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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화악산 어느 이름 모를 계곡.
완전군장을 한 일단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강권 일행이었다. 물론 강권이 그들을 자신이 수련했던 곳으로 데려간 것이다.
“쓰벌, 뭐하자는 것이라니?”
“조또, 내가 알 게 뭐야? 까라면 까는 수밖에.”
영문도 모르고 강권을 따라나선 요원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밸이 꼴리더라도 그들의 할아버지인 조호명 특전사령관과 최창하 3공수여단장이 잠자코 따르니 투덜거리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강권은 자신이 수련했던 곳에 도착하자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군인 이전에 사내들입니다. 자고로 사내들은 주먹으로 말하는 법, 여러분들이 사내들이라면 한 번 붙고 나서 우리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서 말해 보도록 합시다.”
한 판 붙고 나서 말하자니…… 얘들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무슨 짓거리인가?
강권의 말에 너무 어이없어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호명 장군도 강권의 말에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권이 아무런 뜻도 없이 이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곰곰이 따져 보다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한마디 했다.
“최강권 씨가 원하는 게 결과가 어떻든 그 결과에 승복하자는 것입니까?”
“장군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리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일단 먼저 몸으로 대화를 해서 진실한 사내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진지하게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조호명 장군은 우리들의 미래라고 말한 것에서 강권이 [천군 재림] 작전에 대해서 뭔가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
조호명은 강권이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지만 강권이 지금 말하지 않으려 하니 궁금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말하게 할 수밖에.’
조호명은 내심 이렇게 생각하고는 요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도 최강권 씨가 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사내들은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고 몸으로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누가 먼저 나서겠는가?”
요원들이 막 나서려는 찰라 강권이 말했다.
“하하하, 장군님께서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들 중 누가 나서더라도 절대 내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저들 전부가 나에게 덤비는 것입니다.”
“뭐시라? 이 새끼가 죽고 싶은 모양이지?”
“손석철 중사, 그대가 진정 사내라면 주둥이로 한몫 보려하지 말고 몸으로 얘기하도록.”
“허어,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지? 그럼 죽여 주지.”
손석철은 어이없다는 듯 강권을 한참 노려보더니 건들거리며 나섰다. 다른 요원들 역시 손석철이 어떤 종자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둥이만 여문 어린 녀석의 조의(弔意)를 표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여기 모인 요원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고 여겨지고 있는 강석천이 나서서 손석철을 제지한 것이다.
“이봐! 손 중사, 무례하지 말게. 그분은…… 자네 정도의 실력으로는 옷깃조차 건드릴 수 없는 분이시라네.”
“예에? 지금 하신 말씀이 무슨 말씀이신지?”
손석철은 한낱 애송이에게 극존칭을 하는 강석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다른 요원들 역시 같은 의문이었다.
또한 그것뿐이 아니었다. 손석철이 어떤 인물이던가? 비공식적으로 열리는 세계 특수부대 경연대회 격투기 부문에서 무려 5연패를 했던 인물이 아니던가.
몸이 훨씬 더 큰 서구의 특수부대원들을 상대로 5연패를 했다는 것은 손석철의 무술이 얼마나 뛰어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델타포스, 영국의 SAS, 프랑스 국가 헌병대 GIGN의 무술교관으로 여러 차례 파견 근무를 하고 훈장까지 받은 바 있었다.
제대로 진급을 했으면 최하 주임원사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성질이 더러워서 아니꼬우면 누가 되었든 일단 들이받고 보니 진급과 강등을 거듭해서 10년째 중사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손석철이 옷깃조차 건드릴 수 없을 정도의 고수라면 도대체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만약 다른 사람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면 코웃음으로 넘겼겠지만 강석천이 한 말이어서 대놓고 반박은 하지 못했다.
강석천은 손석철의 물음에는 콧방귀도 끼지 않고 강권에게 말했다.
“어르신, 얼라들을 상대해 봐야 어르신 체면만 구길 테니, 차라리 어르신의 실력을 보여 주어 얼라들의 안목을 넓혀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에엥, 어르신……?”
“누가? 저 핏덩이가?”
