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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제7장 두더지(5)


드란은 그런 두더지들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고는 계속해서 메카닉 두더지를 조종했고, 30분이라는 시간을 앞으로 나가자 더 이상 작업을 하는 두더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곳쯤에서 자이언트 웜이 있을 터.”
두더지가 안 보이는 구역에서 20분을 더들어간 드란은 축축한 땅의 모습에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땅이 축축하고 두더지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곳에 자이언트 웜이 있을 확률이 높다.
파바바박―
아니나 다를까, 드란의 예상대로 땅을 뚫고 자이언트 웜 한 마리 등장했다. 물론 전쟁 때 봤던 자이언트 웜에 비하면 그 크기가 1/4 정도였지만 말이다.
“쿠에에에엑―!”
아직 다 크지 못한 자이언트 웜은 자신의 구역을 침범한 드란의 모습에 기분이 나쁜 듯 그대로 드란을 향해 박치기를 날리려 했다.
“어딜!”
드란은 능숙한 솜씨로 메카닉 두더지를 조종해서 자이언트 웜의 공격을 가뿐히 피한 다음, 그대로 다리 쪽에서 두 자루의 칼을 뽑아 양손에 쥐어 들었다.
“나는 역시 검이 좋아.”
프토는 둔기나 드릴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지만 드란은 고개를 저으며 거대한 철검을 원했다. 처음 시작 때부터 몸에 붙은 검 종류를 말이다.
“하압!”
드란이 검을 그대로 자이언트 웜의 몸에 휘둘렀으나, 자이언트 웜은 쉽게 당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 드란의 공격을 피하며 되려 역으로 공격을 취하려 했다.
드란은 자이언트 웜이 그대로 몸을 꺾어서 자신을 공격해 오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메카닉 두더지를 빠르게 움직였으나 자이언트 웜의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콰드득―
어깨 부분의 방탄 갑옷이 조금 뜯어지며 메카닉 두더지의 내구도가 감소되었다.
“이런 지렁이 녀석이!”
화가 뻗친 드란은 공격을 마치고 쉬기 위해 땅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자이언트 웜의 꼬리를 붙잡았다.
“쿠에엑?”
자이언트 웜의 얼굴이 새파래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에 맞춰 드란의 거대한 장검이 자이언트 웜의 머리 부분을 그어 버렸다.
푸화아악―!
자이언트 웜 특유의 누런색의 피가 땅으로 거침없이 흩뿌려졌다.
“한 마리, 소탕 완료!”
한 마리의 자이언트 웜을 처리한 드란이 싱긋 웃으며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발라내서 메카닉 두더지에 부착되어 있는 보관 칸에 집어넣고는 이제는 살만 남은 자이언트 웜을 빤히 바라봤다.
“이 녀석도 간을 내뱉을까?”
내심 궁금했다. 원래 생물체에게는 누구에게나 간이 있다. 드란은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 결국 드란이 탑승한 메카닉 두더지의 팔이 움직이며 자이언트 웜의 가슴팍을 뚫었다.
그리고 나온 누런빛이 가득한 거대한 생간.
“……버리자.”
옛날 일미호 때 만났던 오크 로드 카르취의 생간보다도 배는 거대한 자이언트 웜의 생간에 드란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휙 버린 다음 레버를 굳게 잡았다.
“일단 하나는 구했고, 이제 더 얻으러 가 볼까?”
가볍게 한 마리를 처리한 드란이 레버를 움직였다.

*

스걱스걱!
“후함, 이제 이 짓도 지겹군.”
이제는 거대한 자이언트 웜을 시시하게 처리하는 드란이 쩍쩍 하품을 해 댔다. 당연하게도 앞으로 가는 사이 드란은 대략 20여 마리는 넘는 자이언트 웜들을 처치했다. 물론 그 만큼 메카닉 두더지의 내구도가 감소했지만, 반대로 자이언트 웜에 대한 경험도 쌓았고, 또 경험치도 가득 얻었다.
그 예로 드란은 20마리의 자이언트 웜의 처치로 인해 무려 5레벨 업을 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자이언트 웜들은 그 레벨이 자신보다 높은 듯 좋은 아이템을 드랍까지 해 주었다.
드란은 그 드랍된 아이템들을 생각하자니 웃음꽃이 핀다.

