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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자신이 돈이 많은 것을 들키게 되면 무슨 거지발싸개 같은 새끼들이 달려들 것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를 부른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현재 그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싶었다.
“소환, 스틸 호크. 소환, 크로우.”
루이스가 말하자 데스 나이트와 까마귀가 튀어나왔다.
그냥 튀어나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데스 나이트가 까마귀의 목을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것을 보고는 허공에 화살 세 개가 만들어지는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
“그래비티 애로우.”
파바밧!
세 개의 화살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아마 대륙에서 유일하게 루이스만이 펼칠 수 있는 마법, 그래비티 애로우였다.
“둘 다 안에서 무슨 지랄을 벌이는 거야!”
루이스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크로우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루이스에게 하소연했다.
“아니, 이 이상한 갑옷 입은 자식이 갑자기 들어와서는 나를 때리는 거야. 나야 안 맞으려고 계속 도망 다녔지.”
루이스는 크로우의 말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주었다. 그러기를 잠시, 곧 있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도망을 다녀? 반지를 착용하고 있는 나는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
괴롭다. 그것도 더럽게 괴롭다.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괴롭지 않은데, 정신적으로 심히 괴로웠다. 이건 뭐, 몸이 꽁꽁 묶인 다음에 발에 설탕물을 바르고 염소를 풀어 놓은 기분이다.
염소가 발바닥을 핥는 기분. 그 기분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우와. 죽을 맛이겠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죽을 맛? 아니다. 미칠 맛이다.
정말 미친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냥 기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염소가 발을 핥게 하는 고문이다.
―정신 개조시키는 중이었다.
호크가 시크해도 너무 시크해서 고막에 심히 불편한 소리로 말했다.
“후우― 안에서 움직이지 좀 마. 밟아 버릴 테니까.”
―아주 약간 움직이면서 때리겠다.
“뭐, 음…… 그 정도라면.”
루이스는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
“잠깐만! 이타치, 지금 장난해? 나 때린다잖아. 이 자식아!”
발악하는 크로우를 잠시 바라보던 루이스는 허공에 생성한 화살 하나를 크로우에게 쏘아 보냈다.
그것을 본 크로우는 황급히 허공으로 솟구쳤다.
크로우가 허공으로 올라가자 루이스는 정신을 집중하여 화살이 크로우를 쫓아가게 했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약간의 방향만 틀어질 뿐 크로우의 위치로는 가지 못했다.
루이스는 그래비티 애로우를 소멸시켰다.
“카아― 이타치, 나 죽일 셈이야?”
“자, 그럼 안에서 좀 가만히 있어라. 크로우, 역소환. 스틸 호크, 역소환.”
루이스가 그렇게 말하자 스틸 호크는 하나의 빛이 되어 반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크로우는 들어가지 않았다.
“안 들어가?”
“그 기사 자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크로우의 말을 들은 루이스는 두 개의 마법화살을 크로우를 향해 고속으로 쏘아 냈다. 크로우는 황급히 몸을 비틀며 화살을 피했다.
그 순간 루이스가 중얼거렸다.
“크로우, 역소환.”
화살 피하기에 정신이 팔려 있던 크로우는 순식간에 반지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 그럼 이제 뭘 하지?”

영지의 발전.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많았다.
이곳에서는 약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루이스에게는 상당한 돈이 쥐어졌다. 게임에서는 그저 그런 금액이지만, 이곳에서는 엄청난 금액.
그 돈을 루이스는 소유하고 있었다.
“일단은 병력의 증강이 먼저인가?”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해도 병력이 부족해서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도대체 무슨 소양이란 말인가?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은 있어야 했다.
“진짜 기사 백 명에, 가짜 기사급의 병사 만 명이 있으면 어떤 역경(?)도 이겨 낼 수 있겠지?”
그 정도면 제국의 공작가 하나도 멸망시킬 수 있는 병력이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그 따위로 키워 낼 수는 없고 양보다는 질로 밀어붙여야 하나?”
소드 마스터 한 명에 오러 나이트 스무 명, 그리고 몇 명의 정령사와 마법사면 충분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도 방금 전과 마찬가지였다.
“용병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용병은 언제든지 도적으로 변하는 존재다. 그다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다.
“그럼 일단 내부부터 천천히 발전을 시켜야 하나? 영지에 없는 신전이나 용병소라도 건립해야 하나? 아니지, 용병소는 됐다. 여기는 몬스터도 안 나오니까. 신전은 꼭 건립해야 하고, 병원도 지을까? 대륙의 유명한 약초사들을 모으면 될 텐데…… 그것도 아니지. 일단 우리 영지는 상당히 낙후되어 있으니.”
