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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하아∼”
루이스는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다섯 번째 꿈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긴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31년 하고도 몇 개월간의 꿈을 꾸었는데, 그곳에서 대장장이로 삶을 살았다. 루이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번에 꾼 꿈의 배경은 자신이 사는 대륙과 이름도 동일하고 여러 가지가 똑같아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루이스는 첫 번째는 강혁이라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꿈을 꿨었고 두 번째는 장삼이라는 뒷골목 왈패의 삶을, 세 번째는 천우라는 상인이 되었으며, 네 번째는 매니크라는 병사가 되었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가 맥스라는 대장장이였다.
합하면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삶을 꿈을 통하여 산 루이스는 이런 꿈을 꾸고 일어나면 왠지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19의 나이에 전장에서 맹렬히 전사하였던 매니크라는 병사의 꿈을 꾸고 났을 때는 원형 방패와 창을 들고 상당히 자유롭고 위협적이게 움직였다.
마나가 없는 세상에서 오로지 창과 방패만을 믿고 상대와 싸운…… 아니, 지금의 병사들도 그렇겠지만, 아무튼 마나가 없이 오로지 신체적인 힘의 상승만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취했던 병사의 삶은 처절해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몸에서 투기를 내뿜었다. 물론 그것을 거두어들였다고는 하지만 하루 종일 투기를 감당 못하여 그다지 전투 능력이 없는 가신들을 움츠러들게 한 적도 있었다.
꿈을 한 번 꾸고 나면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는 루이스였다.
특히 뒷골목 왈패의 꿈을 꾸고 나서는 마나 연공법을 사용하며 명상을 할 때 자신보다 약간 위의 실력을 가진 자와 전투를 벌일 때면 이상하게 자신이 개싸움으로 유도하여 반칙이란 반칙은 다 써서 결국엔 승리를 쟁취했다.
어이가 없는 명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진행되다 보니 루이스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기면 장땡이다.

이기기만 하면 되지, 무얼 더 바란단 말인가?
이 깨달음은 루이스를 마나 유저 중급의 길로 들어서게 해 주었다.
마음의 변화가 마나 로드의 변화를 일으킨 것인데, 루이스는 이제 한 시간 정도 만에 몸 전체에 마나를 움직일 수 있었다.
“배고파라…….”
오늘은 늦잠을 잔 것 같았다.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의 해는 중천에 떠 있었고, 가을이라 아침에는 쌀쌀한데 그다지 쌀쌀한 것 같지 않은 온도가 벌써 점심때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으차!”
루이스는 일부로 과장된 소리를 내며 일어나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사를 마친 루이스는 따스한 햇볕을 쬐며 사색에 빠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색에 빠진 것이 아니라 그저 멍 때리고 있었다.
루이스는 문득 꿈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일지 생각해 보았다.
너무나도 뛰어난 현실성, 그런 세상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꿈의 삶. 그러다가 최초로 자신이 사는 세상과 비슷한 세상을 살아가는 꿈을 꾸었다. 30년을 넘어서는 시간이 현실처럼 와 닿았는데, 다섯 번의 꿈으로 자신 인생의 열 배를 꿈에서 보냈는데 가짜라고 부정하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그러고 보니 소드 마스터 시든 공작이라…….”
루이스는 ‘소드 마스터’라는 단어에 잠시 고심했었다.
꿈에서 맥스가 선물한 통짜 미스릴 검은 상당히 뛰어난 보검이었다. 그 보검은 당연히 시든 공작이 애용했을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보검을 만든 맥스라면, 어쩌면 한 글귀라도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끙차―”
과장된 소리를 내며 일어난 루이스는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자신의 서고로 향했다. 말이 자신의 서고지 사실은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있던, 가문 전용 서고였다.
“어디 보자…… 소드 마스터 모음집이 어디 있더라? 스톰 공작가의 판타스틱한 이야기…… 이런 것도 있었나? 스톰 블레이더, 스톰 메이지…… 무슨 스톰이 이렇게 많아? 스피드 캐스팅, 스피드 소드, 소드 마스터란? 아, 여기 있다. 소드 마스터 모음집.”