표피 모자(레어 F) ―세트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들어진 모자. 그 내구성과 질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40/140 방어력:25
사용 제한:힘 40 이상, 민첩 40 이상
옵션:힘 +10, 민첩 +10, 구역질 300%

표피 글러브(레어 F) ―세트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들어진 글러브. 그 내구성과 질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40/140 방어력:20
사용 제한:힘 40 이상, 민첩 40 이상
옵션:공격 속도 15%, 힘 +10, 구역질 300%

표피 부츠(레어 F) ―세트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들어진 부츠. 그 내구성과 질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20/120 방어력:18
사용 제한:힘 30 이상, 민첩 40 이상
옵션:이동속도 20%, 민첩 +10, 구역질 300%

비록 스킬이 안 붙은 아이템이지만, 레어급이라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스킬이 붙은 아이템은 대부분이 레어 A급 이상들뿐이다. 또 애초에 이런 아이템들은 자신이 만져 보기 힘든 아이템들이다. 또한 자이언트 웜들 역시 자신의 능력치로 잡기에는 터무니없이 무리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메카닉 두더지가 있기에 드란은 가능했다.
“킁킁, 이 냄새만 제외한다면 말이지.”
새로 생긴 표피 글러브를 장착하고 작업용 부츠 모자는 표피 부츠와 모자로 바꿔 낀 드란은, 그와 함께 활성화된 표피 세트를 살펴보았다.

표피 세트(레어 F)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든 아이템들을 모을 경우 그 효과가 발동된다.
4세트:힘 +10
5세트:공격 속도 20%, 이동속도 20%
6세트:스킬 ‘콜 자이언트 웜’ 사용 가능

표피 세트를 확인하던 드란은 6세트에 이르면 발동되는 스킬에 유난히 눈이 갔다.
콜 자이언트 웜. 스킬 명을 봐도 알듯이 자이언트 웜을 소환하는 것이다.
사실상 자이언트 웜이 약한 것이 아니다. 드란의 경험과 메카닉 두더지가 아니라면 무척이나 두려운 몬스터가 바로 자이언트 웜이니 말이다. 그러니 그런 자이언트 웜을 소환할 수 있게 하는 스킬이라면 나중에 엄청난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그렇게 아이템들의 효과를 확인하던 드란의 귀가 쫑긋 세워질 정도의 흉성을 지닌 하나의 소리가 들려왔다.
“쿠에에에에에에엑―!!”
평범한 자이언트 웜이 절대로 낼 수 없는 소리.
바로 보스급의 몬스터이다.
그것을 눈치챈 드란은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강력한 자이언트 웜에게도 보스 몬스터가 있었다고?”
사실 가상현실 게임인 리펙터 월드에는 어떤 종류의 몬스터에게나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 물론 그것을 드란이 알고 있을 리 없겠지만 말이다.
파바바박―
멀리서 땅이 파지며 오는 소리에 드란은 크게 긴장했다.
상태를 살펴보니 카르취 때와 마찬가지로 공포 상태에 걸려 있다. 즉, 벗어날 수 없다는 소리이다.
“꿀꺽.”
고조되는 분위기에 드란이 침을 꿀꺽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무척이나 거대하면서 피보다도 새빨간 붉은색의 빛을 내뿜는 자이언트 웜이 등장했다.
“쿠에에에에엑―!!”



제8장 레드 자이언트 웜과의 전투!(1)


