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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마스터 5권(124화)
Part 11. 마지막 스토커(2)


- 전나세를 처단하라! 퀘스트가 달성되었다. -
교황청 소속 성기사단장 레디언트로부터 부여받은 ‘전나세를 처단하라!’ 퀘스트가 달성되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챔피언의 컵을 받았고, 다쓰의 팔라딘 자격도 회복되었다.

우리는 레디언트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나왔다.
그러자 세영이가 물었다.
“이젠 어디로 가죠?”
“어디로 가긴. 공주님을 만나러 가야지…….”
“공주요?”
“아, 엘카니아 왕국의 셀라인 공주 말이다. 그 공주한테도 전나세를 없애 달라는 퀘스트를 받았잖냐. 해결했으니 보상을 받으러 가야지.”
“그렇군요……. 근데 오빠 셀라인 공주한테서 보상을 안 받으면 안 되나요? 웬만하면 그 공주한테는 가지 말아요.”
세영이가 자못 못마땅하다는 투로 하는 말에 난 잠시 벙 쪘다.
“응? 아니 세영이 너 그게 무슨 소리냐? 셀라인 공주한테 가지 말라니? 그럴려면 애초에 뭐하러 퀘스트를 받았겠니. 너도 그렇게 말 안 되는 소리는 가급적 하지 말아 줬음 좋겠구나.”
“…….”
내 말에 세영인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으나 표정엔 못마땅해 죽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근데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드디어 엘카니아 왕국에 들어섰다.
우리는 왕궁으로 가서 셀라인 공주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공주가 몸소 우릴 맞으러 나왔다.
“우영 님!”
“공주 저하, 잘 지내셨습니까?”
“정말 반갑네요. 이리들 들어오세요!”
셀라인 공주는 자신의 방으로 우릴 들어오게 했다.
“…….”
근데 이거 좀 이상하네.
환대치고는 나를 보는 셀라인 공주의 눈이 뜨거운 느낌인데…….
좌우간 볼일 빨리 끝내고 가면 그뿐이지 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용무를 꺼냈다.
“공주 저하, 저에게 의뢰하신 전나세 제거 임무를 마치고 왔습니다만…….”
“소식은 들었어요. 정말 수고하셨어요. 정말이지 너무너무 장하세요!”
공주는 활짝 웃으며 치하의 말을 했다.
칭찬 듣는 건 좋은데, 이거 어째 파티원들이 없으면 나에게 달려들어 키스라도 마구 할 거 같은 분위기를 풍기네?
오래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나는 말을 이었다.
“저…… 그래서 말씀인데…… 보상 문제 말씀이죠…….”
“물론이죠. 드려야죠. 그걸 말씀드리려고 저도 벼르고 있었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빨리 주시죠. 그만 가 봐야겠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경솔한 짓은 물론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공주가 알아서 빨리 줄 거 주기를 기다렸다.
공주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약속드린 상금 1만 골드를 보석으로 준비했답니다. 그래야 가져가시기 편할 거 같아서요.”
“네, 공주 저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돈이 생기는 일이라면 한 번이 아니라 천 번이라도 숙일 수 있지. 암, 숙일 수 있고말고.
근데 돈 말고도 뭘 더 받기로 한 거 같았는데, 그게 뭐였더라?
퀘스트를 성공하면 받기로 한 보상이 여러 종류였던 것 같은데, 어째 기억이 잘 안 나는군.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데 공주가 배시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임무에 성공하시면 저의 수호기사 자격을 드리기로 한 거 기억하시죠?”
“아, 네…….”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런 거 받기로 한 것 같긴 하다.
공왕이 될 판인데 그런 기사 자격은 없어도 전혀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주는 거 거절해서 공주 비위를 거스를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제가 지니고 있는 거 뭐든 한 가지를 요구하실 권한이 있는데……. 설마 제 목숨을 요구한다거나 그러진 않으실 거죠?”
“그럼요. 그 무슨 끔찍한 말씀을. 제가 어찌 감히 공주님의 목숨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내 말에 공주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내게 내밀었다.
“그래서 전 우영 님께서 제 반지를 요구하실 거라고 생각해서 이걸 드리려고 하는데, 설마 제 짐작이 틀린 건 아니겠죠? 틀린 거면 저 무지하게 창피할 거 같거든요? 절 창피하게 만드실 생각은 아니죠?”
“아, 네…… 그, 그럼요. 뭐 상관없습니다. 받죠 뭐.”
난 좀 당황했으나 ‘이거 안 받으면 날 창피 주는 걸로 간주할 거야!’라는 공주의 말투에 당황해서 반지를 받았다.
근데 반지를 받는 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받았으면 손가락에 끼셔야죠. 왼손 약지에 끼시면 된답니다.”
“그, 그런가요?”
난 엉거주춤 반지를 꼈다.
이거 원……. 지금 뭘 하는 건지를 모르겠네.