요원들은 다들 싸움이라면 누구에게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천부의 싸움꾼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들을 얼라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강석천의 말에 다들 기함을 했지만 그 누구도 강석천의 말에 감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강석천은 그들에게 있어 전설이었기 때문이다. 강권은 자신의 생각대로 되어 가고 있음에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하는 척하다 말을 했다.
“다들 매트릭스를 보았을 줄 믿는다. 매트릭스에서 총알을 피해 내는 장면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동체 시력이 뛰어나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가 총알을 피해 낸다면 졌다고 인정할 수 있겠나?”
저 애송이가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다는 말인가?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인간이 어떻게 총알을 피해 낸단 말인가?
하지만 강권은 총알을 피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잡아 낼 수도 있었다. 다만 잡아내는 것은 자신할 수가 없어서 피해낸다고만 말했던 것이다. 강권은 반신반의하는 강석천에게 자신을 향해서 총을 쏠 것을 주문했다.
“예에? 어떻게 사……람을 향해 총을 쏠 수가 있겠습니까?”
강석천은 어떻게 사문의 존장을 향해서 총을 쏠 수 있겠느냐고 말하려다가 주위의 이목을 생각하고는 얼른 말을 바꾸었다.
강권은 강석천의 태도에서 싹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를 일약 고수로 만들어 줄 결심을 했다. 강권이 이런 결심을 한 것은 강석천을 사문의 후학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하하, 너는 내 말을 허투루 듣고 있구나. 내가 분명 총알을 피해 낼 수 있다고 하지 않더냐? 그러니까 아무 염려하지 말고 총이나 쏘도록 해라.”
“그, 그렇지만…….”
강석천은 망설이다 최창하가 손과 발을 가리키는 시늉을 하자 그 의미를 깨닫고 권총을 빼 들었다. 엄밀히 따져서 민간인인 강석천은 권총을 소지할 수 없지만 이번 작전으로 권총의 소지가 허락되었다.
강석천이 권총을 빼 들고 겨누는데도 강권은 태연자약이었다.
강석천은 만약을 생각해서 뒤로 20여 m를 더 후퇴해서 강권과의 거리를 대략 30여 m로 유지하고 권총을 발사했다.
탕.
권총의 유효사거리가 대략 50여 m이니 그 거리에서 정통으로 맞는다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강석천은 그런 우려 때문에 몸통을 겨냥하지 못하고 하반신을 겨냥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석천의 그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강권이 총알을 잡아냈던 것이었다.
“악! 사기다. 어떻게 저럴 수가…….”
“우와!”
권총이 발사되고 강권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어 있는 총알을 발견한 요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보고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모데라토의 헤드라이트가 주변을 밝혀 주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일출 전이어서 어두웠다. 그런데 어떻게 총알을 보고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강권은 그 말들은 일체 무시하고 강석천에게 말했다.
“이번엔 하반신을 겨냥하지 말고 몸통을 겨냥하도록 해라. 그리고 연속으로 세 발을 발사하도록. 알겠느냐?”
“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존장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가?”
“죄, 죄송합니다. 어르신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겠으니…… 어르신, 제발 조심하십시오.”
강석천이 급히 사죄를 하고 다시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탕.
그리고 그 세 발의 총알은 모두 강권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져 있었다.
제4장 내 사람 만들기 작전 (2)
강권은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그 만년필은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윤기영 국정상황실장의 대화가 녹음된, 바로 그것이었다.
강희복 경찰청장이 보통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에게서 만년필을 슬쩍했다. 강권의 실력으로 그 정도 사람에게서 물건 하나 입수하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조호명 특전사령관은 녹취된 대화를 듣고 무언가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이걸 나에게 들려 준 이유가 뭣입니까?”
“이것을 읽으시면 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강권은 강희복 경찰청장이 그에게 보여 준 문건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복사를 해서 요원들에게 돌렸다. 문건에서 자신과 경옥의 사찰에 관한 내용을 뺀 것은 물론이었다.
강권은 조호명 특전사령관이 문건을 전부 읽을 때까지 기다렸다 되물었다.
