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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제4장 리자드맨 마을의 위기(3)


우웩, 더럽다. 분비물을 입에 넣고 다닌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무기가 바로 독침이다. 한순간의 전투의 방향을 그대로 바꿔 낼 수가 있는 무기이니 말이다.
하륵이 눈이 터질듯 부릅뜨며 돌고를 노려봤지만 몸은 이미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이다.
그 모습에 돌고가 다시금 비아냥거리며 단검을 하륵의 몸에 막 꽂아 넣으려는 중, 돌고의 고개가 따귀를 맞은 듯 재빠르게 뒤돌아보았다.
“뭐냐! 네놈은!”
“하륵을 놓아주지 못할까!”

*

“하륵을 놓아주지 못할까!”
드란이 리자드맨 상태로 양손에 언월도를 쥔 채 돌고를 노려보았다.
“끼끼끼, 이거야 원. 한낱 병사 따위가 나 돌고에게 시비를 걸다니! 네놈의 목이 달아날 터이다!”
돌고 역시 양손에 단검을 쥔 채 그대로 드란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 모습에 드란이 재빨리 손을 모았다.
“웃기는군.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마! 불의 술!”
화르르륵―!
드란의 입에서 불이 방출되며 돌고에게 매섭게 뿌려지자 돌고가 당황했다.
“리, 리자드맨 샤먼인가?!”
리자드맨 샤먼. 리자드맨 히어로와 같이 쌍방을 이루는 영웅 몬스터로서 마법이 아닌 주술을 쓰는 리자드맨으로, 태어나는 수가 극소수로 알려지는 분류이다. 더구나 이 리자드맨 샤먼의 무서움은 주술이 아니다.
진정 무서운 것은 바로 리자드맨 샤먼이 가진 신통력! 리자드맨 샤먼은 자신이 속한 부족이 위기에 빠지면 자신을 희생해 마계의 마수를 불러 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마계의 마수가 지닌 힘은 상상을 뛰어넘으며 그렇게 불려진 마계의 마수는 오직 리자드맨 샤먼의 혼을 집어삼킬 뿐, 다른 리자드맨들은 결코 건드리지 않는다.
“끼에에엑―! 죽여 버리겠다!”
불의 술을 가볍게 피해 낸 돌고가 눈을 붉히며 드란에게 쏘아져 나갔다.
지금 저 리자드맨 샤먼이 마계의 마수를 불러냈다간 자신은 물론이고 병사들까지 그대로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편 드란으로서는 뭔 소리인지도 모르는 말을 뱉어 내며 쏘아져 오는 돌고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다시금 모을 뿐이다.
“불과 바람이 합쳐지면 그 힘은 배가 된다. 바람의 술!”
푸화아아악―!
드란의 배가 팽창되며 내쉬어진 바람의 술의 바람과 아까 전 뿜어 댔던 불의 기운이 남아져 있는 불의 술이 합쳐지자 불의 폭풍이 일어나며 돌고를 휘감아 들었다.
하지만 돌고는 재빠르게 피해 내는데 성공했고 불의 폭풍의 이펙트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끼에엑―! 마계의 마수인 것인가?!”
그 모습을 마계의 마수 소환으로 착각한 돌고가 우왕좌왕하다가 병사들에게 명했다.
“후, 후퇴하라!”
“끼에에엑―! 후퇴하라!”
수많은 고블린들이 리자드맨들을 공격하다 말고 돌고의 외침에 뒤돌아서 도망치기 바빠졌다.
그 썰물 빠지는 듯한 고블린들의 후퇴하는 모습에 드란이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다가 재빨리 소리쳤다.
“크륵, 리자드맨 기병대들이여!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도륙하라!”
“크륵, 도륙한다!”
리자드 보어에 탑승한 리자드맨 기병대들이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추격하며 도륙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고블린들이 눈물을 찔끔 대며 미친 듯이 도망을 칠 뿐이지만 놓칠 리자드맨들이 아니다.
“쿠화아악―!”
리자드 보어 역시 자신들의 친구인 리자드맨들을 많이 죽인 고블린들을 용서치 않겠다는 듯 거세게 불을 뿜어서 고블린들을 태워 죽여 댔다.
그렇게 리자드맨 기병대들이 깊숙이 들어가려 하는 모습이 보이자, 드란이 위험하다고 소리치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대로 리자드 보어는 뒤로 돌려 돌아왔다. 역시 전투를 많이 해 본 만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리자드 보어와 리자드맨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휴, 끝난 건가.’
드란이 이마에 가득 찬 땀을 흘기며 리자드 언월도 두 개를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크륵, 괜찮나, 하륵?”
그리고서는 누워 있는 그대로 쓰러져 있는 하륵에게 가서 괜찮으냐는 듯 물어왔고, 하륵은 갑작스럽게 눈물을 쏟아 냈다.