내가 보상을 받는 건데, 어째 꼭 공주의 장단에 놀아나는 마리오네트가 된 기분이지?
내가 반지를 끼자 공주는 두 손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이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네요!”
“충족되다뇨? 뭐가 말입니까!”
내가 당혹해했으나 공주는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했다.
“마지막 보상은 우영 님이 저한테 구혼할 자격을 드리는 거거든요? 그리고 지금 끼신 반지는 약혼반지라는 거 아시죠? 약혼반지까지 끼셨고 이제 구혼할 자격까지 갖추셨으니 모든 조건이 갖춰진 거죠.”
“…….”
커억! 이거 무슨 소리냐?
아니, 지금 이 정신 나간 공주가 날 꼼짝없이 지 결혼 상대로 만든 거냐?
아니, 무슨 놈의 보상이 이따위야!
세상에 받아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족쇄로 작용하는 보상이 어디 있냐고!
……라고 불평해도 애초에 보상 항목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내 잘못이 더 크군…….
내가 항의하려던 순간 세영이가 벌떡 일어나서 앙칼지게 소리쳤다.
“지금 도대체 뭐하시는 거죠! 누구 마음대로 우영 오빠와 결혼하겠다는 건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처사예요!”
옳커니, 말 잘한다.
세영이의 강력한 항의에 셀라인 공주도 당황스러워했다.
“뭐라고요? 아니 그대는 누군데 나하고 우영 님의 일에 개입하는 거죠?”
“흥, 누구는요. 우영 님의 약혼자랍니다. 제가 있는데 결혼은 무슨! 깨끗이 포기하세요! 아무리 공주라고 해도 어림도 없어요!”
젠장, 세영이 이 자식도 셀라인 공주하고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는 짓이 말이지.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 해서라도 이 자리를 모면하는 수밖에 없지.
게임을 접어야 할 판인데 공주하고 백년가약을 올린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공주는 화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우영 님, 설마 지금 이 여자의 말이 진실은 아니겠죠?”
“저, 공주님 죄송하지만 제가 얘하고 좀 특별한 사이인 건 맞거든요? 그러니 웬만하면 저는 포기해 주셨으면 합니다. 공주님과의 혼인은 정말 곤란합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공주가 얼굴을 붉히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 그런가요? 감히 이 나라에서, 공주인 내 말에 거역하다니!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맘이 바뀔 때까지 모두 지하 감옥에 감금할 수밖에!!”
허거거걱!
이게 무슨 소리야?
보상받으러 왔는데 감금이라니!
난 당황해서 크게 소리쳤다.
“얘들아, 튀자!”
우당탕탕!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파티원들은 문을 박차고 도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릴 잡으라고 악쓰는 셀라인 공주의 목소리가 우리의 뒤쪽에서 크게 들려왔다.
우리는 필사적으로 왕궁의 담을 넘었다. 근데 벌써 정문 쪽에서는 경비병들이 달려오고 있다.
이거 야단났군. 대략 3백 명은 넘는 것 같은데…….
그때 웬 마차가 우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마차 안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 마차에 타라!”
누구인 줄 알고 탈까 보냐 생각했다가 칼과 창을 들고 달려오는 경비병들을 보고는 할 수 없이 우린 마차에 몸을 던졌다.
우리가 마차에 타자마자 네 마리의 말은 힘차게 달음질하면서 왕궁에서 멀찌감치 우리를 떼어 놓기 시작했다.
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앞 좌석에 앉아 있는 마차 주인에게 인사를 했다.
“뉘신지 몰라도 감사드립니다.”
“내 목소리를 못 알아보겠나?”
말과 함께 마차 주인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허억, 당신은…….
“크레이브 공작?”
“오랜만이군.”
셀라인 공주의 삼촌인 크레이브 공작이었다. 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 왜 마차를 왕궁 밖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가 우리가 도망치는 걸 도와주는 거지?
내 궁금증을 짐작한다는 듯 크레이브 공작은 설명해 주었다.
“자네가 공주의 청을 받아들여서 부마가 되기로 했다면 난 아마 자네를 죽였을 걸세.”
허걱!
“왜냐하면 그러면 자네는 우리 엘카니아 왕국의 주요 권력자가 될 테니까. 지금의 내 입장으로서는 제거할 수밖에 없지. 난 내 권력에 타격을 입힐 경쟁자를 용납할 수 없으니까.”
“그럼 제가 선택을 잘한 거로군요.”
“그렇지. 그리고 공주한테 잡혔으면 어쩔 수 없이 공주가 하자는 대로 결혼을 할 수밖에 없을 테지. 그러니 내가 좀 귀찮지만 자네를 이렇게 탈출시켜 주는 걸세. 두 번 다시 우리 엘카니아 왕궁에 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네.”
그의 말에 나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안심하세요. 제발 와 달라고 무릎 꿇고 빌어도 안 올 테니까.”
“고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