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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그러지 말아라. 군화로 두들겨 맞는다. 그보다…… 서바이벌이 시작됐는데 팀을 나눌 거 아니냐. 나는 솔직히 완전 기대를 했지. 특공무술을 배운 것도 있고, 사람들이 보기에는 반쯤 장난이지만 우리들은 다르거든. 물감 총에 맞거나 근접 전투에서 질 경우에는 죽은 척을 하고 있어야 할 정도야. 점수제로 해서 특박도 주고 할 정도지. 일단 한 잔 하고.”
“아앗, 그러는 게 어디 있어!”
“좀 먹자. 이거 먹기 위해서 이렇게 왔는데 그러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잖아.”
중간에 말을 끊는 규준이 살짝 얄미운지 유미가 노려보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올렸다.
유미의 표정이 살짝 바뀌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세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런 시선을 무시했다.
그리고는 술안주로 고기를 몇 점 집어 먹고는 뜨거운지 호호거렸다.
“빨리 좀 말해 봐.”
“너 못 본 사이에 성격이 좀 급해진 것 같다? 아, 알았어. 말할 테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 선배들이 알았다가는 나 죽어. 아까 조를 짜는 이야기까지 했지? 아무튼 조를 짜는데 진행되는 과정이 이해가 안 되더라. 팀이 어떻게 짜여졌냐면, 상대 측은 거의 대부분이 병장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우리 쪽은 병장 몇에 고작해야 상병, 일병…… 그런 애들뿐이었거든. 솔직히 병장들이 거들먹거리고 빈둥대기는 하지만 노련미도 있고 해서 하긴 진짜 잘해. 처음 해 보는 나도 알 정도였거든. 아무튼 그렇게 불리하게 팀을 짰지. 그때는 점수제로 해서 특박을 내보내 준다는 말에 정신이 나가서 불리한 우리 팀에 조금 불만이 많았거든. 근데 우리 팀 고참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 오히려 상대편 병장들이 인상을 찡그리더라고.”
“왜?”
“당연하지. 우리 팀에 도깨비가 있었으니까.”
“오!”
드디어 기다리던 인물의 등장에 유미가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녀의 귀여운 행동을 보며 규준이 작게 웃고는 회상하듯 계속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팀원들 쪽에 속해 있는 이들 중 짬밥 좀 먹은 양반들은 대부분 부대에서도 실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었거든. 그래서 일부러 엉성하거나 처음 하는 신임병들과 조를 짜 줘. 우리들이 보기엔 그런 신병들을 데리고 하는 그들이 불쌍한 거지. 특박 같은 보상이 달려 있으니까.”
“그렇겠지. 군인들을 한 번이라도 더 나오려고 막 악을 쓴다며?”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히려 그런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는 거지. 엉성하니까 그만큼 점수를 못 벌 거라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이기니 기본 점수를 더욱 많이 받으니까.”
“반드시 이겨?”
“응.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도깨비가 있을 때는 반드시 이겼대. 너희들 도깨비가 뭔지는 알지?”
규준의 말에 두 사람 모두가 설마하니 그런 것을 모르겠냐며 핀잔을 줬지만 규준은 그런 반응을 모두 무시했다.
“동화책마다 조금씩 다르잖아. 벌을 주는 무서운 역할과 장난기가 많은 역할로 나오잖아. 최 병장님은 그 두 가지가 합쳐진 사람이었어. 적군에게 있어 장난을 침과 동시에 두려운 존재였지. 진짜! 진짜 남자인 내가 봐도 완전 반할 정도로 멋있었어. 팀을 짜고 나서 그 안에 다시 새로운 조를 짰는데, 내가 속한 조에 최 병장님이 있었지. 근데 완전 작살 난다, 진짜. 쏘는 것마다 백발백중이야. 무슨 유도 장치 달아 놓은 것 같더라니까. 아,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어이없는 말이 그거였다. 머리나 심장을 못 맞춘 것은 백발백중에 속하지 않는다고. 나는 처음에 긴장되어서 그냥 막 쏘는데 최 병장님을 비롯해 다른 조장들은 게임에서 말하는 점사를 하더라.”