자신이 원하는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소드 마스터 아인하트 공작이라는 단어였다.
“T네? A, B, C, D……R, S, T……이니까, 뒤로 가야 하네.”
루이스는 책을 한 장 한 장 뒤로 넘겼다. 그리고 곧 있어 자신이 찾으려고 했던 단어를 찾을 수가 있었다.
“신성한 검을 사용한 소드 마스터, 시든 공작? 진짜로 있잖아? 신성한 검이라면 미스릴 검이라는 건가?”
루이스는 놀라움 반, 호기심 반으로 시든 공작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신성한 검을 사용한 소드 마스터, 시든 공작>
세인들이 그다지 기억하지 못하는 자가 시든 공작이다.
그는 자신보다 높은 실력의 언데드나 마족도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였다.
언데드와 마족에게 극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금속인 미스릴. 그 미스릴을 통째로 사용하여 만든, 대륙에 세 자릿수가 채 되지 않는 검을 사용했다.
시든 공작은 그 귀한 미스릴 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름을 떨치지 못했던 이유는 공작의 성정이 싸움을 즐기는 전투광이나, 살육을 즐기는 살인광이 아닌,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영지를 넓히는 그런 것이 아닌, 영지를 좀 더 멋지고 화려하며, 세련되고 풍족하기까지 곳으로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는 것이다.
소드 마스터의 정성이 지극했기 때문일까?
시든 공작의 영지는 한때 대륙 제일의 영지로 이름을 떨쳤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시든 공작은 모르지만, 시든 공작령, 다른 말로 파라다이스 영지는 알고 있었다. 혹설에는 시든 공작령의 영지민 중에 아무도 굶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행복했던 곳이라고 한다.
시든 공작이 가장 많이 사용했던 통짜 미스릴 검을 선물한 것은 시든 공작의 영지에 사는 대장장이 맥스라고 한다.
그는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겨우 32의 나이로 명을 달리 할 때까지 대륙 77보검에 드는 검 세 자루를 만든 천재 중의 천재 대장장이였다.

글을 읽은 루이스는 그저 눈만 껌뻑거렸다.
손이 떨려 왔고, 이마에서 땅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다가, 턱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또한 그의 모든 방법, 기술, 경험을 자신은 가지고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검을 달구는 방법, 만드는 방법 등등……. 그 모든 것을!
77보검에 드는 검 세 개를 만든 그 기술을!
“허, 허허허, 허허허허.”
알랑깔랑(RPG에서 볼 수 있는 단어로, 정신없어 보일 정도로 여기저기 돌아다닌 다는 의미)한 기분에 루이스는 허탈한 듯 웃었다.
공허한 웃음소리가 서고에 울려 퍼졌다.

***

루이스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아크의 검을 무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사실 눈길만 무심한 것이지 온몸은 경직되어 있었고, 몸의 온도는 주변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같이 상승하고 있었다. 주변의 온도도 온도였지만 긴장한 탓도 있었다.
캉! 캉! 캉! 캉!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여 망치로 검신을 내려쳤다.
꿈에서는 상당히 오랫동안 내려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에서지 현실에서는 아니었다. 물론 현실과 거의 완벽…… 아니 정말로 과거였다지만 꿈과 현실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아크의 검은 영주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대장간에서 가장 좋다는 화로로 쇠가 녹지 않으면서도 물렁물렁하게 만드는 온도까지 올린 상태였기에 루이스가 검신을 내려칠 때마다 검에는 망치자국이 새겨졌다.
캉! 캉! 캉! 캉!
루이스는 검을 내려치면서, 문득 맥스가 검을 만들거나 농기구를 만들 때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담금질을 할 때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이스는 천천히 호흡을 시도했다.
