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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제5장 삼미호 우포(2)


다음 날도 역시 학교를 빠르게 끝마치고 달려온 성진은 그대로 다이빙 하듯이 캡슐에 몸을 실었다.
리자드맨으로 둔갑된 드륵의 모습으로 드란이 로그인되었다.
“크륵, 샤먼 님께서 오셨다.”
“크륵, 찬양하자!”
게임에 접속한 드란의 주변에 리자드맨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며 중얼거려 댔다.
‘돌겠군.’
말 그대로 돌 것 같은 심정이다. 어제도 이렇게 붙어 대는 리자드맨들 때문에 로그아웃을 했던 드란이다.
리자드맨이 마법을 사용하는 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더구나 또 하나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리자드맨들이 수십 마리나 들러붙어서 가지 말아 달라고 애걸복걸해 댄다.
이래서야 원 둔갑을 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하면 둔갑이 풀리자마자 목이 베여 나갈 일이니 말이다.
“크륵, 샤먼 님께서 가고 싶어 하신다면 보내 드려라. 애들아.”
그 모습에 하륵이 나타나서 말했다.
드란이 그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이어지는 하륵의 말에 그러면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다.
“크륵, 대신 샤먼 님. 저희 마을이 위기에 처한다면 다시 도와주시러 와 주실 수 있습니까?”
“크륵, 당연히 올 것이다.”
“크륵, 그럼 몸 조심히 가십시오.”
하륵의 경례에 드란이 싱긋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리자드맨 히어로인 하륵이 이러니 평범한 리자드맨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드란을 보내 줄 수밖에 없었고, 드란은 그렇게 리자드맨들의 마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상태창 오픈!”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29(Exp 47.72%)
칭호:영혼의 구원자
종족:이미호 명성:0 악명:200
상태:몬스터
생명력:610/610 요력:710/710
만복도:100%
힘:42(37+5) 민첩:125(120+5) 체력:28
지혜:30 지능:45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58∼91 방어력:36
마법 저항:무

고블린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제법 많은 레벨 업을 할 수가 있었다. 그 덕에 26이었던 레벨에서 단숨에 3업을 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막 리자드맨 마을을 벗어난 드란은 다시금 인간 마을로 들어가서 로그 유저였던 레스의 모습으로 둔갑을 한 상태였다.
레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드란이 인간의 마을로 들어선 이유는 간단했다.
‘인벤토리 정리.’
현재 드란의 인벤토리에는 생간 말고도 여러 가지 잡템이 수두룩하다. 비록 고기는 리자드맨 고기를 제외하고는 리자드맨 마을에서 해결했다지만 녹슨 검이나 부식된 방어구들은 아직 멀쩡하게 인벤토리의 무게 역활을 해 주시고 있다.
얼마 후 드란은 생간을 제외한 모든 아이템을 잡화점에 팔아치워 넘겨 버렸고 그 덕에 날아갈듯 가벼워짐과 함께 현 돈으로 22만 원에 속하는 22골드를 벌어 낼 수가 있었다.
“이제 볼일은 끝. 자, 이번에는 어디로 가 볼까나.”
드란은 인간 마을에서의 볼일이 끝나자 마을을 벗어난 후,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둔갑을 해제시켰다.
원래의 드란의 모습으로 변화되니 기분이 색다르다.
“이게 얼마 만에 내 모습이냐.”
머리에 세워진 부드러운 여우 귀와 엉덩이 뼈에 자라나 있는 이미호를 상징하는 두 개의 꼬리, 바로 본래 드란의 모습이다.
드란은 살랑살랑 흔들어지는 두 개의 부드러운 꼬리로 약 5분간 장난을 치다가 일어났다.
“슬슬 갈 곳을 가 봐야겠지.”
드란이 새롭게 구한 리자드 언월도를 손에 쥐고는 몬스터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란은 자신의 주변에서 움직임이 느껴지자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푸르륵―
이윽고 주변에 있던 수풀이 흔들리며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받아라!”
드란이 리자드 언월도를 X 자로 쥐고는 그대로 내리그으려는 순간 보여 온 물체에 다급히 리자드 언월도를 멈추었다.
“사, 살려 주세요!”
“…….”
드란은 굳어 버렸다.
자그마한 몸체의 물체, 7∼8살 정도의 어린 소년의 모습이지만 드란이 굳은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너 꼬리가…… 3개네?”
드란의 손이 어린 소년의 뒤에 자란 갈색 빛의 여우의 꼬리로 향해졌다.