“점사? 그게 뭐야?”
유미의 말에 규준이 입을 열려 했지만 그보다 길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총을 쏘면 반동으로 인해서 위로 조금씩 들리거든 그래서 탕, 탕, 이렇게 끊어서 쏘는 걸 말하는 거야.”
적지 않게 게임을 해 본 길호의 설명에 규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총싸움도 총싸움이지만, 근접전도 하거든? 뭐, 장난감 칼로 하긴 하지만 완전 작살 나. 총도 겁나 잘 쏘는데다가 근접전은 더 멋있어. 상대가 안 돼. 혼자서는 절대 못 이기는 인간이라니까. 니가 한 번에 넘어간 것도 당연한 일이야.”
“내가 방심해서 그런 거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아, 맞다. 서바이벌이지만 웃기게도 우리는 확인 사살이란 것도 한다?”
“확인 사살?”
규준의 말을 듣고 있던 것은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두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있던 이들 모두가 자신들도 모르게 규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어 남을 욕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이야기였다.
거기에 규준은 말을 잘하는 사람에 속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었기에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최 병장님 때문에 생긴 거야. 내가 말했지? 총에 맞거나 하면 죽은 척해야 한다고. 최 병장님이 일병 때쯤인가, 완전 불리한 상황에서 그걸로 한 번에 서바이벌에서 역전시켰대. 그래서 생긴 게 확인 사살이라더라. 아마 너희들은 모를 거다. 백문이불여일견! 캬∼ 진짜 한 번 최 병장님이 움직이는 걸 직접 봐야 반할 텐데.”
준혁이 보여 주었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린 규준이 무언가 회상을 하듯이 눈을 감았다 뜨며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런 양반이면 그냥 군대에서 말뚝 박지 사회에는 왜 나왔데?”
유미가 상당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길호가 준혁에 관한 것을 비꼬았다.
“솔직히 자세한 사정은 나도 잘 몰라. 최 병장님보다 먼저 군대 온 이들만이 어느 정도 그 사람 사정에 대해 알지 대부분은 모르는 눈치더라. 넌지시 알려달라고 몇 번이고 말을 꺼내 봤지만 절대로 말 안 하던데? 그냥 내 느낌으로는 딱히 집안이 좋은 사정은 아닌 것 같더라.”
“그럴수록 더 말뚝 박아야지.”
“나도 잘 몰라. 아, 꿈이 뭐냐고 물어 보니 적당히 먹고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던 것은 기억난다. 아무튼 멋있는 인간이었어. 조용히 있고, 말도 잘 안 하는 건 애들이 두려워서 제대로 말도 못 붙여서래. 딱히 평소 생활을 할 때에는 그다지 엄격하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작살 났거든.”
“와∼ 멋있다. 나 좀 소개시켜 줘!”
“뭐?”
“에?”
유미의 돌발스러운 부탁에 규준과 길호가 당황했다.
“아니, 이제 나 혼자 2학년이잖아.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는데 니가 소개시켜 주면 되잖아.”
“그, 글쎄, 나도 딱히 친했던 고참은 아니었고,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는데…….”
규준이 난감하다는 듯이 유미의 말에 대답을 해 주고 있을 때 한 여자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야∼ 나왔다∼”
“와우∼ 조교 누님 아니셔요?”
“누님은 무슨! 그보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고 있었냐? 사람들이 다 경청을 하는 것 같던데.”
조금은 평범하게 생긴 한 여성이 다가오며 주변 사람들이 다 들으라는 듯이 말을 했다. 그제야 그들에게 모여 있던 시선이 거두어졌다.
여전히 유미를 바라보는 남자들이 몇 있기는 했지만.
“아, 제 고참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걸 알 게 되어서요. 그 고참에 대해서 알려 주고 있었어요. 유미가 소개를 시켜 달라고 하더라고요.”
“야, 말은 똑바로 해.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잖아.”
“헤에, 하긴 우리과, 아니, 공과대를 통틀어 여신님이라 불리는 유미가 아무 남자나 덜컥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말이 안 되지. 그보다 그 사람이 누군데?”
“도깨비래요, 도깨비.”
“도깨비?”