평범한 호흡이 아닌 마나를 모으는 것이었다. 딴생각도 하는데 마나 연공법이야 왜 못하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주변의 온도는 평소보다 상당히 높았기에, 아마 화 속성의 기운을 띤 마나가 많을 것이고, 그 마나는 마나 로드를 개척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막힌 마나 로드를 평범한 마나를 이용하여 뚫어 개척하는 것도 약간 아프니 화 속성의 마나로 뚫으려고 하면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평소처럼 훈련을 하듯이 마나 로드를 개척하는 시간의 2할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루이스의 계산이었다.
캉! 캉! 캉! 캉!
‘검을 두드리면서 마나 호흡을 한다.’
“후웁! 후우―”
‘검을 화로에 넣어 달굴 때는 검이 들어간 화로에 들어 있는 화 속성의 마나와 공명을 시도한다.’
루이스가 그렇게 생각하자 천천히 마나 홀에 있는 마나가 조금씩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마나가 루이스의 의지를 따르는 것이다.
한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루이스가 쥐고 있는 검에서 이상한 떨림이 일어난 것이다. 매우 약하지만 주위에 의한 타격을 받았을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다시 검을 꺼내 검을 두드리면서 공명했던 마나를 호흡을 하며 빨아들인다.’
캉! 캉! 캉! 캉!
“후웁! 후우……?”
루이스는 숨을 쉴 때 그것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가 갑자기 상당히 뜨거워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 뜨거운 공기가 마나 홀로 들어가 자리를 잡자 화 속성의 기운을 띤 마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화 속성의 기운을 가진 마나는 천천히 마나 홀에 자리 잡아 원래의 마나와 하나가 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운이 천천히 흐려졌지만 아무런 속성도 없었던 그의 마나 홀이 화 속성의 기운을 띄게 됐다. 만약 이 상태가 지속되어 루이스가 마나를 쭉 모으게 된다면 소드 오러를 펼쳤을 때는 붉은 색의 물이 요동칠 것이고 파워 블레이드를 펼치게 되면 붉은 색의 김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공격에 당한 상대는 상처를 입음과 동시에 화상을 입게 될 것이다.
‘집중을 한다. 호흡에 집중을 하고 검을 두드리는 것에 집중을 한다.’
캉! 캉! 캉! 캉!
검을 내려치고 숨을 쉬었다. 또 다시 검을 내려치고 숨을 쉬었다. 그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얼마나 많은 반복을 했을까? 루이스의 마나 홀에서 뜨거운 느낌이 생겼고 검은 어느새 윤기가 흐리고 튼튼해져 있었다.
루이스는 검의 날을 조금 간 후, 검을 들고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한시라도 빨리 연무장에 가고 싶었다. 물에 넣지 않은 검처럼 뜨거워진 자신의 마나를 이용하여 좁디좁은 마나 로드를 크게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

루이스는 자신의 꿈이 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곧장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만약 자신이 대장장이의 길을 걷게 된다면 엄청난 보검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맥스의 검이 다른 검들에 비해 탄력도와 튼튼함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순수 미스릴을 이용하여 검을 만들었다는 것에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루이스는 필요할 때 대장장이로서 검을 만들고 수리를 하기로 하고는 그냥 평범한 영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잠시 기사들과 병사들이 합동훈련을 하는 것을 보았다.
기사에게는 열 명의 병사가 주어졌다. 그것의 의미는 기사에게 열 명의 병사를 지휘하라는 의미가 있었다.
기사들은 아는 기사에게 물어, 혹은 자신이 예전에 배우거나 책을 찾아 여러 전술들과 검진을 익히기 시작했다.
현재 루이스가 지켜보고 있는 기사들 중 ‘진짜’ 기사는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밖에 없었지만,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그들의 모습은 ‘진짜’ 기사는 되지 못할지언정, 개개인이 뛰어난 지휘관인 것은 틀림없었다.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었지만 병사들과 어느새 어울리며 그들을 나날이 강해지게 만들면서 자신의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노력하고 노력하는 한 명의 뛰어난 지휘관, 그들은 이상적인 지휘관이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 본 루이스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루이스가 현재 향하고 있는 곳은 지하 연무장, 수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루이스의 목표는 자신이 소드 익스퍼드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영주가 되었으니 기사가 되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의 몸 하나는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소한 그래야 민폐는 끼치지 않을 것이니까.
