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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22화)
Part 10. 최후의 결전(1)
휘유우웅!
콰쾅!
“케액!”
“으악!”
제기랄! 분지 안에 들어오자마자 투석기에서 날아온 바위 세례에 피그몽과 길드원 열여섯 명이 깔려 죽었다.
투석기는 분지 저 안쪽의 목책으로 벽을 쌓은 요새 안에서 날아오고 있다.
여기서 저 목책까지의 거리는 대략 3백 미터.
“뭣들 하는 거야! 단숨에 달려가서 저 목책을 무너뜨리고 저 자식들을 밟아 버려!”
내가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자 부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엇! 근데 이게 웬일이지. 힘차게 돌진하던 놈들이 갑자기 왜 사라진담?
“으악!”
“아악!”
게다가 비명 소리까지…….
함정이었다.
깊숙이 파 놓은 함정에 쇠꼬챙이라도 박아 뒀는지 기세 좋게 돌진하던 병력들 2백 명 정도가 모두 로그아웃당해 버렸다.
젠장할!
우리가 당황해서 주춤하는 사이에 목책 안에서는 투석기로 날린 바위 덩어리가 마구 날아왔다.
간간히 화염 덩어리까지 날아와서 부대원들을 노릇노릇하고 먹음직스럽게 태우기까지 했다.
이거 어쩐담?
저 함정을 무시하고 돌진할 수도 없고, 이대로 있으면 바위에 깔리거나 불덩이에 맞고 전멸할 거 같다.
우리도 날리면 되지 않냐고?
아, 우리가 투석기같이 거추장스럽고 무식하게 큰 물건을 가져왔을 리가 없잖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거리 무기는 고작해야 활뿐인데 이걸로는 목책 안은커녕 근처에도 화살이 못 간다고.
“윽!”
“크아악!”
내가 어찌할까를 고민하는 사이에도 부대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 갔다.
근데 보고 있기 답답했던지 란슬링이 나를 마구 재촉했다.
“쉬익, 우영! 뭐하고 자빠졌냐. 이러다가 모두 죽일 거냐, 쉬익! 빨랑 대책을 세우고 명령을 내려야 할 판에 뭐하냐, 쉬익!”
“시끄러 이 도마뱀 대가리야. 너 때문에 더 대책이 안 떠오르니까 입이나 닥치고 있어!”
제기…….
어쩔 수 없군.
이렇게 빠르게 쓰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다.
나는 부대원들을 향해서 크게 외쳤다.
“조금만 더 버텨라. 놈들의 투석기 공격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해라.”
그리고 파티원들을 내 뒤에 서 있게 했다.
“레달입을 시전할 거다. 그러니 나한테 떨어지는 바위나 불덩이는 니들이 뭔 수를 쓰든 알아서 막아라! 그리고 내가 레달입을 시전하면 다쓰와 란슬링은 나한테 힐링 해 주고 포션 먹이는 거 잊으면 안 된다.”
“알았어요!”
“알았다, 쉬익!”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3백 미터 전방의 목책을 노려봤다.
가능하다.
레달입이면 이 정도 거리라고 해도 충분히 해 볼 만하다.
난 메이스를 쭈욱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마나 포션을 마구 들이키면서 마나를 온몸 가득히 돌렸다.
엇! 근데 저기 목책 안쪽의 삼 층 건물에서 누군가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재경인가?
누군진 몰라도 좌우간 저 녀석이 뭐라고 지시를 내리는 모양이고 곧 심상찮은 사태가 벌어졌다.
갑자기 투석기에서 날아오는 바윗덩이가 어째 내 쪽으로만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거였다.
분명히 내가 뭔가 심상치 않은 공격을 하려는 걸 눈치채고 이러는 게 틀림없다.
빌어먹을…….
이러면 내가 마나를 만땅으로 채우기 위해 정신을 집중시킬 수가 없잖느냔 말이다.
나는 뒤에 서 있는 파티원들을 째려보며 소리쳤다.
“뭣들하고 처자빠졌냐! 나한테 떨어지는 바윗덩이들 막으라고 했지! 내가 납작 깔려 죽으면 좋겠냐!”
“…….”
젠장, 다쓰 저 자식의 표정엔 ‘응, 니가 바위에 깔려 죽으면 만세를 부르고 싶을 거야.’라고 쓰여 있군.
망할 노무 자식 같으니. 어디 끝난 뒤에 한번 보자.
좌우지간 내 말이 떨어지자 다쓰와 란슬링은 나를 엄호하는 척만 했고 세영이 녀석은 나한테 떨어지는 바윗덩이를 랑기스의 숏 보우에서 날리는 화살로 맞춰 떨어뜨리려는 닭짓을 해서 날 열 받게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를 말든지.
케브라만은 진짜로 몸을 날려 나에게 떨어지려는 바위를 허공에서 쌍절곤으로 격파하는 필살기를 보여 주었다.
