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7화
검을 휘두를 때 사용되는 근육이 있는 곳은 모조리 마나를 통하여 강화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무식하게 해도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적당하게 몸을 강화시켜야 한다. 루이스는 그 적당 선을 지켰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위력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힘으로 땅을 후려쳤다. 문제는 적당한 선을 지키더라도 소비되는 마나가 만만치 않기에 겨우 두 번 만에 마나가 모두 소모된 것이다.
마나 연공법을 하게 되면 마나가 축적된다. 하지만 땅 밑의 어떤 것은 루이스의 마나를 계속해서 빨아 당겼고 땅을 파자 그것이 더 심해졌다.
하지만 마나 연공법의 속도가 더 빨랐다.
삼십 분이 넘도록 마나 연공법을 해도 반도 다 채우지 못하자 루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루이스는 자신이 만든 구멍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삽을 가져와야겠다.’
루이스는 힘 좀 쓸 것 같은 병사 다섯을 데리고 분지를 다시 찾았다.
병사들의 손에는 전부 삽이 들려 있었는데, 이것도 루이스가 영지의 대대적인 공사를 하기 위해 박살 낸 철문으로 만든 것이다.
맥스가 전문으로 만든 것은 제일이 농기구였고 제이가 삽이었으며, 제삼이 무기였다. 당연히 삽은 튼튼하고 흙을 파는 것에 상당히 뛰어났다. 거기다 발전된 과학이 존재하던 시대의 지식도 몇 개 접목시켜 만든 삽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했다. 마법을 써야 약간의 시간이 단축되는 이곳에서 루이스가 만든 삽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공사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줄!
공사를 하는데 시간이 단축되면 건물을 지어도 빨리 지을 것이니, 어느 곳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다지 많이 사용될 가능성은 적었다. 루이스가 삽을 만들 때 엄청난 수의 달굼으로 고생을 했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루이스는 오랫동안 쓸 삽 몇 개를 만들 생각이었기에 열중했었지만 다른 대장장이는 그냥 공장에서 찍어 내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장장이로서 기술을 높이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즉, 그렇게 되면 루이스가 만든 것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루이스는 뛰어난 대장장이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루이스가 만들어 낸 삽이야 혁명이었겠지만, 따라 만든 것은 그저 보통 삽보다 아주 약간 뛰어난 정도다. 다르게 말하자면 혁명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파!”
루이스는 자신이 검을 후려쳐서 만든 구멍에 병사들을 데리고 간 후 간단하게 명령했다.
병사들은 땅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을 보고, 또 자신들의 손에 삽이 들려 있다는 것을 토대로 땅을 파라는 명령이라 눈치챘다.
그 후에 이어진 행동은 간단했다.
영지에서 영주의 말은 법이다.
결정은 간단하다.
푹!
땅을 삽으로 찍어서 흙은 삽 위에 올린 후.
솨아악―
흙을 밖으로 던진다.
푹!
다시 땅을 삽으로 내려찍고.
솨아악―
구멍 밖으로 던진다.
그것을 몇 차례 반복하던 병사들은 삽이 땅에 제대로 박히지 않자 당황했다.
처음에는 땅이 쉽게 파지자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만 갑자기 삽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자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땅이 제대로 파지지 않는 이유는 루이스가 땅을 후려쳤기 때문인데, 루이스로 인해 흙 사이의 거리가 좁아져 땅이 단단해진 것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병사들은 그저 의구심만 품으며, 혹여나 루이스가 딴죽을 걸거나 하는 것이 아닌지 긴장했다.
푹!
솨아악―
푹!
솨아악―
“허억, 허억.”
“하아, 하아.”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땅을 파던 병사들은 쉴 새 없이 거침 숨을 토해 냈다.
그것을 보던 루이스는 가장 지쳐 보이는 병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삽, 줘 봐.”
“아, 예!”
병사는 루이스에게 삽을 주며 긴장했다. 루이스가 자신에게 뭐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명복을 빈다.’
‘불구가 되면 어느 정도 도와주마.’
그것은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벌써부터 루이스에게 삽을 건넨 병사의 명복을 비는 병사도 있었다.
‘오, 주여…….’
병사가 속으로 믿지도 않는 신을 애타게 찾았다. 인간이란 위기에 처하면 무언가에 기대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었다.
영주가 병사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숨죽이며 루이스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루이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뜨렸다.
푸욱!
루이스는 마나 홀의 마나를 움직여 땅을 찍었다.
