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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재천 5(20화)
6장 복희의 유적(4)


퍼퍼퍼퍼퍼퍼퍽!
천성이 날린 기탄이 거인의 몸에 직격하며 수은 덩어리들이 떨어져 나갔다.
거대한 거인의 오른쪽 어깨가 천성의 공격으로 움푹 파인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움푹 파였던 흔적들은 즉시 또 다른 수은으로 메워졌다.
“허! 이거, 완전 괴물이군!”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거인의 재생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천성은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수십 발의 기탄을 날렸다.
퍼퍼퍼퍼퍼퍽!
한 곳만을 집중적으로 노린 공격에 떨어져 나가는 수은의 양이 점점 많아졌다.
바로 그때였다.
거인의 얼굴 중앙에 마치 입과 비슷한 검은 구멍이 생겨나더니 그곳으로부터 수백 개의 수은 구슬이 쏟아져 나왔다.
파파파파파팟!
워낙 범위가 넓은 공격이었기에 천성은 피하지 않고 급히 영력의 방어막을 펼쳤다.
터터터터터텅!
수은 구슬들이 방어막을 때리는 충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결국 방어벽을 뚫지는 못했다.
‘좀 더 확실한 타격을 입히지 않으면 또 곧바로 재생할 거야.’
천성은 더욱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직접 놈의 몸체를 향해 돌진했다.
퍼억!
어느새 옆에 나타나서 천성이 날린 공격에 거인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이번엔 기탄을 날리지 않고 영력을 두른 주먹으로 직접 타격했기에 그 위력이 훨씬 컸다.
“성공이다!”
천성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식으로 아예 신체를 분리해 버릴 작정이었다.
한데 미처 미소가 사라지기도 전에 거인의 몸에서 또 다른 팔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쾅!
갑작스런 공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천성이 일격을 허용하고는 멀찌감치 튕겨져 날아갔다.
“크윽!”
허공에서 몸을 멈춰 세운 천성이 격한 신음을 토해 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도무지 거인을 해치울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공격을 가해 타격을 입혀도 계속 재생되고, 마치 물을 때리는 듯 충격을 흡수해 버렸다.
‘아예 놈을 무시하고 다음 관문으로 가야겠군.’
어차피 천성은 하늘을 날 수 있었고, 음속의 몇 배가 넘는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니 쓸데없이 심력을 소비할 필요 없이 놈을 따돌리고 다음 관문으로 가면 그만인 것이다.
천성은 즉시 실행에 옮겼다.
쉬이이이잉!
천성의 신형이 사라진다 싶더니, 눈 깜짝할 순간에 이미 늪을 지나 관문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역시나 거인은 천성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고 멀리서 뒤를 쫓았다.
천성은 재빨리 문을 찾았다.
‘문이 여기쯤 있을 텐데.’
거인이 도착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천성이 아예 영안을 펼쳐 문의 위치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문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문이 어디 간 거야! 혹시 여기가 마지막 관문인가?’
아니면 거인을 이겨야만 문이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기야 이번 관문의 중심이 거인이라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거인을 이겨야 하는 게 당연했다.
“후…….”
한숨을 내쉰 천성이 뒤돌아 거인을 마주 봤다.
거인과의 거리는 벌써 상당히 좁혀져 있었다.
놈과 다시 싸울 생각을 하니 천성은 머리가 지근거렸다.
‘일단 놈의 약점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해!’
천성은 영안을 이용해 거인의 몸을 찬찬히 살폈다.
‘어? 저게 뭐지?’
한데 거인의 명치 바로 아래쪽에 아주 작은 붉은빛이 느껴졌다.
‘저게 놈의 약점임이 분명해!’
천성이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거인을 공격하려 할 때였다.
놀랍게도 붉은빛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사과보다도 작은 그 빛은 계속 거인의 몸 안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약점이 아니란 말인가?’
천성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렇다면 저 붉은빛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느새 거인은 천성에게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애라, 모르겠다. 다 부숴 버리면 그만!’
재빨리 거인의 주먹을 피해 낸 천성이 허공으로 떠오른 후 영력을 끌어 올렸다.
이미 음속의 열 배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천성이었다.
천성은 몸을 영력으로 두른 채 거인의 주변을 회전했다.
우우우우웅!
거인이 이리저리 손을 휘두르며 천성을 공격했지만, 워낙 빠른 움직임을 잡지 못하고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천성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동시에 기탄을 쏘아 냈다.
마치 수은 거인이 거대한 회오리에 둘러싸인 듯한 모습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퍽!
거인의 온몸이 수천 발의 기탄으로 인해 초토화가 되었고, 점차 몸집이 줄어들었다.
천성의 타격 속도가 거인의 재생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거인의 몸 안쪽에서 움직이던 붉은빛도 거인의 몸이 줄어들 수록 점차 그 행동 반경이 좁아졌다.
거인의 크기가 어느 정도 줄어들자 천성은 직접 주먹과 발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거인의 몸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우워어어어어!
참다 못한 거인은 괴로운 듯 괴성을 토해 내며 수은 구슬을 쏘아댔지만, 영력을 온몸에 두른 천성을 어쩌지는 못했다.
퍼어어어엉!
결국 차츰 작아지던 거인은 산산조각이 나 흩어져 버렸고, 붉은빛만이 남아 허공에 떠 있게 되었다.
“휴!”
거인이 사라지자 천성도 움직임을 멈춘 채 붉은빛을 주시했다.
순간, 붉은빛이 번쩍하고 섬광을 토해 내더니, 유적의 입구와도 비슷한 검은 공간을 드러냈다.
문을 찾아도 보이지 않던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붉은빛이 바로 입구였던 것이다.
“거인을 없애야 입구가 드러나는구나!”
천성은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슈우우욱!
그러자 천성의 몸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싶더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은 이전의 관문들에 비해 비교적 밝으면서도 그리 넓지 않은 곳이었는데, 천성이 도착한 곳 바로 앞에 하나의 계단이 놓여 있었다.
계단 좌우에는 기둥이 세워져 있고, 짧은 계단의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계단 좌측 돌기둥에 ‘진실의 계단’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유물을 얻기 위한 자격을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지금부터 묻는 질문들에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만일 한 치의 거짓이라도 섞여 있다면 그대는 이 계단을 통과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처음 유적에 들어왔을 때 들려온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구나!’
천성은 상기된 표정으로 천천히 계단으로 올라섰다.

