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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가드 1권 (9화)
Chapter 3 (4)
“병사들을 팀으로 나누어서 수색을 하는 것보다는 숙영지를 지킬 병력만 남기고 중대 전체가 수색에 나가는 것으로 하겠다.”
다음 날 아침, 빵 한 조각과 옥수수죽, 맥주 한 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한 데네브는 척후 계획을 짜며 말했다.
“숙영지에 남을 병력은 전투공병 5명, 포병 4명, 척탄병 5명으로 한다.”
“대포도 끌고 가실 생각이십니까?”
마리 소위가 물었다.
“그래. 나귀 두 마리가 있으니 그것들로 끌고 가면 될 거야. 숙영지에 남아서 식량을 축내는니 돌아다니게 하는 게 더 바람직할 거야. 이 근방은 나무가 무성하긴 해도 산은 아니니까. 높아 봐야 언덕이고 하니 그다지 통행에 불편하지 않을 거야. 또 아무리 3파운드 포라고 해도 총보다는 위력적인 건 사실이니까. 중사, 포병들에게 산탄을 장전하라고 이르게.”
“알겠습니다.”
“마리 소위는 유격병들을 1열 횡대로 간격을 10미터 이상 벌리게 해서 광역 수색을 하게 하게. 알렉스 중사는 나머지 병사들을 인솔해서 후방에서 따라오게. 척탄병, 전투공병들보다는 유격병들이 수색을 잘하니까. 그리고 나도 전방에 있을 것일세. 내 망원경이 가장 좋으니까. 말은 마리 소위가 타게. 타기 싫으면 후방 병사들에게 맡기든가 하게. 말은 전령으로 꼭 필요하니까. 그리고 오늘 수색할 지역은 북동부 지역인 이곳이다. 질문 사항 있나?”
쏟아내듯이 지시를 내린 데네브는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정확히 20분 뒤인 8시 정각에 유격대가 먼저 떠나게.”
시작은 괜찮았다.
햇빛은 따스했고, 밤이슬에 젖은 풀과 나뭇잎들이 반짝였으며, 공기 또한 상쾌하고 좋아 물 냄새 섞인 풀 향기가 맡아졌다.
그리고 웬일인지 벌레 또한 없어 데네브는 척후 활동을 하는 건지 산책을 나온 건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젠장, 척후 활동만 아니라면 진짜 기분이 좋았을 텐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해가 점점 높아질수록 이슬이 증발하고 온도가 올라가자 고온 다습 현상이 일어나 그의 신경이 예민해지고 말았다.
이제 완연히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
그의 군복은 대개 울로 만들어져서 추운 날에는 따뜻하지만 더운 날씨엔 가차없이 더운데다가 칼라가 목을 거의 뒤덮었기 때문에 답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참기 힘들 만큼 더운 것은 아니고, 숲의 그늘과 북쪽 지방 특유의 낮은 온도 덕분에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그렇게 해서 첫날은 멧돼지의 똥이나 곰의 발톱 자국, 몇 개의 사람 발자국을 발견했고―대로변인지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둘째 날은 사슴이 뜯어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포도나무 잎을 자랑스럽게 소개해 주는 울리비라는 유격병을 얼차려시켰고―쓸데없는 것을 보여 줬다는 것과 임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죄목―셋째 날은 토끼 굴을 발견해 병사들이 모든 출구를 막고 화약종이 하나를 찢어 불을 붙인 연기로 몰아내 10마리의 토끼 가족을 잡았다.
그 불쌍한 토끼들은 크든 어리든 즉석에서 목이 꺾여 그날 저녁거리가 되었다.
넷째 날이 되었다.
“하암∼”
데네브는 지루함에 크게 하품을 하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척후 활동은 사람이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너무 지루하고 따분했으며 조용하고, 너무나도 느긋하고…… 지루하고 따분했으며 또…….
그 순간, 새소리가 났다.
아니, 그가 착각한 것이고, 사실은 유격병의 휘파람 소리였다.
“뭐지?”
마리 소위가 다가오자 데네브가 물었다.
“울리비가 마차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다니는 길이 아니라 임시로 누군가가 만든 길인 것 같습니다. 겨우 마차 하나가 통과할 만큼 작은 길입니다.”
‘젠장, 또 쓸데없는 거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그곳으로 가 보았다.