“아직도 그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
“내가 만들려던 조직이 바로 그 문건에 나와 있는 [천군 재림] 작전의 바로 그 조직입니다. 여기에 있는 요원들 2∼3명 정도를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능력자 1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지요. 그들의 능력은 개인전투술뿐만이 아닙니다. 온갖 첨단 장비들의 감시를 꿰뚫고 잠입할 수 있는 침투술, 사냥개에 버금가는 추종술 등을 겸비하지요. 9명 1개조라면 능히 백악관도 침투해서 요인을 암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조직의 하부 조직에 전국의 조폭 조직들이 자리한다면 어떤 위력을 갖겠습니까?”
“…….”
조호명 특전사령관과 최창하 3공수여단장은 둘 다 임관 후에 줄곧 특수부대를 지휘해 온 특수전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강권이 말한 정도의 전력이라면 1개 사단과 싸우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거기에 전국 조폭 조직들이 하부 조직으로 자리한다면 어지간한 나라 정도는 전복시킬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직을 사조직으로 만든다면…… 그 결과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조호명 특전사령관과 최창하 3공수여단장은 할 말을 잃고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그 문건을 입수하고 나는 그 조직을 대통령의 사조직으로 만들게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힘으로 뽑아 준 일시적인 국가를 대표하는 봉사자에 불과하지, 옛날 국왕처럼 국가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구요.”
“크흠, 그럼 최강권 씨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강권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조호명 장군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도리어 물었다.
“장군님, 우리나라에서 암약하고 있는 외국의 산업스파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크음, 우리 같은 군인들이 어찌 그걸 알겠소.”
“…….”
“장군님, 국가를 지키는 것은 단지 국방을 튼튼히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는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에는 전쟁이 없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전쟁은 세계대전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그 말은 국방도 국방이지만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경제 전쟁에 더 한 층 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
강권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일일이 훑어보고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산업스파이들은 최소 2,000명 이상입니다. 그중 중국의 산업스파이들이 1,000여 명 이상이구요. 특히 중국의 산업스파이들 1,000명 안에는 고도로 훈련된 스페셜리스트가 100여 명가량이나 됩니다. 그리고 그 문건에서 언급하고 있는 조직은 제가 우리나라에서 암약하고 있는 외국의 산업스파이들만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했던 조직입니다.”
“흐흠…….”
“…….”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여기에 있는 요원들 중에서 중국의 산업스파이들 중 스페셜리스트들을 상대로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요원은 두세 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강권의 말에 좌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우리 군에서 최고 정예를 뽑은 사람들이라고 봐도 좋을 사람들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강권은 좌중의 의구심을 잠재우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것은 제가 직접 그 스페셜리스트들과 싸워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그래서 그 조직을 상대하기 위해서 우리도 특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구요. 그러던 중 우연히 강희복 경찰청장을 만나게 되어 상의했었던 것인데, 그분이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던 모양입니다. 여러분이 보았던 그 황당한 문건이 작성되어진 배경이 바로 그것입니다.”
“허, 완전 이무영 국왕 만들기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제기랄, 나도 이무영 대통령을 찍어 주었는데. 완전 헛지랄 한 거네. 쓰벌.”
“쓰벌, 그러게 말이야, 권력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네.”
요원들은 문건을 전부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바보는 아니어서 강권이 하고 있는 말이 문건의 내용이라는 것을 대부분 알았다. 또한 옛날 같지 않고 요원들도 다들 학벌이 좋아 문건의 내용을 대충 파악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요원들은 그들이 모시는 장군들 앞이라 큰 소리로 떠들어 대지는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보며 구시렁거렸다.
강권은 요원들이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헛기침만 연발하고 있는 조호명 장군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장군님께서는 제가 어떻게 할지 물어보셨지요? 그 조직을 제가 이끌 작정입니다. 그래서 그 조직으로 우리나라에서 암약하고 있는 외국의 산업스파이들을 일소할 것입니다.”
“…….”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는 여러분들에게 힘을 주겠습니다. 저는 3개월 이내에 여러분들이 지금보다 배 이상 강해질 수 있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니 나를 도와주십시오.”
