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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21화)
Part 9. 코란의 최후(2)
울창한 수풀은 한없이 계속되었다.
짙은 흙냄새와 나무의 송진 냄새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서 코를 찔렀고 간혹 산짐승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가 지레 놀라서 사라졌다.
이곳은 니녹스 산맥, 재경이가 부하들을 이끌고 숨어 있는 곳이다.
난 손을 들어 부대를 멈추게 했다.
지금 여기 있는 병력은 저번과 비슷했다.
파티원들, 그리고 제자 120명에, 피그몽들 3백 마리, 그리고 미라쥬 길드에선 50명을 더 빌려서 250명이다.
그리고 엘프 마을의 엘프 3백 명이 추가된 건 촌장을 협박한 결과였다.
난 손짓으로 촌장과 코란을 불렀다.
촌장은 이제 얌전히 내 말을 듣고 있는데 반해, 코란 이 자식은 아직도 떫은 표정이로군.
난 슬그머니 발로 녀석의 무릎을 찼다.
“윽!”
어쭈, 이 녀석 봐라?
기분 나쁘다는 듯 날 째려보네?
“이봐, 코란?”
“…….”
“너 에이프릴 살리기 싫냐?”
“당연히 살리고 싶다.”
“그럼 개기지 말고 말 잘 들으라고 알겠냐?”
“알았다.”
“니가 엘프들을 잘 지휘해서 전투에서 얼마나 공을 세우는지에 따라서 에이프릴의 처우가 결정될 거다. 고문해서 죽이고 파묻을 건지 아니면 풀어 줄 건지를.”
“잔인한 놈!”
“아, 그래? 근데 날 이렇게 잔인하게 만든 게 누군지를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다.”
내 빈정거림에 코란은 이를 으드득 악물었다.
난 코웃음을 쳤다.
지가 그래 봐야 어쩌겠어.
금쪽처럼 아끼는 에이프릴이 내 장단대로 움직여 주고 있는데 말이지.
이 녀석은 정말로 내가 에이프릴을 고문해서 죽일지도 모른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을 거다.
물론 그렇게 믿어 줘야 내 계획에 도움이 되는 거지만.
그때 촌장이 슬쩍 내게 말했다.
“다 왔네. 저기 보이는 저 산의 숲 말일세. 저 숲속에 분지가 있네. 그 분지가 바로 전나세 일당들이 은거하고 있는 곳이네.”
“음, 밖에서 볼 때는 분지 같은 게 있을 거라고는 좀체 생각하기 어렵겠군요.”
난 파티원들하고 네 형제들, 그리고 바투르와 간부1 등을 모두 불러서 작전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코란과 촌장은 제외했다.
어딘지 찝찝해서 말이지.
에이프릴을 인질로 잡고 있어도 믿음이 가질 않아서.
“저 숲속의 분지에 전나세가 부하들을 이끌고 숨어 있다고 한다. 어떻게 공격하면 좋을지 각자 의견을 제시해 봐라.”
내 말에 모두 고개를 갸웃했는데 세영이가 맨먼저 질문을 던졌다.
“저 숲에 전나세 일당이 있다는 말을 누가 했죠?”
“에이프릴 아버지.”
“믿어도 될까요?”
“그럼 못 믿을 이유는 또 뭐냐?”
세영이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난 짜증이 나서 대꾸했다.
이제 와서 촌장이 준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시하는 건 좀 그렇잖냐는 거다.
하지만 세영이 녀석은 나와는 생각이 다른 것 같군.
“아니, 그게요……. 오빠가 에이프릴을 고문해 죽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촌장이 눈치챘다면……. 그렇다면 거짓 정보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릴 또 배신할 수도 있다는 거죠.”
“내가 왜 에이프릴을 못 죽이는데?”
듣고 있자니 짜증이 더 치밀어 올라서 쏘아붙였다.
하지만 세영이 녀석은 여전히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왜긴 왜겠어요. 오빠가 그 할망구 엘프녀한테 여전히 흑심을 품고 있으니 그렇죠!”
“…….”
역시 이 녀석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이유는 ‘질투’ 때문이로군.
“그러냐? 그럼 그렇다고 치자. 자, 다른 사람들은 의견 없냐?”
그때 바투르와 란슬링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내가 란슬링을 지명하자 녀석은 신나게 침을 튀기면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위치를 알아냈으니 간단하게 끝내 버리자, 쉬익!”
“어떻게 간단하게 끝내는데?”
“우영 너의 레달입으로 저곳에 불벼락을 날리는 거다! 단 한 방에 모두 다 날려 버릴 수 있을 거다, 쉬익!”
