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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제3장 이미호(1)
―띠링! 보스 몬스터 ‘흑마법사 쿠벤’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350, 영구적으로 지능 +10, 지혜 +5, 악명+200.
“오호! 영력이 350이나 증가했네?”
흑마법사 쿠벤의 간은 다행히 작았기에 카르취의 힘겹게 먹었던 간에 비해 비교적 쉽게 먹었다. 비록 검은색 안개 덕에 찝찝한 맛이 있었지만 말이다.
더구나 흑마법사도 마법사는 마법사인지 지능과 지혜가 제법 상승했다. 악명이 상승한 것은 좀 기분이 안 좋지만 말이다.
“으응?”
그렇게 오른 능력치에 기분 좋게 웃던 중 드란은 순간, 자신의 몸에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으윽, 뭐, 뭐야!”
―띠링! 스킬 ‘이미호의 길’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종족이 일미호에서 이미호로 변화되며, 상태와 스킬이 변화됩니다.
“캬르르릉!”
드란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여우의 소리가 나왔다. 드란 자신으로도 이 소리가 어떻게 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귀와 꼬리를 쫑긋 세우던 드란은 한순간 고통에서 풀림과 함께 꼬리가 하나 더 자라났다. 두 개의 꼬리를 가진 동물, 이미호가 된 것이다.
드란은 한동안 새로 자라난 꼬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상태가 변화되었다는 메시지를 떠올리고는 상태창과 스킬창을 열어 보았다.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23(Exp 27.62%)
칭호:영혼의 구원자
종족:이미호 명성:0 악명:200
상태:몬스터
생명력:550/550 요력:650/650
만복도:100%
힘:42(37+5) 민첩:95(90+5) 체력:28
지혜:30 지능:45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38∼60 방어력:30
마법 저항:무
삼미호의 길(초급, 패시브)
이미호는 구미호 일족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구미호는 옛날 그 힘이 하늘의 뒤엎는다고 하여, 요술에 그 어떤 종족보다 능숙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여 꼬리를 늘려 구미호 일족의 힘을 부활시키십시오.
<<영력 184/2,500>>
간 섭취(초급, 액티브)
구미호는 예로부터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기 위해 간을 먹어 왔습니다. 간을 섭취할 경우 떨어진 생명력과 요력, 그리고 만복도를 채워 주며, 영력을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일정 확률로 약간의 시간 동안 간을 섭취당한 자의 소량의 힘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생명력과 요력 10% 회복, 영력 1 증가, 5%의 확률로 10분 동안 상대방의 특징을 소량 얻어낼 수 있습니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의 간을 섭취할 경우에는 효과가 더욱 증가합니다.) 요력 소모 없음>>
바람의 술(중급, 액티브)
구미호의 일족이라면 태어 날 때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술로서, 요력에 바람의 힘을 담아 몸속에서 방출시킬 수가 있습니다. 데미지는 그리 강력하지 않지만 적을 멀리 날려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개의 꼬리당 80의 데미지와 함께 적을 날려 버립니다. 요력 소모 70>>
현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비장의 요술로 인간의 몸에서 본신의 여우의 몸으로 변화시킵니다. 단, 오미호 이하일 때의 현신 사용 시에는 그 힘이 부족하여 체내에 쌓인 영력의 힘을 사용하며, 1분당 10의 영력을 소모합니다.
<<1분당 10의 영력 소모.(육미호 이상일 때에는 패널티를 받지 않음)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불의 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일족이 즐겨 사용하는 요술로서, 요력에 불의 힘을 담아 몸속에서 방출시킬 수가 있습니다. 다른 요술들과 다르게 화(火)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파괴력이 월등히 강력하며, 높은 확률로 화상을 입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개의 꼬리당 150의 데미지와 함께 50%의 확률로 적에게 5초당 20의 데미지를 입히는 지속 시간 30초의 화상을 입힙니다. 요력 소모 150>>
둔갑의 술(초급, 액티브)
구미호의 일족들은 가끔씩 다른 이의 존재로 둔갑하여 살아가는 재미를 누릴 때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있는 요술이 바로 이 둔갑의 술입니다. 한 번 접촉한 상대의 생김새면 언제든지 변신할 수 있으며, 사용 시 상태가 중립으로 변화됩니다.