루이스는 영지 자체를 뜯어고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현재 영주 저택 뒤에 있는 분지의 어느 정도를 사용해서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살 공간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농경지로 사용한다. 그리고 산에서는 가축들을 사육하고 다른 영지와 맞닿은 곳에는 지금보다 많고 실력이 뛰어난 병사들을 편성해서 배치하며, 영주 저택의 앞으로 신전과 병원, 여러 길드들을 건립하고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아카데미가 아닌 ‘학교’를 세우며, 그 뒤로는 오른쪽은 여러 상업 건물들이 건립되도록 하고 왼쪽은 사람들이 살 건물을 짓는다.
그것을 하는 데는 겨우 밸런타인 영지만한 곳도 족히 수십만 골드는 찢겨 나갈 것이다. 또 건물들을 지을 때는 블록 형식으로 지어 길을 찾기 쉽도록 하며, 생활하는 편리성을 극대화할 생각이다.
그것을 지킬 병력은 필수 조건이고 말이다.
“돈은 충분한데…… 돈만 있다고 병력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야.”
루이스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예상대로 영지를 발전시키면 누구든지 얻고 싶어 할 영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려면 그것을 지킬 병력이 필요하다.
돈만 있다고 병력이 키워지면 루이스는 왕국급의 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돈만으로 되지 않으니 문제다.
“지금 있는 기사들은 전부 ‘진짜’ 기사들로 성장시키고 애초에 정예 병사로 키울 생각이었던 100명을 마나 유저 수준으로 만들어 봐?”
가능하다.
그에게는 블루 스톤이라는 것이 있었으니까.
블루 스톤 말고도 몇 개의 마나석이 그에게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은 흑마법사의 꿈에서 익혔다.
“한 삼 년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루이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여러 가지를 계산했다.
루이스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는 꿈을 꾸게 되면서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계산하는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

루이스는 윌리엄에게 말하여 영지의 모든 성인 남성 농노들을 모으라고 했다.
곧 있어 그 말은 순식간에 영지에 퍼졌고 그다지 크지 않은 밸런타인 영지의 성인 남성 농노 172명은 다섯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모두 모였다.
원래라면 이렇게 빨리 모이지 못하였겠지만, 현재는 추수가 끝나 농노들이 노는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루이스는 농노들은 열 명씩 줄을 서게 한 후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영주 저택 뒤에 있는 산을 넘으면 나오는 평야에서 살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라.”
루이스의 말에 농노들은 모두 당황했다. 갑자기 이주해서 농사를 지으라니?
하지만 가장 많이 당황한 사람은 집사에서 행정관이 된 윌리엄이었다.
“영주님, 그 곳에서는 곡식이 자라지 않습니다.”
“아, 그거? 걱정 마.”
“하오나…….”
“아, 걱정 말라니까.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루이스가 당당하게 말하자, 윌리엄은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최근 들어서 종종…….”
꿈을 꾸게 되면서 루이스의 성격은 루이스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고 있었다.
소심한 삶의 꿈을 꾸게 되면 저도 모르게 소심해졌고 성격이 더러운 삶의 꿈(단적인 예로, 흑마법사가 있다.)을 꾸게 되면 약간 성격이 안 좋아졌다. 그리고 원래 착한 어린이였던 루이스는 조금씩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
“…….”
“흐음, 그래서 내가 최근에 거짓말 좀 한 것으로 영주인 나를 못 믿겠다…… 이거지?”
“아닙니다.”
루이스가 불만 어린 눈빛으로 윌리엄을 쏘아보며 말하자, 윌리엄이 빠르게 꼬리를 말았다.
“그래, 그럼 됐고.”
쿨한 모습을 보인 루이스는 농노들에게 말했다.
“물론 너희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너희들의 어린 자녀들 중에 머리가 똑똑한 아이가 있다면 공부를 시킬 것이고 검에 재능이 있는 이가 있다면 훌륭한 기사로 키울 것이며, 마법사나 정령사의 자질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렇게 키울 것이다.”
루이스의 말에 모두들 당황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장 많이 당황한 사람은 윌리엄이다.
아니 똑똑한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이나 검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지금도 조금씩 추진하고 있긴 했지만 마법사나 정령사로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영지에 마법사나 정령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윌리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루이스의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
괜히 꼬투리 잡힐 필요는 없었다.
