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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강권은 퇴원을 한 후에 한사코 따라오겠다는 정 노인과 헤어져서 가평에 있는 화악산으로 갔다. 화악산은 경기 오악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만큼 계곡도 깊고 물도 맑다. 정성기였을 적에 이 화악산 자락의 토굴에서 도학(道學)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정성기는 자신의 환생을 읽고 후생(後生)을 대비해 그 토굴에 대략 1년 정도 지낼 수 있는 벽곡단과 각종 약재들을 구해 감추어 두었었다.
토굴이 있는 곳은 특별히 경치가 아름다운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깊은 계곡이 있는 곳도 아니니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게다가 이 토굴은 지기(地氣)가 워낙 강해서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열흘을 버티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 근처에 오면 보통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하다는 느낌을 받아 오려 하지도 않는다.
지관들은 이런 땅을 천하의 흉지(凶地)라고 해서 멀리하겠지만 무진신공을 익히는 강권에게는 천하에 둘도 없는 복지(福地)였다. 강권은 1년 정도 이곳에서 머물며 무진신공도 닦고 전생에서 얻은 지식들을 정리하겠다고 마음먹고 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근 600여 년 만에 토굴을 찾으려니 도무지 그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토굴을 찾지 못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란 생각이 들어 준비해 간 캠핑 장비를 펼쳐서 텐트를 쳤다.
그렇게 1박 2일 동안 캠핑을 하며 근처를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토굴을 찾을 수 있었다. 야생 짐승의 보금자리처럼 은밀하게 입구가 감추어진 토굴에 들어서자 정성기로 살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마 저쪽을 파 보면…….”
강권은 준비해 간 캠핑용 야전삽으로 조심스럽게 토굴 한쪽의 흙을 걷어내자 거기에는 대여섯 개의 크고 작은 단지들이 있었다. 강권은 그 단지들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었다.
정성기가 안배해 둔 것 중에는 특히 500년 묵은 산삼으로 담근 산삼주가 단연 압권이었다.
그 외에도 1년 동안 지낼 수 있는 벽곡단과 내공을 높이기 위해서 중국 무당파의 영약인 소청단(小淸丹)을 어렵게 구해 놓았다.
후생에서 무공을 익히는 게 분명하다면 무문(武門)에서 비방으로 내려오는 영약이 나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강권은 그날부터 토굴 속에서 무진신공의 수련에 매진했다.
무진신공의 공능인지 소청단의 효과인지 몰라도 자르니, 마니 하던 발목도 완전 나았다.(산삼주는 너무나 독해서 한 번에 먹을 수는 없었고 매번 한두 모금 정도만 먹어서 그 효능이 어떤지는 느끼지 못했다.)
몸이 완전하게 낫자 강권은 본격적으로 무진신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물론 운기조식이었다. 무인으로 살아가려면 내공을 쌓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강권은 무진신공의 법문뿐만 아니라 비전으로 내려오는 구결까지 알고 있어서 상당히 진척이 빠른 편이었다.
운기조식을 한 후에는 무극십팔기를 수련했다.
무극십팔기는 열여덟 가지 투로(套路)다. 그런데 이 투로들은 단순히 초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이 투로들을 따라서 하면 인체의 모든 근육과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는데 특징이 있었다. 말하자면 인체의 반응은 모두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면서부터 시작되는데 무극십팔기를 부지런히 수련하면 빠르게 보고 느껴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무극십팔기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스피드와 힘의 응집력이었다. 힘의 응집력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파괴력이다.
무극십팔기의 장점은 맨손으로도 무기로도 모두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공 초식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전생에서 강권이 쓰던 무기는 스님들이나 도사들이 사용하는 선장(禪杖:지팡이)이었다.
하지만 강권은 선장 대신에 곤봉(棍棒)으로 수련하기로 결심했다. 곤봉은 무예육기(武藝六技)[조선시대 무관들이 배우는 장창(長槍), 당파(鏜鈀), 낭선(狼筅), 쌍수도(雙手刀), 곤봉(棍棒), 등패(藤牌)의 6가지 무기를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술.]에 속하고 인류가 최초로 사용하는 무기로 추정되는 만큼 접하기도 그만큼 쉽다.
곤봉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은 없다. 나뭇가지 하나를 뚝 분질러 사용하면 그것이 바로 곤봉이다. 강권은 곤봉으로만 수련하지 않고 맨손도 단련했다. 옛날 같지 않고 지금 세상에선 무기를 쓰는 것이 여러모로 불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운기조식과 무극십팔기를 수련하고 나면 오전은 후딱 지나갔다.
그 다음에는 전생을 읽으며 전생에 있던 능력들을 가다듬었다.
소청단의 공능 덕분인지 아니면 토굴을 관통하고 있는 빼어난 지기(地氣) 덕분인지는 몰라도 불과 세 달 만에 2성에 올랐다.
