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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으음…….”
루이스는 크로우의 정보창을 보고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적혀 있지 않았지만 크로우는 적혀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크로우가 살아나는 조건은 자신의 펫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도 있으니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도 있었다. 다만 아닐 확률도 있다.
궁금함이 일어났지만 그것이 궁금하다고 크로우를 죽이려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너는 몬스터를 잡으면 무한히 강해질 수 있겠구나.”
루이스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됐으니까 바보 새, 그냥 들어가라.”
루이스의 말에 크로우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싫은데.”
“좋은 말할 때, 들어가라.”
“싫다니까.”
“싫으면 뭐, 별수 없지.”
루이스가 순순히 포기하는 듯하자 크로우는 힐끗 루이스를 쳐다보았다. 크로우가 루이스를 쳐다보았을 때 루이스는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령소환, 라이오너.”
상단전의 마나를 움직이며 그 마나가 허공에 응집되도록 하였고, 노란 빛이 주변을 밝히며 라이오너가 다시 등장했다.
“라이오너, 저 바보 새에게 10만 볼트!”
라이오너는 10만 볼트로 파워를 계산해서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전격을 내뿜으라는 뜻인 건 알고 있었다.
라이오너의 몸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곧 한줄기의 노란 빛이 크로우를 향해 쏟아졌다.
“뭐, 뭐야! 라이오너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카아악―”
크로우가 전기에 의하여 부르르 떨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전기 공격에 의한 ‘감전’ 효과였다. 죽거나 하지 않는다. 라이오너는 그다지 강하지 못하니 말이다. 다만 전기에 약한 새인 크로우로서는 전기에 당하자 쉽게 ‘감전’에 빠진 것이다. 곧 있으면 다시 발광할 것이 분명하다.
“크로우, 역소환.”
크로우가 환한 빛이 되더니 그 빛은 곧 반지로 빨려 들어갔다.
루이스는 라이오너도 역소환을 한 후 연무장을 빠져 나왔다.
루이스는 연무장을 빠져 나오는 도중 아크를 만났다.
“어? 기사랑 대련하던 거 아니었냐?”
“아아, 끝났어.”
“벌써 진 거냐? 최소한 시간 좀 질질 끌어 봐라.”
“무슨 소리야. 내가 이겼어.”
정확하게 따지면 이긴 것은 아니다.
기사가 시야를 차단당했을 때, 아크가 기사의 복부를 향해 검을 휘둘렀었다. 하지만 시야가 보이지 않아 뒤로 빠졌던 기사는 운이 좋게 검을 피할 수 있었다. 물론 검이 휘둘러졌는지도 몰랐지만…….
“어허, 형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루이스가 생각하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했다.
“아무튼 열심히 해라. 네가 하루 빨리 소드 익스퍼드가 되어야 내가 멋지게 부려 먹을 거 아니냐?”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아크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뼛속까지 우려먹겠다는 의사를 내포하고 있었다.
“오러 나이트가 되면 내가 형 위에 있겠지.”
아크는 그렇게 말하며 연무장의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스는 아크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꿈을 통해 오랜 시간을 살아서 그런 걸까.
루이스에게 점점 연륜이 묻어났다.
6장 천재(天才)
밸런타인 영지의 추수가 끝이 나고, 서서히 겨울이 찾아오고 있었다.
루이스는 몸을 일으켜 심호흡을 하였다.
“이번에는 최연소 추기경인가?”
비스타인 후작가의 성자라고 불리던 젊은 추기경의 꿈.
루이스는 가슴에 느껴지는…… 아니, 가슴이 아니라 정신관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물질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표현하는 곳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마음이 착 가라 앉는 것 같았다.
게임의 꿈을 꾸고 나서 루이스는 꿈을 꾸고 힘을 가지게 되었다.
게임의 꿈을 꾼 후 다음번에 꾼 꿈은 5서클 흑마법사의 꿈이었다. 그런데 꿈을 꾸고 나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루이스가 눈을 뜨는 순간.
마나와 마기가 뒤섞인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루이스의 심장으로 가서 다섯 개의 고리를 생성하였다.
다섯 개의 고리가 생성되었지만 처음에 루이스는 3서클 마법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는 4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루이스는 마법을 사용하게 되고도 약간 침착했다.
이미 게임의 시스템도 꿈을 꾸고 나서 적용되었는데, 겨우 마법 따위야 어떻단 말인가?
방금 전에는 성직자의 꿈을 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성력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루이스는 신성력을 움직여 보았다.
따스한 기운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홀리 볼.”
전쟁의 신 아레스의 신도였던 꿈을 꾸고 나서, 신성력의 기운을 느끼고 그 신성력이 몸 안에 있는 것을 느꼈다.
루이스가 신성력을 움직이며 손을 내밀며 말하자, 하얀색의 구가 생성되었다.
아마 마족이 맞으면 괴성을 지를 것이다.
“흑마법사의 능력과 사제의 능력을 동시에 가진 것인가…….”
