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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3(24화)
7장 신룡의 탄생(2)


쩌엉! 쩡!
검이 부딪칠 때마다 기파가 터져 나갔다.
“하앗!”
우우우웅!
기합성을 지른 남궁인의 검이 은빛 검기를 뿜어내며 길게 울었다.
남궁세가의 가주와 후계자에게만 전해지는 제왕검형을 시전하려는 것이다.
화아아악!
천룡도 그에 맞서 파사검보의 후오식 중 일초인 섬전출룡을 준비했다.
왕추와의 결전 이후로 약간의 깨달음을 얻은 천룡이었기에 후오식을 사용하는 것이 전보다는 수월했다.
물론 그래 봤자 본래의 위력과는 아직 한참 차이가 있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의 장포가 부풀어 오르고, 막강한 기운의 파도가 비무대를 가득 채웠다.
쉬아아아악!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 올린 남궁인이 검을 휘두르자 태산 같은 기세가 천룡을 덮쳐왔다.
마치 거대한 폭풍이 밀려오듯 남궁인의 검기가 무겁고 광포하게 천룡의 전신을 압박했다.
구구구구궁!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압력이었다.
지켜보는 관중들도 남궁인의 일초에 감탄하며 숨을 죽였다.
그들이 보기에 천룡의 모습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몹시 위태로워 보였다.
당장에라도 압도적인 남궁인의 검기가 천룡의 몸을 반으로 가를 듯했다.
그때, 천룡의 검끝에서 한 줄기 검광이 일어났다.
화아악!
쫘아아아아악!
빛줄기는 순식간에 남궁인의 검기를 뚫고 섬전과 같은 속도로 뻗어 나갔다.
압도적인 검기의 파도를 한순간에 뚫어 낸 강력한 일격이 남궁인의 오른쪽 어깨로 향했다.
“후읍!”
잔뜩 호흡을 들이마신 남궁인이 검을 끌어 올려 천룡의 일격을 막았다.
쩌어어어엉!
강력한 힘을 거스르지 않고 남궁인이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섰다.
여유를 주지 않고 천룡이 몸을 날리며 다시 한 번 섬전출룡을 펼쳤다.
막 뒤로 물러섰으나 아직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남궁인이 안광을 빛내며 검로를 확인했다.
마치 빛줄기가 대기를 관통하듯 눈부신 한 줄기 검기가 남궁인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남궁인도 완벽하게 방어해 내지 못했는지 몸 이곳저곳에 혈흔이 보였다.
하지만 역시 큰 타격은 없는 모습이었다.
두 번의 섬전출룡을 시전한 천룡의 신형이 막 떨어져 내리는 순간, 남궁인의 검이 아래에서 위로 검광을 뿜어냈다.
번쩍!
숨죽이며 힘을 끌어 모은 회심의 일격이었다.
돌진하던 천룡의 속도까지 더해져 피해 내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쉬이이익!
이윽고 남궁인의 검이 천룡의 신형을 종으로 갈랐다.
천룡으로서도 허를 찔린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하압!”
깜짝 놀란 천룡이 환영보를 극성으로 시전해 최대한 몸을 가볍게 했다.
촤아아악!
순간, 천룡의 신형이 남궁인의 검에 반으로 쪼개졌고, 핏물이 튀어 올랐다.
“엇!”
사람들이 탄성을 토해 냈다.
하지만 남궁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검이 너무도 얕게 들어갔다.
반으로 갈라진 것은 이미 사라진 천룡의 잔상이었을 뿐이다.
남궁인은 급히 천룡의 기척을 찾았다.
‘위!’
검기를 가득 머금은 천룡의 검이 어느새 남궁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남궁인의 일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 천룡의 옆구리엔 길게 혈선이 그려져 있었다.
“으아아압!”
혼신의 힘을 다해 남궁인이 마주 검격을 날렸다.
뚜두둑!
무리해서 몸을 틀어 천룡의 검에 맞선 그의 근육과 뼈가 비명을 토해 냈다.
콰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검기가 마주 부딪쳐 폭발했다.
“크으으윽!”
아무래도 남궁인보다는 위쪽에서 공격했던 천룡이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강력한 충격에 기혈이 흔들린 남궁인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천룡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파사검보 후오식 중 두 번째인 단혼참을 시전했다.
광무패왕 왕추와의 대결 이후로 처음 펼치는 초식이었고, 아직 완벽히 구현해 낼 수 없는 초식이기도 했다.
그만큼 남궁인의 실력이 강하다는 방증이었다.
여유를 둘 수 있을 정도의 상대가 아니라는 뜻.
남궁인은 이미 후오식 중 일초인 섬전출룡을 세 번이나 연달아 막아 냈다.
잠시라도 틈을 준다면 되레 천룡이 반격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슈아아악!
보는 이들은 순간, 공간이 마치 둘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콰아아아아앙!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남궁인이 위치한 자리에 폭발이 일어났다.
“어엇!”
“저런!”
놀란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남궁인이 크게 다쳤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몇몇 무림 명숙들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하지만 맹주인 남궁영은 편안한 표정으로 비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흙먼지가 가시고 드러난 광경은 놀라웠다.
어느새 심판관이던 원공이 남궁인 앞을 막아선 것이다.
“대단하군!”
원공이 감탄을 터뜨렸다.
만일 자신이 막지 않았다면 남궁인은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만큼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감사합니다!”
천룡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심 공격을 펼쳐 내고도 남궁인의 안위를 걱정했다.
그렇다 해도 만약 자신이 힘을 조절했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상대였다.
또한 그것은 훌륭한 무인인 남궁인을 기만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하여 최선을 다한 일격을 펼쳤고, 그 결과를 조바심 내며 지켜보던 차였다.
한데 다행히도 원공 대사가 불상사를 미연에 막은 것이다.
사실 결승전 심판관을 특별히 원공 대사에게 맡긴 이유 중 하나가 참가자들의 안전 때문이기도 했다.
결승에 오른 두 사람은 모두 정도무림의 큰 재산이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잃게 된다면 무림맹이나 정도무림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궁인은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천룡이 강하다는 것은 알았으나 자신이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동안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었고, 한 번의 좌절도 겪어 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만큼 충격이 큰 것이다.
허무함, 아쉬움, 좌절감, 질투…….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운 감정은 모두 그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있던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졌소! 좋은 승부였소!”
천룡을 바라보는 남궁인의 눈빛에 열기가 일었다.
맞수!
정체되어 있던 그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저 역시 영광이었습니다!”
강자에 대한 존경을 담은 얼굴로 천룡이 마주 포권했다.
무리한 마지막 공격으로 인해 천룡 역시 진기가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만일 남궁인이 마지막 공격을 막아 냈다면, 최후의 승자는 바뀌었을 것이다.
“궁천룡 승!”
“와아아아아아아아!”
원공이 우승자의 이름을 호명하자 무림맹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궁천룡! 궁천룡!”
대회를 끝까지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궁천룡을 연호했다.
이제 오늘부터 강호에 새로운 절대강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래의 천하제일고수가 될 수도 있는 젊은 고수의 탄생을 모두 기뻐하며 환호했다.


