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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제8장 레드 자이언트 웜과의 전투!(3)


아마도 레드 자이언트 웜은 두더지들에게 천적을 뛰어넘는, 마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까지 최악의 몬스터인 듯했다.
그런 두더지들의 행동에 당황한 드란이 머리를 긁적이던 중 오미호면서, 이곳에서는 의사 두더지인 닥토가 천천히 다가왔다.
“대단하군, 역시 우리의 일족이라니까.”
간단하면서도 자신의 일족을 추켜세우는 말이다. 물론 옆에 있는 두더지들은 자신들의 종족을 말하는 줄 알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그리고 기계 대장 프토는 아직도 어리벙벙한지 멍하게 있다가 드란이 주는 레드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받고는 잽싸게 자신의 연구소로 뛰어갔다.
프토의 행동에 무토가 미안한 듯 드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드토, 자네는 영웅이야. 그런 자네에게 내 친히 ‘구원 대장’의 칭호를 내리겠다. 이 구원 대장의 등급은 나 대대장과 동급으로 치며, 이곳 땅굴 기지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이언트 웜의 표피를 구하라!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땅굴 기지를 만들어서 생활하고 있던 두더지들은 매번 습격해 오는 자이언트 웜에게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자이언트 웜의 지배자인 레드 자이언트 웜을 처리함으로써 두더지들에게 영웅으로 추켜세워졌습니다.
땅굴 기지의 모든 이들에게 영웅으로 불려진 당신에게 ‘구원 대장’이라는 칭호가 주어집니다.
<<구원 대장 = 두더지 마을에서 물건 구매 시 가격 20% 감소, 판매 시 10% 증가. 모든 두더지들과의 친밀도 +100%>>

뜻하지 않은 칭호 수여이다. 그것도 대대장과 동급으로 치는 구원 대장이라니.
그런 드란의 모습에 벌벌 떠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한때 신참 두더지라며 드란을 괴롭혔던 고참 두더지 엘토와 센토였다. 이제 그들의 등급은 드란의 아래에서 한참의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니 이제 반대 상황으로 드란이 까라면 까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보상일세. 프토 녀석이 레드 자이언트 웜의 표피 연구에 푹 빠지는 바람에 말이야. 내, 대신 보상을 주도록 하지.”
대대장 무토이 말과 함께 묵직한 주머니를 내밀었다. 주머니가 꿈틀 대는 것을 보니 무엇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
“감사드립니다. 무토 대대장님!”
“허허, 아닐세. 그리고 구원 대장. 우리는 이제 동급이야. 말을 놓게나.”
“그럼, 고맙다. 무토!”

*

드란이 발걸음을 옮기며 인벤토리를 살펴보았다.
92골드 28실버 22쿠퍼(리자드맨의 증표(귀속)), 칠미호의 털(귀속), 예리한 롱소드, 튼튼한 가죽 셔츠, 작업용 드릴, 작업용 모자, 작업용 부츠, 잡템X87, 유저들의 생간X10, 일반 몬스터들의 생간X72, 땅굴 지렁이X250, 92골드 28실버 22쿠퍼.
인벤토리를 살펴보던 드란의 얼굴에 흐뭇함이 묻어났다. 무토에게 받은 땅굴 지렁이는 무려 170여 개, 730여만 원에 가까운 돈이다. 그리고 드란은 이 250개에 다다르는 땅굴 지렁이로 이곳 땅굴 기지에서 제일 좋은 무기를 하나 마련할 생각이다.
“그나저나 유저들의 생간을 어떻게 처리할까.”
유저들의 생간을 바라보는 드란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삼미호가 되려면 필요한 영력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동안 생간들을 꾸준히 먹어 왔으니 말이다.
“스킬 확인, 삼미호의 길!”