루이스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 덕분에 3서클 마법까지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꿈을 꾸고 나서 루이스는 류크에게 마법을 틈틈이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류크는 어떻게 루이스가 마법을 익혔는지 궁금해하고 있었지만, ‘꿈을 통해 배웠다.’라고 말해 봤자 그다지 믿어 줄 것 같지 않았다.
“다크 볼.”
루이스는 왼손에 검은색의 구가 만들어지는 이미지 메이킹과 동시에 자신의 심장에 자리 잡은 서클에 있는 마기와 마나가 뒤섞인 흑마나를 움직이며 시동어를 외쳤다.
그러자 그의 이미지 메이킹대로 검은 색의 구가 생성되었다.
왼손에는 검은색의 구가, 오른손에는 하얀색의 구가 생성되어 있었다.
루이스는 천천히 검은색의 구를 움직여 허공으로 띄웠다.
루이스의 의지에 따라 검은색의 구가 두둥실 떠오르자, 루이스는 하얀색의 구도 마찬가지로 떠오르게 하였다.
하얀색의 구도 두둥실 떠올랐다.
하지만…….
“헉!”
루이스는 경악성을 내뱉으며 밑으로 추락하고 있는 검은색의 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미 스탯의 힘으로 트롤만큼이나 강력한 신체를 얻은 루이스는 검은색의 구를 쳐도 별 차이가 없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루이스는 문득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며, 흑마법을 사용한다. 더군다나 게임 속의 시스템이 적용되며, 신체는 트롤의 신체만큼 강하다.
이것은 그야말로 괴물이 아닌가?
지금 루이스의 일신의 힘은 상당했다. 하지만 갑자기 이 힘이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뭐, 그래도 신성력은 괜찮은데?”
전쟁의 신의 신도지만 그냥 신성력으로 갖다 밀어붙이면 웬만한 마법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자애의 신이나 치료의 신의 신도들보다는 한참 떨어지는 치유력이지만 일단 신성력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기에 루이스는 신성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했다.
루이스는 손에 흑마나를 주입하여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서클의 마나는 마나 로드를 통하여 주입해 봤자 신체가 강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진을 그리는 거라면 가능했다. 아니, 그것이 오히려 더욱 효율적이었다.
가장 먼저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별을 그린다. 그 후 갖가지 기호를 더 집어넣었다. 루이스는 중심에 무언가를 놔두어 마법진이 구동되도록 설치했다.
흑마법사의 꿈을 꾸며 획득한 지식이다.
정령을 소환할 때 카룬이 피를 떨어뜨린 것은 카룬의 피에 있는 힘을 원천으로 마법진이 구동되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마법진이 완성되자 인벤토리를 열어서 상급 마정석을 하나 꺼냈다.
마나의 결정체는 마나석이고, 마기의 결정체는 마정석이다.
루이스는 꺼낸 상급 마정석을 마법진의 중심에 놔두었다.
마정석을 놔둔 루이스는 마정석의 바로 옆에 서서 한 존재를 떠올렸다.
흑마법사일 때 자신이 사부가 탄생시킨 ‘자아’를 가진 데스 나이트. 그 데스 나이트를 소환할 생각이었다.
“나, 그대의 주인이 되길 원하노니. 어둠의 분노에 사로잡힌 노예 기사여, 그대의 힘을 나에게 바치면…… 나, 그대의 꿈을 이뤄 줄 것이니라.”
마법진에서 어두운 기운이 사방으로 쏘아졌다가 다시 마법진으로 되돌아왔다.
기운은 마법진에서 한 곳으로 서서히 모이더니 곧 검은색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가 나타났다.
―네가 나를 불렀느냐?
“그래.”
―나는 타락한 어둠의 기사,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다. 나와의 계약을 원하는가?
낮고 어두운, 그리고 힘이 담긴 목소리로 말한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
“호크, 그렇게 분위기 안 잡아도 돼. 나 블랙이다.”
루이스가 그렇게 말하자 데스 나이트의 몸이 순간 움찔했다.
―나는 계약이 그다지 하고 싶지 않군. 흠흠, 잘 있어라.
데스 나이트가 그렇게 말하더니 점점 그의 몸이 흐릿해졌다.
루이스는 그것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다크 스피어!”
이미징 메이킹과 동시에 서클을 회전시키며 마법을 생성했다.
3서클의 마법이기에 수식 계산 따위는 필요 없었다.
검은색의 창 다섯 개가 허공에 떠올랐다.
루이스는 가볍게 손짓했다.
다섯 개의 검은 창은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를 향해 쏟아졌다.
―이, 무슨!
호크는 손에 검은 창을 소환하며 다섯 개의 마법 창을 튕겨냈다.
루이스는 마법이 튕겨지자, 혹시라도 자신의 방이 부서질까 곧장 마법을 없애버렸다.
“아, 나도 계약할 생각 없어.”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손등을 호크에게 보였다.
“그냥, 내 펫해라. 나는 내 마나 소모해 가면서 널 부릴 생각 없거든.”