“너희들이 앞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 곳에는 빈민들이 있다. 그곳에서 농사를 짓길 원하는 자가 있다면 너희들이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한 루이스는 갑자기 윌리엄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윌리엄 빈민들도 영지민으로 넣어, 중요한 인력이 될 테니까. 수 조사를 해 보라고.”
“알겠습니다.”
“흠, 그럼 이제 알겠지? 다들 짐 싸서 내가 말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이만 해산.”
루이스가 해산이라고 하자 다들 서로 쑥덕거리며 자신들의 집으로 이동했고 농노들이 사라지자 윌리엄이 루이스에게 물었다.
“어쩌려고 그렇게 하신 겁니까?”
“그냥, 지켜 봐.”
“하지만 영주님!”
“어허! 지금 내가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야?”
“그것이 아닙니다. 그곳은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는 곳이라고요!”
“흠, 그러면 설명해 주지. 윌리엄, 그곳은 원래 농사가 잘되어야 정상인 곳이야. 그런데 그곳은 농사가 잘 안 되었지.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조사를 했어, 그리고 이유를 찾았지. 그리고 그걸 해결했어. 됐지?”
“그럼 그 이유가 뭡니까?”
윌리엄의 질문에 루이스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블루 스톤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마땅히 루이스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고 그냥 대충 때우기로 생각하며 대답했다.
“알면 다쳐.”
“…….”
“진짜로 다쳐.”
“…….”
“큰 코 다쳐.”
“…….”
“다쳐도 엄청 다쳐.”
“…… 알겠습니다.”
다행히도 윌리엄은 자기 몸 하나는 잘 간수하려는 사람이었던 건지, 다쳐도 더럽게 많이 다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루이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럼 윌리엄, 농노들이 오면 사방이 산으로 막힌 평야로 데리고 오게. 나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몇 명 대동하고 미리 가서 정리 좀 하고 있겠네.”
“알겠습니다.”

밸런타인 영지에 있는 분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크기의 분지의 중앙에는 산에서부터 만들어진 강물이 있었다.
그 강물이 산을 내려가며 스며들어 밸런타인 영지의 수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강이 있으니 수로를 만들면 대박이겠군.”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로를 만들면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 보았다.
뛰어난 농사 기술을 가지고 있던 농노인 한은 수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조사를 했고 약간의 수확을 얻기도 했다.
그것을 이용하여 수로 건립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운 루이스는 병사들을 시켜 불러들인 빈민들을 한 번 쓰윽 훑어보았다.
“번호대로 서라.”
루이스가 말하자 빈민들은 후다닥 이동했다.
“1번하고 7번은 나와라.”
루이스가 말했다. 하지만 나오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루이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의사였다.
“어떻게 된 일이냐?”
루이스가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말했다.
그러자 빈민들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듯한 삼십 대 초중반의 사내 한 명이 루이스가 있는 곳으로 나와서 말했다.
“아사했습니다.”
“아사했다고?”
“예. 겨울이라 동물들도 겨울잠에 들고 과일들도 채집할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이 없던 1번과 7번에 속하던 자들은 모두 아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내도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그들은 이때까지 용케 살아왔었나 보군.”
“그것이 작년에 갑자기 이곳에 몬스터들이 쳐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뜻밖의 얘기에 루이스는 화들짝 놀랐다.
이 근처에 몬스터가 있었다니!
“자세히 말해 봐라.”
“예.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한 오크 떼가 몰려 와서 사람들을 죽이고 그나마 힘겹게 구걸을 하거나 채집을 하거나, 사냥을 통하여 얻은 식량을 모조리 들고 갔습니다. 몬스터에게 맞아 죽은 사람도 많았지만 오히려, 음식이 없어 굶어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흐음…….”
루이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오크라니, 생각지도 못한 존재였다.
그러길 잠시, 루이스는 크로우를 레벨 업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바보 까마귀는 이곳의 존재들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몬스터를 죽이는 것만으로 레벨 업이 가능했으니 몬스터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여차하면 기사들을 이용하여 죽이면 됐다.
“알겠다…… 쿤.”
루이스가 부기사단장을 부르자, 쿤이 그의 앞에 스르륵하고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예.”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아니라, 두 줄로 서 있는 소년과 소녀들 중 검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가 있는지 찾아봐라.”
“소년과 소녀……요?”
“여성들도 뛰어난 검사가 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쿤은 곧장 대충 150에 가까운 소년소녀들을 다섯 패로 나눴다.
