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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제3장 이미호(2)
이때의 해결법은 간단하다.
“죄, 죄송해요. 흐흑!”
드란이 거짓 눈물을 짜내며 레스를 쳐다보자 레스가 얼굴이 붉어졌다. 눈물이 글썽이는 여인의(실제로는 남자) 얼굴을 보자니 절로 미안함이 들었다.
“그, 그렇게 울지는 마시라고요.”
‘크크큭! 넌 낚인 거야.’
“하지만, 하지만…… 정말 전 이 파티의 필요 없는 존재인가 봐요. 흐흑!”
“레스! 샤린 님께 당장 사과하지 못할까!”
파티의 리더인 탱커 전사 리베토가 화를 내며 드란을 감쌌다. 그의 눈에는 ‘저만 믿으십시오.’라는 표정이 가득하다.
“죄송합니다, 샤린 님.”
“아니에요, 전 정말 괜찮아요.”
“샤린 님, 이건 제가 죄송해서 드리는 것이니 받아 주십쇼.”
리베토가 10골드를 꺼내서 드란에게 건네었다.
드란은 짐짓 받을 수 없다고 연신 외치다가 리베토가 계속 권하자 윙크를 한 번 해 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에 리베토가 침을 살짝 흘리더니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이거 꽤 재미있네?’
남자들을 약 올리는 재미에 이제는 푹 빠져 버린 드란이다. 더구나 이렇게 공짜 경험치에 공짜 돈까지 얻으니 세상 살기 정말 쉽다.
왠지 모르게 약은 여우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드란이 무섭다. 생간을 식사로 하다 보니 이제는 진짜 여우가 되어 버린 것인가?
“자,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 보자고요.”
“네.”
리베토가 앞으로 향하자 드란은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둔갑술 상태에서도 간 섭취는 가능했지만, 사용하면 입과 손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난다. 그러니 회색빛으로 물들어져서 사라져 가는 리자드맨을 아쉽다는 눈으로 흘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크아악!”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비명이 터져 나오며 마법사 유저였던 하룬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죽음을 당했다는 증거다.
“무슨 일이냐!”
“허억! 리자드맨 히어로다!”
“어째서 저 녀석이…….”
리베토와 레스, 그리고 궁수 유저인 아렌이 당황했다. 유일하게 당황하지 않는 이는 리자드맨 히어로를 알지 못하는 드란뿐이다.
‘저 모습이 어디가 다르다는 거지?’
단지 리자드맨에서 약간 키가 크고 머리에 투구를 쓴 채, 거대한 장검을 쥐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른 리자드맨이 쥐고 있는 검이 바스타드 소드라고 보면 저 녀석이 쥐고 있는 검은 가히 투핸드 소드급이다.
“샤린 님! 저희가 막고 있을 테니 달아나세요!”
리베토가 투구의 갓을 내리고는 방패를 쥐어들었다.
“달아나세요, 샤린 님! 녀석의 레벨은 무려 45입니다! 리자드맨의 보스 몬스터가 아닌 영웅 몬스터로 저희로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돼요!”
“하지만 저 혼자서 도망칠 수는…….”
그러면서 뒤로 살짝 발을 빼는 드란이었다.
―띠링! 전사 유저 ‘리베토’가 친구 요청을 걸어왔습니다.
―띠링! 로그 유저 ‘레스’가 친구 요청을 걸어왔습니다.
―띠링! 궁수 유저 ‘아렌’이 친구 요청을 걸어왔습니다.
―둔갑의 술 상태이기에 저들에게는 당신의 아이디가 가명인 ‘샤린’으로 등록됩니다.
“그럼 부디 인연이 있다면 만날 수 있겠죠. 그러니 어서 달아나십쇼. 샤린 님!”
“그, 그럼 죄송합니다. 친구 요청, 승낙!”
유난히 인연을 운운하는 리베토다. 친구 요청을 했으니 귓속말은 언제든지 가능한데 말이다.
어찌 됐든 드란은 잽싸게 뒤로 도망쳤다. 어차피 이용하기 위해 만나게 된 이들이다. 더구나 자신의 모습에 반해서 온 것이지. 만약 자신의 몬스터 상태에다가 본래의 모습으로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칼을 빼 들고 자신의 배를 찌르고도 남을 이들이기에 드란으로서는 그들을 걱정해 줄 이유 따위가 없는 것이다.
“둔갑의 술, 해제!”
퍼엉―!
해제를 외치자 둔갑의 술을 사용할 때 나왔던 뭉글뭉글한 안개가 엘리스의 모습을 한 드란을 감싸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안개가 사라지고 본래의 모습인 드란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드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잽싸게 나뭇잎을 다시금 머리 위에 올리고 앞발을 모았다.