<<몬스터 상태를 중립 상태로 만들어 준다.(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 번 접촉한 상대라면 그것이 드래곤이라 해도 둔갑이 가능. 단 거대한 생명체로 둔갑을 할 시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요력 소모 300(둔갑할 존재의 크기에 따라 변화됨)>>
가히 사기적으로 변화된 능력치와 새로 생겨난 2개의 스킬! 더구나 바람의 술은 자주 사용해서인지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승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드란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영력 2,500? 나보고 죽으라는 거구나.”
이미호의 길은 800이니까 삼미호의 길에서는 대충 1,500 정도를 예상했다. 그런데 2,500이라니? 간 2,500개를 입에 쑤셔 넣으라는 말이 아닌가?
드란으로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 보니 둔갑의 술이라고 했지?”
다른 이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요술, 둔갑의 술. 몬스터 상태를 중립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이 효과를 이용하면 즉, 자신도 인간의 마을에 들어설 수가 있다는 거다.
드란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을 안으로 못 들어간 덕에 지금 쌓인 아이템들은 한 가득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이템을 버려야 하는 상황까지 올 정도로 쌓여 있는 상태로,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대환영이다.
더구나 둔갑술의 효과는 인간의 마을로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서 오크의 모습으로 둔갑을 한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몬스터 상태는 해제되지 않으며, 인간의 마을로 갈 시에는 공격을 받을 터이지만 오크들의 마을 안으로 갈 시에는 공격을 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은 오크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오크들이 같은 동료로 알 것이다.
즉,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어디에나 갈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 주변에는 분명히 마을이 있을 거야!”
드란이 신나 하며 밖으로 나가던 중 자신의 머리를 콩 소리 나도록 쳤다. 쿠벤 같은 보스 몬스터를 잡았으니 당연히 무엇이 나오겠는가?
운이 좋았는지 쿠벤이 사라진 곳에는 하나의 반지가 떨어져 있었다. 액세서리 아이템!
그 희귀한 액세서리를 드란이 얻게 된 것이다.
드란이 반지를 집어 들어서는 아이템 확인을 외쳤다.
암흑의 반지(마법 A)
흑마법사 쿠벤이 가지고 있던 아티팩트로 흑마법이 담겨져 있다.
내구력:20/20 방어력:5
사용 제한:지혜 30 이상
옵션:기초적인 흑마법 ‘다크 애로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요력 소모 30
*
꽤나 많은 걸음을 옮기고 난 후 드란은 드디어 인간의 마을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후후후, 드디어 찾았다.”
드란이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 댔다. 당연하게도 이 길을 오면서 미친 듯이 달려들어 댄 오크들 때문이다. 선물로 불의 술을 먹여 줘서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었지만 말이다.
드란이 나뭇잎을 머리에 올리고 난 다음, 앞발을 모았다.
“둔갑의 술!”
퍼엉―!
둔갑의 술은 특이하게도 머리 위에 나뭇잎을 올려야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오는 길에 나뭇잎을 대략 50장 정도 뜯어 온 드란이다.
둔갑의 술을 사용하자 드란의 몸 주변으로 뭉글뭉글한 안개가 감싸 오더니 이내 스르르 하고 사라지면서 그곳에는 드란의 모습이 아닌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쩝…… 그래도 접촉한 사람이 이것뿐인 걸.”
드란의 목소리가 가늘게 변했다. 또한 그것뿐인가? 몸매도 정말로 개미허리가 되었고 가슴도 여자처럼 봉긋이 튀어나왔을 뿐더러, 머리 역시 탐스러운 긴 금발이 되었다.
정말로 신기하고도 신기한 둔갑의 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드란이 접촉한 존재들이라고는 늑대, 오크, 좀비, 엘리스, 쿠벤뿐이다.
그런데 흑마법사 쿠벤으로 변하다가 만약 이곳에 현상수배범으로 되어 있다면 사냥감이 될 것이 분명할 터였기에 어쩔 수없이 엘리스로 둔갑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근데 정말 여자가 되니 신기하다.”
드란이 엘리스로 둔갑이 된 몸을 휘휘 둘러보다가 이내 마을로 들어섰다.
“오크들의 글레이브! 노말 C등급! 15실버에 처분합니다!”
“붉은 팔 고블린 부족 파티원 구합니다! 탱커는 있으니, 데미지 딜러 구해요! 특히! 사제분 구합니다!”