삽의 반이 땅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루이스는 삽을 들어 올렸고 상당량의 흙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흙은 삽에서 떨어졌지만, 삽에는 병사들이 한 번에 파는 양의 세 배에 달하는 양이 들려 있었다. 루이스는 그 흙은 가볍게 구멍의 밖으로 던졌다.
퍽.
다른 병사들과는 다르게 돌덩이라도 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의 눈에는 황당함이 섞여 있었다.
저 작은 체구에서 그런 괴력이 일어나다니!
얼마 전 200의 병사들은 철문을 종이 찢듯 조각내어 버리는 사건 때문에 기사들의 힘에 상당이 놀랐었다. 그것을 본 200의 병사들은 보지 못한 자들에게 전하였고 그것을 들은 병사들 모두가 기사들의 힘에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었다.
기사들이야 원래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작은 체구에서 그런 힘이 나다니! 그렇지만 그들은 곧 진정했다.
루이스의 동생이 기사들과 맞짱을 까는 것을 심심찮게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승부가 아크의 패로 이어졌지만, 기사가 약간 봐주었다고 해도 거의 막상막하로 싸운 동생에 놀란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루이스는 그런 아크의 형이다.
그들은 곧 그것이 마나의 힘이 아닌, 단지 핏줄이라 생각했다.
‘그 형에 그 동생인가?’
‘귀족이라 그런지 역시 다르네. 전 영주님도 어렸을 때 저랬을까?’
‘집안이 괴물인가?’
완벽하게 착각을 했다.
루이스는 그들의 착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땅을 삽으로 찍었다.
푸욱!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양의 흙을 퍼 올렸다. 하지만 흙은 구멍 밖으로 고르게 던졌다.
솨아악.
소리는 병사들이 흙을 구멍 밖으로 던지는 소리와 같았지만, 보내는 거리 자체가 틀렸다. 병사들이 흙은 대충 20cm의 거리로 날려 버렸다면, 루이스는 1m가 넘는 거리를 보냈다. 그것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병사들은 루이스의 괴력에 감탄하다가 문득, 자신들도 땅을 파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땅을 여러 차례 파던 루이스는 어느 정도 파자 조용히 마나 연공법을 실행했다.
호흡을 통하여 마나를 받아들였다.
땅을 파면서 마나를 사용하고 땅이 마나를 빨아들이니 마나 홀이 비는 속도는 상당하였다.
마나 홀을 채우며 마나가 빠져나가는지 확인해 본 결과, 마나는 역시나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어제와 다른 배의 속도로!
마나 연공법으로 몸에 축적하는 속도의 반 정도로 마나는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경이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땅 밑에 무엇이 있기에 이렇게 마나가 빨려 들어간다는 말인가!
‘혹시……?’
문득 예전에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났다.
‘디멘션 포탈(Dimension Portal)인가?’
차원의 문, 디멘션 포탈.
세상 어딘가에는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겨, 그 마나를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다른 세상으로 물체를 이동시키는 문이 있다고 책에 적혀 있었다.
그때 루이스는 그것을 믿지 않았으나, 꿈을 통하여 수많은 세상을 보아 왔기에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파 봐야 아나?’
진짜 디멘션 포탈이면 땅을 다 파서 디멘션 포탈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과 다섯 명의 병사는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될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이 들면 그만 파는 것이 정상이지만, 루이스는 호기심이 동했다.
“빨리 파라!”
루이스가 강압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디멘션 포탈에 대한 생각이 드는 순간 루이스는 이미 마나 연공법이 풀려 버렸다. 마나 연공법이란 극도의 정신 집중을 통하여 마나를 몸에 축적하거나 마나 로드를 개척할 때 사용되는 것이니, 디멘션 포탈이라는 것에 대하여 정신이 딴 데로 새자 집중력 부족으로 풀려 버린 것이다.
루이스의 명령에 병사들은 땅을 파는 속도를 상승시켰다.
이를 악물고 땅을 판 후 흙을 밖으로 던졌다.
이것에 계속 반복하다 보니 루이스가 검으로 후려친 구멍 주변에는 흙이 수북이 쌓여 가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 후 자신이 들고 있는 삽을 원래 땅을 파던 병사에게 건네주었다. 삽을 받은 병사는 곧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캉!
병사의 삽이 무언가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영주님. 여기에 무언가 있습니다.”
병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루이스는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곳에는 푸른색의 돌이 있었는데, 루이스는 이 돌을 책에서 그림으로 본 적이 있었다.
한 개 한 개가 엄청난 가격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가공하여 아티팩트를 만들게 되면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물건.
