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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3(15화)
4장 비행소년 천성(두 번째 각성)(3)
슈우우우욱!
음속으로 움직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기에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했다.
거기에 영안을 최대로 확장한 상태에서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육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격하고 빠른 움직임 때문에 근육과 뼈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그나마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천성의 특별한 육신이기에 버텨 내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반 각이 지나자 다시 두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계속 이러다간 새벽 때까지 놈들을 처리할 수 없겠어!’
이대로라면 위남까지 세 시진 가까이 걸릴지도 몰랐다.
거기다 위남에 도착한 후 대연문의 위치를 찾는 시간도 감안해야 했다.
잘못하면 아침이나 되어야 공격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무리를 하는 수밖에!’
천성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전진했다.
[무리야! 정신에 충격을 입게 될 수도 있어!]
무숙이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천성을 말렸다.
‘조금만 더 달리고 쉴게요!’
천성이 이를 악문 채 억지로 음속을 버텨 냈다.
이젠 미간에 집중되던 두통이 두 눈과 머리 전체를 들쑤셨다.
‘이 정도는 괜찮아!’
고통을 참아 내는 천성의 코에서 어느새 피가 흘러나왔다.
[고집 부리지 마라! 이쯤에서 쉬지 않으면 위험해!]
‘조금만 더!’
일각은 버텨야 예상했던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지이이이이이잉!
순간, 귓속을 울리는 이명과 함께 영안에 잡히는 사물들이 격자 모양으로 조금씩 어긋나더니, 천성의 의식이 몽롱해져 갔다.
한계에 달한 정신에 결국 파탄이 일어나고야 만 것이다.
푸아아악!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이런! 정신 차려라!]
놀란 무숙이 다급히 천성을 일깨웠다.
그때, 기문의 회전이 급격히 빨라졌다.
슈우우우웅!
[엇! 이것은!]
그 순간, 놀랍게도 첫 번째 열쇠로 인해 천성의 몸에 전해진 힘이 움직였다.
그때 모두 흡수되었다 여겼는데, 아직 상당량의 여력이 몸 안에 남아 있던 모양이다.
열쇠의 수기가 솟구쳐 올라가 천성의 미간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미간에 이른 수기가 소용돌이치며 순식간에 영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쩌어어억!
수기를 받아들인 영안에 균열이 생겨났다.
[이럴 수가!]
믿어지지 않게도 다시 한 번 영안이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선검문에서의 첫 번째 확장과, 화산에서 영력의 일단계를 돌파하며 두 번째 확장이 있은 후,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영안의 균열이 점점 커지며 빛이 새어 나오더니, 어느 순간 섬광과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천성의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영안의 핵이 생길 때 느꼈던 황홀감이 다시 한 번 천성의 온몸을 지배했다.
우주 전체가 천성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다.
천성의 영혼이 하늘을 향해 오르더니 점점 우주와 하나가 되었고, 태초부터 이어져 왔던 의지가 온몸을 관통했다.
‘아!’
우주의 진리를 엿보는 듯한 황홀감에 젖어 천성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만! 걷지도 못하는 녀석이 날아오르려고 하는구나!]
그때, 무숙의 천둥과 같은 음성이 천성의 뇌리에 꽂혔다.
쉬이이이이익!
그제야 멀어졌던 의식이 돌아오며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빛이 사라졌다.
“휴……!’
천성이 아쉬운 마음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심마란 항상 달콤하고 황홀하게 인간을 유혹한다! 진리를 향한 목마름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탐욕! 감당할 수 없는 진리는 결국 자신의 그릇을 채우고 범람해서 세상을 쓸어버릴 것이다!]
그동안의 무숙과는 다른 지엄한 목소리에 천성은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자신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있었음은 분명했다.
다행히 무숙이 개입하여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던 것이다.
[오늘의 경험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조심하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천성도 자신의 괜한 고집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음을 알고 있는지라 무숙의 말에 감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화가 오히려 복이 되었구나. 두 번째 단계에 올라서다니!]
‘엇!’
무슨 소리인가 하여 천성이 급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파괴되었던 영안이 어느새 전보다 몇 배나 더 커진 상태로 미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작은 자갈 정도의 크기로 확장된데다가 흐릿했던 핵이 이제 또렷해져 있었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구나!’
달라진 점을 확인하기 위해 천성이 영안을 확장시켰다.
놀랍게도 영안에 맺히는 상들이 훨씬 또렷해져 있었고, 이젠 원근과 색상도 거의 눈으로 보는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영안이 미치는 거리 또한 어마어마했다.
물론, 그만큼 정보량도 방대해서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당장에 인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 달리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겠군요!’
그때, 두 번째 단계를 넘어서면 음속을 초월할 수 있다고 했던 무숙의 말이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대연문까지 가는 시간도 더욱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후후후, 빨라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지. 이제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의미심장한 무숙의 말에 천성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날 수 있다니! 정말인가요?’
사람이 새도 아닐진대 날아다니다니!
물론 무공이 극에 달한 고수들은 마치 나는 것처럼 신법을 전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허공답보니 능공허도니 초상비니 하는 것들 모두가 결국은 언젠가는 떨어져 내리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신법이었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 날 수 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인 것이다.
[그거야 시험해 보면 알 일!]
자신만만한 무숙의 대답에 천성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비행하는 데는 세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영력을 이용한 추진력, 염동력에 의한 움직임의 제어, 영안을 통한 시야 확보가 그것이다.]
무숙의 설명에 의하면 대략 이러했다.
일단 첫 추진력은 다리에 영력을 집중시킨 후 폭발시키듯 밀어내어 얻는다.
