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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5(5화)
2장 장로들과의 혈전(2)


퍼퍼퍼퍼펑!
“크윽!”
간신히 검을 들어 기탄을 쳐 낸 마군이 뒤로 주욱 밀려 나갔다.
급하게 힘을 끌어 올린 터라 기탄의 위력을 완벽하게 상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군이 다급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천성의 신형을 찾았다.
마군 역시 음속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으나, 천성의 움직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심해!”
마군이 눈을 부릅뜬 채 소리쳤다.
어느새 천성이 용군의 후위에서 주먹을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낀 용군은 온 힘을 다해 참마도를 쳐 낸 후 그 반동으로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후우웅!
천성의 주먹이 용군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훑고 지나갔다.
“그대는!”
순간, 강찬이 천성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천성이 잠시 신형을 멈추고 장내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 틈을 빌어 자세를 수습한 용군이 천성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바로 그 흑협인가 하는 같잖은 애송이로구나!”
천성은 아무런 대꾸 없이 강찬에게 다가갔다.
“열쇠는 무사합니까?”
“그렇소. 그대가 복희께서 말씀하신 사람이로군!”
용군과 마군은 천성이 자신들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듯 거들떠보지도 않자 매우 분노했다.
“이놈! 감히!”
“네놈이 겨우 팔신 아이들을 물리쳤다고 너무도 기고만장하구나!”
두 사람은 방금 전의 짧은 대결을 통해 천성의 실력이 자신들을 능가함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장로들 중 가장 강한 두 사람이었기에 그만큼 자부심도 높은 것이다.
잠시 강찬과 이야기를 나눈 천성이 곧 몸을 돌려 마군과 용군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 남의 것을 훔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너희 쓰레기 놈들을 청소할 차례인가?”
지독한 모욕에 마군과 용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어디, 네놈이 과연 오늘 이후로도 그 혀를 놀릴 수 있을지 두고 보자!”
드드드드드드!
두 사람이 기운을 한껏 끌어 올리자 열쇠가 봉인된 동굴과 그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했다.
콰콰콰콰쾅!
파지지지직!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흙과 돌기둥이 살아 있는 생물처럼 용틀임 치며 천성과 강찬을 덮쳤고, 동시에 사방에서 뇌전 다발이 떨어져 내렸다.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열쇠를 보관한 비동을 제외한 근처의 모든 땅이 갈라지고 솟구쳐 올랐다.
발 디딜 곳조차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다 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뇌전은 그야말로 최악의 조합이었다.
“우웃!”
하지만 마군과 용군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천성의 비행 능력.
지진은 천성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뇌전의 공격마저 그 위로 떠올라 피해 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파아앙!
생각과 동시에 천성이 곧장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뇌전 다발들이 천성의 발밑에서 치직거리며 흩어졌다.
“이런!”
당황한 용군과 마군이 침음성을 터뜨렸다.
이어 천성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슈슈슈슈슈슉!
기탄이 소나기처럼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천성은 염동력을 일으켰다.
구우우우웅!
순간, 일직선으로 날아가던 기탄이 용군과 마군 앞에서 갑자기 방향을 꺾더니 그들이 서 있는 바닥에 충돌했다.
콰콰콰쾅!
폭음이 터지며 용군과 마군이 딛고 있던 땅이 폭발했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위로 뛰어올라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곳에는 잔뜩 힘을 끌어 올린 천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퍽!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십여 회의 주먹이 순식간에 용군의 몸에 작렬했다.
소리가 들리고 난 후에야 용군의 몸이 십여 장을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이놈!”
분노한 마군이 전신의 영력을 쥐어짜 서른 개의 돌기둥을 만들어 내 천성을 공격했다.
쿠쿠쿠쿠쿠쿵!
마치 서른 마리의 용이 이빨을 드러내고 돌진하는 듯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천성은 전혀 동요하지 않은 눈빛으로 침착하게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돌기둥을 지켜보았다.
우우우우우웅!
막 돌기둥들이 천성에게 충돌하려는 순간, 천성의 몸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영력의 파동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동시에 천성을 중심으로 반구형의 기막이 형성되었다.
영력을 이용해 두께가 무려 일 장 가까이 이르는 방어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콰콰콰콰쾅!
돌기둥들은 반구형의 방어막에 막혀 천성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무력하게 부서져 나갔다.
“이럴 수가!”
마군은 도무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혼신을 다한 자신의 일격이 너무도 쉽게 막혀 버린 것이다.
애초에 자신들과 흑의복면인과의 실력 차가 너무도 크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마군과 용군의 실력은 팔신과 비교해서 몇 배는 뛰어났다.
하지만 목의 기운을 얻음으로 인해 세 번째 단계 돌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천성의 능력은 이미 그들이 예상했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난 상태였다.
게다가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끝 모를 자부심이 적에 대한 경시로 이어져 결국 발목을 잡고 만 것이다.
만일 그들이 천성에 대해 조금만 더 알아보고 왔다면 천성의 비행 능력을 알았을 것이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군의 경악에 찬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성은 그대로 몸을 날렸다.
투투투투퉁!
출발하면서 날린 기탄과 천성의 권격이 동시에 마군을 때렸다.
사방을 뒤덮은 기탄으로 인해 마군은 피할 곳이 없었다.
“겨우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냐?”
천성이 조소를 날렸다.
퍼퍼퍼퍼퍽!
마군이 검을 들어 올려 천성의 권격을 정면으로 받아 냈으나 어느새 몸을 뒤집은 천성의 두 다리가 마군의 어깨를 연타했다.
“커억!”
영력이 잔뜩 실린 연환퇴에 마군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쿵쿵쿵!
뒤로 튕겨 나간 마군의 신형이 십여 그루의 나무를 부수고는 땅에 처박혔다.
의식을 잃은 듯 마군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용군은 이미 한쪽에 피투성이가 된 채 꿈틀대고 있는 상태였다.
천성은 그런 용군에게 다가갔다.
이미 사방 이십 장 정도의 공간이 마군이 일으킨 지진으로 인해 폐허로 변해 버린 상태였다.
천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용군을 내려다보았다.
“끄으으으…….”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은 용군이 신음을 토해 냈다.
잠시 용군을 바라보던 천성이 고개를 들어 왼쪽 숲을 향해 외쳤다.
“열쇠에 욕심이 있거든 나와서 덤벼 보든가, 아니면 꺼져라!”

