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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19화)
Part 8. 불륜의 증거(3)
“어멋! 우영 이 방엔 웬일이야?”
“이사도라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우영, 이러면 안 돼. 이러기엔 우린 아직 어려!”
“성인인 내가 어리긴 뭐가 어리냐? 그리고 날라리인 네 입에서 그런 소리 나오는 것도 어색하다고 생각 안 하냐?”
“…….”
“자, 이리 와 봐, 이사도라!”
“어멋! 이러면 안 돼! 이성을 찾아, 자기!”
“응, 이거 끝난 다음에 찾을게.”
“어머, 어머어머, 어머머머! 이러면 안 되는데에에…….”
난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19금 야동 영상이 마구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헐떡거리는 나의 신음과 이사도라의 자지러지는 교성이 그 망할 놈의 수정 구슬 속에서 마구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메인 컴퓨터!
아무리 현실적이어도 그렇지, 이따구 영상까지 조작하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냐고.
어디 두고 보자. 나중에 조 부장 만나면 단단히 따져 봐야겠다.
수정 구슬 속의 야동 상영이 다 끝나자 이사도라는 씨익 득의의 미소를 머금었다.
“어때? 이러고도 나한테 아무 짓도 안 했다는 소리가 나와?”
“…….”
“어머, 이걸 어째? 그래도 인정하기 싫단 표정이네?”
“이사도라…….”
“저 안의 남자…… 내가 아니거든?”
“…….”
“겉모습은 난데 사실 내가 아냐. 그리고 저 안의 여자도 아마 니가 아닐 거야. 그러니까…….”
“흥, 기가 막혀 정말. 그래도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겠단 거야?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정말이지 자긴 사람도 아냐!”
“…….”
이사도라가 펄펄 뛰며 울화를 터뜨렸지만 난 맥이 빠져 침묵을 지켰다.
그런 내 모습이 더 화를 돋웠는지 이사도라는 아드득 이를 물었다.
“좋아, 끝까지 부인하겠다면 나도 생각이 있어!”
“생각? 어떤 생각?”
“이 동영상을 온 대륙에 다 뿌려서 모든 사람들이 보게 만들 거야!”
“뭐, 뭣! 이사도라, 너 돌았냐? 어떻게 그런 악질적인 장난을 하겠다는 거냐? 아무리 빡 돌아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않니?”
“흥! 장난이라고? 악질적이라고? 나한테 애를 만들게 하고서는 자기 자식도 부정하는 건 악질적이지 않단 거야?”
“…….”
젠장, 졌다.
이 정도면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난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입을 열어 말해 주었다. 이사도라가 그토록 듣고 싶어 하던 대답을.
“미안하다, 이사도라. 내가 너한테 책임질 일 했다는 거 인정할게.”
“…….”
“그리고 니가 낳은 아기 아버지도 내가 맞아. 사과한다…….”
“우영!”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사도라는 나한테 몸을 던져서 안겼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안았다.
지그시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리면서.
물론 속으론 너무도 억울하고 기가 차서지.
근데 이사도라는 그런 나의 태도를 지 멋대로 해석했다.
“우영, 자기가 나한테 한 짓이 물론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해 줄게. 그러니 죄책감으로 너무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저기, 이사도라…….”
“응, 왜 그래 자기?”
“그래도 죄책감이 지워지지 않아서 그러는데, 잠시 내 방으로 돌아가서 문 걸고 반성 좀 할려고 하는데 허락해 줄 거지?”
“아이, 안 그래도 된다는대두. 근데 정히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너무 오래 그러고 있진 말구.”
이제는 정말 행복해 죽겠다는 듯 화사한 미소를 머금는 이사도라에게 연신 고개를 굽신거린 나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왔다.
한숨을 쉬면서 내 방에 들어서니 세영이가 빈정거렸다.
“변태 불륜남인 걸 스스로 인정하니까 기분이 좀 어때요?”
“너 도둑고양이처럼 남의 대화나 엿듣고 다녔냐? 못쓰겠구나.”
“흥, 불륜남 주제에 남 탓하는 건 좋아하네.”
“아니, 근데 이 자식이!”
내가 성질을 냈으나 세영이도 단단히 열 받았는지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인정할 걸 인정해야죠. 그런 걸 인정하면 어떻게 해요? 도대체 생각이 있어요, 없어요! 나하고 사귀고 있으면서 그딴 걸 인정하고 처자빠졌어요? 오빠 정말 돌았어요? 제정신이냐구요!”
“귀 안 먹었으니까 소리 작작 질러 임마! 누군 좋아서 그런 줄 아냐! 길드 병력들 다시 빌리려면 이사도라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그럼 어쩌란 거냐? 그거 안 인정하면 절대로 협조 안 해 줄 판인데 날더러 어쩌란 거냐고.”
“흥…….”
내 말에 세영이는 ‘나는 그런 거 모른다. 오직 니가 이사도라하고 가깝게 되는 거만 신경 쓰인다’는 식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얄미운 놈 같으니.
내가 곤경에 처했는데 동정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이 지 생각만 하고 있으니.
그때 간부1이 문을 열고 나한테 말했다.
“이사도라 님이 좀 오시라는데요?”
