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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제4장 리자드맨 마을의 위기(2)


주변을 살펴보니 리자드맨들은 전쟁 준비를 위해 마구 뛰어다니고 있다.
군장비들을 장착하는 리자드맨들부터 리자드 보어에 탑승을 한 리자드맨, 그리고 투창을 집어 든 리자드맨까지 아주 각양각색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한다.’
자신은 어차피 둔갑의 술로 리자드맨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마을을 중요시 여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막 고민하던 드란에게로 순간 퀘스트 알림음과 함께 정보창이 떠올랐다.

리자드맨 마을의 위기!(몬스터 전쟁 퀘스트)
리자드맨 마을은 대대로 전투력이 뛰어난 리자드맨들에 의해 다른 종족들에게 밀리지 않고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블린 킹이 태어난 고블린 마을로 인해 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영웅들이여, 마을을 지키시어 크나큰 보상을 얻는 영광을 누리시겠습니까?
<<난이도:C, 퀘스트 제한:리자드맨>>

‘이런 것도 퀘스트로 존재하다니…… 대단하다, 리펙터 월드.’
리펙터 월드의 현실감에 감탄하면서 드란은 피식 미소 지었다.
“오케이, 승낙!”
전쟁이라면 필히 죽어나는 몬스터들이 한 바가지 일터, 드란 자신으로서 전투보다는 후에 남는 몬스터들의 간을 섭취하거나 전투 중 드랍된 아이템들을 습득하는 것이 더욱더 좋았다. 더구나 위험에 빠진다면 냅다 고블린으로 둔갑을 하면 되는 일 아닌가?
드란이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

“크륵, 용맹한 리자드맨들이여, 우리들의 마을을 지키자!”
“우워어어어―! 크륵크륵크륵!”
영웅 몬스터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의 외침에 리자드맨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리자드맨이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드란은 참고로 후방에 있다.
드란은 후방에서 아이템이나 간이나 수집할 생각이다. 참으로 교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끼에에엑이라는 듣기 거북한 소리가 나며 리자드맨 마을을 공격해 오는 고블린들이 보였다.
‘개떼군.’
드란의 말대로 가히 고블린들은 개떼였다. 심지어 앞에서 뛰다가 고꾸라진 고블린들은 그대로 동료 고블린들에게 짓밟혀 피 떡이 되어 버릴 정도이니 말이다.
“쿠화아악―!”
제일 먼저 기동성이 뛰어난 리자드 보어들이 등에 리자드맨들을 태운 채 매섭게 불을 내뿜으며 돌진했다.
끼에에엑―!
처음으로 리자드 보어의 내뿜어진 불들에 최전방에 있던 고블린들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지르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다. 그리고 이후 투창을 쥐고 있는 리자드맨들이 고블린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투창을 투척했다.
푸푸푸푹!
기다랗고도 날카로운 투창, 최소 한 개의 투창에 2∼3마리의 고블린들이 꿰여서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크륵, 승리를 위해!”
하지만 고블린들은 만만치 않았다.
뒤돌아서 후퇴하는 리자드 보어와 리자드맨들에게로 수많은 바람총이 쏘아지며 리자드맨들과 보어에게로 수없이 명중시켰다.
“크르르륵!”
총 50여 마리씩 출진한 리자드 기병대는 10여 마리를 잃고 40여 마리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쓰러진 10여 마리의 리자드 기병대들은 몰려오는 고블린들에 의해 이미 가려진지 오래이다. 필히 깔려죽었음은 안 봐도 비디오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크륵, 용서치 않는다!”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이 눈을 붉히며 손에 쥔 거대한 장검을 아스러질 정도로 쥐어들었다. 그 모습이 금방이라도 고블린에게로 튀어나갈 듯해 보였다.
“크륵,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드란이 뛰어가서는 금방이라도 돌진을 할 듯해 보이는 하륵을 말렸다. 이대로 돌진하면 필히 리자드맨들이 패배할 것이 안 봐도 뻔했다.
“크륵, 무엇을 기다리라는 건가?”
“크륵, 지금 이대로 갔다가는 필히 백전백패입니다. 혹시 리자드맨들 중에 원거리 공격을 하는 이들이 있는지요?”
“크륵, 우리 용맹스러운 리자드맨들은 활 따위의 저급한 무기 안 쓴다. 하지만 원거리 공격이라면 투창을 잘 다루는 리자드맨들이 있다.”
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륵, 일단은 투창을 잘 다루는 리자드맨들로 앞의 고블린에게 투척하라 명하십시오. 그리고 용맹한 리자드맨 전사들은 몰려오는 고블린들을 입구에서 막아 주며 버티는 것입니다.”
“크륵, 그게 무엇이냐?”
하륵이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로서는 전쟁에서 무조건 기병으로 공격을 가해서 진형을 흐트러트린 다음, 그대로 돌격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방법밖에 몰랐다고가 맞는 말이다.
“크륵, 알았다. 너의 방법을 사용해 보도록 하지, 드륵.”