* * *

감숙의 다섯 선인 중 천수에서 치우 일족의 동태를 살피던 동패는 영침반의 급작스러운 반응에 다급히 방향을 확인했다.
“맥적산 쪽이군!”
동패는 즉시 맥적산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맥적산으로 다가갈수록 영침반의 반응은 더욱 격렬해졌다.
“이 정도 반응이라면 영력의 경지가 상당하다는 이야긴데…….”
혼자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군.”
현장에 도착한 동패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두 명의 치우 일족을 압도하고 있는 흑의인의 신위가 그야말로 전신(戰神)이 현세에 강림한 듯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군산에 나타났다는 흑협이로군!’
이미 전서로 흑협에 대한 정보를 접한 터였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위력은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동패는 어쩔 수 없이 싸움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금 자신이 나서 봤자 흑협과 치우 일족 사이에서 뼈도 못 추릴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 각 정도 만에 세 사람의 싸움은 끝이 났다.
치우 일족이 결국 흑협에게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그때였다.
“열쇠에 욕심이 있거든 나와서 덤벼 보든가, 아니면 꺼져라!”
흑협이 동패가 숨어 있던 숲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게 아닌가.
순간, 동패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흑협은 이미 동패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실력으로는 흑협을 상대할 수 없었다.
동패는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서다 급히 몸을 날려 달아났다.

* * *

천성은 마군과 용군의 처리를 잠시 고민했다.
이미 초주검 상태의 그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인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비록 치우 일족과는 원한 관계에 있다 하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도 무림맹에 넘겨 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미 열쇠를 손에 넣었기에 본래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진 않았다.
무숙의 말을 따르기로 결정한 천성이 강찬에게 향했다.
“이리로.”
강찬이 천성을 지하의 비밀 석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금의 기운을 가진 황금빛 열쇠가 보관되어 있었다.
천성은 곧장 열쇠에 손을 올렸다.
후우우우웅!
“어서 오라!”
복희가 미소 띤 얼굴로 천성을 반겼다.
“이번 열쇠는 금의 열쇠로, 상(商)의 음을 내는 악기이기도 하네. 필요한 이야기는 어제 대부분 끝났으니 오늘은 바로 열쇠의 힘을 흡수하도록 하지. 이 열쇠의 힘을 흡수하면 이제 신강의 열쇠만 남게 되는군. 그럼 신강에서 보기로 하지.”
복희가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노도와 같은 금의 기운이 천성의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천성은 영안을 열어 금기의 움직임을 관조했다.
약 반 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영안과 기문이 다시 확장되고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금기는 몸 안 곳곳으로 흩어져 숨었다.
몸 전체가 허공을 밟는 듯 가볍게 느껴졌고, 정신 또한 티끌 하나 없이 맑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 번째 단계는 이번에도 넘어서지 못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라. 세 번째 단계는 원래가 쉽지 않은 경지다. 수백 년을 정진한 이들도 아무나 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세 번째 단계다. 하니 마음을 편하게 갖고 당장의 일에 집중하도록 해라.]
무숙의 충고를 가슴에 새긴 천성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둘러 동혈을 나왔다.
맥적산 밑에서 무인들의 움직임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동선을 보아하니 이곳으로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부딪치면 귀찮아질 것이 빤했기에 천성은 바로 신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