“…….”
난 말없이 란슬링을 째려보았다.
“왜 노려보냐, 쉬익!”
퍼억!
“쉬익! 왜 갑자기 날 패구 지랄이냐, 쉬익!”
퍽! 퍼억!
“왜 때리는지 이유나 알고 맞자, 쉬익!”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가 분명히 날 부를 때는 우영 공작님이라고 부르랬지? 근데 넌 왜 자꾸 날 이름만으로 부르는 거냐고. 그리고 둘째, 레달입으로 저곳에 불벼락 날리는 건 좋은데 만약 저곳에 적들이 다 모여 있지 않으면 어쩔래? 내가 그거 한방 날리면 며칠을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지는 알 거 아니냐고. 그게 뭐 시도 때도 없이 아무렇게나 남발할 수 있는 스킬인 줄 아냐? 적이 있는 거 확인하고 정확하게 날려야 한단 말이다. 아무리 도마뱀 대가리라고 해도 그렇지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라.”
“그렇구나, 쉬익! 잘 알겠다, 쉬익!”
“한심한 녀석. 그럼 바투르…….”
난 바투르를 지명하다가 벙 쪘다.
녀석이 주춤하면서 손을 내린 거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이지.
왜 저러는지 알 거 같군.
“설마 너도 란슬링하고 똑같은 생각하고 있었냐?”
“그렇다. 흐흐…….”
젠장, 하긴 돼지 대가리나 도마뱀 대가리나 그 대가리 속에서 나오는 생각이라는 게 대충 그 정도겠지.
“또 누가 묘안 없냐?”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오, 케브라!
제일 꺼림칙하지만 제일 충직한 녀석.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고말고. 의견을 말해 봐라.”
“지금 저 분지 속에 전나세 일당이 확실히 있는지 없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 저 분지 속에 정말 적들이 있는지, 있다면 수가 얼마고 어떻게 포진하고 있는지를 알면 공격할 방법도 구체적으로 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바퀴벌레 주제에 바투르나 란슬링보다 훨씬 낫군그래.
내가 대견해 하는 표정을 짓자 시기에 가득 찬 다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그런 말은 누가 못 하냐고. 문제는 어떻게 그걸 파악하느냐는 거지.”
“바로 그래서 하는 말이다. 우영 공작님, 제가 가서 놈들의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오겠습니다!”
“케브라, 니가?”
“네! 저의 이 신기에 달한 삽질로 땅굴을 파서 저 분지에 정확히 도착해서 곳곳을 뚫고 다니며 완벽하게 모든 정보를 알아내겠습니다.”
으음…….
확실히 좋은 생각 같기는 하다.
케브라의 삽질은 이제는 정말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저번에 재경이한테 잡혔다가 탈출했을 때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뭔가 좀 찝찝한 기분이네.
그게 뭘까 하고 생각하는데 란슬링이 언성을 높였다.
“흥, 니가 땅굴을 파고 저기 가서 상황을 파악하고 온다고? 웃기지 마라, 쉬익! 너 같은 길치라면, 어디 엉뚱한 곳으로 뚫고 올라가서 실컷 헤매고 다니다가 한 열흘쯤 뒤에나 돌아올 거다, 쉬익!”
“…….”
그렇군.
바로 그거였다.
케브라 이 자식이 땅굴을 파면서 길 찾는 데는 천부적인 길치라는 사실이었다.
그걸 잊고 있었다니…….
젠장, 이래서야 땅굴을 파는 그 좋은 삽질 스킬이 아무 소용없지 않느냔 말이다.
짜증이 나서 인상만 긁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불쑥 말했다.
“그냥 내가 애들 몇 명 데리고 가서 정보를 얻어 오겠소.”
놀라서 바라보니 코란이었다.
“작전 회의 하는 데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가 두 눈을 부라렸으나 코란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여기까지 왔으면 우릴 믿어야지 같이 싸울 거 아니오? 어쨌거나 전나세 일당은 아직도 우리가 자기들 편인 줄 알 테니 우릴 전혀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
음, 생각해 보니 그것도 그러네.
뭐 그렇다면야 굳이 말릴 건 없겠지.
“그럼 그렇게 해 보든가. 단 우리가 여기 왔다는 거 전나세한테 까발렸다간 어떻게 되는지 잊지는 말고.”
“…….”
내 말에 코란은 못마땅한 듯 째려보더니 엘프 두 명을 데리고 재경이가 있다고 촌장이 말한 곳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뒤 코란은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블랙 파운딩 기사단을 위시한 재경이 부하들을 이끌고 말이다.