전생에서 무진신공의 2성에 오르기 위해 족히 10년은 수련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엄청 빠른 진경이었다.
그 세 달 동안 마신 산삼주의 효능 때문인지 환골탈태까지 경험했다. 환골탈태를 하고 난 후에 강권의 모습은 나름 준수해졌다.
키도 무려 22cm가 커서 163cm이던 키가 185cm가 되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환골탈태를 하고 무진신공이 2성에 이르자 전생을 읽는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전생을 읽는 능력이 향상된 것은 무진신공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정신력도 강해져서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강권은 자신의 전생을 거슬러 올라가다 문득 전생의 사제였던 명학(冥鶴)이 뇌리에 스쳤다.
명학은 자신보다 훨씬 늦게 사문에 들어와 자신이 무공의 기초를 닦아 주었기 때문에 강권에게는 남다른 정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로는 내 전생 외에도 세 명의 전생을 읽을 수 있다고 했지?”
강권은 전생의 사제 명학에 대해서 너무 궁금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그의 전생을 읽을 수 있기를 원했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일단 정신을 한 곳에 모으고 일체 부정적인 생각일랑은 하지 말라고 했지.”
강권은 일단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학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모습을 그렸다. 강권은 전생에 도를 닦았기 때문에 전생을 읽고 난 후에 정신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명학의 전생을 읽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모으자 어느 때부터인가 강권의 뇌리에 이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
강권이 놀라는 이유는 명학의 전생을 읽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십이지신상 같은 괴물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돼지머리를 한 오크와 개 대가리를 한 놀, 늑대로 변하는 라이칸 슬로프, 악어인간 등등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미스코리아보다 예쁜 엘프나 천부의 광부인 드워프라는 종족도 보였다.
도저히 상식 밖의 상황들이 뇌리에 유입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내가 명학의 전생을 읽고 있는 게 맞나?’
강권이 이런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먹고 사느라 바빠서 판타지를 한 번도 읽어 보지 못해서였다.
그래서 판타지의 기본 상식인 오크나 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니 경악을 떠나서 허황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자 그런 장면들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차! 할아버지께서 일체 부정적인 생각은 버리라고 하셨지.”
강권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정신 통일이 되자 그런 장면들뿐만이 아니라 명학의 기억도 슬슬 읽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명학의 기억에 따르면 만 년을 산다는 드래곤이라는 괴물도 있었고, 마법사니 기사니 정령사니 하는 특별한 기예를 익힌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에 만 년을 산다니…… 그 드래곤이라는 괴물을 잡아서 내단(內丹)을 꺼내 먹으면 무진신공에 대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만 년이라는 말에 낚여 마법사니 기사니 정령사니 하는 사람들에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강권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명학이 판타지 세상과 강권이 살고 있는 세상을 번갈아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저런 세상이 정말로 있다는 것인데…….”
그렇지만 다음에 알게 된 경이로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새 발의 피도 아니었다.
“세상에! 어떻게 명학이 천오백 살이 되도록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지? 할아버지가 꿈에서 말한 사람이 어쩌면 명학이 저 녀석을 가리켰던 모양이로구나.”
강권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은 명학은 분명 전생의 자기 사제였던 명학이었고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이다.
“사문의 금지(禁地)인 마황곡(魔皇谷)이 이계로 갈 수 있는 통로였던 모양이군.”
천살문의 조사는 디멘션 게이트를 넘어오는 드래곤과 일장 혈투를 벌인 끝에 겨우 물리치고 더 이상 넘어올 수 없도록 결계를 설치해서 막아 두었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흐르자 결계가 느슨해졌고 명학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군. 저 녀석이 내 사제 명학이가 맞는다면 어떻게 머리가 금발일 수 있지? 명학이란 녀석이 서양인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것뿐이 아니었다. 명학의 전생(?)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자 명학이 금발이었다, 빨간 머리였다가, 지구에서는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녹색 머리카락을 가질 때도 있었다.
처음에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자세히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설마?”
강권의 설마는 애석하게도 들어맞았다. 명학은 무림의 금기인 이혼대법(移魂大法)을 사용해서 1,500여 년 동안 육체를 계속 바꿔치기하면서 삶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찢어죽일 놈, 죽는다고 그게 끝이 아니거늘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행한단 말인가. 내가 전생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명학이 쟤 때문인 것 같군.”
자신과 명학과의 관계, 할아버지와 명학과의 관계 등을 연계해서 생각해 보니 자기의 이런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죽음으로 중생을 제도한다고 믿는 천살문의 문도로 살았던 강권의 생각은 명학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무공의 왕초보인 내가 과연 천오백 년씩이나 살면서 수련을 한 명학이란 놈을 죽일 수 있을까?”
천오백 년 동안 수련을 했다면 내공이 최소한 이십육 갑자다. 그럼 완전 신의 경지에 올랐을 것이다.