마나석이었다.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마나석. 색은 물빛과 같은 푸른색이며,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기는……! 설마?”
루이스는 혹시나 하는 심장으로 마나 연공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연공법을 펼쳐 축적하는 마나량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 빠져나가 마나석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더블 에스(SS)급 마나석…….”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여, 마나를 재충전하지 않아도 평생 동안 사용 가능한 마나석. 너무나도 푸른색이라, 다른 말로 블루 스톤이라 불리기도 하는 마나석…….
보통 아티팩트를 만들어 구동하게 되면 등급에 따라 그 힘과 사용 시간이 정해지는데, 만약 다 쓰게 되면 마나를 충전해야 한다.
보통 소드 마스터가 A급의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마나석의 마나를 한 번에 충전이 불가능하다. 마나석의 충전을 위해서는 그것의 스무 배에 해당하는 마나를 재충전해야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새로 만든 아티팩트가 아니고서는 아티팩트에 걸려 있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때마다 마나를 충전해야 한다.
단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그 몇 가지는 SS급 마나석으로 만든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루나 제국의 황제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옥새와 SS급 마나석이 박힌 신전의 보물 성검 엑스칼리버, 8서클 대마법사이자 빛의 마탑의 마탑 주인 간달프의 초대 빛 마탑주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마법 지팡이.
이 세 가지가 SS급 마나석으로 만든 아티팩트이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SS급 마나석으로 만든 것이 없었다.
루이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SS급 마나석의 마나량을 확인해 보았다.
마나석에는 자신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양의 마나가 있었다. 실력이 낮은 루이스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마나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정도의 방대한 양의 마나를 품고 있었으면서 SS급 마나석은 주변의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하면, 지금 품고 있는 SS급 마나석의 마나가 총 양은 아니라는 말이다.
블루 스톤이라고 불리는 SS급 마나석은 저 혼자 마나를 채우는데, 이 마나석은 하나의 마나 홀이라고 개념을 잡고 생각하면 쉽다. 즉 계속해서 마나 연공법을 하고 있는 마나 홀이라는 소리.
부르는 것이 값인 이 SS급 마나석, 이것만 팔아도 크롬 왕국 같은 왕국은 그냥 사들일 수 있었다.
또한 이것만 있으면 재능 있는 사람을 소드 마스터도 키울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걸릴 터이지만 소드 마스터가 이것을 이용하여 제자로 키우면 제자가 깨달음을 얻지 않는 한 오러 블레이드는 펼치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신체 강화 능력은 소드 마스터에 뒤지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소드 마스터가 강한 이유는 강력한 절삭력을 가진 오러 블레이드도 오러 블레이드지만, 그 신체의 힘 때문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펼치지 않아도 B급의 마나를 가진 오러 나이트 열 명과도 대적이 가능한 것이 소드 마스터다. 오러 블레이드를 펼치면 대충 열다섯 명과 대적이 가능할 터이다.
전 대륙에 있는 오러 나이트의 숫자는 대충 크롬 왕국에 있는 ‘진짜’ 기사의 수와 비슷하다. 그만큼 귀하다는 소리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대륙의 소드 마스터는 총 10명.
크롬 왕국에도 소드 마스터가 한 명이 있었다. 안 그랬다면 이미 크롬 왕국은 풍전등화의 상태였을 것이다. 크롬 왕국은 현재 세 명의 소드 마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스틸 제국과 국경을 맞닿아 있었으니까.
다른 왕국들과 연합하여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태가 바로 크롬 왕국이었다.
만약 스틸 제국에서 쳐들어오면 다섯 왕국 연합이 스틸 제국과 맞서 싸울 것이다.
어쨌거나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는 핵폭탄으로 비유하면 적절했다.
루이스는 이런저런 생각 후, 병사들과 영지성으로 돌아가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그럴 일은 매우 적겠지만 자신의 목적이 이것이었고 언젠가 자신이 이것을 이용하여 비상식적인 일을 일으키면, 금세 정보는 새어나가서 SS급 마나석의 존재는 전 대륙에 퍼질 것이고, 승냥이 떼들처럼 SS급 마나석을 얻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니다. 이건 그냥 평범한 돌의 색이 변형된 것이다. 하지만 대충 10골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내가 들고 가도록 하지. 다시 땅을 파라.”
“알겠습니다.”
그 후 병사들은 계속해서 땅을 팠고 어느 정도 땅을 파자 루이스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말했다.
“됐다. 내가 찾는 것은 여기에 없나 보군.”
