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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마도 1권(9화)
제6장 천적을 이용하다(2)
“형님, 그 소문 들으셨소?”
“큰형님께서 실종되셨다는 소문 말이냐?”
항주의 뒷골목. 파락호로 보이는 근육질 사내 다섯이 침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따, 홍루도 무너질 듯 말 듯 그러더니 결국 무너졌더구만.”
“홍루를 그 모양으로 만들어 논 놈이 큰형님을 찾았다 했지?”
눈에 칼자국이 난 사내가 혀를 찼다.
뒤이어 눈썹을 민 대머리 사내가 말하자, 나머지 네 사내가 일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따, 역시 우리 큰형님이여. 그놈과 담판을 짓기 위해 떠나신 것이 아니겠는가?”
어깨가 쩍 벌어진 흉악하게 생긴 파락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군저(君猪)라 불리는 사내였다.
다른 네 파락호들이 일제히 군저를 노려보았다.
“이놈아, 큰형님께서 싸우셨다면 그놈은 이미 피떡이 되어 있었어야 했어!”
대머리 사내가 군저에게 윽박질렀다.
항주 파락호들 중에서도 두 번째로 강하다 손꼽히는 거정(巨鋌)이었기에 군저의 큰 어깨가 움찔 쪼그라들었다.
“그렇다면 큰형님께선 어떻게 되신 걸까요?”
눈에 칼자국이 난 파락호 비호(飛虎)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거정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감히 누가 하오문주가 있는 홍루를 부숴 놓고, 문주와 함께 사라진단 말인가.
“혹시!”
거정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의 흉악스러운 얼굴이 경악으로 꿈틀대자 주위에 모인 네 사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형님께서 납치된 것은 아닐까?”
“큰형님이요? 에이, 그분이 순순히 납치되실 분입니까?”
“사나이 중의 사나이인 큰형님이 납치라니, 말도 안 되지!”
군저와 비호가 펄쩍 뛰었다. 거정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여인과 눈이 맞아 도망쳤다거나…….”
“허어! 형님은 어찌 말을 그리하시오? 큰형님이 들으면 섭섭해 하시겠소!”
비호가 버럭 외치자, 거정은 침음성을 흘렸다.
뒷골목의 패왕 주합이 갑자기 사라졌으니, 파락호들의 다섯 우두머리들이 이토록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혹시 군신문 녀석들이 냄새를 맡은 것 아니오? 우리가 그놈들 말을 듣지 않으니 형님이 항주에 온 것을 알자마자 미리 쓱싹 한 거요.”
“그, 그럼……?”
군저가 검지를 치켜들며 말하자, 나머지 네 파락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군저는 마치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그의 입에서 꿈결 같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형님께서 술을 드시고 계시는데 군신문 녀석들이 홍루 계집들을 희롱하기 시작한 거요. 정의감 투철하신 큰형님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만 계시겠소? 키야―! 그대로 마시던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녀석들과 싸운 거요.”
“카! 그것이야말로 형님답구만!”
다섯 파락호의 얼굴에 짜릿한 전율이 스쳤다. 그것이야말로 뒷골목의 패왕에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겠는가!
“아, 그런데 그 비겁한 무인 놈들이 짜 놓은 계략이었으니, 그대로 군신문의 백오십 졸개들이 덤벼든 거요. 아, 얼마 전에 군신문 일대제자 놈들이 잔뜩 두들겨 맞고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소! 그것이 큰형님이 했던 일이었던 거요!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이번에는 백오십 명을 데리고 큰형님을 찾아온 거요. 물론 큰형님은 호랑이처럼 싸웠소!”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저의 얼굴에 닭살이 돋아났다.
다른 네 파락호들도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지 저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홍루 계집들 말 들었소? 일장에 건물이 저리되었다고. 계집들이 아편에 취해 있어 형님을 다른 사내로 잘못 보았던 거요. 큰형님이 그놈들을 몽땅 아작 내 버린 순간, 놈들이 던진 암기에 맞고 쓰러진 게 아니겠소?”
“그, 그럼…… 놈들의 비겁한 수에 큰형님이 당했단 말이냐?”
“죽지는 않았을 거요. 하지만 분명 놈들은 큰형님을 인질 삼아 절강 일대의 파락호들을 몰아낼 테지.”
거정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군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군저가 지어 낸 이야기에 불과하건만, 네 파락호에게 그 이야기는 이미 사실로 굳어진 후였다.
“내 이 비겁한 놈들을!”
비호가 이를 으득 갈며 벌떡 일어섰다.
골목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그의 손을 거정이 움켜쥐었다.
“네 졸개들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그, 그럼?”
비호가 굳은 표정으로 묻자, 거정은 옷을 털며 골목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애들 풀자. 이번에야말로 전면전이다.”
“오오! 이것이야말로 사나이!”
“과연 뒷골목의 이인자요!”
사내는 등으로 말한다 했던가.
햇빛을 맞받으며 걸어 나가는 거정의 뒷모습을 보며 네 우두머리의 눈가에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형님, 기다리시오! 이 거정이 꼭 구해 드리겠소!’
