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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4(13화)
3장 두 번째 열쇠(4)


우우우우우웅!
천성이 기문을 최대한 회전시켜 자연지기를 빨아들였다.
변화된 기문은 전보다 몇 배에 이르는 양의 자연지기를 한순간에 빨아들였다.
영력을 온몸에 두른 천성이 그대로 풍마에게로 향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풍마가 사력을 다해 바람의 벽을 만들어 냈다.
파파파파팟!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들이 회오리치며 풍마의 몸을 감쌌다.
끼이이이잉!
천성의 영력과 바람의 벽이 충돌하며 마치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순간, 천성이 영력을 송곳 모양으로 압축해 바람의 벽을 단숨에 뚫어 버렸다.
두 번째 단계에 오른 후 영력이 형상화되기 시작했기에 가능한 수법이었다.
쩌어어어어엉!
공기가 터져 나가는 굉음이 들리며 바람의 칼날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비산했다.
“커억!”
어느새 천성의 오른손에는 풍마의 목줄기가 잡혀 있었다.
“네놈들에게 죽은 대연문 무사들이 느꼈던 심정을 이제 알겠지?”
우드득!
천성이 오른손에 힘을 주자 목이 부러진 풍마가 축 늘어졌다.
이 모든 일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고, 섬응과 뇌룡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풍마의 목이 기이한 자세로 꺾인 뒤였다.
사람의 목이 부러지는 느낌에 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겠다 다짐은 했으나 직접 다른 이의 목을 부러뜨려 죽이는 것은 실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놈!”
뒤늦게 움직인 뇌룡이 뇌전을 날렸으나 이미 천성은 다른 곳으로 움직인 뒤였다.
“개자식!”
섬응이 이를 악물며 천성에게 돌진하려 했으나 강천도가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었다.
십여 개의 화구가 섬응을 향해 쏘아졌다.
주변마저 초토화시키는 화구의 공격은 음속으로 움직이는 섬응에게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에도 혼천풍 무사들이 천성의 공격에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엔 그 충격이 컸는지, 쓰러진 혼천풍 대원들은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그야말로 암담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전멸이란 말인가……. 젠장! 영침(靈針)만 수귀에게 주지 않았어도…….’
영침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궁에서 가지고 온 영침을 수귀에게 준 것이 실책이었다.
아무래도 팔신 중 세 명이 있는 군산보다는 홀로 무림맹과 맞서야 하는 수귀가 더 위험할 것이라 여긴 것이다.
섬응이 참담한 심정으로 입술을 깨물 때였다.
콰아아아아앙!
“크윽!”
굉음이 터지며 강천도가 뒤로 튕겨져 나갔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이다.
“열쇠 때문이었구나! 하하하하! 이거, 치우 놈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의 시선이 말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특이하게도 회색 눈동자를 가진 두 명의 괴인이 서 있었다.
바로 진교와 자공이었다.
배를 타고 움직인 터라 이제야 군산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영침반이 가리키는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현장에 도착한 그들이 본 것은 천성과 치우 일족이 혈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놀랍게도 숫자가 훨씬 많은 치우 일족이 천성 한 사람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천성의 신위에 두려움을 느낀 두 사람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치우 일족이 무너지면 열쇠를 차지하기란 요원한 일이었기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풍마가 천성에게 목숨을 잃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이다.