*

“크륵, 리자드맨 샤먼이었다니……. 역시 작전을 짜낸 그 머리부터가 심상치 않았더니만. 우리의 종족을 빛내기 위한 신의 계시였구나!”
마비독에서 풀려난 하륵은 용맹스러운 그답지 않게 눈물을 짜내며 드란의 손을 잡고 울어 댔다. 불의 술과 바람의 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둘이 합쳐져서 나타난 불의 폭풍을 굳어진 몸으로 똑똑히 바라본 하륵이다.
리자드맨들은 타고난 전사이다. 그리고 그만큼 머리가 좀 안 좋고 마법은 부릴 줄도 모른다. 그런데 리자드맨이 마법을 부린다? 이것은 바로 리자드맨 샤먼의 증표가 아니던가?
그러니 하륵으로서는 드란을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로 여길 것이 분명한 것이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
아니나 다를까, 하륵은 드란이 떠난다고 했다가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듯한 굳건한 의지가 그대로 나타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드란은 일단 퀘스트의 보상과 전투에서 얻은 전리품들을 확인해 보았다.

홉 고블린 단도(마법 A)
특이 몬스터 홉 고블린이 자주 쓰는 단검으로 주로 칼 끝 부분에 맹독을 묻혀서 사용한다. 맹독이 칼날에 깊게 배여 있기 때문에 일정 확률로 상대를 즉사시킬 수도 있다.
내구력:40/40 공격력:17∼29
사용 제한:민첩 70 이상
옵션:민첩 +5, 공격 속도 +20%, 1%의 확률로 적을 즉사시킨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에게는 1/4의 확률로 적용된다.)

고블린 헌터 바람총(마법 A)
특이 몬스터 고블린 헌터가 자주 쓰는 무기로써 주로 입에 장착하여서 사용하는데. 입으로 불 때마다 나아가는 독침의 양이 거의 엄청나기에 원거리 무기로써는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단, 독침들을 재장전할 때 시간이 무척이나 길기 때문에 큰 전투에는 효율성이 그렇게 좋지 않다.
내구력:50/50 공격력:5∼10
사용 제한:민첩 70 이상
옵션:민첩 +5, 공격 속도 +50%, 1%의 확률로 적을 마비시킨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에게는 1/4의 확률로 적용된다.)

뭐 대충 좋은 아이템은 이러하다. 각각 한 개씩 드랍된 이 무기들이 전투의 가장 큰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밖에도 일반 고블린들이 떨군 수많은 잡템형 아이템들과 가방에 잔뜩 쌓인 고블린들의 생간들(차마 리자드맨 앞에서 리자드맨의 간을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런 게 나올 줄이야.”
드란이 피식 미소 지으며 퀘스트 보상 아이템을 확인했다.

리자드맨의 증표(특수)
당신은 리자드맨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구미호의 일족, 하지만 리자드맨을 도움으로서 그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 증표를 몸에 달고 있을 때 리자드맨들은 당신이 어떠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로 맞이할 것이며, 당신의 도움 요청을 언제든지 받아 줄 것입니다.
내구력:―
사용 제한:―
옵션:모든 리자드맨들과의 친밀도 +100%



제5장 삼미호 우포(1)