영주라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쳐서야 되겠는가?
“하앗! 하앗! 하앗!”
지하 연무장에 들어가려던 루이스는 안에서 익숙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자 슬며시 안을 보았다.
그곳에는 뽀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베이비 페이스의 미래가 유망되는 미소년이 있었다. 이제 130cm 정도의 키를 가진 미래가 유망되는 소년. 검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 오러 나이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천운이 따르면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소년.
루이스의 동생 아크였다.
루이스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인기척을 알아차린 아크는 루이스는 바라보았다.
“연습하던 거야?”
“응, 근데 무슨 일이야?”
“명상 좀 하려고…… 근데 오늘은 왜 여기서 훈련해? 평소에는 기사들 연무장 빼앗아 가며 훈련하더니.”
“형 때문이잖아. 기사들하고 병사 합동훈련을 시켜서 연무장 좁다고.”
“네가 움직이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텐데?”
“됐어, 어차피 여긴 내 거잖아?”
“그래, 그래.”
루이스는 피식 웃으며 연무장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아버지의 검을 잡았다. 150cm의 키로 체격을 가진 루이스에게 그다지 작지 않은 아버지의 검이었다.
검신의 길이 대충 107cm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는 검은 꼭 이제 진검을 들기 시작한 소년이 들 만한 검이었다.
샤악― 샤악―
검을 몇 차례 휘두른 루이스는 앉아서 명상과 동시에 수련을 취하고 있는 동생에게 말했다.
“나랑 한판 할래?”
“대련하자고?”
“그래.”
“나한테 안 될 텐데?”
아크는 마나 유저 중급이다. 루이스도 이제 중급이지만 아크는 그것을 몰랐다.
소드 익스퍼드들 사이에서도 중급과 하급의 차이는 조금 크다. 오러 나이트 정도가 되면 그 차이는 줄어들고 오로지 실전과 실력에 의해 판명나지만, 마나 유저일 때는 마나의 움직이는 속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마나가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신체 능력이 상승할 것이 아닌가?
만약 빠른 속도로 자신이 공격하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과 상대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또한 마나 홀의 크기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담을 마나의 양이 달라지겠지만, 마나를 이용하여 신체를 강화 시키는 것은 마나 로드의 개척 정도에 달렸다.
거기다 아크는 기사들과 실전 훈련도 하니, 자신보다 경지도 떨어지고 실전도 부족한 루이스가 자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뭔 상관이야. 그리고 형 체면이 있지, 동생한테 져서야 되겠냐?”
“말처럼 쉬우면 말이야.”
아크는 씨익 웃으며 검을 꺼내 들었다.
둘 다 든 검은 진검이다.
형제끼리 진검을 들고 설치는 것은 어찌 보면 참 아름다운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죽이려고 덤비는 꼬락서니라니! 보기 힘든 광경이 아닌가?
하지만 두 사람은 걱정 없었다. 둘 다 자제를 할 줄 아니 말이다.
서로 가볍게 검을 주고받을 생각이었다.
“먼저 오십시오, 형님.”
“후후, 그런 염치 불구하고 먼저 가마!”
루이스는 마나 홀의 마나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자신의 다리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다리에서 강렬한 힘이 생겼고 루이스가 가볍게 바닥을 차자 루이스의 신영이 섬광과 같은 속도로 쏟아졌다.
“헉!”
상당히 여유 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방심하던 아크는 자신과 비슷한 속도의 움직임을 보이는 루이스를 보고는 아크는 질색하며 몸을 굴렸다.
루이스는 땅을 차며 앞으로 쏟아졌던 것이기에 아크가 피하자 곧장 바닥을 밟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반 정도 멈추었을 때 루이스는 곧장 검에 마나를 주입했다. 물론 마나를 주입한다고 김이 나거나 오러 블레이드나 소드 오러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의 힘이 약간 좋아진다.