“둔갑의 술!”
역시나 안개가 나왔고 드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안개가 사라진 곳에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도마뱀의 형상을 한 리자드맨 한 마리가 코를 벌름거리며 서 있었다.
“신기하군. 리자드맨이 되다니.”
드란의 자신의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희번덕였다. 물론 모습만 리자드맨일 뿐 실질적으로 리자드맨의 스킬들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구경은 나중에 하고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자신이다.
리자드맨이 된 드란이 커다란 초록빛 도마뱀 꼬리를 흔들며 리자드맨 히어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약 1분 정도 뛰어가자 리자드맨 히어로와 대치 중인 리베토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로그 유저인 레스는 사망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리베토와 아렌만이 숨을 헐떡이며 리자드맨 히어로의 공격을 수비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45레벨의 영웅 몬스터인가!”
“어째서 보스 몬스터가 아닌 영웅 몬스터가 이곳에 온 거냐고!”
스악―!
고래고래 소리치던 리베토와 아렌의 목이 그대로 하늘로 떠올랐다.
목과 몸이 분리된 리베토와 아렌의 몸이 그대로 회색빛으로 물들자 드란이 황급히 뛰어갔다.
“간 섭취!”
유저도 간이 있다. 그것도 보스 몬스터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는 생간이 말이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드란이 리베토와 아렌의 뱃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생간을 꺼내어 잽싸게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크륵, 뭐하는 거냐?”
그런 드란의 행동에 막 세 명의 유저를 로그아웃시킨 영웅 몬스터 리자드맨 히어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지만 다행히 자신이 꺼낸 생간은 보지 못한 듯 보였다.
드란은 있는 대로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크륵, 이들은 히어로이신 당신을 공격한 자들. 죽음 정도로는 가당치 않습니다.”
“크륵, 그런가? 왠지 아부로 들리지만 기분은 매우 좋군. 크륵크륵크륵!”
“크륵, 그러신가요?”
대화를 풀어 나간 드란에게 리자드맨 히어로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신기하게도 몬스터에게는 각자의 이름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물론 유저들에게는 특이한 몬스터를 제외한 몬스터들에게는 종족의 이름만 적혀져 있을 뿐이다.
“크륵, 그렇군. 그러니 드륵은 전투를 치르는 나의 모습을 보고 도우러 왔으나 이미 도착한 후에는 모든 전투가 끝났기에 죽은 자의 시체라도 유린했다는 것이냐?”
“크륵, 그렇습니다. 하륵 님.”
리자드맨들의 이름은 뒤에 륵이 붙었기에 드란은 자신의 가명을 드륵으로 설정했다.
“크륵, 고맙다. 드륵이여. 좋아, 일단 우리들의 마을로 가자.”
*
리자드맨들은 오크들 같은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약간의 지성을 가진 몬스터이다. 드륵은 리자드맨으로 도착한 후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륵, 정말 굉장하군요.”
리자드맨들의 마을은 드란의 말대로 정말 굉장했다. 인간의 말과 같이 리자드맨들에게는 리자드 보어라는 동물형의 통통한 모습을 가진 도마뱀이 있었는데, 평소에는 둔하다가 한순간 엄청난 속도를 내는 굉장한 녀석이다. 더구나 몸집도 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기에 웬만한 작은 동물은 입속에 한순간 꿀꺽이었고, 또 입에서는 제법 강한 불을 내뿜었다.
정말로 가지고 싶은 몬스터이다.
킁킁, 할짝.
마을을 돌아다니던 리자드 보어가 드란에게 가까이 와서 냄새를 맡더니 리자드맨의 냄새로 인식을 하고는 드란의 손을 할짝거려 댔다.
그런 리자드 보어의 모습에 드란이 귀엽다는 듯 쓰다듬어 주었다.
“쿠화아악―!”
리자드 보어가 드란의 손길에 기분이 좋다는 듯 약한 불길을 내뿜었다.
또 여기서 신기한 점이 있었는데, 이 리자드 보어라는 몬스터는 오직 리자드맨의 말만 따른다고 한다. 더구나 딱히 주인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마을 곳곳에 풀어져 있었고, 리자드맨의 마을을 벗어나지 않았다.
“크륵, 리자드 보어가 드륵이 마음에 들었나 보군.”
“크륵, 하하,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이후로 리자드맨 히어로인 하륵은 갑작스럽게 온 리자드맨 한 마리에게 귓속말을 듣더니 잽싸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에서 듣기로는 같은 리자드맨이 유저들에게 공격을 받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듯했다. 참 바쁘기도 한 영웅 몬스터인 리자드맨 히어로다.