“반성 아직 덜 끝났다고 그러지 않고.”
“그게…… 길드원들 다 모아 놓고 뭔가 선언할 게 있다나, 그러시는 거 같습니다.”
“…….”
순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소리람?
선언을 하다니, 도대체 뭘 선언하겠다는 거야?
이거 정말 빼도 박도 못하게 단단히 물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고…….
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방을 나섰다.
세영이는 뒤에서 한껏 비웃는 표정으로 내 뒤를 따랐고 말이지.
제길 어째서 갈수록 이런 꼴이 되어 가는 건지 모르겠네.
“우영…….”
미라쥬 길드의 지하, 수백 명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이미 수백 명의 길드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단상의 이사도라가 아기를 안고 서 있다가 날 보고 미소 지었다.
애기도 날 보더니 웃음을 짓는군.
근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애기의 미소조차도 징그럽게 느껴진다.
근데 이 여자가 도대체 이 많은 길드원들을 다 불러 놓고 무슨 이야길 하겠다는 거야?
나의 불안한 마음은 아랑곳없이 이사도라는 날 단상으로 올라오라고 계속 손짓을 했다.
“…….”
젠장, 이거 어째 파멸의 구렁텅이로 유인하는 마녀의 손짓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말을 안 들을 수도 없군…….
난 침을 꿀꺽 삼키고 굳게 마음을 먹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이사도라는 방긋 미소 지으며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아기를 내 품에 안겼다.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허억!
이 박수의 의미는 도대체 뭐야?
어이, 길드원들. 니들 지금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미묘한 웃음을 얼굴 가득 지으면서 박수를 치고 있는 거냐고!
난 그런 남자 아니거든?
불륜 저질러서 아무 데나 씨 뿌리고 다니는 녀석이 아니라고!
난 변명을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여기서 이사도라가 하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지 않으면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내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아기를 안자 이사도라는 희색이 만면해서 길드원들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여기 우영 님과 저 이사도라는…….”
애도 있고 하니 결혼할 거예요, 물론 로저하고는 이혼하구요! 그래서 미라쥬 길드를 함께 끌어갈 거니 앞으로 잘들 부탁해요…… 라는 말은 아니면 좋겠다만 아무래도 그 소리 할 거 같다.
그게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할 말이 또 뭐가 있겠냐고.
그때였다.
간부1이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크게 소리쳤다.
“큰일 났습니다! 로저 님이 자살했어요.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습니다!”
허억! 이게 무슨 소리냐.
뜻밖의 사태에 이사도라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길드원들도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물론 그들을 따라 나갔다. 로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커억!
길드 건물 밖의 도로에 쥐포가 되어 있구먼.
아주 완벽하게 짜부라졌다.
젠장, 이런 꼴을 보게 될 줄이야.
물론 게임 속이니까 로그아웃만 된 거다.
로저가 진짜로 죽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영 기분이 찝찝하네.
근데 간부1이 옆에서 탄식을 했다.
“어쩌자구 자살을 했지? 계정이 완전하게 삭제되는 걸 선택을 하다니. 나라면 지금까지 게임한 게 아까워서도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난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자살하면 계정 삭제됩니까?”
“네, 모르셨어요?”
“그건 처음 알았군요…….”
“걸핏하면 자살하면 게임이 아주 이상하게 될 소지가 있어서 말이죠. 자살을 하면 계정이 아예 삭제가 됩니다. 남한테 죽는 건 관계없지만……. 그런데 그걸 택할 정도로 로저의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네요. 부인의 불륜을…… 말이죠.”
나와 이사도라를 흘끔 보면서 말을 흐리는 간부1이었다.
우와, 이거 미치겠다.
이러니 정말로 내가 나쁜 놈이 된 기분이다.
근데 이사도라는 남편의 처참한 죽음도 아랑곳없이 사뭇 태연한 얼굴이다.
“흥, 오죽 못났으면 자살을 할까?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저 시체를 치워!”
“…….”
이사도라의 명령에 순식간에 길드원들이 로저의 시체를 수습했다.
쩝, 독한 데가 있는 건 알았지만 이거 정말 정떨어진다.
빨리 볼일 마치고 이곳을 떠나는 게 낫겠다.
“저, 이사도라…….”
“응? 너무 신경 쓰지 마. 로저가 사람이 좀 이상했던 거 잘 알잖아? 절대로 자기 탓 아니거든?”
내 탓이 아닌 줄은 나도 알지, 다 이사도라 니 탓이잖냐구.
대놓고 말은 못 해 주겠다만.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내가 지금 상당히 급해서 그러는데 충원된 길드원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
“응, 그렇게 해. 병력 더 필요하면 얼마든지 더 데리고 가도 돼. 로저도 없겠다 이제 미라쥬 길드는 우영과 나 두 사람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텐데 뭐.”
“…….”
마리쥬 길드가 이사도라하고……. 그리고 내 거나 다름없다고?
이것 참……. 아무리 남의 불행이 곧 내 행복이래도 그렇지. 이건 좀 그렇다.
어쨌거나 난 이사도라한테 고맙다고 하고는 간부1에게 말해서 재접속한 길드원들을 모두 데리고 내 영지의 저택에 집결하라고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