삼미호의 길(초급, 패시브)
이미호는 구미호 일족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구미호는 옛날 그 힘이 하늘의 뒤엎는다고 하여, 요술에 그 어떤 종족보다 능숙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힘을 취하여 꼬리를 늘려 구미호 일족의 힘을 부활시키십시오.
<<영력 1,672/2,500>>

이제 대충 900정도를 더 채우면 삼미호가 될 수 있다. 유저들의 생간이 10개이니 대충 100씩 증가한다고 쳐도 바로 삼미호로 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하지만 드란은 꺼내려던 유저들의 생간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곳은 땅굴 기지, 자칫해서 삼미호로 변하며 둔갑의 술이 풀리면 안 되니까.”
드란의 말대로 삼미호로 변하게 된다면 현신을 할 때와 비슷하게 적용이 되며 둔갑의 술이 풀릴 수가 있다. 드란은 그런 것을 바라지 않음으로 입맛을 다시며 유저들의 생간을 도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걸어오니 어느덧 무기 상점에 다다른 드란이 땅굴 지렁이를 손에 쥔 채 들어섰다.
“어이구! 구원 대장 드토 님이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상점으로 들어선 드란의 모습에 상점주인이 지난번과 똑같이 넉살좋게 웃음꽃을 피웠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구원 대장인 자신을 알아보며 말한다는 점이었다.
“이곳에서 제일 좋은 아이템을 소개시켜 줄 수 있을까?”
“넵!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드란의 말에 상점주인이 헐레벌떡 창고 안으로 뛰어가서는 하나의 목걸이를 가져왔다.
“이것이 저희 가게 아니, 모든 땅굴 기지를 뒤져 봐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최강의 아이템입니다요!”

대지의 목걸이(유니크 F)
대지의 여신 레이리아의 힘이 깃들어졌다고 알려지는 목걸이. 땅굴 기지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두더지인 카토가 젊은 시절 땅굴을 파다 발견한 유물이다. 하루에 한 번 대지를 울리는 일격을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구력:110/110 방어력:10
사용 제한:힘 90 이상, 민첩 90 이상, 지능 60 이상
옵션:대지 계열의 공격력과 내성 10% 증가, 1일 1회로 스킬 <어스 퀘이크> 사용 가능
가격:땅굴 지렁이 300마리 or 그에 상응하는 광석

아이템을 확인하는 드란이 입이 제대로 벌어졌다.
‘유니크 아이템!’
귀하디귀한 유니크 아이템이 이런 땅굴 속에서 발견되다니! 유니크 아이템은 돈이 많다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구하기가 힘든 편이기는 하지만 여러 개 존재하는 레어급의 아이템과는 달리 유니크 아이템은 대륙에 오직 1개에서 5개 까지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그런 유니크 아이템을 이런 곳에서 발견을 하다니. 천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대지의 목걸이의 가격이었다.
‘젠장, 땅굴 지렁이가 50마리나 부족해!’
현재 가지고 있는 땅굴 지렁이는 약 250여 마리. 하지만 대지의 목걸이의 가격은 300마리이다.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인 드란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점주인 카토의 말에 드란이 눈에 확 떠졌다.
“드토 님은 구원 대장이시니 제가 특별히 땅굴 지렁이 300마리를 20% 깎아 드려 240마리에 팔겠습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땅굴 기지 모든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 20% 삭감의 위력! 이것으로 300마리를 내야 하는 대지의 목걸이의 가격이 240마리로 깎였다. 즉, 구매가 가능한 상황!
구원 대장의 뜻밖의 효력에 드란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다.
드란은 바로 그 자리에서 땅굴 지렁이를 꺼내 상점주인 카토에게 240개를 건네고 대지의 목걸이를 받았다.
대지의 목걸이를 구매하고 자세히 보니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가운데에 박혀진 흙빛의 보석은 마치 토파즈를 연상케 했고, 그 보석 가운데에 생긴 한 여인의 모습은 작으면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드란은 그런 대지의 목걸이를 기분 좋게 목에 걸었다. 이것으로 대지 계열의 공격력과 내성이 10%나 증가했다.
그리고 또 유니크 아이템에 붙여져 있는 강력한 특이 스킬 하나를 얻어 냈으니 드란의 위력은 더더욱 강해질 것이다.
드란은 이후 기분 좋게 대지의 목걸이를 장착한 상태로 상점 밖으로 나섰다.