하륵이 드란을 믿음직스럽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리자드맨들에게 명했다.
“크륵, 투창을 잘 다루는 리자드맨들은 마을 위로 올라가서 투척을 하고 전사들은 입구를 막아 버틴다! 그리고 기마병들은 후방에서 대기하도록 해라!”
“크륵, 명령대로 한다!”
“크륵, 투창을 준비해라! 대장장이 리자드맨들은 전부 투창을 제작해라!”
명령이 내려지자 가히 광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리자드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전투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익숙한 종족이다.
하륵의 명령에 대장장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철들을 녹여 투창촉을 만들어 내 투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철들이 떨어지자 대장장이들은 눈물을 짜내면서 자신들의 이빨을 뽑아 촉으로 사용했다.
이윽고 수많은 투창들이 빠르게 완성되었고, 많은 리자드맨들이 투창을 쥐어들고는 사다리를 타서 위로 올라갔다.
“크륵, 준비 발사!”
푸푸푸푸푸푹!
기병들이 집어던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양의 투창들이 발사되었고, 그에 수많은 고블린들이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한 채 그대로 즉사했다.
다시금 리자드맨들이 투창을 쥐고 계속해서 던지자 고블린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크륵, 좋았어. 다들 힘내자!”
드란이 실실 미소를 지으며 리자드맨들을 독촉했다. 아마 이 전투가 끝나면 리자드맨들이 지든 이기든 간에 드란은 전투에서 얻어낸 전리품들을 대량으로 얻어내는 것은 물론이요, 또 간도 섭취할 수 있다.
챙― 챙―
한편 고블린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입구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키 작은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2배에 달하는 키를 가지고 있는 리자드맨 전사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도륙당했다.
“끼에에에엑―!”
그러자 고블린들의 진영에서 귀를 울리는 소리가 퍼지더니 고블린들의 진영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몇몇의 고블린들이 앞세워 자그마한 방패를 들어 올리며 투창들을 방해해 나갔지만 투창은 그런 고블린들의 노력을 무시하듯 방패를 손쉽게 뚫고는, 방패를 쥐고 있는 고블린을 뚫었다. 그래도 하나 이득점이 있다면 2∼3마리를 꿰뚫던 투창이 방패로 인해 관통력이 줄어들어 방패를 쥔 고블린들만 죽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방패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들은 버리는 카드다.
“끼에에에엑―!”
다시금 소리가 울려 퍼지자 고블린들 중에서 상당수들이 바람총을 입에 물고는 가지가지의 독이 묻혀져 있는 독침들을 발사해 댔다.
“크르륵!”
한두 발의 독침이라면 자연적으로 해독이 되는 리자드맨들이지만 그것이 수십 발이 넘어가자 버틸 수 없는 듯 비틀비틀거리다가 마을 위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진 리자드맨들도 있고, 그대로 즉사해 버린 리자드맨들도 있었다.
“크륵, 용서치 못한다!”
죽어 가는 리자드맨들의 모습에 분노한 하륵이 양손검을 쥔 채 고블린 진영으로 뛰쳐나갔다.
‘저, 저런 미친!’
드란이 그 모습에 혀를 끌끌 찼지만 이내 자신이 혀를 찬 것을 한심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영웅 몬스터가 괜히 영웅 몬스터인가?
강함을 보여 주겠다는 듯 하륵이 처음으로 양손검을 두 손으로 잡더니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크륵, 블레이드 스톰!”
“끼에에에엑―!”
하륵이 검의 폭풍을 일으키며 몸을 돌리자 고블린들의 몸이 수수깡이 부러지듯 손쉽게 절단되며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자신의 주변 몬스터들을 가득 죽이는 기술이라 가히 사기적인 기술이나 다름없다.
붕붕붕―
이윽고 하륵의 블레이드 스톰이 풀리자 하륵은 뒤로 돌아 재빨리 마을로 후퇴했다. 물론 가면서도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고블린들을 몇 마리 도륙함은 물론이고, 날아오는 독침들도 쳐 냈다.
“크륵, 헉헉. 간만에 힘을 쓰니 몸이 좀 뻐근하군.”
“크륵, 대단하십니다. 역시 히어로. 하륵 님이십니다!”
리자드맨들이 만세를 부르짖어 댔다.
얼떨결에 드란 역시 입을 쩍 벌리고는 박수를 쳤다. 정말이지 괜히 영웅 몬스터가 아닌 것 같다. 한순간의 기술로 고블린들 수 백을 그대로 도륙해 버리다니…….
“끼에에엑―! 용서치 못한다. 하륵! 네놈의 뼈와 살을 분리해서 씹어 먹어 주마!”
고블린 진영에서 다시금 소리가 울려 퍼지며 작은 몸을 가진 고블린들과는 다르게 몸집이 아주 약간 크며, 몸 뒤에 여러 작은 투창들이 끼워져 있고, 몸 주변 주변마다 탄탄해 보이는 방어구들을 부착시킨 한 고블린이 나타났다.
