”
“저 먼저 로그아웃합니다!”
“가급적 빠르게 돌아올게요!!”
녀석들은 나름대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하나둘 로그아웃당했다.
이거 안 되겠군.
이러다가는 병력 손실이 자꾸 커지는데…… 뭔가 수를 써야겠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고 한 가지 묘안을 생각했다.
“자, 모두 저쪽 벽으로 가라. 어서!”
제자들과 파티원들은 내 말에 의아했으나 이내 내가 지시한 쪽으로 몰렸다.
나는 메이스를 빼 들고 제자들이 몸을 피한 쪽 벽을 향해서 겨냥했다.
오거할 정도로는 부족할지 모르지. 물론 메이스 최고 필살기인 레달입을 쓸 수는 없다.
“파이어 엘레멘탈의 분노!”
푸슈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