*

“그러니까…… 네가 삼미호라고?”
“네, 모습은 이러하지만 저 이래 봬도 꽤 고령자라고요.”
삼미호로 밝혀진 어린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우포에게 물었다. 듣기로는 현재 우포는 자신과 같은 구미호의 일족이라고 하며, 이곳에 구미호 일족의 마을이 몰래 숨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막 마을을 벗어났다가 천적인 웨어 울프족에게서 간신히 도망쳐 온것이라 한다.
더구나 또 놀란 것은 우포, 이 녀석이 바로 자신보다도 나이 많은 327살이라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구미호의 일족은 100살 단위로 꼬리가 하나씩 자라난다고 한다.
우적우적―
하지만 아무리 327살이라고 해도 겉모습이 어린애이니 하는 짓도 어린애다.
우포는 드란이 나눠 준 초록빛 피가 묻어져 있는 오크의 생간을 우적우적 대며 정신없이 먹어 대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죠. 당신은 대체 누구죠? 저희 구미호 일족의 마을에는 당신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꼬리가 2개인 모습을 보니 이미호인 듯하면서. 어째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지? 대체 당신 정체가 무엇이죠?”
“하핫! 그게 말이지…….”
랜덤 선택했더니 이렇게 됐어. 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애초에 랜덤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NPC들이 아닌가?
그렇게 머리를 긁적이는 드란에게로 우포가 고개를 들이밀며 킁킁 냄새를 맡았다.
“더구나 당신, 현신의 흔적이 있어. 이해가 안 되는군. 현신은 보통 오미호 이상부터 가능할 터인데. 안 그러면 부작용이 심하거든.”
그렇지. 1분당 10의 영력이 소모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말에 드란은 어리벙벙해졌다.
“그러니까 오미호 이하일 때, 현신을 하면 수명이 대폭 줄어들거나 사망을 한다고?”
“응, 그리고 애초에 오미호 이하일 때에는 현신이 금지되어 있어. 구미호에게 수명은 곧 힘. 더구나 구미호의 수명은 800년밖에 안 되거든.”
응?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그럼, 어떻게 구미호가 돼?”
우포의 말로는 자신이 327살이니 100살 단위로 꼬리가 늘어나는 구미호의 일족답게 자신은 삼미호라고 자랑해 댔다. 그런데 수명이 800년이라니? 그럼 애초에 구미호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응, 사실 말이야. 우리 구미호의 일족에서 알려지기로는 오직 구미호가 될 수 있는 아홉 번째 꼬리를 얻어 내신 분은 딱 한 분뿐이라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었어.”
“그게 누군데?”
“구미호 일족의 선조이신 하포 님이셔. 내가 듣기로는 아홉 번째 꼬리에는 지옥의 힘과 하늘을 뒤엎는 힘이 담겨져 있다고 들었어.”
“꼬리에도 각각의 힘이 정해져서 담겨져 있어?”
드란의 질문에 우포가 오크의 생간을 꿀떡 삼키고는 손을 내밀었다.
“생간 줘.”
“여기.”
드란이 생간을 내밀자 우포가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다시금 말을 이었다.
“당신은 모르나 보네? 꼬리에는 각각의 힘이 담겨져 있어. 우선 태어날 때 얻어지는 첫 번째 꼬리, 일미호를 상징하는 첫 번째 꼬리에는 바람의 힘이 담겨져 있어. 그리고 이미호를 상징하는 두 번째 꼬리에는 불의 힘과 변신의 힘. 그리고 세 번째 꼬리에는 영계의 물질을 소환해 내는 힘과 내려치는 번개의 힘. 네 번째 꼬리에는 단단함의 힘과 역습의 힘. 다섯 번째 꼬리에는 각성의 힘과 치유의 힘. 여섯 번째 꼬리에는 차디찬 얼음의 힘과 순수한 물의 힘. 일곱 번째 꼬리에는 사나운 폭염과 폭뢰의 힘. 여덟 번째 꼬리에는 모든 이를 속여 내는 환각의 힘. 그리고 아까 말한 대로 아홉 번째 꼬리에는 지옥의 힘과 하늘을 뒤엎는 힘이 있다고 하지?”
드란은 우포의 말을 경청하며 머릿속에 정확하게 입력해 넣었다.
‘모든 게 똑같다!’
우포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삼미호가 되었을 때, 얻어지는 요술은 번개를 내려치는 요술이나 소환술 같은 것일 것이다.
드란은 뜻밖의 횡재에 만세를 부르짖었다.
그러던 중 생간을 맛나게 섭취하고 있던 우포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주변의 냄새를 킁킁 맡는 것이 아닌가?
“조심해!”
우포가 남은 생간을 입에 쑤셔 넣고는 팔짝 뛰어서 드란을 덮치고는 그대로 굴렀다.
드란이 그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뒤를 돌아보니 바로 자신이 있던 곳에 엄청난 손톱 크레이터가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냐!”
“크크크. 이거 운 없는 여우 새끼들이군. 고통 없이 보내 줄 수 있었는데 말이야.”
“어라? 형님. 이거 보시와요. 여우 새끼가 여우 새끼를 불렀는뎁쇼?”
드란의 외침에 두 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 인간?’
외국 영화의 주 주제로 삼았던 늑대 인간의 모습이 흉흉하게 붉은 눈빛을 째리며 나타난 것이 아닌가?
몸 주변 부분에 털이 수북이 난 것으로 보아 눈을 비벼서 다시 보아도 늑대 인간이다.
“레샤, 이자는 우리의 일족이 아니다. 보내 주어라!”
“크크. 이봐, 꼬맹이 우포. 상황을 보면서 말하지?”
우포가 의외로 호기롭게 소리치자 두 마리의 웨어울프 중 유독 키가 큰 웨어울프가 코웃음 치며 우포를 비아냥거렸다.
그 모습에 화가 난 듯 우포가 앞발을 모았다.
“영계의 물체여, 나의 앞에 나타나 나의 적을 쓰러트려라! 영계 소환의 술!”
퍼엉―!
우포의 외침과 함께 뒤에 자란 삼미호를 상징하는 세 개의 꼬리에서 각각 하나씩의 초록빛 불을 내뿜는 불들을 소환해 냈다.
불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웨어울프의 주변을 맴돌았다.
공포 영화에서 언제나 보았던 도깨비불 세 개가 돌아다니는 모습은 공포를 자아낼 수 있었겠지만, 웨어울프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우포, 장난하냐? 이래서 너희 구미호 일족이 쓰레기라는 거다. 핑 커터!”
쓰사삭―
레샤의 외침과 함께 도깨비불이 수십 갈래로 잘려 나가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아니, 불을 자를 정도로 쾌속의 칼질이라니! 아니 손톱질인가?
그 모습에 우포가 크게 당황하다가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앞발을 모아 들었다.
“아까 그건 봐준 거야. 내려쳐라! 번개의 술!”
콰가가강―!
하늘에서 하나의 번개가 그대로 웨어울프에게 직격으로 내려쳐졌다.
푸쉬이익―
털이 굽는 냄새가 나더니 이내 시야가 밝혀지자 씩씩대며 화를 내고 있는 웨어울프의 모습이 보여졌다.
“장난은 여기까지다. 사냥 표적! 물어뜯기!”
파바바박―
웨어울프가 엄청난 속도로 우포를 향하자 드란이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여기고는 재빨리 앞발을 모았다.
적을 날려 버리기에는 제일 효과적인 요술이있다.
“바람의 술!”
푸화아악―!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승되고, 또 두 개의 꼬리로 위력이 두 배로 증가한 바람의 술이 강하게 웨어울프에 직격되자 웨어울프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횡 하니 날아가 버렸다.
“달아나자!”
“어? 응!”
웨어울프는 늑대이니만큼 이동속도가 장난이 아닐 터, 드란은 우포를 자신의 등에 업혀서 네 발로 뛰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파바바박―
언제 쫓아왔는지 웨어울프들이 고함을 치며 드란을 쫓았다. 이대로라면 잡힌다! 드란의 눈이 떨려 올 때 우포가 소리쳤다.
“이제 곧 우리 일족의 마을이야! 최고 속도로 달려!”
“이런 젠장! 여기서까지 이것을 쓸 줄이야!”
드란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아깝지만 쌓아 둔 영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현신!”