쉬익―
마나를 주입하고 빠른 속도로 검을 움직였기에 검은 풍압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아크에게 쏟아졌다. 이것을 정통으로 맞게 되면 부상을 면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겨우 이런 공격에 당해 줄 아크가 아니었다.
카앙―
자신의 검을 비스듬하게 하며 검의 공격력을 상당히 줄이며 막아 냈다. 하지만 손의 떨림은 멈출 수가 없었다.
루이스는 마나를 실어 검을 휘둘렀고 아크는 마나를 실지 않고 검을 막은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잠시의 틈을 놓치지 않고 아크를 향해 연속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아크는 루이스의 검을 막으면서 당황해했다.
루이스가 자신이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자신에게 달려들었을 때, 루이스가 자신과 같은 마나 유저 중급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실전 경험은 자신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으리아―”
아크는 이를 악물고 소리치며 루이스의 공격에 자신 또한 검을 휘둘러 맞공을 했다. 물론 검에 마나를 실은 것은 진작에 끝냈었다.
카아아아아앙―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루이스는 슬쩍 몸을 뒤로 뺐고, 아크는 잠시 숨을 골랐다.
“후우, 후우.”
“후후후, 알겠느냐? 아우야, 너는 이 형님을 이길 수가 없도다.”
아크는 원래 상당히 승부욕이 강했다. 그런데 루이스의 방금 말은 천천히 타오르고 있는 아크의 승부욕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꼴이 되었다.
“웃기지마.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아크가 이를 바득 갈며 말했다.
루이스는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으나 사실 루이스도 그다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오로지 공격만 했지만 마나를 소비하여 체력이 상당히 떨어졌으며, 가장 큰 문제는 아크에게 공격을 하며 손에 느껴지는 감각 때문이었다.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듯하였다.
몸에서 자신이 제어하지 못하는 기운이 물밀듯이 흘러넘쳤다.
매니크가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쌓은 ‘투기(鬪氣)’였다.
루이스가 투기를 뿜어내자 아크는 알 수 없는 감각에 휩싸였다.
기사들도 투기는 사용하지만, 아크와의 대련에서 그딴 것을 사용할 리가 없었다. 실제 전장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아크는 루이스의 투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투기와 살기는 종이 한 장 차이일 정도로 비슷한데 아크의 몸은 투기와 살기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천재는 천재였던가?
아크는 곧 있어 루이스의 투기를 즐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그 기운에 대한 면역을 쌓았다.
루이스는 아니지만 아크는 아주 작지만 한 단계 성장을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로지 아크의 천부적인 자질 때문이다.
“이번에 내가 간다!”
아크가 마나 홀의 마나를 힘껏 끌어 올린 후 루이스의 투기를 기분 좋게 맞으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루이스의 몸에서 엄청난 투기가 폭사되었다.
“크윽.”
아크가 투기의 면역을 쌓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다. 마음껏 풀린 루이스의 투기에 아크는 심장을 무언가가 옭아매는 것만 같았다.
루이스는 투기를 제어하는 것을 그만두자 엄청나게 희열이 느껴졌다. 그리고 곧 그것은 아크의 공격을 맞공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사선으로 베어 들어오던 아크의 베기를 루이스는 밑에서부터 위로 올려쳐 냈다.
카아아아앙―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아크의 검이 허공에서 몇 번 회전을 하다 바닥에 꽂혔다.

아크와의 대련을 끝낸 루이스는 아크의 검이 예기는 좋았지만 곳곳에 상처가 나고 흠이 난 것을 보고는 아크에게 말해서 검을 수리했다. 그러던 중 화 속성의 마나를 마나 홀에 품게 되었고 일시적이지만 상당히 뜨거워진 마나 홀의 마나에 루이스는 지하 연무장에 도착하자마자 아크에게 대충 검을 던져 주고는 마나 연공법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