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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농부 1권 (14화)
06장―본격 작업 (4)


깅스턴은 바로 다음 안건을 꺼냈다.
“그렇다면 이제 물에 대한 부분을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하네.”
“맞습니다. 한데, 그보다 먼저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거름을 뿌리는 일입니다.”
“거름?”
화전민촌에서 퓨리스는 농부들과 훗날까지의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거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원래 미리 말씀드려야 하는 부분이지만 미리 알고 있으면 일을 하기가 약간 껄끄러워져서 부득히 지금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거름은 가축의 변을 말합니다. 저희의 입장에서는 소의 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소의 변… 허허, 그래,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잘 말린 뒤에 땅에 뿌립니다.”
“땅에 뿌려? 변을 말인가?”
“예. 그렇게 하면 보통의 땅도 황금의 땅이 됩니다.”
이 정도로 놀랍고 믿을 수 없는 말이 또 있을까 싶었다.
대관절 대륙의 그 누가 가축의 변을 잘 갈린 땅에 뿌리겠는가? 오히려 땅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가 되었고, 고로 그것은 깅스턴의 표정에 나타난다.
“오히려 더 나빠지지 않겠는가, 거름이라는 것을 뿌린다면?”
“아닙니다. 확실히 좋아집니다.”
“흐음, 거름은 땅에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지?”
“영양분이 됩니다. 저희가 음식물로 좋은 것을 섭취하듯 말이지요.”
“호오, 거름이 영양분이 된다?”
“예, 그렇습니다.”
하나 아직까지도 깅스턴의 얼굴엔 믿을 수 있다는 표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오면서 처음 들어보는 농업의 과정인데다가, 다른 농부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애초부터 의문이 아니 들 수가 없었다.
“거름이 땅의 영양분이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예, 물론입니다.”
퓨리스는 깅스턴을 비롯해 농부들을 바라보았다. 이들 모두에게 거름에 대해 확실히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건초든 아니든 무언가를 섭취한 가축의 배설물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좋은 요소가 몇 개씩 들어 있습니다. 저도 그 요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 자세히 설명 드리기는 어려우나, 그게 땅을 비옥하게 하고 보수성과 생기를 넣어 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기름진 땅이 만들어집니다.”
“단순히 냄새가 나니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구만.”
“예.”
“좋아, 알겠네. 그런데 아까 건조시켜야 한다고 했었지?”
“아, 예. 일단 말려야 효과가 나더라지요.”
“흠, 건조는 어떻게 시키는가?”
“간단합니다. 짚을 덮어 햇볕에 잘 말리면 됩니다.”
“그런가?”
깅스턴은 이제 거름에 대해 생각을 바꾸었고, 그것으로 작업을 하겠다는 것에도 동조할 생각이었다.
하나, 농부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베그마가 입을 열었다.
“저기 말이야.”
“예?”
“어찌 되었든 그걸 하려면 변과 대면해야만 하는 것이지?”
“아, 그렇지요.”
“그리고 그 대면 자가 우리이고.”
“예…….”
농부들은 심각하게 의논을 나누었다. 물론 거름을 쓰는 것과 쓰지 않는 것 사이에서 의논하는 게 아니라, 누가 거름 작업에 일조할 것인지 뽑는 과정이었다. 고로, 꽤 고요한 기운이 감돈다.
“커, 흐음. 나는 옛날부터 코가 예민해서 말이지.”
“나는 소가 왠지 싫더라고.”
“요 근래 왜 이리도 배가 아픈지.”
각종 핑계들! 퓨리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언젠가 조선에서 농부들의 일을 도와줄 적이 있었는데, 그날 했던 일이 바로 거름 작업이었다. 정말 지독히도 냄새가 나서 코를 쥐어 싸맸었다. 한데, 퓨리스는 그리 심하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는데, 딱 5분만 버티면 그 다음이 승승장구이기 때문이다.
“5분만 견디시면 됩니다.”
“응?”
“그만큼만 대면하다 보면 냄새 걱정은 뚝입니다.”
“그게 그럴게 될까?”
“깜깜한 밤에 조금씩 시야가 밝아지는 것처럼 코도 눈과 똑같습니다.”
“호오.”
조금씩 괜찮을 거라는 표정을 띠는 농부들. 사실 소의 변이든 돼지의 변이든 하기 싫은 이유는 딱 하나였다.
지독한 냄새! 조금만 맡아도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한데,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굳이 뺄 필요가 없었다.
“좋아, 그럼 해 볼 만하지.”
“나도 하겠어.”
“이거 괜히 뺐구만. 처음부터 했으면 좋았을 것을.”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농부도 있었지만, 말했듯 퓨리스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트퍼리의 작은 언덕. 근래의 작업을 마치고 소들은 평화로운 환경 속에 열심히 건초를 뜯고 있었다.
퓨리스는 모인 농부들을 향해 말했다.
“아까 말씀드린 장소로 옮기면 됩니다.”
“그럼 일단은 변을 퍼야 하겠군.”
“예, 간단한 작업이 쉽게 끝날 겁니다.”
“알겠어.”
아직은 코가 잠잠하다. 변이 여러 군데로 퍼져 있는 탓에 냄새가 모이지 않은 까닭이다. 하나, 그것은 방심이었다.
퍼져 있든 퍼져 있지 않든 일단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저절로 찌푸려지는 인상. 베그마는 크게 심호흡했다.
‘이것은 꿀이로다.’
말도 안 되는 말로 자기를 합리화시켜 버리는 베그마. 그래도 효력이 있었는지 그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먼저 작업을 시작한 사람은 퓨리스였다.
퓨리스 역시 코를 찌르는 냄새를 느꼈지만, 그리 심하다 느끼지는 않았다.
‘좀 있으면 나아질 테지.’
5분을 견디면 모든 게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 그였던 지라 퓨리스의 작업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일단 소가 싸 놓은 변이 그의 삽으로 하나씩 올라왔다.
‘빨리빨리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변을 계속 쳐다보고 작업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에, 퓨리스도 이 작업을 얼른 끝내고 싶었다.
‘이 녀석들의 게으름이 여기서 판가름 나는구나.’
소들이 한곳에 변을 싸놓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냄새는 더 심하게 나더라도 작업은 더 수월해질 테니 그게 나을 수가 있다. 한데 너무나 게으른 탓에 변을 싸더라도 그 자리에서 싸는 경우가 많아서 어디를 쳐다보아도 변이 존재했다.
‘잘하시나?’
퓨리스는 슬쩍 농부들을 쳐다보았다. 농부들이 잘 적응하는지 걱정이 된 탓이다.
한데, 의외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군.”
“괜찮아, 이 정도면.”
“점점 냄새에 익숙해지는 느낌이야.”
다소 뒷걸음질 치는 듯했던 농부들이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퓨리스보다도 앞서가는 농부들도 있었다.
“경이적인 삽질을 보여 줌세.”
“클클, 나에게 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자넨 내 삽질을 따라오지 못해.”
“호오, 좋아. 어디 붙어 봄세.”
베그마와 코우즈는 승부욕까지 불태우며 작업에 열정을 다했다.
훅훅―
삽을 퍼서 나르는 모습이 흡사 땅을 일구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만큼 그들은 빠른 속도를 보였다.
작업에 임하는 최고의 자세! 퓨리스는 자책하며 다짐했다.
‘저리들 열심히 하시는데… 좋아, 나도 한다!’
다소 움츠렸던 퓨리스. 하나 그의 행동이 달라졌다. 냄새가 나든 변이 묻든 상관하지 않았다. 일단은 삽을 움직이고 보았다. 그리고 어느 샌가 곱절을 빨라진 속도로 퓨리스의 삽이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씩 시간이 흘러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게 되었을 때 작업이 다시 곱절로 빨라졌다.
고로, 생각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에 퓨리스와 농부들은 그곳에 모이게 되었다.
넓은 자리에 햇빛이 잘 찾아드는 곳.
“흐음.”
사내들은 한창 퓨리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변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고역이었지만, 이제는 완벽히 적응된 상태라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약간 과장하면 초콜릿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걸 이렇게 덮습니다.”
“오, 그렇게 하고서?”
“이따금씩 뒤집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오오, 어려운 작업이 아니구만.”
“예, 시작할까요?”
“그러지.”
농부들은 생각보다 쉽게 이어지는 작업에 더욱더 열의를 불태우며 작업을 시작했다.
저마다 다시 삽을 들고서.