위로 뜬 이름이 고블린 킹 돌고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녀석이 바로 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고블린 킹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륵! 감히 우리 동족들을 살해하다니. 절대 용서치 않는다.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들이여! 리자드맨들에게 그대들의 위엄을 펼쳐 보여라!”
“끼에에엑―! 저희만 믿으십시오. 돌고 님.”
“끼에엑―! 돌고 님의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돌고의 외침에 약 20여 마리의 고블린들이 나왔는데, 그들의 모습은 다른 평범한 고블린들에 비해 무척이나 특이했다. 정확히 절반으로 나뉘어져서 10여 마리로 이루어진 그들 중에 왼쪽 측은 온몸이 새빨간, 마치 피에 미친 광란의 투사와도 같은 모습이었고 오른쪽 측에는 기다란 바람총을 입에 고정시켜 놓아, 마치 모기처럼 생긴 고블린들이 있었다. 듣자 하니 왼쪽은 홉 고블린이고 오른쪽 측은 고블린 헌터로 불리는 듯하다.
“끼에엑―! 모여라 고블린들이여!”
끊임없이 날아간 리자드맨들의 투창과 하륵의 블레이드 스톰으로 거의 전멸 직전까지 간 고블린들이 돌고의 외침에 모여들었다.
“끼에엑―! 출진이다!”
“끼에에엑―!”
돌고의 외침을 끝으로 홉 고블린과 고블린 헌터, 그리고 고블린들이 혀를 내민 채 소리를 내지르며 마을로 향해 돌진해 왔고, 그 흉흉한 고블린들의 모습에 리자드맨들도 긴장을 하며 검을 쥐어 들었다.
“크륵, 용맹한 리자드맨 전사들이여 전쟁의 축제다! 마음껏 실력을 뽐내어라!”
“우워어어어―! 크륵크륵크륵!”
리자드맨 진영 측에서도 하륵의 외침이 울려 퍼지며 사기를 올렸다.
“끼에엑―! 하찮은 도마뱀들! 이 독침 맛을 봐라!”
투투투투투!
가히 속사포와 같은 속도로 고블린 헌터들이 독침을 발사하자 리자드맨들은 독침들을 쳐 내느라 바빴다. 더구나 홉 고블린들은 크기도 작으면서 일반 고블린들에 비해 10배에 가까운 힘과 스피드를 뽐내며 리자드맨들을 약 올리듯이 괴롭혀 댔다.
“크륵, 이런 고블린들 따위가! 용맹한 리자드맨들의 땅을 넘보다니! 오늘이 너희들의 제삿날이다!”
하륵이 호탕하게 소리를 내지르며 리자드맨에게 달려드는 홉 고블린 한 마리를 그대로 두 동강 내 버렸다.
“끼끼끼. 하륵! 내 상대는 나 돌고가 해내겠다. 덤벼라! 도마뱀!”
“크륵, 돌고! 하찮은 고블린 주제에 덤비겠다니. 참으로 가소롭구나. 좋다. 덤벼라!”
돌고가 뒤에 꽂힌 작은 투창을 꺼내 하륵에게 집어던졌으나 하륵은 가볍게 피해 내며 돌고를 비웃었고, 되려 돌고가 하륵을 비웃음을 날리며 몸의 팔을 휘둘렀다.
휘리리릭―!
그러자 신기하게도 돌고가 장착했던 갑옷들 중에 팔에 장착된 견갑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며 하륵을 향해 날아갔다. 하륵이 그 모습에 눈을 퍼뜩이며 칼을 휘둘러서 튕겨 냈다.
마음만 먹었다면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랬다면 필히 뒤에 있던 리자드맨들에게 피해가 갈 터이니 충격이 조금 오더라도 튕겨 내는 방법을 택한 듯하다.
“크륵, 비겁한! 신성한 전투에서 그런 얄팍한 기술을 사용하다니! 역시 영악하기로 유명한 고블린답구나!”
“끼끼끼. 마음껏 비웃어 보아라. 역사에는 오직 승리한 자가 정의요, 실패한 자가 악일 터이니! 자 받아라! 라이징 컷!”
스스스슥!
돌고가 허리춤에 장착된 작은 단검을 꺼내어서 그대로 하륵을 향해 위로 그어 버리려 했지만 그것은 다행히 하륵의 재빠른 칼의 대처로 위기로 모면할 수 있었다.
하륵이 막 한숨을 내쉬려던 사이 돌고가 다시금 비웃음을 입에 담았다.
“끼끼! 방심은 금물이지! 받아라!”
투투퉁!
돌고가 입을 벌리자 그곳에서 독이 발린 독침들이 쏘아졌다.
“크으윽!”
“끼끼, 그것은 나의 분비물을 섞어서 제조한 극독의 마비독이다. 아마 1시간은 몸이 뻣뻣해져서 온몸에 나른해지겠지. 끼끼, 하륵. 넌 결국 날 이기지 못했다. 자, 지금 내 손으로 네놈의 숨통을 끊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