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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제8장 레드 자이언트 웜과의 전투!(2)
2개의 철구에 정통으로 타격을 입은 레드 자이언트 웜이 심각한 스턴 상태에 빠진 듯, 몸을 뒤척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한편 메카닉 두더지에 탑승한 드란도 멀쩡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크으으…….”
거대한 철포의 발포와 동시에 메카닉 두더지의 무릎관절 부분이 박살 나며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즉, 이제는 쓸 수가 없게 되었다는 거다.
드란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레드 자이언트 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젠장, 결국 자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가?!”
드란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필히 이런 좁은 땅굴 안에서 메카닉 두더지를 자폭 시켰다간 자신도 무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레드 자이언트 웜의 스턴이 풀려도 끝장이다. 결국 이러나저러나 죽게 되는 상황.
“이렇게 된 거, 도박 한 번 해 보는 거지.”
드란이 말과 함께 네발로 땅을 짚었다.
“지금 나의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 현신!”
―현신을 사용하셨습니다. 1분마다 10의 영력이 소모됩니다. 공격력 200% 증가, 민첩X2.
“크와아아앙―!”
거대한 이미호로 실체화한 드란이 메카닉 두더지의 빨간색 버튼을 연속으로 2번 눌렀다.
지이이잉―!
누름과 동시에 메카닉 두더지의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가열되는 소리가 나며 벌게지기 시작했다.
드란이 그 모습에 황급히 앞발을 모아 들었다.
“바람의 술!”
푸화아악―!!
현신을 사용해서 위력이 2배로 증가한 바람의 술을 사용하자 메카닉 두더지가 바람에 의해 그대로 들려졌다. 그리고 때마침 레드 자이언트 웜이 정신을 차렸다.
“쿠에에에에에엑―!!”
거대하고 강력한 만큼, 공격 패턴이 얼마 없는 레드 자이언트 웜이 괴성을 지르며 돌격해 왔다. 그리고 드란은 바람의 술을 불어 메카닉 두더지를 레드 자이언트 웜을 향해 날려 보냈다.
“쿠에엑?”
“잘 가라, 망할 고추장 지렁이야. 불의 술!”
화르르륵―!
레드 자이언트 웜의 바로 앞까지 날아간 메카닉 두더지를 향해 드란이 불의 술을 사용하자 메카닉 두더지가 그대로 폭발했다.
퍼어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드란에게 수없이 많은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으아아악―!”
드란은 뒤로 돌아 미친놈처럼 뛰기 시작했다.
폭발의 충격은 작지 않다. 그 강력한 레드 자이언트 웜을 저세상으로 보낸 위력이니 말이다. 아직도 용솟음치는 폭발의 충격이 뒤로 도망치는 드란을 강타했다.
*
검은 무언가에 잔뜩 그슬려져 있는 땅굴 안, 그곳에는 자이언트 웜의 어미이자, 자이언트 웜을 다스리던 레드 자이언트 웜이 네 갈래로 갈라진 입을 땅에 박은 채 푹 쪄져 죽어 있었다. 아직도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해 보였다.
부스럭―
그때 레드 자이언트 웜의 주변에 있던 땅덩이가 움직이며 여우의 꼬리 두 개가 튀어나왔다.
“푸하악! 죽을 뻔했네.”
메카닉 두더지의 자폭으로 인해 울린 충격에 드란은 그대로 땅에 깔렸지만, 운 좋게도 공간이 있던 곳에 깔려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었다. 충격으로 인해 현신과 둔갑의 술이 자동적으로 풀려 버렸지만 말이다.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드란이 온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며 인상을 찌푸렸다.
“콜록콜록! 하마터면 질식사할 뻔했네. 프토 이 자식, 반드시 목을 따 버릴 테다.”
하지만 그런 드란의 표정도 아까 울려 퍼졌던 메시지로 인해 단숨에 풀어졌다.
“사, 상태창 오픈!”
