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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견습 마녀와 훈련
“으음∼”
준혁이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 얼마간 앉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의 뼈가 맞물리며 시원스러운 소리를 냈다.
뚜둑. 뚜두득.
―어떤 것 같냥.
“몸이 개운한데? 얼마나 이러고 있던 거지?”
준혁이 방 한쪽에 자리해 있는 작은 시계를 바라봤다.
“에? 벌써 6시네?”
―생각보다 빨랐다냥. 마나가 적어서 그런가냥?
나나도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 준혁으로 인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어도 반나절은 마나를 모아야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고작 몇 시간 앉아 있는 것이 다였으니 말이다.
―흠.
“뭘 그리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냐?”
―정말로 쥐꼬리보다도 못한 양의 마나를 쌓았구나냥.
“내 잘못인 거냐.”
―그건 아니다냥.
“그러니 내 잘못처럼 말하지 마.”
―알았다냥. 그보다 변한 것은 없냐냥?
“글쎄? 흠, 몸에 기운이 넘치는 것 같고, 피곤한 것은 최근에는 거의 없었지만 더 개운해진 느낌?”
―냥냥.
나나가 몸을 웅크리며 준혁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봤자 귀여운 표정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밥이라도 해 놓고 기다려야겠네. 응?”
돌연 준혁이 고개를 돌려 나나를 바라봤다.
―왜 그러냥?
“방금 나 노려보지 않았어?”
―냐앙.
나나가 돌연 준혁을 노려봤다.
―아니다냥. 하던 일이나 하라냥.
“흠, 기분 탓인가?”
자신의 실수라 생각한 것인지 준혁이 다시금 쌀을 씻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준혁은 씻으면서도 몇 번이나 나나를 돌아봤다.
“이상하네?”
무언가가 자꾸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에 준혁이 조금은 불편함을 느꼈다. 쌀을 씻어 전기 밥솥에 넣어 두고는 자리에 앉으려 할 때였다.
“응?”
준혁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짝 틀었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준혁의 머리가 있던 곳을 나나가 스쳐 지나갔다.
무심결에 나나의 돌격을 피해 낸 준혁이 화들짝 놀랐다.
“뭐, 뭐야!”
―냥. 그런가냥.
“위험했잖아! 그보다 뭐가 그런가야?”
―고양이가 박았다고 죽지는 않는다냥. 대충 네가 가진 능력을 알겠다냥.
“내가 가진 능력?”
죽지는 않아도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한 나나의 돌격이 있었지만, 능력이라는 나나의 말에 더욱 호기심을 보이는 준혁이었다.
―그렇다냥. 마녀가 마법사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냥. 우선 마법사는 서클로 마나를 모으지만, 마녀는 다르다냥. 마녀 서클이 아닌 마나 하트에 마나를 모은다냥. 그것이 위치한 곳은 둘 다 심장으로 같지만 다른 점이 있다냥. 그것에 대해서는 훈련을 하며 알려 주겠다냥. 참고로 마법사는 서클로 그 급을 나누지만, 마녀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그 급을 나눈다냥. 마나도 중요하긴 하지만 진정 중요한 것은 그 마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다냥. 냥냥. 목마르다냥.
“일단 설명을 다 하면 물을 줄게.”
―협박하는 거냥?
“빨리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줘.”
―입에 기름칠을 했구냥. 하지만 설명을 해 줘야 하니 계속하겠다냥. 같은 것을 본다고 하여도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을 생각한다냥. 마녀의 길을 같이 걷는다 하더라도 그 길을 각기 다르다냥. 그런 길을 정하는 것은 마나를 모으는 것이나 단계를 나누는 것보다 중요하다냥. 그리고 그 길을 정하는 시작점이 바로 네가 지금 이룬 견습 마녀에 들어선 단계에서 나타난다냥.
“그게 무슨 말이야?”
―마녀가 마나 하트를 깨우면 단순히 마나 하트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다냥. 몸 전체에 그 영향이 퍼진다냥. 그중 머리를 자극해 숨겨진 능력을 깨우쳐 준다냥.
“숨겨진 능력?”
―그렇다냥. 여기의 말로 표현하자면 초능력과 비슷한 거라 볼 수 있다냥.
“초능력? 그런 게 있으면 일찍 말했어야지.”
―말해도 믿지 않았을 것 같아서 말해 주지 않았다냥. 거기에 사람마다 서로 다른 능력이 발현된다냥. 물론 같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냥. 어떤 이는 눈, 어떤 이는 코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냥.
“눈이나 코?”