명학에 비하면 자신은 이제 겨우 무공에 입문한 상태니 어떻게 상대해야 좋을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런데 강권이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새로운 육체를 차지하면 기존의 육체는 그대로 소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육체를 얻는 시점에서 수련을 해서 다시 공력을 쌓아야 되니, 새로 수련해서 얻은 공력만을 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미처 생각지 못한 강권의 걱정은 태산이었다.
“휴우, 어떻게 그 괴물을 이기지? 그 정도 괴물을 이기려면 최소한 조화경(造化境) 내지는 무상경(無上境)에는 올라야 될 것 같은데. 조화경이 되려고 한다고 해도 무진신공이 최소한 8∼9성은 되어야 할 것 아냐?”
나오느니 한숨뿐이었다. 말이 8∼9성이지 강권은 명철(冥徹)로 살았던 전생에서도 100여 년을 연마해서 겨우 무진신공의 6성에 그쳤다. 그러므로 강권에게 있어 무진신공의 8∼9성의 경지는 미답의 경지였다. 사람이 많이 살아야 끽해야 백 년이다.
그러니 8∼9성의 경지는 강권이 아무리 생각을 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였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무공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았으니 죽자고 수련한다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강권은 최선을 다하자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커다란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젠장, 어쩐지 내 복에 쉽게 얻어진다 했어. 골백번은 죽어라고 연마를 해도 대성을 장담할 수 없는 무공이잖아. 어휴, 앞날이 끔찍하군.”
강권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진신공에는 정공(正功)이라 하여 다른 내공심법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으로 내공을 쌓는 법이 있는 외에 다른 내공심법과는 상이한 편공(僻功)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이 편공이라는 것이 상당히 골 때리는 연공 방법이었다. 인간의 신체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한계를 넘을 때마다 잠재력은 증대된다. 편공연공 점을 이용해서 내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즉,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이렇게 극대화된 잠재력과 외부에서 가해지는 일체의 충격을 내공으로 바꾸는 속성 연공이었다.
엄동설한에 얼음물에 들어가 수영하기,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 불 위를 걸어 다니기, 맨주먹으로 바위치기 등등. 그래도 이 정도는 한참 얌전한 방법에 속했다.
조금 더 고난도의 수련 방법으로는 송곳 같은 뾰쪽한 것으로 찌르기, 칼로 베기, 독물 집어삼키기 등등이 있었다.
한마디로 완전 가학(苛虐)의 극치를 달리는 연공 방법이었다. 가학의 연공이란 말 그대로 몸을 학대해야 내공의 경지가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천살문이란 상궤를 벗어난 문파의 무공다웠다.
“이건 차력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무슨 내공심법이 이러느냐고? 제길, 이것은 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완전 변태 지랄 옆차기하는 거잖아.”
그런데 강권에게 갈등을 주는 것은 비록 꿈속이지만 이런 미친 행동을 할 때마다 내공이 팍팍 늘어났었다는 것이었다.
“제기랄, 내가 무공을 익혀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런 미친 짓까지 꼭 해야 하나?”
편공에서의 편이란 좌도방문에 치우쳤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래서 천살문에서는 이 편공을 무진신공의 대성을 이루기 위한 부가적인 연공으로 삼았다. 하지만 강권은 빠른 시일 안에 무진신공의 대성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에 이 편공을 주공으로 삼았다.
강권이라고 해서 적당히 연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적당히 익힐까 하다 이 무공을 얻으려고 무려 100억이란 거금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무공의 끝을 보기로 했다.
또한 최강권의 천성이 외유내강(外柔內剛)이어서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나름 영향을 주었다.
그날부터 강권의 가학은 시작되고 있었다.
사실 강권이 믿고 있는 것은 무진신공에는 철포삼이나 금종조라는 전설상의 외공에 뒤지지 않는 보신비결(保身秘訣)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롭거나 하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올랐던 전생의 경험이 있어 편공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강권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모험을 여러 번에 걸쳐 했지만 3성을 기점으로 무진신공의 수위는 전혀 높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소성을 이루었으니 대성의 경지를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심신을 가다듬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제3장-마법? 그거 도술 같은 거야?
한동안 느껴지지 않던 명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그동안 명학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고 열라 무진신공을 익히던 강권이 벽에 이르자 다시 명학을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과거 사부의 경지 못지않게 느껴지던 명학의 경지가 갑자기 자신보다 훨씬 못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인 일일까?
강권은 고개를 절로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무진신공에 소성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격차가 좁혀지지는 못할 텐데…… 저 녀석이 갑자기 저렇게 된 이유가 뭘까? 설마 주화입마라도 당했나?”
하지만 주화입마라면 무공을 전혀 하지 못할 텐데 명학은 분명 마법이라는 상궤를 벗어난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
“주화입마를 당했다면 무공을 익히지 못해야 정상이 아닌가?”