뒤늦게 도착한 조교는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나가 알지는 모르겠지만, 최준혁이라고 있어요.”
“아, 걔? 나도 알아.”
“누나가 어떻게 알아요?”
“저번 학기에 복학했잖아. 이것저것 정말로 지겹게도 물어보더라. 거기에 요즘 시대에 휴대폰도 없는 인간이라 공문 같은 거 보러 꼬박꼬박 찾아왔지. 연락을 해 주고 싶어도 아는 애들도 없지.”
“찌질이네.”
길호가 조교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니가 그런 말을 할 처지는 안 될걸? 여기요, 젓가락하고 앞 접시 좀 주세요. 잔도 하나 주시고요.”
“왜요? 누나도 설마 그 녀석에게 빠진 거예요?”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을 마친 조교가 김길호의 말에 눈을 작게 뜨고는 살며시 그를 노려봤다.
“너, 저번 학기 점수 대단하던데?”
“누, 누나가 그걸 어떻게!”
“괜히 조교겠니. 나도 그런 눈 아픈 점수는 보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더라.”
“그, 그런데 왜 그 녀석 이야기를 하는데 제 점수가 나와요?”
조교의 말에 일단 한발 물러선 길호가 얄밉다는 듯이 그녀를 살짝 노려보며 말했다.
“나올 만하지. 니가 찌질이라고 했던 애, 걔 과톱이야. 교수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던데? 너 1학년 때 금용길 교수님께 들었던 과목 뭐 받았냐?”
“그 인간은 C밖에 안 주는 인간이잖아요.”
“C밖에 안 주다니! 이 누님은 B+까지 받아 봤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저번 기말고사 때 금용길 교수님 시험에 감독으로 들어갔거든. 거기서 그 애 10분 정도밖에 안 되어서 나왔어.”
“쿨하게 포기하는 점은 마음에 드네요.”
“포기? 웃기지 마. 교수님이 점수를 어떻게 줘야 할지 모르겠다더라. 더 주고 싶은데 못 줘서 미안하다며 웃던데?”
“진짜요? 그 교수가?”
“그래. 솔직히 친해지고 나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던데. 공부 겁나 잘해. 은근슬쩍 다른 교수님들께 물어봤는데, 중간고사는 그럭저럭 상위권이라 했는데 기말은 올백이라더라.”
“나 소개시켜 줘!”
유미의 눈에 기대감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왜? 번호 알려 줄까? 얼마 전에 연락처 등록해 놨던데. 사실 알려 주면 안 되지만, 네가 원한다면 그 정도야.”
“에? 알려 줘도 뭐라고 소개를 해. 언니가 소개시켜 줘요.”
“그냥 전화해서 나 공과 여신인데 밥을 살 기회를 주겠다고 한 번 해 봐.”
“언니도 참.”
유미가 조교의 행동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모습에 잔을 놓치는 이들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유미.
하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준혁과 어떻게 친해질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귀찮은 혹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준혁은 전혀 몰랐다.
* * *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이제는 준혁의 고정석이 되어 버린 가장 앞자리에 앉아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을 다시금 떠올렸다,
최근에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구해 준, 정확하게는 나나와 자신이 구해 준 여학생인 지혜에 대한 걱정이 연신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떠올리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에서인가 본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현상. 그것이 준혁을 답답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인맥이 넓은 것도 아니었고, 고등학생쯤 되는 아이를 알 법하게 돌아다닌 적도 없었다.
‘끄응, 미치겠네.’
은지의 집으로 데려가 일단을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죽고 싶다고 내내 우는 지혜를 본 것도 한몫하긴 했다.
‘그것 때문에 나나한테 매일같이 욕도 먹고.’
마법 수련을 하는 데 제대로 집중을 하지 않는다며 매일같이 쓴소리를 듣는 준혁이었다.
묘하게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가 않았기에 오늘도 지혜에 대한 생각으로 때 아니게 고민 중인 준혁이었다.
“옆에 자리 있는 건가요?”
한참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준혁은 돌연 향긋한 샴푸 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여인을 살짝 올려다보았다.
다름 아닌 유미였다.