그 이유는 쿤을 포함한 기사가 다섯 명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쿤과 기사들은 소년이나 소녀의 등에 손을 얹은 후 몸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렇게 하여 마나에 대한 반발력이나 포옹력 등을 보고 검사로서의 재능을 따졌다.
기사들이 검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찾고 있을 때, 루이스는 빈민들의 대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일을 할 수 있겠군.”
한 팔만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장애인인 그들을 어떤 일로 부려 먹여야 잘 부려 먹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인간적으로 장애인들을 먹여 살려 주어야겠지만, 루이스는 마음을 가진 인간이기 이전에, 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였다. 돈이 있다고 장애인들을 도와주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돈이 빠져나갈 것이다.
영지의 사정이 나아지면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안 되었다. 인력이 되지 못하는 이는 최대한 적어야 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루이스가 빈민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빈민들은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빈민들이 더 있는 건가?’
‘이곳을 병사들의 시설로 이용할 생각인가?’
‘무슨 말이지?’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것이다.”
“……!”
“……!”
“이곳은 곡식이 자라지 않습니다.”
빈민의 대표가 말하자, 루이스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제 자란다.”
“자라긴 자랍니다만 제대로 자라지 않습니다.”
“잘 자란다.”
“…….”
“너희들의 집을 허물 것이다. 그리고 영주성과 가까이 있는 산의 초입 부분에 너희들이 살 집을 만든다. 그곳에서 너희들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함께 살 것이다.”
“…….”
“알겠나?”
“…….”
“흠, 뭐 대충 이해는 했나 보군.”
루이스는 아무도 대답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빈민들은 기가 찼다.
‘이해는 개뿔이!’
‘저 꼬맹이는 갑자기 왜 설치는 거야!’
“뭐, 이해 못했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자신의 생각대로 영지를 움직이려고 하는 폭군 루이스는 그저 제 말만 할 뿐이었다.

윌리엄이 농노들을 대리고 분지로 찾아왔다.
아직 팔팔할 삼십 대의 집사, 윌리엄은 공부를 해서 저질 체력이 극에 치닫고 있었다. 분지에 도착한 윌리엄은 체면을 차릴 것도 없이 바닥에 드러누워 거친 숨을 토해 냈다.
“하아, 하아.”
윌리엄이 상당히 지쳐 있자, 윌리엄을 놔두고 루이스는 농노들도 빈민들처럼 구분시켰다.
농노들 중 오지 않은 이도 있었는데, 그들은 루이스의 농노가 아니라 밸런타인 영지에서 그나마 땅이 조금 큰 평민의 농노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밸런타인 영지의 땅을 모조리 자신이 사들이고 자신이 뜯어고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나중에 분지로 데려오기로 생각했다.
“쿤, 300의 병사들과 열 명의 기사들을 데리고 오도록.”
“알겠습니다.”
쿤이 황급히 신영을 감추듯이 뛰어갔고 루이스는 아직도 제대로 줄을 서지 못하고 있는 농노들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한 번 내뱉고 그들을 향해 조금씩 투기를 내뿜었다.
아마 루이스를 본 농노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황급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자리를 찾아가며 루이스를 보는 농노는 없었다.
뒷골목의 자유로운 영혼들을 보게 되면 저도 모르게 눈이 45도 각도로 아래를 향하게 되고 머리가 자동으로 푹 숙여지는 효과를 농노들은 받고 있었다.
뒷골목의 자유로운 영혼들이 자신을 엄청나게 팰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루이스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십여 분이 흐르고서야 줄이 모두 맞춰졌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봄부터 농사를 짓게 될 것이다.”
“…….”
“농노들은 당연히 농사를 짓고 빈민들 중에서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은 지어도 좋다. 다른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말해라. 들어 보고 하게 해 주지.”
“…….”
“참고로 나는 세금을 많이 떼어먹을 생각이 없다. 너희들이 경작한 것이 10%만 나에게 내고, 나머지는 영지에 내다 팔아라.”
“…….”
“어린아이들 중 머리가 좋은 아이는 내가 데려다 공부를 가르칠 생각이고 몸이 튼튼하고 싸움을 잘하는 아이는 용맹한 병사로 키울 것이며,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아이는 지금부터 상인 교육을 시킬 것이다.”
“…….”
학교 교장 선생님이 연설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모두들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혼자서 얘기를 했다.
심지어 가장 큰 공통점은 모두들 믿지 않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이 ‘내가 예전에는…….’이나, 루이스가 ‘세금…….’ 어쩌고나, ‘공부를 가르치고.’나 모두들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물론, 진심인 것도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