군신문 어딘가에 잡혀 있을 주합을 떠올리는 거정의 눈가에도 뜨거운 의리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주합이 제 발로 항주를 걸어 나갔으리라는 생각 따위는 누구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제7장 신의를 지키다(1)
“아,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투덜대며 연신 귀를 후비던 주합은 손가락 끝에 묻은 귀지를 불어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 평소에 행실을 좀 깔끔하게 했으면 욕먹을 일도 없지 않냐.”
앞서 가던 독고유가 핀잔을 주자 주합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이 술두꺼비를 뭐로 보는 거요? 내 수하들 중에 내 욕을 할 녀석은 아무도 없수.”
단호하게 말한 주합은 그러면서도 어딘지 꺼림칙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수하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항주를 나선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에이, 별일 있겠어? 나 없어도 녀석들이면 골목 관리를 잘하고 있을 텐데.’
고개를 흔들어 불안감을 떨쳐 버린 주합은 독고유를 향해 버럭 외쳤다.
“형님! 그런데 분명 강호의 모든 술을 맛보게 해 준다 하지 않으셨소? 벌써 사흘이 넘었는데 술은커녕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었소!”
독고유는 뜨끔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돌렸다.
보기보다 세세한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녀석이다.
“옜다! 내가 직접 담근 사주니, 맛은 기똥찰 거다.”
독고유가 허리춤의 호리병을 휙 던지자, 주합은 재빨리 병을 낚아챘다.
“쳇!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사주라니…….”
투덜거린 주합은 호리병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한 모금 들이켠 주합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져 나갔다.
말은 그리했어도 사주의 맛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소저, 어찌 오늘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진효린은 벌써 며칠째 제대로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안색도 파리해졌고, 어쩐지 걸음걸이도 불안정했다.
“혹시, 월하장이 소저의 원수면 어찌할까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소?”
“…….”
독고유가 슬쩍 묻자, 진효린은 고개를 숙였다. 독고유의 어깨가 들썩였다.
“하하! 소저는 보기보다 참 여린 사람이오!”
“또 웃으시는군요.”
진효린이 더욱 고개를 숙이며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하자, 독고유는 웃음을 멈추었다.
진효린의 곁에 다가선 그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시오. 월하장이 원수면 어떻고, 또 원수가 아니면 어떻소? 원수가 아니라면 오해를 풀고, 원수라면 원수를 갚으면 되는 일이 아니오.”
“하지만 원수와 직접 마주하게 된다면 저는 그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손으로 그들의 목을 벨지, 아니면 가족들의 묘 앞에 사죄하게 할지, 혹은 그들을…….”
혼란스러운 진효린의 말을 듣던 독고유는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진효린은 화들짝 놀라 독고유를 쳐다보았다.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시오. 괜히 자신을 스스로 옭아맬 필요는 없잖소? 마음 가는 대로 행하면 되는 것이오. 소저의 곁에는 내가 있고, 또 저 술두꺼비가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오.”
“…….”
진효린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에게 씩 한 번 웃어 준 독고유는 그대로 주합에게로 달려갔다.
“이놈! 그걸 벌써 다 먹으면 어떡해?”
“마, 맛있수! 히끅!”
주합은 벌써 취해 비틀대고 있었다.
독고유는 비어 버린 호리병을 아쉬운 눈빛으로 올려 보고는 주합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쓰러진 주합은 아프지도 않은 듯 비틀비틀 일어나 독고유에게로 안겨 들었다.
독고유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합을 부축했다.
“우, 우욱!”
“여기다 토하면……. 으악!”
“믿을 수 있을까…….”
토악질을 하는 주합과 황급히 물러서는 독고유를 바라보며 진효린의 입가에 나지막한 한숨이 걸렸다.
날이 어두워지지도 않았는데, 독고유는 모닥불을 피우고 자리를 잡았다. 주합이 길 한가운데에서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다.
모닥불을 피우고 모포로 주합을 둘둘 만 독고유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이걸 그냥 이대로 구워 버려?”
잠시 갈등하는 눈빛으로 주합을 내려다본 독고유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를 한쪽 구석에 휙 던져 놓았다.
그의 시선이 진효린에게로 향했다.
진효린은 많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어느새 평소의 냉정한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른 밤이지만 푹 자 두시오.”
그녀의 건너편에 앉은 독고유가 입을 열었다.
진효린은 일렁이는 불길 너머의 독고유를 바라보았다.
“이상하네요.”
“또 뭐가 이상하오?”
독고유가 심드렁하게 묻자, 진효린은 빙긋 웃었다.
“대인께서 말씀하시면 아무리 허황된 것이라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고유는 대소를 터뜨렸다.
그의 장난스런 눈빛이 불길 건너의 진효린에게로 향했다.
“사람에겐 두 가지 종류가 있소.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과 말한 것을 지킬 줄 아는 사람. 나는 후자요. 그렇기 때문이겠지.”
“풋!”
독고유의 자화자찬에 진효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소저의 곁에서 소저가 원수를 갚을 때까지 돕겠소. 이건 내 약속이오.”
이어진 독고유의 목소리에 진효린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다.