“저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자신과 비슷하게 항시 앞에 않는 두 학생이 있었는데, 서로 돌아가며 자리를 맡는 것인지 누군가 한 명이 자리를 맡았기에 준혁은 전혀 모르는 이에게 일을 떠넘겨 버리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거, 거긴 없는데요.”
준혁의 말에 유미가 돌아보자 그 학생은 서둘러 대답을 하고는 유미가 가리킨 자리에 있던 자신의 가방을 반대편에 있는 자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유미는 품에 안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는 빈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행동에 준혁은 생각에 잠겼다.
‘자리를 바꿔야겠네.’
상당히 마음에 드는 자리였지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도 그렇고, 분명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애들이 몇 명 보였다. 마나로 인해 감각이 예민해진 준혁은 그들의 수군거리는 대화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정작 대화 내용의 중심인 유미는 그런 대화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곧 준혁도 귀찮아지면 그때 자리를 바꾸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해 버리고는 여전히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지혜에 대해서 떠올리려 노력했다.
그러나 억지로 떠올리기가 힘들어진 준혁은 지혜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학교 폭력이라고 했지?’
지혜를 은지의 집에 잠시 맡기러 갈 때 느낀 그녀의 불안정한 마나는 단순히 자살을 할 때의 불안한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몸에는 마나가 흐른다. 하지만 부상을 입는 것 같은 경우 마나의 흐름이 끊기는 일이 생기는데, 그런 것을 지혜에게서 느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확신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혜를 은지의 집에 데려다 줄 때 지연에게서 지혜에 대해 조금 들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어떻게든 일을 해결해야 걱정없이 마법 수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네.’
여전히 머리는 좋아진 상태였기에 학교 수업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렇지만 마법은 달랐다. 제대로 된 실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흩어지기만 하더라도 위험한 일이 생길 수가 있었다.
“저기요.”
“미도 날려 보내 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물어 온 나나도, 아무것도 모르고 사역마로 맞이한 준혁도 몰랐다. 나나가 물어 온 새가 단순히 산에 사는 새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정확한 종이나 이름은 모르지만 성장한 미의 부리나 자태를 보아하니 매였다. 그런 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금 유미가 준혁을 불렀다.
이번에는 살짝 건드리며 부르기까지 하였다.
“저기…….”
매라는 것이 많은 개체수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기르다가 발각이 될 경우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그랬기에 그에 대한 걱정과 지혜에 대한 걱정으로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준혁은 유미의 부름에 조금 놀라며 대답했다.
“예?”
주변에서 유미를 주시하고 있던 남학생들은 그런 준혁의 행동에 비웃음을 지었다. 물론 질투심이 담긴 행동이었다.
자신들은 유미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기회조차 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 그게 규준이가 아는 분이라고 해서요. 제가 작년에 휴학을 하고 올해 복학하는 바람에 같은 학년 중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서 그러거든요. 조교 언니나 규준이 말로는 그쪽 분과 친해지면 좋을 거라고 해서요.”
“이용해 먹을 이를 찾는 거라면 사람 잘못 봤습니다.”
준혁이 바짝 경계하는 눈으로 유미를 바라봤다. 그런 준혁의 말은 대부분의 이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강의실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그런 뜻으로 말을 한 건 아닌데…….”
준혁의 경계심 어린 목소리에 유미 역시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준혁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자신의 외모를 믿고 이용해 먹으려는 것이 아닌 것을 느낀 것인지 준혁이 바로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는 유미나 대인 관계를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다.
유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예민하게 반응해 버린 것이었다. 마법 수련을 하는 데 있어 나나가 항시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말을 했는데, 그것이 단번에 깨진 것이었다.
지금의 사과는 스스로 반성하기 위한 말과 행동이었다.
‘나나가 없으니 다행이지만, 다른 것은 곤욕이네.’
초감각을 통해 주변에서 쏟아지는 시선의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버린 준혁에게 있어 조금 전 일로 인해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빨리 해결해야겠다!’
어느새 유미에 대한 일을 잊고는 복잡한 일들을 서둘러 해결하기로 마음먹은 준혁이었다. 지혜와 관련된 것과 미에 대한 것을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