“으랏차!”
캡슐의 문이 열리며 이미호라는 직업이 걸려 버린 행운이자 비운의 주인공인 성진이 기합을 내지르며 캡슐 안에서 몸을 빼내었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자신의 구식형 핸드폰, 일명 공폰이라 불리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PM 9:28.
자신이 들어간 시간이 대략 학교가 끝난 바로 직후인 오후 5시경으로 보았을 때 정확히 흐른 시간은 4시 28분. 가상현실 리펙터 월드는 현실 세계에 비해 시간이 1/4로 흐르니 자신은 무려 17시간 52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을 한 것이다.
정말로 게임이 사람 망친다더니……. 뭐 여하튼, 성진은 고개를 저으며 캡슐의 부착된 기능 중 하나인 컴퓨터를 사용했다.
삐빅―
컴퓨터 달걀형 특수 유리에 붙여 있는 노란색 단추를 꾸욱 소리가 나도록 누르자 캡슐이 소리를 내며 변형되더니 캡슐의 오른쪽 부분에서 최신형 컴퓨터가 튀어나왔다.
성진은 컴퓨터를 잽싸게 킨 다음 게임을 소개 받으면서 기택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지금 가상현실 게임이 엄청나다니까! 마법급 아이템 하나가 50만 원이나 나감은 물론이고 또 운 좋게 레어급이 드랍되면 그대로 300여만 원은 버니까, 인생 대박인 거지!”
기택의 말에 의하면 그런 아이템들은 거래 사이트라는 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며 소량의 수수료를 받고 한다고 한다.
성진은 수많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들 중 수수료는 제법 센 편에 속하지만 안전하기로는 유명한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들어간 성진은 일단 아무거나 클릭해서 둘러보기 시작했다.

―5만으로 노말 S등급 아이템 아무거나 삽니다.
―방어력 빵빵한 철갑류나 판금류 사 봐요. 가격은 아이템의 상태를 보고 결정합니다.
―사린의 이어링 구해 봅니다. 가격은 상담 후 결정합니다!

물품들을 구경하면서 성진은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노말 S등급 아이템이 5만 원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가, 즉 5만이라는 소리가 아니던가?
더구나 이후로 본 곳에는 골드들을 매입하는 칸이 무척이나 많았는데 1골드가 약 1만 원으로서 즉, 현실의 돈과 1:1의 비율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가격을 자랑하는 게임 아이템이다.
‘뭐야…… 그럼 그 리베토가 나한테 무려 10만 원을 준 셈인가?’
리베토가 사과의 의미로 10골드를 주었으니 현실의 돈으로 10만 원을 준 셈이 된다. 이거 괜히 웃음이 나올 판이다.
“흠흠, 어찌 됐든. 어라? 이건 뭐지?”
성진의 눈에 베스트 TOP 10이라고 적혀 있으면서 아직도 경매가 유지되는 아이템들의 모습에 재미삼아 클릭해 보았다.
“미, 미친.”

―베스트 TOP 1 레드 드레이크의 혼(유니크 A)
내구력:50/50 방어력:10 사용 제한:레벨 70 이상
옵션:화염 속성 물리&마법 공격력 상승, 스킬 드레이크 피어 사용 가능
경매 시작가 1,000만 원. 현재 입찰 중인 최고 가격 2,276만 원

아이템 하나가 무려 1,000만 원이란다. 아니 이건 시작가에 불과하고 자세하게 말하자면 2,2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아닌가? 더구나 성진이 보고 있는 지금에도 경매 입찰 최고 가격의 상승은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성진은 괜히 이런 아이템을 보고 있자니 배가 아프다는 생각에 화면을 뒤로 넘겨 자신 역시 경매에 등록하기로 했다.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노말 S)
내구력:45/45 공격력:13∼18 사용 제한:민첩 30 이상 옵션:공격 속도 10%
경매 시작가 5만 원

―우두머리 늑대의 송곳니(노말 S)
내구력:45/45 공격력:13∼18 사용 제한:민첩 30 이상 옵션:공격 속도 10%
경매 시작가 5만 원

―카르취의 갑옷(마법 D)
내구력:110/110 방어력:40 사용 제한:힘 80 이상
옵션:이동속도 ―20%, 민첩―10
전사 계열일 경우 패널티는 무효화된다.
경매 시작가 40만 원

―홉 고블린 단도(마법 A)
내구력:40/40 공격력:17∼29 사용 제한:민첩 70 이상 옵션:민첩 +5
공격 속도 +20%, 1%의 확률로 적을 즉사시킨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에게는 1/4의 확률로 적용된다.)
경매 시작가 75만원

―고블린 헌터 바람총(마법 A)
내구력:50/50 공격력:5∼10 사용 제한:민첩 70 이상 옵션:민첩 +5
공격 속도 +50%, 1%의 확률로 적을 마비시킨다.(보스 몬스터나 특이 몬스터에게는 1/4의 확률로 적용된다.)
경매 시작가 75만 원

“뭐 이 정도면 되겠지?”
자신에게는 그렇게 쓸 일이 없는 아이템들을 거래 사이트에 올려 놓은 성진은 히죽 웃고는 그대로 컴퓨터를 종료시키고 냅다 누워서 잠을 청했다.
참으로 피곤하면서도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