“상당히 많은 마차가 지나간 길인 것은 확실합니다.”
울리비 상병이 데네브가 다가오자마자 말했다.
뾰족한 귀가 특징인 그는 엘프였다.
“제가 확인한 것만으로도 6대의 마차가 지나갔습니다. 말발굽 자국도 여럿 찍힌 것을 봐서 말 2마리가 이끄는 전형적인 수송용 마차가 분명합니다.”
“평상시 다니는 길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 몰래 만들어진 길에 여러 대의 마차라…… 혹시 밀수업자인가?”
자신의 희망사항을 넣으며 데네브가 물었다.
만약에 밀수업자들의 집결지라도 알아내서 잡으면 밀수품은 정당한 포획물로서 전부 현금화되어 자신에게 4분의 1은 돌아올 것이기에 데네브는 그들이 밀수업자이길 바랐던 것이다.
그 뜻을 알고 마리 소위가 작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생각과 달리 울리비 상병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그가 말발굽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말발굽은 다른 것과 다르게 4개의 더 깊은 원형 구멍이 있었다.
“뭔지 아시겠습니까?”
“난 잘 모르겠네, 상병.”
데네브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마리 소위는 안색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기사 혹은 흉갑을 입는 중기병들의 아이젠 발굽입니다. 드리지아 군대가 남하한 게 분명합니다.”
그제야 데네브도 상황이 심각해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중대장이다.
저 덜떨어진 병사의 편파적인 시선을 가질 순 없다.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네, 상병. 내가 아는 어떤 밀수업자도 개인 군대를 가지고 있다네. 물론 그들은 용병이긴 하지만……. 마리 소위, 중대를 인솔하게. 난 상병을 따라서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봐야겠네.”
“병력을 좀 더 붙여 드리겠습니다.”
“좋아. 일단 이 일은 중대 일지에 기록해야겠어.”
데네브를 포함해 5명의 인원이 특별히 차출되어 그 길을 따라갔다.
한데 길을 가면 갈수록 수색을 맡아야 하는 울리비 상병의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 데네브가 여러 번 주의를 줘야 했다.
“여기 나무가 잘린 것을 보세요. 절단면이 조금 거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분명 도끼로 자른 것이 분명합니다. 길을 낼 때 도끼로 자른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도끼 자국입니다.”
같이 따라나선 전투공병이 말했다.
군대에선 비상시에 무기로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공병대에 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길을 낸 인물들이 군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었다.
“잘린 것을 봐서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잘린 면에 아직도 수분이 남아 있고 변색도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허참.’
데네브는 점점 공포에 질려 가는 울리비 상병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걱정하지 마, 울리비, 드리지아의 청년 국왕이 아무리 전쟁을 좋아한다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야. 자넨 한 번도 전장에 나가 본 적이 없나?”
“어, 없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사실 전장에 안 나간 것이 오히려 신의 축복을 받은 것과 다름없지.”
“중대장님은 전쟁이 안 무서우십니까?”
울리비의 말에 나머지 세 명의 병사 모두가 데네브의 소매장을 보았다.
“무섭지. 세상에서 죽는다는 것을 안 무섭다고 하는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야. 내가 덧없는 희망이라 불리는 결사대를 지원했을 때도 마음속 한편으론 당장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고함치고 있었다네.”
데네브로서도 자기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으실 수 있으셨습니까?”
“단지 운이 좋았지, 운이 좋았어.”
그때, 호탕했던 기사가 데네브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그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체가 찢겨져 버렸을 것이다.
“내가 쓸데없는 말을 꺼냈군. 계속 수색하지.”
다시 수색을 해 나가며 길에서 말똥이 발견되고, 사람의 똥이 발견되었으며, 일부는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머스킷 탄환의 종이 카트리지까지 발견되었다.
‘이런 씨,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
데네브는 불안해져 갔으며 그를 따라온 병사들은 이제는 완전히 공포에 빠져 기가 질리고 말았다.
드리지아 침공군…… 엄청난 대군…… 근데 우린?
결국 데네브는 자신의 생각을 철회해야 했다.
길을 따라가는 도중 그는 몇 십 미터 너머로 한 무리의 군인들이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붉은색과 노랑색이 섞인 제복을 입은 그들을 일찍 발견한 덕분에 데네브 일행은 들키지 않고 숨을 수 있었다.
“젠장, 드리지아 군이잖아.”