하늘로 솟구쳐 오른 상태에서는 염동력을 사용해 대기와 몸을 움직여 방향을 제어하고, 영안을 이용해 시야를 확보한다.
공중에서의 추진력은 영력을 통해 얻는데, 첫 추진력과 염동력만 사용해도 상당 시간 제법 빠른 속도로 날 수가 있었다.
단, 일각 이상 초음속으로 비행하길 원할 때는 영력을 추가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려 세 가지 일에 영력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따르지. 익숙해지기 전에는 되도록 피해야 해. 어차피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나는 것만 해도 예전에 비해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게다.]
사실 무숙의 말이 맞았다.
장애물 없이 직선거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대연문까지 움직이는 데 절반 이상의 시간을 단축해 줄 것이다.
[자! 이제 실전이다! 날아라, 천성아!]
오글거리는 무숙의 대사가 잠시 천성의 발목을 붙잡았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은 천성이 다섯 개의 기문을 활짝 열었다.
우우우우우웅!
회전하는 기문을 통해 엄청난 양의 자연지기가 천성의 몸을 관통하며 영력을 생성해 냈다.
터져 나갈 듯 온몸 가득 충만한 영력을 다리 쪽으로 집중시켰다.
긴장감으로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참을 수 없는 흥분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순간, 웅크렸던 천성의 몸이 힘차게 땅을 박찼다.
쩌어어어엉!
천성을 둘러싼 대지가 내려앉으며 굉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천성의 몸이 하늘을 향해 화살처럼 솟구쳐 올랐다.
파아아아아아앙!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온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에 천성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자신의 몸이 끝도 없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 순간, 마치 그림처럼 어둠 속에서 유성 하나가 천성과 반대의 궤적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어때! 멋지지?]
‘정말 최고군요!’
[이제 대연문을 향해야지. 이러다 하늘을 꿰뚫겠다.]
무숙의 말에 정신을 차린 천성이 영안을 열어 감각을 확장시켰다.
‘저쪽으로 가면 되는군요! 한데 어떻게 조절을 하죠?’
[방향을 바꾸는 일은 염동력을 사용한다. 자신이 가고 싶을 방향의 대기를 움직이면 몸이 그쪽으로 향하겠지. 동시에 몸도 함께 움직여 주면 자유자재로 전환이 가능하지. 멈춤이나 급격한 방향 전환의 경우에는 영력을 분출한다. 움직이는 반대 방향으로 영력을 강하게 분출해 내면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수 있다. 자, 한 번 시도해 보거라.]
천성이 염동력을 사용하여 좌측으로 몸을 움직였다.
쉬이이이익!
“어엇!”
세기의 조절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갑작스럽게 몸이 왼쪽으로 기울더니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염동력의 위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해진 것이다.
“으아아아아!”
[정신 차리고! 다시 위로!]
슈아아아악!
앞쪽으로 다급히 영력을 분출해 낸 천성의 몸이 멈추는 듯하더니, 굉음과 함께 다시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렇지! 영력을 추진력 삼아 멈추거나 속도를 올리는 거야. 잘하고 있어!]
덩달아 신이 난 무숙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어어어!”
쉬익!
“우아아아아악!”
쉬이이이익!
“으허허허헉!”
한동안 중구난방으로 이리저리 헤매던 천성이 점점 중심을 잡아가더니, 어느 순간 북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5장 대연문의 위기(1)
섬서성 위남.
두 명의 포쾌가 골목길을 돌며 순찰을 하고 있었다.
“아함……!”
쥐상의 포쾌 마진이 길게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비볐다.
“순찰 나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늘어지려는 겨!”
옆에서 걷고 있던 장일의 타박에 마진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이놈이, 포쾌질을 해도 내가 일 년은 더 했는디 알아서 모시지는 못할 망정! 어따 들이대고 지랄이여! 내가 하품을 하는 것도 다년간의 경륜에 의해 ‘아! 이즈음에는 아무런 일도 없으니 빡빡한 몸이나 풀자’ 하고 몸이 절로 반응하는 것이여! 알지도 못하는 것이! 흥!”
“지럴! 포쾌 노릇 몇 년 더 하면 아주 바닥에 드러눕것네!”
“어쭈? 장가 놈아, 오늘 네놈이 이 어르신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여?”
얼굴이 벌게진 마진이 소매를 걷어 올리며 씩씩댔다.
“크크크, 아주 염병을 하고 있네. 퉤!”
조소를 날린 장일이 가래침을 내뱉었다.
“어! 너, 시방 침 뱉은 것이여? 옘병! 퉤퉤퉤!”
마진이 지지 않고 가래침을 연달아 뱉었다.
“이늠이? 난 한 번 뱉었는디! 세 번쓱이나! 퉤퉤퉤, 퉤퉤퉤!”
“에라, 이 잡것이!”
마진이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멱살을 잡자 장일도 지지 않고 멱살을 부여잡았다.
“이 호로자슥이? 못 놔!”
“너부터 놔! 이늠아!”
막 두 사람의 드잡이가 벌어지려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져 내렸다.
“워메!”
“허걱!”
두 사람이 놀라 후다닥 뒤로 물러서 몸을 낮췄다.
“뭐, 뭣이여!”
어두운데다 흙먼지에 가려 시야가 흐릿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안광이 번뜩였다.
“헉! 귀, 귀신!”
두 포쾌가 놀라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대연문이 어디요?”
흙먼지 속에서 나타난 흑의인의 물음에 두 사람은 침을 튕겨 가며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