―레드 자이언트 웜을 잡으셨기에, 명성 +300과 함께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 칭호가 주어집니다.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힘 +10, 민첩 +5>>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41(Exp 2.32%)
칭호:영혼의 구원자,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
종족:이미호 명성:300 악명:200
상태:몬스터
생명력:830/830 요력:980/980
만복도:80%
힘:92(57+35) 민첩:165(130+35) 체력:38
지혜:35 지능:60 행운:5
보너스 스탯:0
공격력:69∼124 방어력:106
마법 저항:무
“대단한 걸?”
상태창을 확인하던 드란은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라는 칭호를 얻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 펄쩍펄쩍 뛰었다. 그 전에 얻었던 영혼의 구원자보다도 힘이 무려 5나 더 추가된 칭호,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
칭호는 특성상 여러 개를 중첩으로 낄 수 있기에 웬만한 장비 아이템을 득템하는 것보다도 좋다. 한계라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더구나 악명과는 상극인 명성이 무려 300이나 증가했다. 10올리기도 힘들다는 명성이 300이나 증가하다니. 드란은 정말 기뻐서 미쳐 버리고 싶었다.
그런 드란을 더욱더 미치게 만드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레드 자이언트 웜이 드랍한 아이템들이었다.
표피 셔츠(레어 F) ―세트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들어진 셔츠. 그 내구성과 질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70/170 방어력:40
사용 제한:힘 60 이상, 민첩 50 이상
옵션:적의 공격을 받을 시 10% 확률로 적에게 구역질을 유발시킴. 구역질 500%
표피 바지(레어 F) ―세트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들어진 바지. 그 내구성과 질김이 무척이나 뛰어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60/160 방어력:35
사용 제한:힘 60 이상, 민첩 45 이상
옵션:적의 공격을 받을 시 10% 확률로 적에게 구역질을 유발시킴. 구역질 450%
레드 자이언트 웜의 눈(레어 F) ―세트
레드 자이언트 웜의 눈. 붉은빛의 눈이 몬스터들을 겁먹게 하는데 효과적일 듯하다. 단, 냄새가 심해 구역질을 유발하며, 생김새가 좋지 않음으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작품이다.
내구력:100/100 방어력:8
사용 제한:힘 80 이상, 지능 60 이상
옵션:적군의 사기를 20% 감소시킨다. 적에게 마법 공격을 할 시 40% 확률로, 적에게 구역질을 유발시킴. 구역질 200%
“대박이다!”
드란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레드 자이언트 웜이라는 보스 몬스터답게 아이템을 대량으로 뿌려 주었다. 더구나 모두 다 표피 세트의 아이템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드란이 활성화 되어 있는 표피 세트를 살펴보자 세트 효과들이 전부 파란빛을 내뿜으며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표피 세트(레어 F)
자이언트 웜의 표피로 만든 아이템들을 모을 경우 그 효과가 발동된다.
4세트 ―활성화:힘 +10
5세트 ―활성화:공격 속도 20%, 이동속도 20%
6세트 ―활성화:스킬 ‘콜 자이언트 웜’ 사용 가능
“이제 자이언트 웜을 다룰 수 있게 된다! 후후, 그러고 보니 뭔가 깜빡한 듯한데.”
드란이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표정이 굳어졌다.
“으아아악! 그동안 구한 자이언트 웜의 표피들이!”
프토에게 받은 퀘스트의 내용은 표피를 구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구해 둔 자이언트 웜의 표피들은 메카닉 두더지의 자폭과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결국 레드 자이언트 웜을 쓰러트리고 가 봤자 자신은 보기 좋게 퀘스트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운도 없는 드란이다.
“아아악! 몰라! 이거라도 뜯어 가는 수가 있어도 표피를 구해 간다.”
드란이 오랜만에 리자드 언월도를 꺼내서는 레드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미친 듯이 긁어냈다. 그 엄청난 크기의 레드 자이언트 웜 덕에 드란은 무려 3시간이라는 장장의 시간이 흘러서야 레드 자이언트 웜의 모든 표피를 발라낼 수가 있었다.
드란이 숨을 헐떡이며 발라낸 레드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인벤토리에 넣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힘들어.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거지?”
드란이 숨을 헐떡이는 채로 상태창을 둘러보고 난 후,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바로 3시간 가까이 표피를 발라내는 작업을 하다 보니 만복도가 무려 20%까지 하락해 버린 것이다.
“간, 생간이 필요해.”