―냥냥.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눈 같은 것은 투시안이나 천리안 같은 거다냥. 그 외로도 여러 가지가 있다냥. 꿈을 꿔서 미래를 예지하는 예지몽도 있고, 동물과 대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도 있다냥.
“나, 나는 뭘 얻은 거야?”
천리안이나 예지몽 등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닌 능력이었기에 준혁은 살짝 들뜬 마음으로 나나에게 물었다.
―확실치는 않다냥.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초감각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냥. 일단은 말이다냥.
“초감각?”
―그렇다냥. 니가 앞을 보고 있는데도 내가 바라보는 것을 느낀 것도 그렇고, 기존의 너라면 피하지 못할 내 돌진을 피했다냥!
“그런 돌진 정도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고.”
―아니다냥. 마나를 이용한 거다냥. 네 능력으로는 절대 피할 수가 없는 거다냥. 그렇지만 너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피했다냥. 그것만 보자면 예지와 비슷한 능력으로 착각하겠지만,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을 본다면 예지가 아닌 초감각으로 감이 늘어난 것 같다냥.
“좋은 건가?”
몸 자체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기에 준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냥. 흠냥, 그거 하나는 알아 둬라냥. 만약 네가 얻은 것이 초감각이라면 네 감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뛰어나졌을 거다냥. 그러니 무언가 좋지 않은 감이 들거나 할 경우에는 피해라냥.
“흠, 그렇다면 복권을 살 때 좋은 느낌이 나는 것을 찍으면 되는 건가?”
―완벽하다고는 말을 못하겠다냥. 물론 네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면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냥. 그렇다고 하여 그런 찍기에 네 능력을 사용하지는 말아라냥. 추하다냥.
“윽, 시끄러워!”
나나의 핀잔에 준혁이 살짝 시선을 회피했지만 자신을 노려보는 나나의 시선이 느껴졌다. 예전 같다면 단지 불안한 느낌이 들 정도겠지만 지금은 무언가가 살살 자신을 간질이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훈련을 시작하겠다냥.
“드디어 마법을 배우는 거야?”
준혁이 솔깃해하며 반응했다.
―정신이 나갔나냥? 이제 막 기기 시작한 것과 같은 상태다냥. 제대로 길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냥.
“걷는다고 해 주면 듣는 사람으로서 조금 기쁘지 않을까?”
―너무 앞서 가려고 하니 그렇지냥. 우선 네가 갖고 있는 마나를 이용하는 법을 배울 거다냥.
“그게 마법에 대해 배우는 거 아니야?”
―잔말 말고 들어라냥. 맞다냥. 그보다 마녀가 뭔 줄은 알고 있느냥?
“시커멓고 커다란 솥단지에 막 이상한 거 넣어서 약을 만드는 노파라고 하면 화낼 거지?”
―무식하다냥. 절로 한숨이 나온다냥. 우선 훈련을 하는 것에 앞서 네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 주겠다냥. 똑똑히 들어 둬라냥.
“……네.”
―내가 있던 세상도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태초 마녀의 시작은 주술사라는 것으로 시작했다냥. 여러 가지 다양한 주술로 신비한 능력을 사용했다고 한다냥. 마녀, 마법사, 정령사 등등 거의 모든 능력이 주술사가 사용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냥. 신과 소통하는 힘도 있었다고 하니 좋다고 기도드리는 신관들도 그럴 수도 있다냥.
“그래?”
나나에게 주술사라는 말을 듣자니 준혁은 자신이 그린 주술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꾸부정하게 굽은 허리의 나이 든 무섭게 생긴 노인이었다.
손에는 해골이 주렁주렁 달린 지팡이를 들고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 재료를 혼합하며 음침한 미소를 떠올리는, 어찌 보면 흑마법사와 비슷한 인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심한 생각은 그만해라냥. 아무튼 그 주술사가 마녀의 시초라 할 수 있다냥. 이제는 많이 바뀌어 전혀 다른 길이라 말하는 이들도 많지만 말이다냥. 그런 주술사 중 여성 주술사가 바로 위케다냥. 이제는 마녀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쌓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여 스스로 길을 걷게 된 이들에게 주어지는 칭호다냥.
“아, 위케? 니 말을 들어 보니 확실히 과거 니가 살던 곳의 위케는 다르겠네?”
―그렇다냥. 과거 주술사라는 것 자체가 신이 인간으로 변해 유희를 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지전능했다고 들었다냥. 마녀들이 자신들의 길을 찾게 되어 위케가 되었다 하더라도 과거의 위케만 한 위력을 사용하지는 못할 거다냥.
“그렇구나. 그럼 남성 주술사는?”
―위카. 과거에는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냥.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네가 되어야 할 목표다냥.
