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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제9장 삼미호(4)


“드륵 님, 이번에도 이렇게 빨리 떠나시는 것입니까?”
“하하, 미안해 하륵. 하지만 맹세할게. 마을이 위기에 빠진다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오겠다고 말이야.”
“드륵 님…… 좋습니다. 이번에 드륵 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 녀석에게 처참히 당했을 것입니다. 그럼 안녕히 잘 가십시오. 모두 드륵 님을 배웅한다!”
“크륵크륵크륵!”
“크륵! 잘 가십시오!”
위기에 빠진 리자드맨의 마을을 구한 드란은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10장 묘족 레야(1)


“좋았어. 어디 한 번 펼쳐 볼까! 영계의 이여! 나의 부름에 나타나라! 영계 소환의 술!”
퍼엉―!
무엇인가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초록빛의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바로 우포가 소환했었던 도깨비불이다. 현재 드란의 레벨상 소환할 수 있는 영계의 정신체는 도깨비불뿐이다. 그리고 도깨비불은 꼬리의 개수에 따라 소환하는 양이 가능하기에 드란은 현재 3개의 도개비불을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3개의 도깨비불이 두둥실 뜬 상태로 드란의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안녕! 네가 우리를 소환했니?]
“응? 말도 할 줄 알아?”
[당연하지, 우리도 생명체라고. 그래, 무슨 일을 하면 돼?]
“그냥 불러 본 거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정도로 말이야. 아하하.”
드란이 웃음을 짓자 3개의 꼬리와 여우귀가 살랑살랑 움직였다.
[흐흥, 하긴 뭐…… 우리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불리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리의 주인인 삼미호, 드란.]
“나도 잘 부탁해.”

*

리자드맨 마을을 돕느냐고 제일 먼저 인간의 마을에 들리면 배부르게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장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럼으로 드란은 다시금 인간의 마을로 돌아가서는 식당에 들렸다.
물론 모습은 레스로 둔갑을 한 상태이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으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아무거나.”
“…….”
드란의 대답에 주문을 받으러온 NPC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문을 할 것이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말하던가. 아무거나가 무엇인가.
하지만 NPC의 특징상 유저에게는 웬만해서는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손님, 아무거나라고 하시면 뭘 어떻게 할 수 없는데요. 정확하게 지칭을 해 주셔야…….”
“아. 무. 거. 나! 말 그대로 아무거나 가져다주세요! 빨리! 지금 당장!”
한동안 생간과 오크, 그리고 고블린 통 구이들만 먹던 드란이다. 그러니 지금은 아무거나 들어가도 진수성찬이다. 더구나 현재 드란에게는 돈이 많다. 음식 값이라고 해 봐야, 뭐 얼마나 비싸겠는가?
“그럼 잠시 기다리십시오, 손님.”
주문을 받은 NPC가 들어가자 주방에서는 연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고, 약 5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다음에야 음식이 속속들이 나왔다.
“먹을 거다! 제대로 된 먹을 거!”
드란의 눈이 충혈되더니 걸신들린 듯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5개의 세트 음식이 들어왔지만 한순간에 드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꺼억―”
게임 접속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드란은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다가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얼마예요?”
“어디 보자. 총 6골드 50실버입니다.”
“…….”
6골드 50실버면 현 돈으로 6만 5천 원이다.
‘내가 한순간에 현 돈 6만 5천 원을 날려먹은 거야?’
비록 전재산이 90골드대라지만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드란의 손이 수전증에 걸린 듯 부들부들 떨며 6골드 50실버를 건네었다.
‘저게 어떤 돈인데!’
사냥을 무진장 해야 벌 수 있는 돈이 바로 6골드 50실버다. 하지만 드란은 그 돈을 한 방에 날려먹었다.
드란이 NPC에게 돈을 건넨 후 손을 불끈 쥐었다.
‘반드시 복구하리라!’

*

“혼약 팝니다! 혼약 팔아요!”
“저건 뭐야?”
“혼약? 뭐지? 포션인가?”
혼약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들은 유저들이 발걸음을 멈추며 한 유저를 쳐다봤다. 평범한 가죽옷을 입은 로그 유저, 바로 레스의 모습으로 둔갑을 한 드란이었다.
드란은 한순간 잃은 6골드 50실버가 계속해서 생각나자 혼약을 팔아 돈을 벌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생소한 단어인 혼약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은 지켜보기만 할 뿐, 선뜻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나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짧은 흑발의 머리를 한 남성인 전사 유저가 드란에게 다가오며 물어왔다.
“저기요. 그 혼약이라는 거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여기 있습니다.”
드란은 전사 유저에게 맞는 힘을 올려 주는 오크의 혼약을 건네었다.
“이, 이건!”
오크의 혼약의 효과를 확인한 전사 유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참고로 오크의 혼약의 효과는 이러하다.

오크의 혼약(하급 혼약)
만복도를 30% 채워 주고 30초에 걸쳐 300의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30%의 확률로 20분간 힘 +20, 민첩 ―5