<『영웅재천』 제4권에서 계속>



외전(1)


지구로부터 45광년 떨어진 행성 쏘론.
지구의 반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이 행성에는 하나의 통일국가 쏘론 연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곳의 인간들은 오십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과학과 정신문명의 발달로 거의 불사에 가까운 생을 살 수 있었고, 고도의 이성적 사고가 가능했다.
행성자치위원회가 위치한 안티온.
중원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건물들이 사방을 메우고 있었고, 건물들 사이로는 온몸에 빛을 두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건물들은 둥근 구 또는 반구 모양이었는데, 어떤 건물들은 놀랍게도 공중에 떠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하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미녀들이었고,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
빛의 선들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선들이 집중되어 있는 반구형의 중앙 건물은 바로 ‘태초의 파편’이 보관된 쏘론과학원이었다.
‘태초의 파편’은 우주를 탄생시킨 ‘태초의 의지’의 조각이었다.
이 조각들은 태고 이후로 우주 여러 곳으로 흩어져 버렸는데, 쏘론에 그중 하나가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무한한 에너지의 원천이자 창조의 근원.

‘태초의 파편’은 쏘론의 발전된 과학으로도 그 능력을 채 일 할도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로 신비한 물질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쏘론 인들은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전 행성에 동력을 제공하고, 기후 조절 및 지각변동, 행성의 자전 및 공전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쏘론은 항상 최적의 날씨를 유지하며 천재지변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태초의 파편’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잘 사용하면 모든 생명체를 이롭게 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사악한 자들이 악의적으로 사용할 경우 우주 전체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만큼 위험한 물건이기도 했다.
때문에 쏘론과학원은 태초의 파편을 연구하는 곳인 동시에 옳지 못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로부터 지키는 곳이기도 했다.
과학원 외부와 내부는 철통같은 보안이 이루어져 있었고, 수십 명의 군인들이 상주하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꺄아악!”
쏘론과학원이 위치한 안티온 시내 중심가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백여 명 정도 되는 일단의 무리들이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며 과학원 앞에 나타났다.
모두 검정색의 통일된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같은 곳에 소속된 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평화롭던 거리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앞을 가로막는 자들은 가차 없이 팔다리가 잘리거나 죽임을 당했다.
순식간에 거리는 온통 핏물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장애물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며 일직선으로 전진하던 그들이 쏘론과학원 앞에 멈춰 섰다.
“에리안, 날 이렇게 직접 움직이게 하다니, 참으로 건방지구나!”
반구형의 과학원 건물을 보며 무리의 가장 선두에 선 자가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말했다.
우두머리인 듯한 그의 검은 옷은 여기저기 피에 젖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은 광기로 타올랐고, 입가엔 소름 끼치도록 잔혹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로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과학원의 외부를 경계하던 병사들 중 지휘관으로 보이는 이가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쏘론 연방군 총사령관 로안이 침입자의 정체였던 것이다.
“흥, 감히 네놈이 주제도 모르고 사령관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더 이상 살아 있을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구나!”
로안의 오른쪽에 서 있던 은발의 사내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