“쿠에에에엑―!!”
등장한 붉은색에다가 여태까지 만난 자이언트 웜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를 지닌 녀석의 모습에 드란이 입을 쩍 벌렸다. 더구나 평범한 자이언트 웜은 입 부분이 갈라지지 않고 둥그렇게 말려져 있지만, 이 녀석은 입 부분이 네 갈래로 갈라져서는 그대로 잡혔다가는 분해가 될 판이다.
“망할 두더지들!”
드란은 자신을 이곳으로 가게 한 두더지들을 욕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프토는 배로 욕을 먹었다. 아마 지금 땅굴 기지에서는 수많은 두더지들의 귀가 가려울 것이리라.
그런 드란의 눈에 보, 자이언트 웜 녀석의 이름이 표시되었다.
“레드 자이언트 웜?”
즉 붉은색의 자이언트 웜이라는 거다.
메카닉 두더지보다도 몇 배는 거대한 레드 자이언트 웜이 드란을 향해 돌격해 왔다.
“으아아악! 오지 마!”
아까 전, 싸웠던 자이언트 웜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메카닉 두더지를 타고 있는 상태에도 거대해 보이는 자이언트 웜이니, 두더지일 때에는 올려다보기도 힘들다.
하지만 오지 말라고 안 올 몬스터가 어디 있겠는가?
드란이 황급히 레버를 잡아당겼다.
차라락―
“될 대로 되라지! 내 인생이 원래 이런 거 아니겠어!”
드란이 검을 빼 들고는 기세 좋게 외쳤다. 하지만 레드 자이언트 웜은 뭐 어쩌라는 듯한 표정으로 드란을 향해 돌진해 왔고, 이내 드란의 검과 레드 자이언트 웜의 송곳니가 맞부딪쳤다.
콰즈즈즉―!
네 갈래로 벌려진 레드 자이언트 웜의 이빨을 철검 2자루로 막는 것은 무리이다. 결국 드란은 두 갈래의 입만을 막을 수 있었고 나머지 두 갈래의 입은 그대로 메카닉 두더지의 갑판을 공격하는데 성공했다.
레드 자이언트 웜의 공격에 메카닉 두더지의 내구도가 무려 1/5나 감소되었다. 그동안 자이언트 웜들과의 전투로 약 1/8 정도만 내구도에 손해를 입을 정도로 메카닉 두더지를 조심히 다루던 드란의 노력을 레드 자이언트 웜의 공격 한 방으로 무너져 내렸다.
“으드득, 젠장! 이걸 어떻게 이기라고!”
드란이 신들린 듯 레버를 움직여서 옆으로 빠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검을 들어서는 레드 자이언트 웜에게 내려쳤다.
챙―!
“…….”
무슨 피부가 판금 갑옷으로 만들어졌나? 검으로 내려쳤는데 ‘푸화아악―’이라는 피가 쏟아지는 소리가 아닌 ‘챙’이라니?
드란의 눈에 황당함이 어렸다.
“내 기필코 나가서 프토 녀석의 목을 따 버리리라.”
애초에 프토 녀석이 씨익 웃었을 때부터 수상했다. 드란은 반드시 프토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몇 번이고 곱씹으며 레드 자이언트 웜을 조심히 바라봤다.
“하하, 안녕?”
“쿠에에에엑―!!”
“젠장.”
드란의 인사에 레드 자이언트 웜이 입을 벌리며 다시 돌격해 와 주었다. 참으로 애교가 심한 녀석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말이다.
돌격해 오는 레드 자이언트 웜의 모습에 드란이 레버를 잡은 손을 놓고는 앞발을 모았다.
“바람의 술!”
푸화아아악―!
중급으로 올라서서 부는 바람의 세기가 2배는 강해진 바람의 술이 돌격해 오는 레드 자이언트 웜에게 정통으로 들어갔다.
“쿠우우우―!!”
바람의 세기가 워낙 강하기에 레드 자이언트 웜의 속도를 늦출 수 있었지만 너무도 거대한 녀석 때문에 날리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바람의 술을 얻어맞아서 화가 돋았는지 바람의 술이 풀리자 녀석이 더욱 빠른 속도로 돌격해 왔다.
드란은 바람의 술이 풀리자마자 재빨리 다시금 앞발을 모았다.
“불의 술!”
화르르륵―!
불의 술에 방금 전 펼쳐졌던 바람의 술이 합쳐져서 불의 폭풍이 일어났다. 아무리 거대하고 강력한 레드 자이언트 웜이라고 해도 이 불의 폭풍을 제대로 맞는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끝난 건가?”
드란이 침을 꿀꺽이며 상황을 살펴봤다.
“쿠에에에엑―!!!”
불의 폭풍이 사라지자 제법 불에 그을린 흔적이 있는 레드 자이언트 웜이 포효하며 드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히이익―!”
그 흉흉한 눈빛에 드란이 자기도 모르게 프토가 알려 줬던 빨간색 버튼을 한 번 눌렀다.
쿵―!
메카닉 두더지의 무릎 부분에 붙어 있던 갑판이 떨어지며 프토의 말대로 거대한 철포 2대가 등장했다.
“쿠에에에엑―!!”
레드 자이언트 웜은 그런 메카닉 두더지의 모습을 무시하며 돌격해 왔고, 이내 거대한 철포에서 2대의 철구가 발포되었다.
펑! 펑!
콰콰쾅―!
“쿠에에에에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