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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제6장 구미호 일족의 마을(2)
미샨포도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궁을 하지 않겠다는 듯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다음에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하나 이상하군요.”
“네?”
“당신에게는 이미호로서의 영력이 아닌 그 이상의 영력이 느껴집니다. 이미 이미호를 초월한 힘의 존재이지요. 이런 기분은 저 역시 처음이라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마치 하포 님의 경우와 같다는 것만은 알 수 있겠군요.”
“하포라면, 구미호 일족의 선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샨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포 님은 정말로 굉장하신 분이시죠. 저희의 존재를 태어나게 해 준 존재일 뿐만 아니라 열 번째 꼬리를 얻어내셔서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되신 존재입니다.”
“예? 열 번째 꼬리라니요?”
구미호에게 한정된 꼬리는 아홉 개의 꼬리가 아니던가? 아니, 그런데 열 번째 꼬리가 존재한다니?
또 뭐라고? 여우가 신이 되었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구미호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열 번째 꼬리라니요? 그게 대체 무엇이죠?”
드란이 다급히 미샨포에게로 물어오자 미샨포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사실 저로서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저 이것 하나만을 알 뿐이지요. 열 번째 꼬리는 신의 힘을 지니고 있다. 유를 무로, 무를 유로 창조해 내는 힘이.”
“신의 힘?”
“네, 하지만 사실일지는 모르지요. 원래부터 하포 님께서 신이 되셨다는 증거가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저희는 믿습니다. 어디서든지 지금 하늘 위에서 우리들을 위해 힘을 주시고 있는, 하포 님의 존재를 말이지요.”
여우가 신이 되었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여우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위로 올라가는 상상을 하자니 절로 머리가 저어졌다. 하지만 미샨포의 말에 고개를 젓기는 싫은 드란이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드란의 말에 미샨포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믿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모쪼록 찾아오신 저희 마을의 풍경을 즐겨 주시길.”
“그러도록 하죠.”
*
미샨포와의 대화를 마친 드란은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을 알리는 알림음을 듣고는 재빨리 로그아웃을 해 버렸다.
여전히 가볍게 교복을 입고 차려진 밥상을 야금야금 먹은 후, 학교로 뛰어갔다.
“야! 요전부터 리자드맨들 왜그렇게 강해진 거냐?”
“몰라, 나도 그것 때문에 리자드맨들 사냥하다가 잡을 수가 없어서 오크나 고블린 잡는 실정이다.”
학교에 도착한 성진의 귓가로 가상현실 게임 리펙터 월드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다.
사망하는 바람에 레벨이 다운되었다는 둥, 득템을 해서 기분이 째진다는 둥, 아이템 스틸당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 둥.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자드맨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보통 리자드맨들의 레벨이 38이라고 보면, 레벨 35의 우리들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데 요즘 들어서는 뭐가 그리 힘이 넘치는지 42렙이라고 해도 믿을 거다.”
갑자기 몬스터의 레벨이 4나 상승했다는 말에 성진은 내심 마음이 찔려 왔다.
리자드맨들이 강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고블린들과 전쟁을 치렀으니 그만큼 막대한 경험치를 얻었을 터이고, 또한 리자드맨 샤먼이라는 영웅 몬스터가 하나 더 생겨났으니 그 사기는 가히 엄청날 것이리라.
어찌 됐든 성진은 찔려 오는 마음을 다스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소리 없이 앉았다.
재잘재잘―
자리에 앉아서 책을 펼쳐 보는 성진의 모습을 학생들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성진은 학교에서 무엇보다도 평범한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평범한 일생의 학교생활은 빠르게 끝이 났다.
*
“헤헷! 히포 나 잡아 봐라!”
“우포, 너 이 녀석!”
게임에 접속한 드란에게로 우포가 약 올리자 히포가 그에게 눈을 붉히며 쫓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아이들이 장난치며 쫓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만약 우포가 히포에게 잡힌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 가지 못했다. 그 사나운 표정의 히포 얼굴을 떠올리자니 말이다.
“아이들이 노는 게 참 좋군요.”
“호홋, 그런가요?”
언제 드란의 접속을 눈치챘는지 미샨포가 웃음을 터트리며 나타났다.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저기 아이라고 불려진 우포와 히포의 나이는 각각 300살이 넘어간다.
“이제 가 보시려고 하시나요?”
“뭐, 그렇죠.”