“크윽! 웬 놈들이냐!”
몸을 일으켜 세운 강천도가 고함쳤다.
“하하하! 열쇠의 수호자라! 어차피 열쇠의 진정한 주인은 황제뿐이시다! 스스로 공손히 가져다 바치는 것이 네놈의 도리가 아니더냐!”
진교가 천성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소리쳤다.
“헌원 일족의 졸개들이구나!”
뇌룡과 섬응이 이를 갈았다.
헌원 놈들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그들이었다.
갑작스러운 헌원 일족의 등장으로 천성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상황을 주시했다.
놈들도 열쇠를 가져가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헌원 일족과는 아무런 원한 관계도 없었기에 그들을 막아야 할지 놔두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헌원은 사조의 명을 어긴 죄가 가장 무겁건만, 어찌 열쇠의 주인임을 자처하는 것이냐! 열쇠의 진정한 주인은 오로지 복희 사조께서 안배한 구원자뿐이다! 그 외의 인간이 열쇠를 가져가려면 오로지 나를 쓰러뜨리고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강천도의 말에 진교가 이채를 띠었다.
“구원자? 무슨 소리지?”
사실 구원자에 대한 예언은 오직 신농 일족에게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해서 치우와 헌원은 천성의 정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흥! 쓸데없는 소리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 우린 열쇠를 얻고 치우 놈들을 잡으면 그만!”
천성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자공이 재빨리 강천도에게 돌진했다.
어느새 꺼내 든 검에는 푸른 빛줄기가 한 자나 솟아올라 있었다.
바로 검강이었다.
원래 헌원 일족은 복희에게 받은 징벌로 인해 영력을 사용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해서 이들이 전념한 것이 바로 무공이었다.
헌원 일족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무공들을 연구하고 발전시겼다.
그들은 본래가 복희에게 선택되었을 정도로 자질이 뛰어나고 똑똑한 무리.
그런 이들이 한마음이 되어 수천 년간 오직 무공만을 파고들었으니 그 결과야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헌원 일족은 수많은 세대마다 고수들을 배출했고, 그중 화경이 넘은 자들을 선인이라 불렀다.
자공과 진교가 바로 그들 중 하나인 것이다.
“내가 수호자를 맡겠다! 넌 동굴로 들어가 열쇠를 확보해라!”
자공이 강천도에게 몸을 날림과 동시에 진교가 동굴로 향했다.
그 순간, 천성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무리 원한 관계가 없다 하나 열쇠를 놈들에게 그냥 내줄 수는 없었다.
“어딜!”
어느새 몸을 움직인 천성이 진교의 앞을 가로막았다.
깜짝 놀란 진교가 검강을 두른 검을 휘둘렀다.
쉬이이익!
진교의 검이 천성의 신형을 반으로 갈랐다.
하지만 검에 걸리는 감각이 없었다.
“이런!”
놀란 진교가 황급히 호신강기를 끌어 올린 순간, 등에 충격이 가해졌다.
콰아앙!
어느새 천성이 진교의 등 뒤쪽으로 돌아가 권격을 날린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호신강기를 두른 덕에 간신히 막아 낼 수 있었으나 그 충격에 중심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기회를 놓칠 천성이 아니었다.
퍼퍼퍼퍼퍽!
진교의 상반신에 천성의 주먹이 소나기처럼 작렬했다.
“크으윽!”
진교가 삼 장이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나마 천성이 손속에 사정을 두었기에 치명상을 면할 수 있었다.
아직 헌원 일족과는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었기에 제압하기만 하려는 것이었다.

천성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화경고수를 이토록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줄은 본인 스스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강해졌다고는 알고 있었으나 치우 일족을 상대할 때는 별로 실감할 수는 없었는데, 검강을 사용하는 고수와 상대해 보니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놈!”
다시 몸을 일으킨 진교가 천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법 빠른 움직임이었으나 천성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허공만 가르던 진교가 방법을 바꾸어 강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팟!
십여 개가 넘는 초승달 모양의 강기가 천성을 향해 날아갔다.
이것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강기를 쏘아 내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고, 한꺼번에 십여 개가 날아오니 천성 역시 알고도 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천성에겐 기탄이 있었다.
강기에 비해 위력은 떨어졌지만 그 숫자와 빠르기는 오히려 앞섰다.
퍼퍼퍼퍼퍼펑!
천성이 날린 기탄과 강기가 부딪쳐 터져 나가며 연신 폭음이 울렸다.
이미 주변은 세 무리의 싸움으로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강기가 막히자 천성의 움직임이 다시 자유스러워졌다.
영력을 잔뜩 끌어 올린 천성이 기탄을 날리며 진교에게 돌진했다.
섬응이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치우 일족의 상태는 심각했다.
강천도와 천성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역부족이었는데, 헌원 일족까지 나타났으니 도무지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한데 오히려 놈들이 강천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였다.
두 세력의 대결을 살피며 기회를 노리던 섬응이 천성과 진교가 맞부딪치는 상황을 노려 동굴로 몸을 날렸다.
“이런!”
놀란 천성과 진교가 섬응을 잡으려 했으나, 섬응 역시 빠른 움직임이 장기였기에 동굴로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했다.
“흥! 놔둘 것 같으냐!”
어차피 입구를 막으면 놈이 빠져나갈 수 없다.
천성과 진교가 앞을 다투어 동굴 입구로 향하는 순간, 이번에는 강력한 뇌전이 두 사람을 강타했다.
파지지지지직!
무려 서른 줄기가 넘는 뇌전 다발이 계속해서 쏟아져 내렸다.
뇌룡이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결국 뇌전 다발은 천성과 진교의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진교는 호신강기를 끌어 올려 뇌전의 공격을 버텨 냈고, 천성은 영력을 몸에 두른 채 기문으로 뇌전의 기운들을 흘렸다.
“혼천풍은 목숨을 걸고 놈들의 움직임을 막아라!”
뇌룡의 고함 소리에 따라 혼천풍 무사들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는 천성과 진교를 향해 달려들었다.
뇌전은 아직도 멈추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적아를 가리지 않는 뇌전에 혼천풍의 무사들 중 반절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네 명의 혼천풍 무사는 겨우겨우 검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크윽!”
진교의 호신강기가 뚫리며 옆구리에 제법 깊은 상처가 생겼다.
검을 날린 혼천풍 무사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그야말로 마지막 힘을 다한 일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성에겐 염동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