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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2(11화)
4장 재회(2)


슈아아아악!
그때였다.
사내의 몸에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영력의 파동이 주변을 덮쳤다.
눈부신 빛과 함께 사내의 푸른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두 눈에서 눈동자가 사라졌다.
잠시 후,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점점 작아지더니, 한 마리 푸른 용의 형상이 반투명하게 사내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용은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고, 비늘 하나하나가 푸르게 번쩍였다.
“놈이 영수(靈獸)를 불러들였다! 조심해라!”
매가면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앙!
용은 크게 한 번 포효하더니, 곧 사내의 몸 안으로 사라졌다.
‘놀랍군요! 영력의 양이 순식간에 늘어났어요!’
어느새 사내의 온몸에서는 천성조차 만만히 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영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오고 있었다.
영력의 파동이 사내의 온몸을 감싼 채 출렁거릴 정도였다.
[허, 특이하군. 무언가 매개체를 이용해 영력을 증폭시키는 모양이야.]
무숙의 말에 천성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너희는 나의 상대가 못 된다. 그냥 돌아가거라.”
사내가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네놈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해 주마. 하지만 우리도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말을 마친 매가면이 무어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자 원숭이가면이 일전에 땅에 꽂아 둔 봉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주변에 반경 오십 장 크기의 반구형 결계가 형성되었다.
거대한 결계가 형성되고 나자 가면인들의 눈에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엇, 저건 뭐지?’
놀랍게도 가면인들은 이전보다 영력이 배 이상 늘어난 상태였다.
아마도 원숭이가면이 땅에 꽂아 둔 막대기가 원인인 듯했다.
두 무리 모두 특이한 방법으로 영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영침(靈針)을 다시 만들어 내다니…… 분명 사조께서 모두 회수하셨거늘.”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 무려 오천 년을 별러 온 우리다. 다시 찾은 능력이 겨우 영침뿐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가면이 진득한 살기를 피워 올리며 조소를 날렸다.
“하지만 영침의 효과는 일각 동안뿐이라는 걸 너희도 알 터. 과연 그 안에 너희가 날 이기는 게 가능할까?”
사내가 영력을 끌어 올렸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어디, 네놈의 실력이 그 만큼 대단한지 한 번 붙어 보자!”
매가면의 신형이 사라졌다.
파파파파팟!
사라졌던 매가면의 모습이 사내의 좌측에 나타났다.
전광석화 같은 섬응의 아미자가 사내의 가슴과 옆구리를 수십 회 찔러 들어갔다.
‘앗, 저자는 선검문에서 봤던 음속을 사용하는 흑의인!’
[그렇군. 그자가 틀림없다.]
매가면은 바로 냉면검 좌공을 죽이고 달아났던 섬응이었던 것이다.
섬응의 공격은 영안을 개방한 상태에서도 흐릿하게 보일 만큼 빨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섬응의 찌르기는 사내의 몸 근처에서 무형의 막에 모두 막혀 버렸다.
마치 물로 이루어진 막 같아 보였는데, 출렁거리며 섬응의 아미자를 막아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원숭이가면이 등에서 두 개의 검은 원반을 꺼냈다.
원반에는 특이하게도 각기 여덟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륜이라 부르기에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로 작았고, 두께도 마치 종잇장처럼 얇아서 옷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원숭이가면은 원반을 꺼내기가 무섭게 앞으로 쏘아 냈다.
쉬이이이이잉!
그러자 원반은 마치 쇠를 긁는 듯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선회해 섬응의 공격을 막던 사내에게 날아갔다.
‘음, 이 소리는 무척 신경이 거슬리는군요.’
[아마도 상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저래서야 같은 편에게도 좋을 게 없구나.]
재밌게도 섬응 또한 소리의 영향을 받는 듯 공격이 무뎌진 것이다.
그 순간, 두 개의 원반이 사내의 투명한 벽을 때렸다.
츠츠츠츠츠!
끼이이이이이잉!
쇠를 긁어 내는 듯한 굉음을 내며 원반은 조금씩 사내의 투명한 방어막을 뚫고 들어갔다.
“후후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냐!”
섬응이 아미자로 사내를 재차 공격하며 조소를 날렸다.
그때, 사내의 양손이 움직였다.
번쩍!
앞으로 밀어낸 사내의 두 손에서 한 줄기 뇌전이 뻗어 나와 원숭이가면을 때렸다.
쩌저저적!
“크악!”
원숭이가면이 갑작스레 뻗어 나온 뇌전을 피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맞았다.
그러자 사내를 공격하던 원반도 속도를 잃고 떨어져 내렸다.
“이런, 뇌전의 기운까지 사용하는구나!”
섬응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러는 사이, 사내의 손이 움직이며 두 줄기의 뇌전이 다시 원숭이가면에게로 날아갔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이미 한차례 큰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또 한 번 뇌전에 직격당한다면 중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
순간,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 있던 원숭이가면의 입에서 다시 한 번 절벽을 부수던 괴성이 터져 나왔다.