드란이 나간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미샨포가 아쉬운 표정을 하다가 금세 표정을 지우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그럼 드란 씨. 만약을 위해 이것을 가져가 주십쇼.”
미샨포가 내민 것은 가느다란 여우의 꼬리털이었는데, 약간의 황금빛을 띠는 게 칠미호인 미샨포의 털인 듯했다. 구미호가 되면 털이 황금색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칠미호의 털(특수)
숲 속에 숨어 살고 있는 구미호의 일족. 당신은 그러한 구미호 일족의 피를 이어받았으며, 일족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구미호 일족의 현재 촌장인 칠미호 미샨포가 직접 뽑은 털로서, 위기의 순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구미호 일족이 위기에 쳐했을 때도 도우러 가야 합니다.
내구력:―
사용 제한:―
옵션:???
“감사드립니다. 미샨포 님.”
“아니에요 드란 씨. 후에 다시 한 번 더, 이곳 구미호 일족의 마을을 들러 주시길 바라며, 부디 안전한 여행을 하시길.”
미샨포는 말과 함께 지난번에 들어왔을 때와 같이 ‘작은 여우가 큰 여우의 품을 떠납니다.’라는 주문과도 같은 말을 외쳤고, 드란은 구미호 일족의 마을에서 스르르 사라졌다.
*
스윽스윽―
“후아.”
구미호 일족의 마을을 벗어난 후, 드란은 지난번 우포와 만났던 자리까지 도착을 해서야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역시 현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와 현신을 사용한 상태에서의 스피드 차이는 정말로 엄청난다는 것을 몸으로 확실하게 느낀 드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란은 이제부터 현신의 사용을 더욱이 자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영력의 소모라는 패널티만 있을 거라 생각했던 현신이 자칫하면 게임에서의 캐릭터인 자기 자신을 잃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하아! 숲을 벗어나니 이제 좀 살겠구나!”
처음 접속 때 숲에 대해 안 좋게 인식을 가지게 된 드란답게 숲 속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어느 순간 늑대 같은 맹수들이 달려들지 모르는 곳이니 말이다.
이제 뭘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던 드란에게로 철과 철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황급히 주변에 있던 큰 바위에 몸을 숨겨서 눈에 힘을 주며 보았다.
“헉헉! 지친다, 지쳐! 뭐 이리 질기냐! 좀 죽어라!”
“크르르릉!”
눈에 힘을 준 드란은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주변에 널려진 유저 2명의 시체, 그리고 온몸이 피로 덕지덕지 붙어 있는 상태인 4명의 유저와 숨을 헐떡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늑대 인간.
라이칸스로프라고도 불리며, 구미호 일족과 천적으로 알려진 웨어울프족의 어린 새끼였다.
‘그냥 가는 게 좋겠지?’
어차피 그냥 두면 유저들이 저 새끼 웨어울프를 죽이는 일은 무척이나 쉬울 것이다. 숨을 헐떡이는 새끼 웨어울프를 보자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해 보였으니 말이다. 아마 아직 새끼라서 유저는 2명 정도가 한계인 듯 보였다.
‘근데 조금 불쌍하다.’
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유저들을 노려보는 새끼 웨어울프는 그 어떠한 이들이 보아도 참으로 불쌍해 보였다. 다 자란다면 징그러울 테지만 아직 새끼이니 너무도 가여워 보이는 것이다.
드란이 나는 몰라라 다시 머릿속에 각인을 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을 때 외침이 들려왔다.
“죽어라! 라이칸스로프!”
“크르르릉!”
“젠장! 될 대로 되라지!”
결국 마음약한 드란이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 버렸다.
“어, 어? 넌 뭐냐?”
갑작스럽게 나타난 드란으로 인해 헐떡이던 유저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거의 다 잡아 가던 새끼 웨어울프를 스틸하는 다크 게이머인 줄 알았지만, 머리에 자라난 여우 귀와 엉덩이 부분에 자란 두 개의 꼬리를 보자니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저들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자신들은 넷이고 저기는 둘이다. 그러니 답은 간단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너도 같이 죽어라!”
검을 꼬나 쥐어 들은 유저가 드란을 향해 검을 매섭게 휘둘렀다.
하지만 드란이 누구인가?
비록 생간을 씹어 먹어야 한다는 개 같은 경우가 있지만, 히든 종족 중에서도 히든 종족인 구미호 일족의 이미호가 아니던가?
“불의 술!”
화르르륵―
“으아아악!”
“으앗! 마법사인가?!”