캉― 캉―
그런 드란의 눈에 또 신기한 게 띄어 왔다. 바로, 망치를 쥐고는 마치 대장장이처럼 무기를 제작하는 리자드맨의 모습이다.
“크륵, 마음에 드는 게 있나? 필요하다면 고기 내놔라.”
무기를 제작하기 위해 망치를 두드리며 말하는 리자드맨의 모습에 드란이 잽싸게 말했다.
“크륵, 이건 필요 없나?”
드란이 골드를 내미는 모습에 리자드맨이 얼굴을 찡그렸다.
“크륵, 장난하나? 이런 작은 양의 금속 덩어리로는 제대로 된 무기를 제작도 못한다. 그러니 이런 쓰레기는 됐고, 고기나 내놔라.”
“크륵, 여기 있다.”
드란은 그동안 사냥으로 얻어낸 전리품들 중에서 늑대 고기와 오크 고기를 꺼내어서 주었다. 물론 리자드맨의 고기도 있었지만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리자드맨이라도 동족의 고기는 먹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꺼내지 못했다.
드란이 내미는 고기를 받아 든 리자드맨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륵, 맛있는 늑대 고기와 양이 풍족한 오크 고기로군. 좋다, 마음에 드는 물건 2개만 집어 가라.”
“크륵, 고맙다.”
드란이 싱긋 미소를 짓고는 대장간의 물건을 살폈다.
‘와우! 이거 정말 몬스터가 만든 거 맞아?’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하던 드란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대장간의 물건들은 웬만한 인간 마을들에 비해 뛰어났다. 몬스터가 만들었다고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드란은 그런 리자드맨의 대장간에서 쓸 만한 아이템으로 무기 2개를 골랐다.
드란이 고른 무기는 이러하다.
리자드 언월도(마법 A)
리자드맨이 자신의 이빨과 순도 높은 철광석을 적절히 섞어서 제작된 언월도. 크기에 비해 날렵하게 휘두를 수 있게 제작된 형태이기에 무척이나 효율성이 좋다. 단, 리자드맨들의 체형에 따라 만들어졌기에 크기가 제법 큰 편이다.
내구력:70/70 공격력:25∼38
사용 제한:힘 40 이상, 민첩 40 이상
옵션:힘 +5, 민첩 +5, 공격 속도 ―10%
크기가 제법 큰 편이지만 바스타드 소드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더구나 날이 무척이나 날카롭기 때문에 데미지가 좋을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란은 자신의 손에 맞도록 쌍검으로 사용하기 위해 리자드 언월도를 2개 선택했다.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를 팔아 봤자 고기밖에 안 받을 거라는 생각에 드란은 이것의 처분은 인간의 마을에서 하자고 마음먹고는 리자드 언월도를 허리에 장착시켰다.
그러면서 막 마을을 더 구경하던 드란에게로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크륵, 그러니까 고블린 부대들이 이곳으로 쳐들어온다고 했나?”
“크륵, 그렇다.”
고블린은 작디작은 소형 몬스터로 그 힘은 어린아이밖에 미치지 않으나 자주 무리를 이루어 다녔으며, 또한 별별 독을 섞어서 제작한 맹독을 바람총 같은 막대나 대롱으로 공격을 가해 오는 아주 독종 같은 녀석들이다.
그런데 그런 고블린들이 리자드맨 마을을 공격한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리자드맨의 전투력으로 보았을 때 고블린들은 떼죽음을 당할 것이 뻔하고도 뻔하니 말이다.
“크륵, 고블린들이 미친 건가 보군.”
“크륵, 자네 고블린이랑 처음 싸워 보나? 요즘 고블린들은 평소답지 않네.”
제4장 리자드맨 마을의 위기(1)
“크륵, 평소답지 않다니?”
질문하는 나에게로 리자드맨 한 마리가 아주 친절하게도 설명해 주었다.
요는 이러하다. 어떤 한 고블린 마을 부족에서 고블린 킹이라는 몬스터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블린이 거기서 거기라며 무시했지만 고블린 킹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고블린 킹은 태어났을 때부터 지식이 뛰어났으며 무척이나 영악했다. 주변의 고블린 마을에서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을 교묘하게 유혹해서 자신의 마을 사람들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많은 마을 부족들을 규합시키는데 성공했기에 지금 고블린들이 가진 힘은 무척이나 막대하다고 한다.
“크륵, 그럼 난 이만 전쟁의 준비를 해야겠군.”
리자드맨은 설명을 짧게 요약해 주고는 군장비들을 챙기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