강권은 머리를 싸매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런 강권의 의문을 잠재워 준 것은 바로 명학이었다. 아니, 명학이 익히고 있는 이계의 무공(?)인 마법에 강권이 완전 매료되어 의문을 품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어떻게 한 사람이 불과 얼음을 만들 수 있지?”
가장 기초적인 마법인 [파이어 볼]과 [아이스 볼트]라는 걸 알지 못하는 강권은 자신이 환각에 빠졌다는 생각에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아얏!”
엄청 아팠다. 그렇다면 분명 환각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강권이 알고 있는 무공 상식이라면 인간의 몸으로는 음공이나 양공 둘 중에 하나를 택해서 연마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음공과 양공을 동시에 익힌다면 자칫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런데 명학은 운기조식도 명상도 아닌 이상한 방법으로 내공을 쌓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무공을 펼치고 있었다.
“햐! 그것 참, 신기하군.”
강권은 명학이 익히고 있는 저쪽 세상의 무공에 완전 매료되었다. 그렇지만 명학을 따라 익히기보다는 일단 뇌리에 스쳐 가는 생각들을 무조건 머릿속에 쑤셔 박았다.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금 강권은 명학의 전생에 살았은 기억과 경험만 보여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명학이 지금 갖고 있는 생각들까지도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러니 할아버생에 복권이 되고 손자를 위해서 특별히 힘을 써 주어서 그렇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강권은 무려 일주일 동안 고생한 끝에 명학의 기억 속에 있는 마법의 법문을 전부 기억할 수 있었다. 명학은 수차례 남의 몸을 차지하고서 마법에 매진한 끝에 8클래스 마법까지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알고는 있지만 서클을 만들지 못해서 펼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마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자 이계의 무공으로 알았던 것이 실상은 다른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하! 그게 이계 무공이 아니고 마법이라는 거였구나?”
그리고 이계에서도 검술이 존재했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검술과 비교하면 엄청 조잡했다.
“아! 그래서 마법이란 것을 고안했나 보구나?”
하지만 이내 그것이 전부는 아니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잡한 검술을 연마해서도 검기도 뿜어내고 검강도 생성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검기를 펼칠 수 있으면 익스퍼트라고 하고, 검강을 만들 수 있으면 소드 마스터라고 하는구나.”
강권은 지금 자신의 실력이면 검기는 만들 수 있으니 익스퍼트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소드 마스터에 오르려면 도대체 얼마나 연마를 해야 한다는 거야?”
강권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 무진신공이 6성에 오르고서 비로소 검강을 펼칠 수 있었는데, 무진신공을 6성에 오른 것은 무공을 연마한 지 무려 40년이 지나서였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에 올라야, 명학 그 녀석의 기억에 따르면 녀석과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는데…… 젠장, 어느 세월에 소드 마스터에 오르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동안 명학에게서 받아들였던 지식들에 대해서 숙고하다 문득 명학이 뭣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명학의 동태를 살피자 명학은 마법을 연마하면서 운기조식으로 내공의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불과 1주일 만에 벌써 서클이라는 내공의 고리를 세 개나 만들었어? 저 녀석이 저렇게 자질이 뛰어나지 않았는데…….”
명학의 기억 속에서 안 사실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서클을 아홉 개 이상은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1주일 만에 서클을 세 개나 만들었다면 아홉 개를 만드는데 도대체 얼마나 걸린다는 말인가? 강권은 명학이 마법을 익히는데 아무 부작용이 없는 것을 보고 자신도 마법을 익히기로 결정했다.
마법의 특이한 점은 심장 근처에 내공의 고리가 몇 개냐에 따라서 펼칠 수 있는 무공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골치 아픈 것은 펼치는 무공마다 법문이 다르다는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권이 전생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부터 일람불망(一覽不忘)의 기억력을 갖게 되었다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법이 아무리 기상천외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익힐 엄두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명학이 쓰는 방법대로 단전에 있는 내공을 심장으로 전환하자 강권의 심장에도 세 개의 내공의 고리가 생겼다.
“무진신공의 1성당 서클이 하나인가? 그러면 명학, 저 녀석의 기억에 따르면 나는 3서클 마법사인가?”
강권은 3서클이 의미하는 게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클이 하나도 없던 명학이도 불과 일주일 동안 운공조식을 하더니 세 개의 서클을 만들었기 때문에 3서클 정도는 개나 소나 다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명학이가 운공조식하는 방법은 엄청 특이했다. 마나석이라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돌들을 여기저기에 놓고 이상한 형태의 진을 만든 다음에 그 중앙에 앉아서 운공조식을 하고 있었다.
명학의 기억에는 그것을 마나집적진이라고 했다.
“마나? 마나라는 것이 기(氣)와 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