정보를 캐라고 보냈더니만 우릴 배반하고 재경이한테 우리가 여기까지 쳐들어온 걸 꼰질러 바친 거다.
여차하면 에이프릴을 죽여 버린다고 그렇게 위협을 했는데도 이 간덩이 부은 자식이!!
그러고 보니 우리 뒤에서 열을 지어 따라오던 엘프들도 어느새 남김없이 사라져 버린 뒤다.
난 기가 차서 세영이한테 물었다.
“야, 엘프들 모두 어디 갔냐?”
“어머머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오빠가 알지.”
뭐가 어째? 오빠가 알지라고?
이런 젠장할…….
내 이런 것들을 믿고서 싸우고 있었다니……. 내 자신이 불쌍해서 통곡하고 싶다.
그나저나 이거 돌아 버리겠네.
“코란, 저 자식이 도대체 뭘 믿고 우릴 배반한 건지 모르겠네. 여차하면 에이프릴의 목이 달아날 거라고 내가 분명히 말했는데…….”
“그러게 말예요. 난 하도 걱정하는 꼴이 안돼 보여서 ‘설마 우영 오빠가 에이프릴을 죽일 턱이 있냐, 그냥 에이프릴한테 말해서 잠시 쇼 했을 뿐이지, 고문하려고 한 일도 없다’고 했을 뿐인데…….”
“세영이 니가 코란한테 그런 소릴 했단 거냐?”
“네, 자기 애인 때문에 어찌나 고민하는지 불쌍해서 말이죠.”
이런 젠장! 이제 보니 코란 간덩이를 붓게 한 원흉이 세영이였군.
내가 하도 기가 차서 세영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옆에 있던 세일, 세이, 세삼, 세사 네 형제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 누나에 대한 응징은 우리들이 확실히 할게요. 노여움 푸세요.”
그러자 세영이는 니들이 뭔데 감히 누나를 응징하려 하느냐고 펄펄 뛰었지만 난 가만있지 않으면 너부터 날려 버리겠다고 을러댄 뒤에 앞으로 나섰다.
“코란, 너 죽을래? 너 진짜 내가 에이프릴을 없애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냐?”
그러자 블랙 파운딩 기사단장 옆에 선 코란은 비웃는 미소를 지었다.
“그건 아니지. 네가 화나면 정말로 에이프릴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네가 여기서 우리 손에 사로잡히면 에이프릴을 죽일 수 없겠지?”
“그러니까 지금 나를 사로잡으시겠다 그 말씀인가?”
“그렇다. 전나세 경께서 반드시 너를 사로잡으라고 내게 명령하셨다!”
코란은 지가 무슨 신성한 사명이라도 위임받은 성기사인 양 폼 나게 소리쳤다.
젠장, 재경이 이노무 자식!
나를 사로잡아서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어쨌든 좋다.
이번엔 우리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다 이거다.
저번에 기습당했을 때처럼 순순히 당하진 않는다고.
엘프들이 도로 재경이 편에 붙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어차피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고 말이지.
난 코란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크게 고함을 질렀다.
“전투 개시! 전원 임의대로 싸워라. 눈앞의 적을 모조리 분쇄하고 저 분지를 점령한다!”
“우와아아!”
내가 고함을 지르자 부대원들은 노도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돌진…… 하려는 순간이었다.
눈앞에 있던 블랙 파운딩 기사단이 갑자기 옆으로 빠지더니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방패를 앞장세운 창병들이 우리를 향해 들이닥쳤다.
“윽!”
“케액!”
삽시간에 십여 명의 피그몽과 길드원들이 꼬치에 꿰인 산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뒤이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나면서 하늘에서 무수한 화살이 떨어져서 우릴 덮쳤다.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적지 않은 희생자가 났다.
저쪽 분지 입구를 보니 엘프들이 질서 정연하게 서서 화살을 날리고 있다.
빌어먹을!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좌우가 막혀 있어서 앞의 적들을 치고 나가든가 아니면 후퇴해야 한다.
하지만 뒤도 아마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오로지 뚫고 나갈 수밖에.
난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무조건 전진! 로그아웃당할 걸 각오하고 밀어붙여라! 여기서 못 빠져나가면 승산이 없다!”
난 메이스를 휘둘러 대면서 부대원들을 독려했다.
특히 피그몽들을 두들겨 패면서 무조건 밀어붙이라고 강하게 독려했다.
다행히 피그몽들은 불평 없이 내 뜻대로 따라 주는군.
이것들의 단순한 머리는 이럴 때는 작동하지 않아서 다행스럽다.
이제 전장은 난전이 되어 버렸다.