“암, 암. 역시 마을은 이래야지.”
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봐 온 마을이라고는 언데드 마을인 슈렌뿐이니 이런 평범한 마을은 드란의 눈에는 정말로 평화로워 보였다.
물론 가끔씩 자신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몇몇 남성 유저들 때문에 조금 화가 치솟았지만 말이다.
‘나도 남자거든, 이 호모들아.’
하지만 그들을 욕하기 전에 자신의 몸부터 제대로 살펴봐야 할 드란이다. 비록 초보자용 질 낮은 가죽 셔츠를 입었다지만 엘리스의 몸은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죽 셔츠로 인해 몸매가 더욱더 표현되어, 뭇 남성 유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이다. 더구나 무엇보다도! 엘리스로 둔갑한 드란은 NPC가 아니다. 유저인 것이다.
“세상에 저렇게 예쁜 사람이 존재 할 줄이야…….”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는 익명성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성형이 불가능하다. 가능한 것으로는 머리색과 길이 정도? 그러니 지금 엘리스의 모습을 한 드란은 다른 유저들에게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의 유저들이 드란을 헤 소리 나도록 쳐다보며 연예인일 거라고 속닥거려 댔다.
아무리 둔갑을 했다지만 여우의 귀를 가지고 있는 드란이었기에 그 속닥거림이 전부 다 들려 정말 미칠 지경이다.
‘시밤바, 차라리 쿠벤으로 둔갑할 것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곳에서 쿠벤의 모습으로 둔갑했다가는 여자가 남자로 변했다! 라며 더 난리가 날 판이다.
그때 몇몇의 용기 있는 사람이 드란에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파티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예?”
드란의 대답에 파티를 신청한 유저들이 다시금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냘픈 목소리! 가히 천사의 목소리구나!’
둔갑으로 인해 변조된 엘리스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은 유저들의 모습에 드란의 짜증은 더욱 솟구쳤다.
‘이 미친것들아! 나 남자라고! 네놈들 진짜로 호모냐?!’
물론 마음속으로만 외칠 뿐이다.
그러던 중 파티를 신청한 유저가 기침을 두어 번 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전부 중렙 유저입니다. 저희랑 파티를 하시면 광렙은 책임지지요.”
‘응? 이것 봐라?’
얼핏 생각해 보니 이거 엄청난 기회다. 딱 보기에도 탱커 전사로 보이는 저 유저는 입은 방어구만 해도 탄탄해 보이는 판금이 아닌가? 판금 방어구는 무척이나 단단한 만큼, 요구하는 힘이 장난이 아닐 뿐더러, 가격 역시 장난 아니다.
대략 레벨을 잡아도 30은 넘는 유저이고, 그 주변에 있는 파티들의 방어구와 무기도 심상치 않은 것이 역시나 레벨 30은 넘어 보이는 유저다.
‘둔갑이 이래서 좋은 거구나!’
아까까지 호모라고 욕했던 드란이 참으로 많이 변했다.
이윽고 드란의 눈이 반짝임과 동시에 그 탱커 전사 유저의 손을 꽉 잡았다.
“좋아요.”
“하하하…….”
전사 유저는 자신이 코가 꿰인 것도 모르고 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드란의 감촉에 헤벌쭉거리며 웃을 뿐이다.
*
“차앗! 소드 크래시!”
콰쾅―!
드란에게 파티를 신청했던 자들은 템도 템이지만 컨트롤도 예술이었다. 30레벨이 헛것이 아니라는 듯 34레벨의 리자드맨을 가볍게 죽여 대니 말이다.
리자드맨은 늪지에 사는 도마뱀 인간의 모습을 한 몬스터로서, 그 전투력이 뛰어나 웬만하면 싸우기 싫은 몬스터였으나 경험치가 무척이나 짭짤하다.
덕분에 드란은 구경만을 하면서 벌써 2레벨 업을 했다.
“저기요, 샤린 님. 님은 안 싸우세요?”
드란의 이름은 현재 샤린이다. 둔갑을 할 시의 특수 효과 중 하나인 가명 닉네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덕이다.
막 백 어택으로 리자드맨 한 마리를 힘겹게 처치한 로그 유저. 레스가 짜증을 부리며 드란을 추궁했다. 우리들은 사냥하는데, 왜 자신은 구경만 하냐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