파지지지짓!
소리의 파동이 대기를 진동시키고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뇌전은 음파와 부딪쳐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멈춰 선 채 빠지직거렸다.
‘으윽, 저 소리는 정말 대단하군요!’
[정말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구나.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 정도 충격이라니.]
그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섬응이 신음성을 흘리며 사내에게 다시 한 번 돌진했다.
뇌전을 펼치느라 사내의 방어벽은 많이 엷어져 있었다.
츠아아악!
섬응의 아미자가 투명한 막을 찢어 냈고, 곧이어 다른 쪽 아미자가 사내의 옆구리를 찔렀다.
스악!
재빨리 뇌전을 거두고 우측으로 물러선 사내가 간신히 섬응의 공격을 피해 냈다.
쉬아아아아아아앙!
그때, 다시 사내를 향해 두개의 원반이 날아왔고, 섬응도 어느새 사내의 옆구리를 재차 찔러왔다.
사내에게 섬응의 공격은 매우 까다로웠다.
빠른 속도 때문에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결국 방어막으로 막아 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한데 섬응이 집중적으로 같은 곳만 노리다 보니, 점차 방어막에 균열이 발생했다.
방어막이 재생하는 속도보다 섬응의 공격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파파팟!
눈 깜짝할 사이에 섬응의 공격이 이십여 회 넘게 옆구리 쪽에 작렬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크윽!”
사내의 옆구리에서 피가 튀어 나왔다.
방어막이 한계를 넘어 결국에는 뚫리고 만 것이다.
재빨리 뇌전을 펼쳐 섬응을 뒤로 물린 사내의 눈썹이 위로 치켜올라 갔다.
그야말로 막상막하의 접전.
섬응의 빠르기에 사내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 원숭이가면의 원반과 괴성 때문에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져 자잘한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반면, 원숭이가면과 섬응은 사내의 뇌전 공격에 제법 큰 충격을 입은 상태였다.
‘양측이 서로 만만치 않군. 하지만 영침이라는 것이 일각 동안 작용한다 했으니, 저 사내가 조금만 더 버틴다면 놈들을 이기겠군.’
천성의 예측대로 사내는 지금 버티는 데 치중하고 있었다.
원숭이가면과 섬응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점점 다급해지고 있었다.
원숭이가면이 다시 한 번 기마자세를 취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온 천지를 진동시키는 소리가 사내를 공격했다.
소리의 파형은 거의 일직선 형태로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음파를 더욱 집중시켜 한곳으로 날린 것이다.
불안정한 자세에서 펼친 좀 전의 음파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파형에서 멀리 떨어진 섬응마저 머리가 울릴 정도니 사내가 느끼는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크으읍!”
사내가 뒤늦게 수벽(水壁)을 발출해 막았으나 완전하지 못했는지 신음과 함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휘청이는 사내를 향해 섬응이 달려들었다.
음파의 영향 때문인지 속도는 이전처럼 빠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일반 무인들에 비하면 엄청난 빠르기였다.
절벽사내의 눈에서 푸른 뇌전이 일렁였다.
“이야압!”
커다란 외침과 함께 수십 줄기의 뇌전이 섬응이 공격하는 방향을 향해 무작위로 떨어져 내렸다.
섬응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절벽사내가 아예 근방을 뇌전으로 덮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빠른 섬응이라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크아아악!”
뇌전에 직격당한 섬응이 공격해 들어가던 모습 그대로 굳어 버린 채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사내가 섬응에게 신경 쓰는 순간, 허점을 놓치지 않고 날아든 원숭이가면의 원반이 사내의 왼팔을 갈랐다.
뇌전이 멈추고 사내가 뒤로 물러섰다.
팔꿈치 윗부분이 뼈가 드러날 정도로 벌어진 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윽…….”
그러는 동안 섬응은 뇌전의 충격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움직이질 못했다.
사내가 팔의 상처로 잠시 주춤한 사이, 다시 한 번 원숭이가면의 음파가 날아들었다.
“우어어어어어어어!”
“크으윽!”
투명한 방벽과 뇌전이 점점이 부서지며 흩어져 갔다.
사내의 얼굴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음파의 어마어마한 압력에 눈과 귀, 코에서 점점 핏물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절벽사내가 쓰러지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무래도 저놈들이 이기는 꼴은 못 보겠군요. 어차피 절벽사내도 부상이 심한 것 같으니, 놈들을 물리친다 해도 저에게 큰 해를 끼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곡용천을 죽인 놈과 한패일지도 모를 자들이었다.
거기다 선검문의 일만 보아도 선한 이들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래, 매가면도 상당한 충격을 입은 듯하니 원숭이 녀석만 해치우면 상관없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자.]
천성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원숭이가면에게 기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