드란이 인벤토리를 열려고 했으나 이미 손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이, 이 상황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손에 드란이 당황해 버렸다. 이 상황은 바로 자신이 처음에 접속했을 때 제어가 되지 않던 그 상태가 아니던가?!
당황하고 있는 드란의 눈에 이제는 살만 남아서 처량하게까지 보이는 레드 자이언트 웜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이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통제를 벗어난 드란의 손에서 자동적으로 손톱이 튀어나오며 레드 자이언트 웜의 가슴팍을 뚫었다.
그리고 나오는 레드 자이언트 웜의 생간. 특이하게도 처음 꺼냈던 자이언트 웜의 생간과는 다르게 뜻밖에도 레드 자이언트 웜의 생간은 오크 로드 카르취의 생간 보다 아주 조금 큰 정도였다. 더구나 누런색의 피가 아닌 사람과 같은 시뻘건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왠지 모르게 먹음직스러웠다.
‘그래, 이 정도라면…….’
이 정도라면 입이 찢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고민을 끝마친 드란이 그대로 레드 자이언트 웜의 생간을 입속으로 쑤셔 넣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 ‘레드 자이언트 웜’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950. 영구적으로 힘 +15, 민첩+10.
레드 자이언트 웜의 생간을 섭취한 드란의 눈이 퍼뜩 떠졌다. 이제 만복도를 회복해서인지 몸의 제어가 가능해졌기에 드란은 지금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다.
“여, 영력이 950이나 증가했어!”
드란의 눈에는 힘과 민첩의 상승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무조건 중요한 건 오직 영력뿐이었다.
무려 영력이 950이나 증가했다. 즉, 일반 몬스터 950마리의 생간을 먹은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와하하하! 참으로 기분이 좋구나!”
드란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했다. 이제 이것으로 950번의 피 맛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다. 또 드란은 영력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힘 +15와 민첩 +10의 증가는 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총 25의 보너스 스탯을 얻은 셈이니 말이다.
그렇게 드란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춤을 추며 땅굴 기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
레드 자이언트 웜을 처치하고 난 후, 땅굴 기지로 돌아가는 드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당연하게도 발견되어야 할 자이언트 웜을 미리 처리하고 왔기에 드란을 막는 자이언트 웜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메카닉 두더지에 탑승하지 않은 드란에게로 자이언트 웜이 달려든다면 드란으로서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드란은 이제 슬슬 땅굴 기지에 가까워 오자 황급히 나뭇잎을 머리에 썼다.
“둔갑의 술!”
펑―!
드란이 퀘스트를 위해 본래의 모습에서 다시금 두더지 드토의 모습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가 볼까나.”
둔갑의 술로 모습을 변화시킨 드란이 총총걸음으로 땅굴 기지에 들어서자 많은 두더지들이 입을 쩍 벌렸다.
“드토가 살아 돌아왔다!”
“이럴 수가! 자이언트 웜의 주거지에서 살아 돌아오다니!”
그런 두더지들의 외침을 들은 것인지, 기계 대장 프토가 어느새 헐레벌떡 뛰어오며 드란을 맞이했다.
“메카닉 두더지는 어디로 간 거냐?”
“예?”
드란은 자신의 안위보다 메카닉 두더지의 행방을 찾는 프토의 행동에 갑작스럽게 화가 났다. 마치 자신보다 메카닉 두더지가 더 가치 있는 듯 말하는 행동 때문이다.
확 목을 따 버리고 싶은 마음이 온몸을 지배했지만, 간신히 다스린 드란은 인벤토리에서 레드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본 기계 대장 프토는 물론이요, 가까이에 있는 두더지들과 멀리 있던 대대장 무토와 행동대장 아토의 눈이 동그래졌다.
“레, 레드 자이언트 웜!”
무토가 버럭 소리를 치며 드란에게로 뛰어오더니 몸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는 기절이라도 할 듯이 소리를 질렀다.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 그 전설적인 마물을 제거한 자가 나타나다니!”
“뭐, 뭐라고?!”
기계 대장 프토 역시 무토의 말에 드란의 몸을 살피며 다시금 무토와 같은 말을 내뱉자 모든 두더지들이 드란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