* * *

용천광과 그 일행은 세 번째 관문인 ‘시련의 늪’에서 수은 거인과 만났다.
“흥! 이깟 괴물 따위로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
용천광의 몸이 황금빛을 발하며 점점 커지더니 종래에는 수은 거인과 비슷한 크기로 변했다.
“덩치라면 나도 자신있지! 하하하!”
용천광이 주먹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퍽!
용천광의 주먹에 맞은 수은 거인의 머리가 속절없이 터져 나갔다.
“크하하하!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단 한 방에 거인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 용천광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곧이어 벌어진 일에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거인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서 또 다른 머리가 솟아 나왔기 때문이다.
우워어어어어어어!
굉음과 함께 거인이 입에서 수은 구슬을 쏘아 냈다.
슈슈슈슈슈슝!
용천광은 재빨리 영력을 끌어 올려 몸을 둘러쌌다.
황금빛 기운이 용천광의 전신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수은 구슬들이 온몸을 때렸다.
터터터터터텅!
용문회와 구공은 몸을 날려 수은 구슬을 피했다.
“젠장, 머리를 날려도 소용이 없다니! 대체 이 괴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용천광이 주먹을 날리며 짜증을 냈다.
펑!
주먹이 작렬할 때마다 거인의 몸이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갔지만, 어느새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고 있었다.
“수은으로 이루어진 놈이니 아예 화공으로 증발시켜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소! 소공자의 말씀대로 해 봅시다!”
용문회의 의견에 구공이 동의했다.
동시에 두 사람이 수은 거인을 향해 화염을 날렸다.
후우우우욱!
곧이어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대한 화염 폭풍이 삽시간에 수은 거인을 덮쳤다.
우오오오오오!
생각대로 수은 거인은 곧 화염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맛이 어떠냐! 좋아! 이대로 놈을 녹여 버려라!”
승기를 잡게 되자 용천광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수은 거인은 위기에 처하자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멀찌감치 떨어져 화염을 쏘아대는 용문회와 구공을 어찌할 수는 없었고, 결국 모두 녹아 사라지고 말았다.
수은 거인이 사라지자 붉은 섬광이 번쩍이며 입구가 드러났고, 용천광과 일행은 곧장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새로운 관문에 도착한 용천광 일행은 조심스럽게 계단으로 향했다.
―이곳은 유물을 얻기 위한 자격을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지금부터 묻는 질문들에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한다. 만일 한 치의 거짓이라도 섞여 있다면 그대는 이 계단을 통과할 수 없다.
용천광이 계단 앞에 이르기 무섭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이구나!”
마지막 관문이라는 소리에 용천광의 눈이 빛났다.
이제 이곳만 통과하면 유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유물만 얻게 되면 그간의 모든 노력과 희생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일족의 원한을 갚고 다시 세상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진실의 계단이라…….”
구공이 기둥에 새겨진 계단의 이름을 되뇌었다.
계단 끝에는 유물이 있는 곳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었다.
불과 삼 장도 안 되는 거리였다.
“가 볼까!”
용천광이 성큼 걸음을 옮겨 계단을 밟았다.
우우우우웅!
순간, 사방이 낮게 진동하며 계단 전체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계단에 올라선 용천광의 몸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의식은 멀쩡한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황!”
“아버지!”
용문회와 구공이 놀라 계단으로 달려들었다.
텅!
하지만 두 사람은 계단 앞에서 보이지 않는 막에 부딪쳐 뒤로 튕겨 나고 말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용문회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굳어 있는 용천광을 바라보았다.
“안 되겠소! 일단 저 투명한 막부터 부숩시다!”
영력을 잔뜩 끌어 올린 용문회가 계단을 향해 화염 폭풍을 날렸다.
화아아악!
그러나 투명한 막에 부딪친 화염은 오히려 튕겨 나와 용문회를 덮쳤다.
“크으윽!”
다급히 바람의 벽을 끌어 올려 화염을 막아 낸 용문회가 신음을 토했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지만 투명한 막은 화염 공격에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은 것이다.
“진정하십시오! 아무래도 이것도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의례인 듯합니다! 천황께선 분명 무사하실 것입니다!”
구공이 용문회를 안심시켰다.
당장에 용천광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용문회가 그 뒤를 이어야 했다.
그런 만큼 함부로 움직여 용문회마저 다치도록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구공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용문회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용천광의 상태가 가장 큰 문제였다.
현재로선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거기다 투명한 막은 화염을 튕겨 냈다.
만일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다른 공격도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당장에 용천광을 위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일단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용천광을 구해 낼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구공이 천안을 사용해 주변을 상세히 살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용문회의 마음은 바짝 타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