우릴 저지하려는 블랙 파운딩 기사단과 창병들, 그리고 나의 피그몽 부대와 미라쥬 길드, 제자들의 강력한 지원은 정면으로 충돌해서 뒤죽박죽 섞여 버린 거다.
나도 메이스를 들고 죽기 살기로 블랙 파운딩 기사들을 향해서 휘둘렀다.
놈들의 검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 사이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좋았어. 어디 한번 해 보자 이거야!
나는 피에 굶주린 살인마처럼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블랙 파운딩 기사단을 향해 재차 메이스를 도리깨질 해 댔다.
퍼억!
“응?”
뒤를 돌아보니 내 뒤통수를 노리고 달려든 블랙 파운딩 기사 한 녀석이 케브라의 쌍절곤에 맞아서 말에서 떨어졌다.
“조심하십쇼! 우영 공작님이 당하면 우린 끝장입니다!”
케브라는 다시 나에게 달려드는 기사들을 막으면서 말했다.
훗! 기특한 녀석.
난 널 보내려고 시도 때도 없이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데 날 보호하려고 이렇게까지 몸을 사리지 않다니.
참 운명이란 묘하구먼.
케브라는 내 옆에서 쌍절곤을 풍차처럼 돌리며 블랙 파운딩 기사들에 맞섰다.
기사들의 투핸디드 소드가 우리 둘을 향해 마구 떨어지자 나도 메이스로 6연타 공격을 퍼부으면서 대항했다.
벌써 우리 주위에 쓰러진 기사들의 수가 50명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블랙 파운딩 기사단의 기세도 주춤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피그몽들의 헌신적인―이 아니라 너무도 무식하고 저돌적인― 저항에 질린 적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때다. 이 순간을 놓치면 이 지루한 전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질지 모른다.
나는 크게 고함을 질렀다.
“돌격 앞으로! 놈들을 쳐부수고 저 분지 안으로 진입한다! 세영아, 넌 랑기스의 숏 보우로 후퇴하는 부대원들은 모조리 즉결 처분해 버려!”
내 고함에 부대원들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
후퇴하는 아군을 즉결 처분하라니…….
세영이도 질렸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랑기스의 숏 보우에 화살을 재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이기지 못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정도의 각오가 아니면 끝장을 볼 수가 없다는 거지.
“돌격 앞으로!”
나는 메이스를 앞으로 힘차게 내뻗었다.
“우와아아!”
“전나세를 때려잡자!”
부대원들은 고함을 지르고 기세를 올리며 돌진했다.
이미 뒷걸음질 치고 있던 적들은 빠른 속도로 후퇴를 시작했다.
근데 블랙 파운딩 기사단은 말을 타고 있어서 후퇴가 빨랐지만 화살을 쏘고 있던 엘프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다가 우리 부대하고 맞닥뜨리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사실 얘들은 무시하고 빨리 분지 안으로 들어가서 재경이를 때려잡아야 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복수심이 그걸 거부했다.
“엘프들을 한 녀석도 빼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우릴 두 번이나 배신한 대가가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란 말이다!”
내 명령에 부대원들은 분지 안으로의 진입을 잠시 미루고 엘프들을 마구 도륙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우리 부대원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하나둘 칼을 맞고 쓰러져 갔다.
가만있어 보자……. 옳지, 코란 저 자식이 저기 있군.
“우영…….”
“훗, 두 번이나 날 엿 먹였을 때는 죽을 각오를 당연히 한 거겠지?”
“변명은 않겠다! 덤벼라!”
“가소로운 자식아! 개폼 잡지 말아! 덤비면 니가 내 상대나 될 거 같냐?”
나는 코란의 공격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메이스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빠각!
“크윽!”
석류가 터질 때 나는 소리와 함께 코란은 맥없이 땅에 쓰러졌다.
근데 금방 죽지를 않고 뭐라고 중얼거리는군.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아아…… 에이프릴……. 너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고 죽는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저승에서도 아무 아쉬움이 없을 것을…….”
젠장 느끼해 죽겠다.
이 자식이 곧 죽어도 순정파인 척 폼 잡고 자빠졌네.
기분이 나빠진 나는 다시 메이스를 녀석의 머리에 한 방 더 먹여서 확인 사살을 해 주었다.
“크윽……. 잔인한…… 놈! 하늘이 널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징글맞은 녀석.
죽는 녀석이 지가 할 말은 끝끝내 다하고 숨이 끊어지는군. 무슨 70년대 한국 영화 찍고 자빠졌냐?
엘프들을 모조리 다 없애 버린 걸 확인한 나는 분지 안으로 진입하라고 부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