드란의 불의 술에 네 명의 유저들 중 세 명의 유저가 피했고 미처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돌진한 한 명의 유저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져서는 그대로 자빠져 버렸다.
하지만 아직 드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바람은 불의 힘을 배가 시킨다! 바람의 술!”
푸화아악―
중급으로 오르면서 더욱 거세어진 바람의 술이 내뿜어지며 꺼져 가던 불의 씨를 건드리자 불의 씨가 다시금 살아나며 활활 타올랐다.
“으아아악!”
다시금 한 명의 유저가 쓰러졌다.
이제 두 명이 남은 유저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사기다!’
비록 새끼 웨어울프와 전투를 치르면서 생명력이 많이 깎였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은 30렙 초중반의 유저들이다. 이곳 리펙터 월드에서도 웬만한 중급 유저에 속하는 자신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이 한 마리 짐승 인간에게 피해를 입다니?
두 명의 유저를 가뿐히 처치한 드란이 비아냥거리며 리자드 언월도를 손에 쥐어들었다.
“와라.”
“오라면 못 갈 줄 아냐! 소드 댄싱!”
유저 한 명이 검으로 춤을 추듯이 놀리며 드란에게 뻗었다.
챙―
스피드 전투에 익숙한 드란답게 소드 댄싱의 기술을 리자드 언월도로 가볍게 막아 낸 후, 씨익 웃었다.
적의 검을 막는 데는 하나의 리자드 언월도면 된다. 그리고 자신은 쌍검이다. 그러니 남은 검 하나는 어디로 가겠는가?
검으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한계인 유저가 울상을 지었지만 봐줄 드란이 아니다.
서걱―!
베여지는 소리와 함께 유저의 목이 댕강 잘려 나갔다. 선혈이 낭자하며 목이 날아가는 것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드란은 이미 리자드맨과 고블린 마을의 전쟁으로 인해 마음이 조금 강해졌다고 할까? 물론 정확히는 생간을 먹다 보니 피에 익숙해진 것이지만 말이다.
“으아악!”
마법사인 듯한 유저 한 명이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벌벌 떨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동료들은 이미 회색빛이 되어 로그아웃이 되어 있을 뿐더러, 주변에 펼쳐진 동료의 시체와 선혈은 그를 두렵게 했다.
하지만 유저의 공포는 여기서 더욱이 가중되었다.
“간 섭취!”
드란의 손이 사망한 유저들의 가슴팍으로 거침없이 쑤셔 들어가서는 생간을 뽑아냈다. 그리고 마법사 유저는 눈이 뒤집혔다.
“어라, 재 왜 저래?”
막 사망한 5명의 유저들의 간을 빼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드란이 마지막으로 마법사 유저를 죽이려고 향하던 중, 마법사 유저가 눈을 까뒤집고 있자 머리를 긁적였다. 상태를 보니 쇼크사로 이미 사망해 있었다.
드란은 다시 한 번 리펙터 월드의 현실감에 지겹다는 표정을 지은 후, 친절하게 마법사 유저의 가슴팍을 뚫어 줬다.
인벤토리에 가득 찬 생간들을 보는 드란의 눈이 즐겁다.
“이제 유저들의 간은 총 10개인 것인가?”
이 유저들의 생간은 레벨 30대 이상의 플레이어들의 것들이니, 적어도 30레벨대의 특이 몬스터나 20레벨대의 보스 몬스터에 상응하는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니 괜그레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생간을 씹어 먹어야 한다는 리스크가 크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밖에도 생간들은 고블린 생간들이 가득히 있었다.
“아차! 30레벨대의 유저들이니 운이 좋다면……!”
유저들도 아이템을 드랍하고, 그 드랍된 아이템을 몬스터들도 줍는다. 그리고 지금 막 드란이 유저를 죽였으니 몬스터 상태인 자신도 아이템을 주울 수 있다.
간단한 방식을 생각한 드란은 냉큼 실행에 옮겼다.
“오호라!”
6명의 유저들 중 드랍된 아이템은 총 2개로, 아이템들의 내용은 이러하다.
예리한 롱소드(마법 B)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제작한 듯해 보인다. 담금질이 무척이나 좋게 되어 있으며, 경도와 예리함이 무척이나 탁월하다. 하지만 내구도 쪽으로는 비약한 편이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내구력:23/48 공격력:18∼25
사용 제한:힘 25 이상, 민첩 30 이상
옵션:공격 속도 15%, 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