불길 때문인지 독고유의 눈에 비친 진효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뒷목을 긁적이며 웃던 독고유의 눈썹이 순간 움찔했다.
그는 저만치의 관도로 고개를 돌렸다.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효린도 긴장한 듯 고개를 돌렸다.
일련의 인마가 쉼 없이 관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
진효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말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세 사내의 모습 때문이었다.
제갈가의 소가주들이었다.
세 공자는 모닥불 근처의 진효린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모닥불 근처에서 말을 멈춘 그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효린을 내려다보았다.
“사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제갈명이 선뜻 입을 열었다. 옆에 선 제갈강이 조소를 흘렸다.
“그래, 가문의 원수는 찾았는가?”
진효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갈강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한기가 흘렀다.
“찾고 있어요. 제갈가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할 테니 걱정 마셔요.”
“아니, 우리는 지금 사매를 걱정하고 있는 거라네.”
“사매라고 부르지 말아요!”
진효린이 버럭 외치자, 제갈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사매, 어째서……. 우리는 그저 사매가 걱정되어…….”
제갈명이 짐짓 안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효린이 말을 끊었다.
“그렇게 달려가는 것을 보니, 본가로 돌아가시는 모양이지요? 그렇다면 제 원수가 누구인지 알아내셨다는 말씀이겠군요. 그럼 더 이상 저에게 볼일은 없을 텐데, 가시던 길 계속 가셔요.”
“말조심하게! 계속 그렇게 무례하게 나온다면 사매라 하여도 용서할 수 없네!”
제갈강이 버럭 외쳤다. 그의 오른손은 어느새 검병에 닿아 있었다.
“흥! 그래, 사매도 많은 고초를 겪었을 테니 내가 이해하지.”
진효린의 굳은 표정을 내려 본 제갈강은 조소를 흘리며 손을 내렸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진효린에게로 쏟아졌다.
“가문의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네만, 그렇게 어중이떠중이 이름도 없는 무인들을 데리고 다녀서는 소용없을 걸세.”
“졸장부 주제에 입만 살았군.”
제갈강의 입가에 떠올랐던 비웃음이 삽시에 사라졌다.
그의 시선이 모닥불 건너편의 독고유에게로 향했다.
“……!”
독고유의 눈빛을 본 제갈강의 안면이 꿈틀거렸다.
그의 눈빛이 무섭도록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입가에 떠오른 조소조차도 칼처럼 날이 서 있었다.
“네놈은 누구이기에 제갈가의 차기 가주에게 막말을 하느냐?”
삽시에 정신을 추스른 제갈강이 버럭 외쳤다. 독고유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진효린의 곁으로 다가왔다.
“내 이름은 어중이요. 저기 자고 있는 놈은 떠중이고.”
“뭣?”
제갈강의 눈썹이 꿈틀거리자, 독고유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제갈가라 했소? 역시 듣던 대로 대단한 세가요.”
“…….”
노골적으로 비아냥대는 어투에 세 사내의 입에서 이 가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 하였거늘, 네놈은 제 분수를 모르는구나.”
제갈강이 이를 악물며 말하자, 독고유는 진효린의 곁에 털썩 주저앉으며 태평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증명해 보시오. 내 그릇보다 당신들 그릇이 더 크다는 것을. 야밤에 아녀자를 희롱하는 것이 사내가 해야 할 행동임을.”
“뭐야?”
마침내 참지 못한 제갈호와 제갈명이 검병을 움켜쥐었다. 검이 검집에서 완전히 뽑혀 나오려는 순간, 세 사내의 몸이 석상처럼 우뚝 멈추었다.
뼛속까지 시린 살기가 독고유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검을 뽑을 의지가 있다면, 또한 신념의 무게도 그와 같은 것. 대인에게 검을 들이미는 것은 곧 죽음을 각오했다는 말이겠지? 어떻소?”
독고유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하자, 세 사내의 목울대가 동시에 꿈틀거렸다.
철컥!
“흥! 오늘은 사매와 의절한 날이니 검을 뽑지 않겠다만, 다음번에 만나게 된다면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검을 검집에 흘려 넣은 제갈강이 버럭 외쳤다.
제갈호와 제갈명이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관도 너머로 사라져 갔다.
“…….”
독고유가 숨을 크게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진효린은 황급히 눈을 피했다.
“어깨 펴시오!”
“네, 네에?”
독고유가 진효린의 양어깨를 붙잡자, 진효린은 화들짝 놀라 어깨를 폈다.
“소저의 곁에는 나와 술두꺼비가 있다지 않았소. 술두꺼비 녀석이야 술독에 빠져 자주 쓸모가 없어질 테지만, 나는 소저가 원수를 갚는 그날까지 곁에 있을 거요. 그러니 항상 당당하시오. 대인과 함께 다니는 여인이 당당하지 않아서는 안 되잖소.”
독고유의 곧은 눈을 올려다본 진효린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팔에 힘이 빠지고, 눈에 눈물이 글썽 고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 푹 자 두시오. 내일은 단박에 구룡산까지 달릴 터이니.”
말을 마친 독고유는 대자로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진효린의 두근대는 가슴은 밤이 깊도록 잦아들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