허공을 나르며 쌍절곤을 휘두르는 바퀴벌레라…….
그것참 내가 봐도 엽기적이다.
어쨌거나 케브라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난 날아오는 짱돌……이 아니고 바윗덩이에 깔릴 걱정을 하지 않고 마나를 풀 파워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난 내 몸 가득히 충만한 파워를 서서히 메이스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 노무 스킬은 정말이지 마나를 많이도 요구하는구먼.
하긴 워낙 사기성 짙은 스킬이니 어쩔 수도 없긴 하겠다만.
자, 이제 30초만 더 있으면 레달입을 시전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날아온 것들의 대략 두 배는 되는 바윗덩이가 날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정통으로 나를 노리고 날아오고 있었다.
“…….”
근데 피할 수도 없군.
마나가 메이스에 최대한으로 충전되고 있는 지금은 이 메이스로 레달입을 시전해서 끝나기까지는 딴 동작을 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단 말이지.
어쩔 도리 없다.
4레달입을 시전하고 저 바위에 깔려 죽든가, 시전하기 전에 바위에 깔려 죽든가다.
내가 그렇게 체념하고 나의 로그아웃을 각오하고 있을 때였다.
“이야아아아아아앗!”
케브라가 기묘한 괴성을 지르더니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부딪쳤다.
저렇게 부딪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지 바퀴벌레로 바위 치기일 거 같은데…….
퍼석!
“크으윽!”
내 생각대로 케브라는 바위에 부딪쳐서 바위에 깔린 바퀴벌레 꼴이 되어 쓰러졌다.
근데 덕분에 날아오던 바위가 방향을 바꿔 내 옆에 떨어졌다.
털썩!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메이스의 마나 주입이 끝났다!
나는 레달입을 힘차게 시전했다.
쿠콰콰콰쾅!
3백 미터.
무려 3백 미터의 거리였다.
그러나 내 메이스에 가득 충전된 마나는 엄청난 화염으로 바뀌어 드래곤의 브레스와 맞먹는 위력으로 목책으로 둘러싸인 요새를 덮쳤다.
강력한 섬광과 불꽃에 눈이 멀 지경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열기에 온몸이 익는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말이지.
난 반쯤 정신을 잃고 20미터쯤 뒤로 밀려가서야 간신히 멈췄다.
물론 내 뒤에 있던 파티원들은 더 뒤로 피한 상태였다.
몇 분 지나서 화염과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난 비로소 눈을 크게 뜨고 전방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백 미터 전방의 목책까지 굵고 널찍한 도랑이 파진 형국이었다.
물론 그 도랑에 놓여 있던 것들은 풀이든 적이든 새까맣게 타서 한 줌 재로 변해 버렸다.
목책도 완전히 파괴되어 무너져 버렸고 목책 안의 건물들도 형체도 없이 날아가고, 여기저기 부서지고 타 버린 나무 조각이 여기저기 널린 게 보였다.
순간 띠리링! 하는 음향과 함께 창이 떴다.
이름 : 우영
직업 : 스토킹 마스터
레벨 : 150 악명 : 65
명성 : 100 지식 : 40
힘: 140 체력 : 110
민첩 : 60 행운 : 70
지혜 : 55 매력 : 80
HP: 200 MP : 170
레벨이 드디어 150에 진입했다.
그리고…… 직업이 스토킹 마스터로 바뀌었군.
마스터가 붙는 거 보니까 스토커 계열 직업의 완성 형태가 아닐까 싶다.
곧 직업 설명 창이 떴다.
- 스토킹 마스터 보너스 창 -
1. 어두운 곳에서 활동할 시에 민첩성과 행운 스탯에 40점이 추가된다.
2. 스토커 클래스가 이용 가능한 모든 아이템의 능력치를 40% 상승시켜서 사용할 수 있다.
3. 도둑, 어쌔신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의 친밀도가 30%로 증가한다. 귀족이나 성직자들에게는 그 반대다.
주의 사항 : 스토킹 마스터는 스토커 계열의 궁극의 완성 형태다. 더 이상의 전직은 불가능하다.
음, 역시 생각했던 대로군.
더 이상의 전직은 없댄다.
만약 다른 직업을 택하려면 아예 직업 계열 자체를 바꿔야겠지. 스토커 계열이 아니고 말이지.
하지만 이렇게 빠방한 능력치와 보너스가 생겼는데 굳이 다른 직업으로 바꿀 이유는 없다……라는 것보다는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 자체가 서서히 끝나 가고 있다는 게 문제로군.
쩝, 캐릭을 여기까지 키워 놨는데 정말 아쉽다.
그때 세영이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불쌍한 케브라…….