루이스의 말에 병사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루이스는 그런 그들을 흘깃 보더니 말했다.
“아무튼 오늘 고생을 했으니, 이번 달에 보너스를 주도록 말해 두지.”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몸은 금방 무거워졌다. 마나석이 루이스의 마나를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그러면 땅이 영양가가 없었던 것도 블루 스톤이 땅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였기 때문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이스는 피식 웃었다.
‘곧 있으면 땅이 원래대로 돌아오겠군.’
잘하면 영지의 사람들이 배곯을 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4장 정령사 카룬
루이스는 집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뭐라고?”
“이번 주에 아사한 영지민이 열에 웃돌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루이스는 생각했다.
자신이 영지민들에게 풀죽을 먹으라고 명령을 해 두었던 것을…… 하지만 농노로서의 꿈을 꾸고 나서는 그것이 잘못된 명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사까지 할 정도면, 이미 영지민들은 풀죽을 뜯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밸런타인 영지는 상당히 낙후된 것이라 상단도 잘 다니지 않는다. 시장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그것의 크기는 매우 작았다. 거기다가 상점에 가는 영지민들의 수도 적었기에 여관과 술집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지고 있는 추세였다. 그렇게 되니 어디서 먹을 것을 구걸할 곳도 없어진 상황이었다.
“젠장, 집사. 빨리 영지에 있는 모든 영지민이 추수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밀을 사들여! 그것도 풍족하게!”
곧 있으면 추수가 다가온다.
빠른 지역은 벌써 추수가 끝났기에 현재 밀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밸런타인 영지는 아직 추수까지 대충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윌리엄은 대답과 동시에 허리 숙이며 인사를 한 후 곧장 루이스의 방을 빠져나갔다.
밀을 사기 위해 상단을 만나 보러 가는 것이리라.
루이스는 윌리엄을 보내고 나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추수가 끝난 지방에서 주문을 하면 대충 3일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또 얼마의 영지민이 죽을까? 제기랄.’
루이스는 바닥을 발로 찼다.
올해만 넘기면 분지에서 곡식을 키우며 영지민들의 배고픔을 달래고 영지에 거대한 시장으로 형성할 생각이었다.
상업 영지를 꿈꾸고 있었다.
아니, 상업 영지를 만들기만 해도 분지에서 곡식을 키우지 않아도 되지만 뭐든지 자체적인 생산이 가능한 것이 이상적이었으며, 혹시 모를 일이 있을 수도 있기에 영지가 식량문제로 안정화 되면, 그 후 병사들과 기사들의 수준을 대폭 상승시키거나 해서 영지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도 치안이 잘되게 한 후 검물들을 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영지민들이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인력은 뛰어난 자원이다. 천재 한 명이 평범한 사람 천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다르게 해석하자면 평범한 사람 천 명이 천재 한 명한테 빌붙는 것이지만, 죽는 사람 중에 천 명을 살린 천재가 있을 줄 누가 아는가!
일단 그런 것을 제쳐 두고 자신이라도 영지민들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돈, 돈, 돈! 그놈의 빌어먹을 돈!”
돈 나올 구멍은 있었다.
블루 스톤, SS급 마나석이라 불리는 그것.
그것은 현재 루이스의 방에 있었는데, 그래서 마나 연공법을 펼쳐도 제대로 마나 홀에 마나가 차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마나를 깡그리 싹싹 마셔서 그런 것인지 이제 어느 정도 마나를 흡수 하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정도 추세면 한 달 안에 마나를 흡수 하는 것이 멈출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분지에 있을 때는 주위 땅에 있는 마나(지력)를 흡수했지만, 곧 분지의 그 마나가 다 떨어지자 흡수하는 속도가 늦춰져 그 오랜 시간 동안 마나를 다 충전하지 못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기 중의 마나는 풍부하다. 정확하게는 돌고 돈다. 그래서 블루 스톤이 마나를 빨아들여도 다시 다른 곳에 있는 마나가 이동해 온다. 공기 중의 마나는 일부러 막지 않으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블루 스톤은 마나를 계속해서 흡수할 것이다.
아무튼 이 블루 스톤을 가져다 팔면 영지민들 모두가 삼대까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팔 수는 없다.”
그는 블루 스톤의 가치를 알고 있다.
핵폭탄에 비유할 수 있을 소드 마스터와 맞먹을 존재를 탄생시킬 수도 있으며, 성검 엑스칼리버나, 마법 지팡이 같은 위력의 아티팩트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것을 그냥 왕에게 갖다 바치기만 해도 공작위는 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