*

상점을 나와 땅굴 기지로 나온 드란이 할 일은 이제 단 하나 남았다.
바로 이곳 땅굴 기지를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 너무 오랫 동안 땅속에 있었으니 태양이 그리웠고, 또 더 이상 이곳에서 할 일이 없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구원 대장님.”
“잠시 기다리게! 자네 혹시 이방인이 맞는가? 구원 대장.”
대대장 무토의 말에 드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역시 그렇군. 그렇다면 이것을 가져가게. 우리가 이방인인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라네.”
무토가 건네는 물건을 드란이 잽싸게 낚아챘다. 애초에 자신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이것이 아니었던가? 드란은 과연 이것이 무엇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메카닉 두더지 보관함(특수 S) ―귀속
메카닉 두더지가 들어 있는 보관함. 단 한 번이지만 메카닉 두더지를 소환해서 착용할 수 있다.
사용 제한:드란 ―귀속 아이템
옵션:메카닉 두더지 1회 소환 소모 아이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메카닉 두더지를 소환할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 비록 소모용 아이템이라지만 메카닉 두더지를 조종해 본 드란으로서는 그 위력을 충분히 실감하고 있다.
‘이것은 최강의 아이템이다!’
솔직히 이것이 없었다면 레드 자이언트 웜을 죽이는 것은 물론, 보통 자이언트 웜한테도 쩔쩔매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레벨은 드란보다도 한 수 위이기 때문이다.
드란의 눈이 반짝거리며 두더지들을 바라봤다.
“고맙게 받겠어, 대대장 무토.”
“그래, 말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잘 가게, 구원 대장 드토.”
떠나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대대장 무토와 다른 두더지들에게 씨익 미소를 날려준 드란이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두더지의 몸이라 가볍게 땅굴을 통과한 드란을 따사로운 태양이 맞이해 주었다.
드디어 땅굴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제9장 삼미호(1)


“드디어 삼미호가 되는 건가.”
드란은 둔갑의 술을 해제하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로 인벤토리 안에 있는 유저들의 생간 10개를 바라봤다. 붉은 빛색의 피가 아직도 촉촉이 남아 있는 생간.
대충 한 개당 영력이 100씩 증가한다고 쳐도, 충분히 삼미호의 길을 마스터하여 삼미호가 될 수 있다.
드란이 유저들의 생간 중 하나를 집어 들어 꿀꺽 삼켜 버렸다.

―띠링! 33레벨의 유저 ‘리베토’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230. 영구적으로 힘 +5, 민첩 ―3.
―띠링! 32레벨의 유저 ‘레스’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220. 영구적으로 민첩 +4, 힘 ―2.
―띠링! 32레벨의 유저 ‘아렌’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220. 영구적으로 민첩 +4, 힘 ―2.
―띠링! 30레벨의 유저 ‘하룬’의 간을 섭취하였습니다. 영력 +200. 영구적으로 지능 +4, 지혜 +3, 힘과 민첩 ―3.
…….
…….

생간을 전부 삼키고 난 후 드란은 이미호로 변화될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자신을 수십, 수백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아니, 오히려 이미호 때보다도 더욱더 고통스러웠다.
“으아아악!”
숲 속 안에서 퍼지는 드란의 고통 어린 외침에 숲 속의 새들이 놀라 달아났다.
“크르르르―!”
또 다시 드란의 입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짐승의 울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후로 드란의 엉덩이 부분에서 하나의 꼬리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띠링! 스킬 ‘삼미호의 길’의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종족이 이미호에서 삼미호로 변화되며, 상태와 스킬이 변화됩니다.

“캬르르르릉!”
한껏 오른 여우의 소리가 숲 속을 울려 퍼트렸다. 지난번과 똑같이 이 소리를 어떻게 냈는지 알 수 없는 드란이다.
새로 돋아난 세 번째 꼬리가 세상에 나와 기분이 좋다는 듯 살랑거리며 좋아했다.
“헉헉, 이건 진짜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는군.”
차라리 생간을 200개 연속으로 먹으라면 먹겠다. 이런 진화하는 고통은 참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바늘 수십, 수백 개가 온몸을 꽂히는 느낌은 절대로 다시 느껴 보고 싶지 않다.
드란은 이미호 때와 마찬가지로 상태와 스킬이 변화되었다는 말에 상태창과 스킬창을 살폈다.

캐릭터 이름:드란 레벨:41(Exp 2.32%)
칭호:영혼의 구원자, 레드 자이언트 웜 슬레이어
종족:삼미호 명성:300
악명:200
상태:몬스터
생명력:1,130/1,130
요력:1,280/1,280
만복도:100%
힘:117(72+45)
민첩:185(150+35) 체력:48
지혜:45 지능:75 행운:10
보너스 스탯:0
공격력:76∼137 방어력:199
마법 저항:대지 계열 공격력, 내성 10%
특이 옵션:표피 세트(레어 F) 적용 중

사미호의 길(초급, 패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