전사 유저에게도 민첩이 필요하긴 하나, 무엇보다도 힘이 우선이다. 비록 민첩에 5라는 패널티가 있지만, 힘이 20이나 증가한다는 것은 그런 패널티를 무색해질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거기에다가 또 혼약은 만복도를 30% 증가시켜 줌은 물론, 체력도 300이나 회복된다. 그런데 그런 아이템이 하급이라고 한다.
즉, 이 말은 후에 가서 중급이나 상급까지도 가능하다는 말씀.
“저, 혹시 지속적인 거래가 가능하겠습니까? 아니, 아예 저희 길드에 가입해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요?!”
“예, 예?”
전사 유저의 말에 드란이 주춤했다.
자신은 삼미호, 구미호의 일족이다. 인간과는 ‘함께’가 될 수 없는 존재.
드란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전 자유인 편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구입하시겠습니까?”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가격은 어떻게 되시지요?”
“흐음…….”
막상 전부 구매하겠다는 전사 유저의 말에 드란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포션을 마셔 보고, 그 가격을 알아야 가격을 정하든지 말든지 하는데 말이다.
드란은 어차피 6골드 50실버만 복구하면 되기에 혼약을 한 개당 30실버 정도에 팔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간이야 몬스터를 사냥하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고, 혼약을 제조하는 데에도 요력이 30만 있으면 충분하다.
현재 드란이 가지고 있는 혼약은 42개. 개당 30실버에 처분한다고 했을 때, 가격을 생각해 보면 총 12골드 60실버이다. 6골드 50실버는 충분히 메우고도 폭 넓게 남을 금액.
한편 전사 유저는 드란이 자꾸 흐음거리고는 가격을 대답하지 않자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혹시 안 파는 건 아닐까?’
그래선 절대 안 된다. 이런 아이템이 생겨난다면 한순간 폭렙이 가능하다. 생각해 보아라, 어떤 포션에 능력치 증가 효과가 붙겠는가? 물론 연금술사가 상급의 해당하는 포션을 제작할 시 옵션이 붙기는 하겠지만, 그 가격과 가치는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드란이 막 30실버를 외치려고 입을 열려던 중, 전사 유저가 잽싸게 먼저 말했다.
“혹시 개당 1골드에 매입이 가능하겠습니까?”
“1, 1골드요?”
리펙터 월드에서의 1골드는 현실의 돈으로는 1만 원인 셈, 즉 개당 현 돈 1만 원 이라는 뜻이다.
뜻밖의 수확에 드란은 아무 말 없이 전사 유저에게 모든 혼약을 건네고, 42골드를 건네받았다.
한순간에 42만 원이라는 돈을 벌어들인 드란의 눈이 즐겁다.
그리고 전사 유저도 42개에 가까운 혼약을 구입해 내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비록 42골드를 소비했다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혼약은 사실 몬스터의 생간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

리베토 일행의 공격을 끝으로 리자드맨 마을은 몇 번의 인간 유저들의 공격을 더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사기는 전과는 다르다.
그들은 리자드맨 샤먼인 드륵이 언제든지 자신들이 위험에 빠지면 온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드란은 지켰고, 그렇기에 이제 리자드맨들과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은 인간 유저들이 두렵지 않다.
마음을 다르게 먹자 그들의 정신적인 생각의 상승으로 레벨도 상승했다.
그것을 모르는 유저들은 리자드맨 마을로 계속해서 침입해 들어갔고, 끝내는 눈물을 흘리며 후퇴하거나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피해자가 나오려 했다.
“헉! 헉! 리베토, 이 녀석은 어디 간 거야. 그리고 아렌이랑 하룬도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아무리 늦었다고는 하지만 나를 두고 가다니 말이야.”
로그 유저인 레스는 리자드맨 마을의 앞까지 도착한 후에야 한숨을 내쉬며 툴툴댔다.
사실 레스가 늦은 이유는 간단하게도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구하느냐고였다.
차르릉―
레스는 새로 산 일격의 단검 두 자루를 보며 생글생글 미소 지었다.
일격의 단검은 로그 유저들이 장착하는 단검들 중에서도 제법 상위에 속하며, 그 희귀성이 각별한 편이다. 그런데 이것을 두 자루나 구했다는 것은 레스가 얼마나 공을 들였다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붕붕―
“덤벼라, 덤벼! 망할 리자드맨들아!”
한껏 흥이 오른 레스는 단검을 손에 끼고 빙빙 돌리며 리자드맨들을 찾았으나, 아무런 리자드맨도 레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딱 하나의 리자드맨이 등장해 주었다.
키는 월등히 크며, 거대한 양손검을 사용하는 리자드맨, 바로 리자드맨 히어로 하륵이었다.
“크륵, 네놈이 어떻게 우리 드륵 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지?”
“뭔 소리냐?”
하륵은 전에 찾아온 드륵의 모습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록 무기가 변했다는 것과 증표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드륵의 모습은 틀림없었다.
“어떻게 우리 지혜로우신 드륵 님의 모습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미친 도마뱀이 뭐라는 거야? 어? 그러고 보니 너! 리자드맨 히어로구나! 이렇게 된 거, 잘되었군! 나의 일격의 단검을 받아라! 백어택!”
“역시 가짜로구나! 받아라! 블레이드 퍼니쉬!”
레스의 단검과 하륵의 양손검이 맞부딪쳤고, 레스의 목이 날아올랐다.
“젠장, 뭐 이리 강한 거야…….”

*

“우적우적…… 꿀꺽.”
42골드를 벌어들인 드란은 다시금 식당에 들어가서는 미친 듯이 음식을 퍼먹어 대고 있었다.
“세상에나…….”
“저거 사람 맞아?”
사람 아니다. 여우다. 그것도 꼬리 3개의 삼미호.
드란의 배는 이미 빵빵해졌고, 만복도는 100%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조금만 더 먹었다가는 배가 터져 죽는 아이러니함이 펼쳐질 수도 있는 상황.
계속해서 음식을 퍼먹던 드란은 ‘꺼억―’거리며 배를 퉁퉁 두드리며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은 천국이야.”
드란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지으며 배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곳의 음식이 그렇게 맛있었나? 냠냠…… 뭐야? 보통 맛인데…… 쟤는 왜 저래?”
“그러게…… 마치 못 먹을 거 먹다가 맛난 거 먹는다는 표정이네.”
유저들이 드란을 보고는 소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