그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장렬하게 바위와 부딪혀 산화하고 나를 구한 케브라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거 정말, 밤에 일어나 부엌에서 물을 먹다가 우연히 밟아 터뜨린 바퀴벌레 꼴이로군.
나올 거 안 나올 거를 걸쭉하게 몸에서 흘린 채로 납작 짜부려져 있는 저 모습이라니.
하지만 이 바퀴벌레 때문에 레달입으로 재경이의 요새를 날려 버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동시에 나의 학살 만행이 들통 나서 처절한 복수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내 고민도 다 해결된 거고 말이지.
잘 가거라, 케브라! 너의 충성심은 내 길이길이 기억해 주마!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끄으으응…….”
“…….”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무슨 소리래냐?
설마…… 설마…… 설마 그럴 수가…….
근데 그 설마가 진짜였다.
세영이가 기쁨의 환성을 지르는 소리에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오빠! 케브라가 무사해요! 안 죽고 살아 있다고요! 정말 다행이예요! 오빠, 지금 무진장 기쁘죠? 기뻐 죽겠죠?”
“…….”
젠장, 정말이지 죽고 싶다.
죽고 싶을 정도로 환장하겠다.
아무리 바퀴벌레라도 그렇지, 그 무지막지한 바위 덩어리에 부딪쳐서 몸통에서 순대를 줄줄 흘리고도 살아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맘 같아서는 다시 레달입을 케브라한테 써서 확실히 보내 버렸으면 좋겠다만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지금 상태에선 아예 불가능이다.
보는 눈이 너무 많기도 하고 말이지.
레달입으로 완전히 파괴해 버린 목책 안의 건물들로 나는 부대원들과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간혹 숨이 남아 있는 적들이 보이는 대로 확인 사살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재경이를 찾았다.
어쩐지 부상을 입은 상태로라도 아직 살아 있을 거 같아서 말이지.
근데 없구먼.
엄청난 시신들이 불탄 채로 마구 나뒹군 걸로 봐서는 재경이의 부대를 완전히 끝장낸 거는 맞는 거 같은데 말이지.
최종 보스인 재경이의 시신을 확인할 수 없는 게 좀 아쉽다.
근데 정말 아무리 찾아도 없네?
나중에는 부대원들한테 명령을 내려서 재경이의 시신이든 부상 입은 상태든 좌우간 발견하는 사람한테 포상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모두가 이 잡듯이 뒤졌지만 끝끝내 재경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 레달입에 정통으로 맞아서 완전히 잿가루가 되었다는 소린가?
그렇다면 시신조차도 발견이 안 되는 게 설명이 되기는 하는데……. 어쩐지 좀 찝찝하군.
좌우간 여기서 무한정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재경이가 죽은 걸로, 즉 로그아웃된 걸로 판단한 나는 파티원들에게 뒷일을 맡겼다.
“대충 정리한 다음에 모두 영지의 저택으로 복귀해라.
단 미라쥬 길드원들은 곧장 미라쥬 길드로 돌아가라. 피그몽들은 저택에서 햄과 베이컨을 지급받고 글래스 캐슬로 돌아가도록 하고.”
“오빠는 어쩌려구요?”
“일단 나가서 재경이 녀석이 현실로 돌아왔는지를 확인해야겠다.”
“네…….”
로그아웃하고 눈을 뜨자 천장의 벽지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나는 일어나서 옷을 입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거리는 이미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형님 댁으로 향하면서 난 생각했다.
이제 비로소 다 끝나는구나 하고 말이지.
재경이 녀석 때문에 뜻하지 않은 게임 생활을 하느라고 애 좀 먹었다만 나름대로 즐겁기도 했다.
그걸 생각하면 재경이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끼익!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보며 형이 어리둥절했다.
“왜 이렇게 허둥대며 오냐? 뭔 일이라도 있냐?”
“재경이 안 깨어났어?”
난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러자 마루에서 형수가 나오면서 반문했다.
“재경이가 깨어나다뇨?”
“아직 그대롭니까?”
“잠깐만요, 보고 올게요.”
형수는 재경이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헉!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나는 황급히 재경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변한 건 없었다. 재경이 녀석은 여전히 헤드셋을 쓴 채 누워 있었다.
저번에 봤을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거라면 입가의 미소가 사라지고 초조한 표정이 된 거로군.
좌우지간 로그아웃되지 않았다면 결론은 하나다.
재경이는 내가 시전한 레달입에도 불구하고 게임 속에서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난 다시 게임 속에 들어가서 재경이를 찾아서 확실하게 해치워야 한단 거고.
지겹다는 생각보다 잘됐다는 생각이 드는군.
게임이 끝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아쉬웠는데 좀 더 해야 할 상황이 되었으니까.
근데 막막하기도 하군.
이 녀석이 게임 속 어느 구석으로 도망쳤는지를 또 어떻게 알아낼지…….
쩝…….
나는 실망해 하는 형과 형수한테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