“흐음, 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니 이제 살면 얼마나 살 수 있겠습니까?”
“만약 제가 장군님을 치료해 준다면 장군님께서는 저를 도와주겠습니까?”
조호명 장군은 강권이 예전에도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완전 믿지는 않았다. 그리고 간에 관한한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권위자인 최종수 박사가 도저히 치료할 수 없다는 말에 거의 체념한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 강권의 말은 왠지 믿고 싶어졌다. 이제 겨우 쉰셋, 만으로 쉰둘에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조호명은 자신이 살려고 명예를 저버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호명은 고심 끝에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그대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암약하고 있는 산업스파이들만 상대한다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네. 그렇지만 그대의 사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나는 죽을지언정 자네에게 동조하지 않겠네. 이것이 내 약속이자 결심일세.”
“하하하, 그것이면 족합니다. 그럼 사나이 대 사나이로 약속하신 겁니다.”
“나는 죽으면 죽었지 허언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나에 대한 것은 조금도 걱정하지 말게. 잊지 말 것은 만약 자네가 약속을 어기고 그 조직을 자네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필코 자네를 죽이겠네.”
“하하, 제발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병은 치료될 것이니까 장군님께선 굳이 전역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군님께서 군에 계셔야 조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 간암 말기인 내가 전역을 하지 않고 군에 남아 있어도 무슨 힘이 되겠는가?”
“하하, 장군님의 병환은 걱정하시지 마십시오. 오늘 제가 장군님의 몸속에 기를 넣어 드리면 일단 병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훈련장을 3공수여단이나 특전사령부에서 하시면 됩니다. 제가 양재동에서 사니까 출퇴근을 하더라도 넉넉잡고 3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까요.”
최창하 장군이나 요원들은 이들의 대화를 듣고 강권이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조호명을 이미 치료를 한 것처럼 말하자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물론 조호명의 간암 말기는 실제 간암이 아니었고 강권이 침투공의 수법으로 무진신공의 기를 불어넣은 것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강권이 조호명의 간암을 치료하는 것은 매우 간단할 뿐만 아니라 그를 더 건강하게 할 수도 있었다.
‘말기인 간암을 단숨에 치료하는 것은 좀 그렇지?’
강권은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서 조호명 장군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는 약간의 쇼를 가미해서 마치 자신이 치료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하하, 어떠십니까?”
조호명 장군은 몸을 약간 움직여보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자 정말 자신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강권의 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맙네. 자네 말대로 하겠네.”
“좋습니다. 그럼 저 친구만 놔두고 다른 분들은 곧바로 부대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청와대에서 꼬치꼬치 캐물으면 대답하시기가 난처하지 않겠습니까?”
조호명 장군은 강권과 강석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강석천이 인사를 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네. 그건 그렇고 최 교관은 언제부터 부대에 출근하려는가?”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이곳에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밝혀져서 좋을 일이 없거든요.”
조호명 장군은 대답 대신에 최창하 준장에게 물었다.
“최 장군, 자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충성,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충성.”
최창하 준장의 말을 들은 조호명 장군은 고개를 끄떡이더니 이번에는 요원들을 향해서 물었다.
“자네들은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줄 알고 있는가?”
“충성,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께서 말씀하신 여기가 어딘지조차 알지 못하겠습니다. 충성.”
“최 교관, 자네도 들었겠지만 이들은 여기가 어딘지조차 모른다고 하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도 될 것이네. 우리 특전 용사들은 한 입 갖고 두 말은 하지 않는다네. 이것은 검은 베레모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네. 믿어도 될 것이네.”
강권은 이곳에 벌어진 일이 소문이 나든 나지 않던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말했던 것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참여의식을 끌어내고 싶어서였고, 또 그렇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강권의 내 사람 만들기 작전은 반쯤은 성공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창하 장군이 꼭두새벽에 출동을 해서 일조점호를 마칠 무렵에 부대로 복귀했다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알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이곳에서 벌어졌던 일을 알게 되면 시시콜콜 따지려 들 수 있는데 그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