“위카…….”
―위카의 위가 바로 위치다냥. 주술사를 뜻하는 거다냥. 하지만 여태까지 주술사의 자리에 오른 이들은 아무도 없다냥. 그 자리가 과연 있는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냥. 대부분의 대륙인들은 그런 것을 모르기에 모두들 마녀로 부른다냥. 그러니 너도 일단은 위카의 경지에 들어서지 못하는 이상은 마녀다냥.
“위치…… 그렇구나. 뜻밖의 정보였어.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나 말고 다른 남자도 마녀, 위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있었다고 들었는데…….”
―샨이 쓸데없는 말을 했다냥. 그건 수련과 상관없는 일이니 나중에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냥. 끄응, 너를 데리고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할지 걱정이다냥.
“윽!”
자신의 말을 가볍게 지워 버리고 상처 입는 말을 내뱉는 나나로 인해 준혁은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런 준혁의 행동에 나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마나 하트를 깨운 준혁의 훈련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럼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훈련을 시작하겠다냥. 우선 마법을 쓰는 것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가 맞물려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냥. 그중 가장 실용적인 것은 바로 마나를 다루는 것이다냥. 쉽게 말하면 무형의 마나를 조종한다는 말이다냥. 내가 있던 곳에서는 마법사들은 단순히 마법의 화려함 같은 것으로 싸우지만 마녀는 다르다냥. 마나 하트를 깨우게 되면 바로 마나를 컨트롤하는 것부터 배운다냥. 아마 네가 사는 세상에서는 마법보다는 이런 것이 더욱 싸움에 유리할 거다냥. 일단 간단하게 보여 주겠다냥.
자신이 할 말을 다 한 나나가 준혁을 뒤로하며 한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처음 나나가 이 집에 와 아침을 맞이할 때 나나를 귀찮게 했던 알람 시계가 있었다.
“냐앙∼”
나나의 작은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알람 시계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터커억.
떠올랐던 알람 시계가 책상 위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런 거다냥. 마나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사물을 들고 움직이는 거다냥. 멀리서 싸운다면 마법을 쏘아 낼 시간이 충분하다냥. 하지만 근접전은 전혀 그렇지 않다냥. 급할 때 이와 같이 주변에 있는 것을 이용하는 거다냥. 물론 직접적으로 타격도 가능하다냥. 그러니 너의 초감각과 잘 맞추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냥. 내가 방금 보인 것은 단순한 한 가지 예일 뿐이다냥. 그것을 명심해라냥. 독창적인 방법으로 네게 맞는 것을 개발해라냥.
“내게 맞는 거?”
―그렇다냥. 이 세계는 마나를 이용한 기술이 없는 것 같다냥. 그러니 네가 얻은 능력과 지금 보인 이 기본적인 것만으로도 너는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냥.
“그렇겠네. 보이지 않는 거니까. 팔이 더 길어졌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냥냥. 틀린 말은 아니다냥. 앞으로 마나를 네 신체를 이용하는 것처럼 사용해야 한다냥.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명상을 하며 마나를 최대한 많이 모아라냥. 네 머리가 좋아진 만큼 받쳐 주는 마나가 없다면 금방 피곤해질 수가 있다냥.
“알았어. 그런데 그보다 방금 같이 들어 올리는 것은 어떻게 수련해?”
―우선은 마나와 동조에 대해서 느껴야 한다냥. 네 마나로 주변 마나에게 부탁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냥. 멍청한 마법사들은 그걸 지배로 생각하지만 말이다냥.
“사이가 별로 안 좋나 보구나?”
―당연하다냥. 멍청한 마법사들은 전혀 모른다냥. 그들은 자신들의 마법을 이용해 많은 권력을 얻으려 한다냥. 하지만 마녀는 다르다냥. 마녀는 쓸쓸하고 외로운 존재다냥. 힘이 있지만 그 힘으로 남들을 누르려 하지 않는다냥. 물론 몇 명의 못된 마녀가 그렇게 하긴 하지만, 그런 마녀는 곧 마녀협회에서 파견한 이들에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냥.
“같은 마녀를?”
―그렇다냥. 하지만 나쁜 짓을 하는 마녀들의 대부분은 사정이 있다냥. 그랬기에 최후의 부탁은 들어 준다냥.
나나의 말에 무언가 숙연해진 것인지 준혁은 조용히 나나의 말을 경청했다.
―마녀들은 절대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냥. 마녀들이 사리분별 못하고 힘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복수를 하는 경우다냥. 자신의 가족을 잃고, 소중한 것을 잃은 마녀들만이 세상을 위협한다냥.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