척탄병 하나가 작게 투덜거렸다.
“쉿.”
데네브가 작게 상체를 들어 망원경을 꺼냈다.
정찰을 하는 놈들의 뒤로 개활지가 보였는데, 거기에는 있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천막, 군마, 대포, 그리고 많은 수의 병사들…….
‘대략 숫자는…… 500명은 되겠군.’
일반 보병부터 시작해 포병에다가 흉갑과 투구를 쓴 흉갑기병들도 발견되었다.
“상병, 당장 마리 소위에게 돌아가 전 병력을 이끌고 이리로 오라고 해. 그리고 당장 사예르 요새에 보낼 보고서도 가져가게.”
데네브는 종이와 깃펜을 들고 서둘러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지도를 보며 개활지의 위치를 가늠하며 알아냈다.
“네? 중대장님, 설마 저들과 맞설 생각이십니까?”
“글쎄……. 철수한다 해도 병력들은 일단 나의 지휘하에 있어야지. 난 지금 중대를 통재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리고 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마. 넌 장교가 아니니까 명령에 따르라고.”
말을 점점 이어 나가던 데네브가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말았다.
“그 망할 주둥아리 당장 닥치고 명령에 따라. 알겠어?”
“알겠습니다…….”
‘쪼아 먹을 녀석.’
그리고 데네브는 다시 적의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에 다시 계산을 해 보았고, 다시 한 번 더 해 보았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런 젠장, 우리 숙영지랑 겨우 10킬로밖에 차이가 나지 않잖아.’
그들은 하류에 주둔 중이었고 데네브네는 상류에 주둔했으며, 여태까지 들키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로 무척 위험한 상태였다.
‘당장 철수를 해야 해!’
그는 마지막으로 몸을 빼며 천천히 뒤로 빠졌다.
“숨소리도 내지 마.”
그는 여기서 죽을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빌어먹을, 우라질 같은 내 인생.’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는 번쩍이는 은제 식기로 식사를 하고 귀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춤을 추면서 보냈어야 했다.
한데, 난데없이 최전선으로 배치되더니 첫 척후 활동에서 드리지아 군대나 만나고…… 한마디로 그의 인생은 꼬일 대로 꼬였다.
데네브는 본대를 만나자마자 마리 소위를 불렀다.
“마리 소위, 당장 이곳을 떠나야…….”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중대장님.”
마리 소위가 지도를 꺼내 여러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곳에도 드리지아 군대가 있습니다. 병력은 대략 5백 명이었고, 공성포까지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숲에서는 대기 중인 드리지아 용기병(총기병)과 창기병대도 발견되었습니다. 대략 숫자는 3백 명 정도 였습니다. 이들은 전부 국경을 넘었습니다.”
기병대가 300명이 넘으면 기병연대 정도의 규모였다.
“적어도 두 개 연대, 아니, 여단 규모로 내려왔군. 아니야. 우리가 확인한 곳은 전체 국경의 반의반도 안 되니, 어딘가에 사단본부도 있을 거야. 침공이 확실해. 우리 군은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우리 말고 척후는 없는 건가? 드리지아에 있는 첩자들은? 국경 감시 초소들은 왜 봉화를 안 올렸지?”
데네브는 그렇게 말했지만, 분명 그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예상이 갔다.
“사예르 성채에 있는 연대만으론 사단 규모의 적을 막기에는 부족할 듯싶은데요.”
마리 소위의 말에 데네브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저놈들은 지금 국경을 몰래 넘고 있고, 그 사실을 딱히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데 우리가 알아차렸으니 우릴 고이 보내 주려고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저들은 선전포고도 안 했잖습니까? 명백하게 야만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모르지만, 이미 마르티네즈에 있는 놈들 대사관에선 선전포고문을 전해 주었을 수도 있어. 여튼 이곳을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놈들은 대로로 이동은 안 하니까 그 점을 노려 대로를 통해서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
“네.”
다행히 야영지는 아직까지 무사했다.
병사들은 전쟁이 터졌다는 것과 적군의 중앙에 있다는 사실에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버렸고, 급한 마음에 몸을 빨리 움직였다.
“최소한의 식량과 개인 탄약을 챙겨라! 나머지 잡다한 것들은 전부 버린다! 서둘러! 이곳은 위험하다!”
순간, 포병 하나가 데네브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