07장―수로 공사 (1)


큐스 소도시에서 곡물소를 운영하고 있는 벤샨은 바바루의 소개를 받아 자신을 찾아온 손님 하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예의가 바랐던 남자.
하나, 겨우 저런 이유만으로 벤샨이 손님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첫 대면에 쌀 30가마를 사 갔다.’
이따금 귀족들이 대량으로 쌀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의 남자는 분명히 귀족이 아니었다.
고로, 벤샨은 남자를 당장에 최상위 단골 목록 표에 추가했다.
‘최상위 단골은 보통의 단골과는 차원이 다르지.’
일반적인 단골은 오래 찾아와서 ‘손님 등급’이 올라가는 것이지만, 최상위 단골은 ‘돈’으로서 모든 게 결정된다. 그러니까 1년에 한 번 찾아오더라도 상관없었다. 한순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장사치들에게 통용되는 것으로, 벤샨 또한 이것을 아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단지 그 남자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대체 무슨 미친 망령이 들었기에 더트퍼리에 그만큼 돈을 쏟아붓는 것이지?’
자유 상인이 막대한 돈을 들여 쌀가마를 사 가는 것을 보고 벤샨은 당연히 의문을 느꼈다. 그래서 물었다.

“혹, 곡물을 누가 먹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 마을 사람들이 먹을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요?”

남자는 거기서 말을 끊고 운송마차를 출발시켜 버렸지만 뒤를 캐서 그 마을이 더트퍼리임을 알게 되었다.
벤샨은 그날 심하게 웃었었다. 세상에 저만큼 미친 사람은 없을 거라면서.
아무튼 현 시점에서 그 남자는 벤샨에게 나쁠 것이 못되었다.
‘돈이 되니까.’

큐스의 통행병 한스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눈 깜짝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아, 됐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수고하시오.”
“예.”
하나, 들어오는 사람들마다에게 빼먹지 않고 인사를 했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따금 찾아오는 변장한 고위 인물들! 혹여 그들에게 밉보일 우려가 있다.
그런 일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인사를 건넨다.
‘고위 인물이 찾아오지도 않을 것 같구만.’
물론 한스는 그러한 인물이 이런 ‘시골 도시’에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단정 짓고 있었지만, 상부의 명령이라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한스는 계속해서 일에 몰두했고 또다시 통행증은 내밀어졌다.
손이 매우 거칠었다.
‘편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군.’
통행병으로 한스가 얻게 된 한 가지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나가는 사람의 손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작금의 상황을 경우로 들면 남자의 손이 우직하며 거치니, 도끼질이나 집을 짓는 등의 힘든 일에 종사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에?”
“예?”
“아, 아닙니다. 들어가십시오.”
일종의 찍어 맞추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빗나갔던 적은 없었다. 한데, 방금 지나갔던 남자의 통행증에는 분명히 ‘상인’이라 쓰여 있었고, 목수나 건축 공이라는 단어는 보이지도 않았다.
‘…….’
하나,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다음 손님이 밀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