―현신을 사용하셨습니다. 1분마다 10의 영력이 소모됩니다.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후화아악―!
지난번과 똑같은 붉은빛의 요기가 드란의 몸을 감싸더니 몸이 점차 거대한 여우의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지난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나, 하나였던 꼬리가 이미호가 된 영향으로 두 개가 된 것이다.
“지, 진짜로 현신을 하다니?!”
변화된 드란의 모습에 우포가 경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삼미호인 자신이 사용해도 위험할 현신을 이미호가 사용하면 그 즉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인 일이다. 그런데 이자, 드란은 전혀 이상 없이 자신을 업고 현신화된 몸으로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좀 있어!”
아까보다 2배로 증가한 민첩은 이미 200이 넘어간다. 그 이동속도를 다스리려고 하니 무척이나 힘이 드는데, 우포가 자꾸 움직이며 소리를 내질러 대자 정신 집중이 안 되던 드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편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드란과 우포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구샤야. 어떻게 저들이 현신을 할 수 있는 거지?”
“그, 글쎄요 형님. 구미호 일족의 현신은 오직 오미호 이상 때부터, 그것도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일 터인데. 알 수 없군요.”
웨어울프인 레샤와 구샤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드란과 우포는 이미 저만치 앞으로 사라져서는 웨어울프들에게 보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