루이스는 그렇게 웃으면서 말했다. 상당히 악해 보이는 미소다.
루이스는 꿈을 꾸고 가지는 힘이 상당히 꺼림칙했다. 하지만 힘은 있으면 좋다. 자신이 힘이 있으면 영지민들이 꼭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힘이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 그리고 루이스는 돈 걱정이 없었다. 그에게는 2억 골드라는 돈이 있었으니까
―펫은 무슨 펫?
“아, 음…….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너는 그냥 그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거야. 즉 내 마나를 이용해서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순수한 전투력으로 싸움을 하는 거지. 뭐, 그렇다고 네가 죽으면 다시 살려 주는 것은 가능해.”
게임에서는 죽으면 그냥 다시 살려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다. 크로우가 죽으면 살려 내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했다. 하지만 스틸 호크는 데스 나이트다. 죽으면 마법으로 고쳐 내면 된다.
“아, 그리고 원한다면 마기를 감춰 줄 수도 있다. 즉 인간 기사처럼 활동해도 그다지 티가 안 난다는 거지.”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신성력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데스 나이트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흑마법사나 높은 경지의 존재가 아니면 마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 하지만 신성력으로 마기를 차단시키고 데스 나이트 고유의 목소리를 완화시키면 된다. 물론 그건 루이스와 대충 반경 100m 안에는 있어야 하며, 전투력이 약간 떨어진다.
―인간 기사처럼 활동할 생각 없다. 일단 대화는 하지.
“말해 봐. 대답해 줄 테니까.”
―나의 마기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되지?
“아마 암흑 검사들이 사용하는 마나 연공법을 사용해야 할걸? 아니지 너는 데스 나이트니까 정순한 마기만 모을 테니 마기 연공법인가?”
―마족들이 사용하는 그것 말이냐?
“그래. 너도 나하고 사부가 죽고 나서 마계에 있었을 텐데, 전투가 끝나고 마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는데?”
―마족들이 사용하는 마나 연공법을 했다. 네 말대로 마기 연공법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겠군.
“그렇지? 대충 얼마의 시간이 흘렀냐?”
―나는 700년의 시간을 마계에서 보냈다.
“오호? 그럼 실력 좀 늘었겠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네가 소환할 때 쓴 마정석이 그다지 좋지 않고, 네 마법 실력이 허접해서 지금은 겨우 오러 나이트 상급 수준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래 펫할래?”
―기다려 봐라. 만약 내가 펫을 그만두면 어떻게 되지?
“그냥 인간계에 남는 거지.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펫 그만 못 둔다.”
―상관없다. 네 녀석은 곧 죽을 테니까.
“거 잘못 들으면 내가 불치병에라도 걸린 줄 알겠네. 그래서 콜?”
―콜? 그게 뭐지?
“할 거냐고 말 거냐고.”
―하겠다.
“그래? 그럼.”
루이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하단전의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법이나 정령소환에 속하지 않는 스킬은 어떤 마나를 사용해도 상관없었다. 상단전의 마나를 끌어다가 전력 질주 같은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사용하는 건 하단전의 마나가 편했다.
루이스는 마나를 끌어당긴 후 천천히 호크에게 마나를 보냈다.
“몬스터 테이밍!”
어두운 기운이 삽시간에 호크를 감쌌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기운이 천천히 걷혔고 루이스의 눈앞에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를 펫으로 길들이셨습니다.]
<펫 정보창>
이름:스틸 호크
레벨:452 NEXT EXP:―
직업:기사
주인:루이스 복종도:90(신뢰)
소속 왕국:없음 소속 영지:없음
마나(상단전):10 마나(중단전):2,170 마나(하단전):32,824
<스탯>
근력:76 민첩:84 체력:107
지식:104 지혜:12
맷집:81 유연성:16 인내력:94
정치력:10 카리스마:27
<친화도>
화(火):10 수(水):10 뇌(雷):10
풍(風):10 지(地):10 빛(光):10
동물(動物):10 몬스터(怪物):46 어둠(暗):80
상급의 소드 오러까지 사용가능.
사냥을 통하여 레벨 업 불가능.
4서클까지의 흑마법 사용가능.
루이스는 호크의 정보창을 보고서 그는 몬스터를 잡는다고 레벨 업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 사냥을 통하여 레벨 업이 가능한 존재는 유일하게 크로우뿐이리라.
“이 반지에 들어가 있으면 돼. 아, 그리고 안에 말하는 까마귀가 있는데 좀 친하게 지내. 뭐, 그렇다고 그 녀석 부하는 할 필요 없고…… 또, 정신 개조 좀 시켜 놔. 절대복종 좀 하게.”
―알았다.
“스틸 호크, 역소환.”
루이스의 말이 끝나자 스틸 호크는 하나의 빛이 되어 반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루이스는 그 후 자신의 방을 빠져나왔는데, 도대체 반지 안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는지 반지가 울려 간지러움에 미칠 뻔했다.
“크윽. 반지를 빼서 긁을 수도 없고.”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큰 고통에 큰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