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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는 앞으로 학생들을 더럽게 빡세게 굴릴 것입니다.’라거나 ‘예산이 부족하여 교실에 에어컨을 보급하는 것은 내년으로 하겠습니다.’는 진실이고 루이스가 한 ‘너희들은 여기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나 ‘빈민들 중에 농사를 짓고 싶으면 지어라.’는 진실일 것이다.
사실 루이스가 한 말은 모두 진실이지만, 빈민들과 농민에게는 상당한 불신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대충 말을 던진 후 루이스는 빈민들과 농노들에게 앉아서 쉬라고 한 뒤 기사들이 검사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에게 다가가 마법사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기사들이 종종 루이스에게 뭐하냐고 물을 때면, ‘나도 재능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거, 연습 좀 해 보게.’라고 구라를 쳤다.
검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는 백 명 중의 한 명꼴이다.
물론 이것도 마나 유저에서, 운이 좋으면 소드 익스퍼드에 드는 자의 경우다.
거의 확실하게 소드 익스퍼드에 오를 수 있는 자는 천 명 중의 한 명이고 오러 나이트는 만 명 중의 한 명, 소드 마스터는 한 백만 명 중에 한 명일 것이다.
물론 재능이 있다고 그런 경지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재능은 상대적인 것이다.
이 녀석보다 저 녀석이 나으면, 저 녀석이 이 녀석보다 재능이 있는 것이다.
천하의 무골이라도 오러 나이트의 경지를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대충 그러하다고 찍는 것이지,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단 키우려면 재능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낫다.
대가리 나쁜 애한테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 아이는 그것을 외우고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멘사에 합격할 수 있는 아이큐를 가진 아이는 뭘 설명해도 제가 스펀지처럼 지식을 물과 같이 쭉쭉 빨아들인다.
검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찾는 것은 그나마 낫다. 문제는 마법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를 찾는 것은 검사에 재능이 있는 아이보다 찾기가 제곱으로 어렵다. 정령사에 대한 재능이 있는 아이는 마법사의 제곱이다.
즉, 정령사는 중급 정령을 부릴 정도의 소년을 찾으려고 하면 십만 명 중의 한 명이라는 소리다. 물론 그만큼 정령사는 빨리 키울 수 있다. 재능만 있다면 말이다.
루이스가 마법사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고 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곳에 모여 있었다. 루이스가 그렇게 명령한 것이다.
루이스는 현재 두 명의 소녀를 모았다.
그 둘은 잘만 가르치면 4서클까지 오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잘 가르쳐야 그렇게 되는 것이지, 대충 2서클이나 3서클에 머무를 수도 있었고 아예 마나를 느끼지 못하고 끝이 날 수도 있었다.
루이스는 다음 차례의 아이를 보았다.
‘인상 한 번 더럽네.’
건장한 체격의 소년.
생긴 것도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이다.
상당히 튼튼해 보였지만 검사로서 재능이 없었다. 루이스는 이 녀석이 마법사에 재능이 없으면 그냥 병사로 가져다 쓰려고 했다.
정예 병사는, 마나 유저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병사 두셋은 상대할 수 있었다. 마나 연공법이 없어도 몸에 마나는 축적되기 때문에 고된 훈련을 하면 그 후에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천인대장인 핸리도 그런 예였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기사였는데…… 10골드는 너무 짜단 말이야.’
루이스는 핸리를 떠올리자, 곧장 그의 월급이 짜다고 생각하고는 나중에 가서 봉급을 올려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현재 루이스는 ‘부자’다. 그것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초부자’.
현재 루이스가 마음만 먹으면 그가 가진 돈으로 한 왕국의 경제를 비틀어 버릴 수도 있었다.
돈이면 안 된다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루이스가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짓을 벌일 수가 있었다.
물론 루이스가 개인이었다면 벌써 그런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만, 루이스는 엄연히 식구가 딸려 있었다. 그것도 5천을 넘어서는 식구가.
‘아니지, 이제 6천이 조금 못 되는 건가?’
루이스는 윌리엄에게 빈민들도 영지민에 추가시키라고 했다.
그러니 이제 6천을 조금 못 미쳤다.
‘아차, 이 녀석 재능 알아 봐야지.’
잠시 딴 생각을 하던 루이스는 자유로운 영혼의 표본인 녀석의 등에 손을 올려다 대고 눈을 감았다.
서클이 형성되고 나서는 마나 연공법을 펼치지 않아도 마나를 느끼게 되었고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가 있게 된 루이스였다.
자신의 서클에 있는 마나를 회전시키며 천천히 마나를 끌어다 빼냈다.
물론 그 마나는 마나와 마기가 섞인 ‘흑마나’였지만 마법사에 대한 재능을 알아보는 것에는 충분했다.
루이스는 마나를 자신의 팔을 통과하여 녀석의 등으로 보냈다.
루이스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이다.
자신의 몸도 마나를 잘못 다루면 내상을 입는다. 다른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마법이나 검술을 익힌 것이 아니라 마나를 축적하지 못하였고 다루는 법도 모르는 이라면 내상이 생기면 후유증이 더욱 깊고 길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몸은 자신의 몸처럼 익숙하지 못하니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간단하게 확인하고 마는 작업이었기에 녀석에게 고통이 가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라 흑마법사의 꿈을 꾸고 난 루이스 정도면 사고가 날 확률은 적었다.
루이스는 마나를 피가 흐르는, 혈관을 통하여 녀석의 심장의 근처로 보냈다. 그리고 심장에 다다를 때쯤, 루이스는 흑마나로 녀석의 심장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심장으로 압박해 들어갔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뭐, 뭐야?’
루이스의 흑마나가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하더니, 녀석의 심장을 두른 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루이스는 황급히 눈을 떠 녀석의 등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너, 무슨 느낌이 들었지?”
“예?”
“무슨 느낌이 들었냐고!”
루이스가 소리치자, 녀석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무섭고, 칙칙한 느낌이요.”
루이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짜냐?”
“네, 네.”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목에 갈증이 절로 생겼다.
꿀꺽.
침을 삼키자, 목이 말라 있어서 그런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저…… 영주님.”
빈민들은 병사들과 기사들의 말로 인해 루이스가 상당히 젊은 아니, 편하게 말해서 어린 영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족의 자제도 꿀리면 그냥 빈민을 죽여도 된다. 하지만 그것도 엄연히 불법이기는 했다. 물론 누가 제재를 걸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냥 죽이는 일은 상당히 적었다. 하지만 영주는 다르다.
영주, 그 이름도 찬란하지 아니한가?
그 영지의 주인인 영주는 영지의 영지민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다.
즉,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단 것이다.
“뭐지?”
“칙칙한 느낌 말고도 작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도 느꼈어요.”
“…….”
“…….”
“…….”
녀석이 말에 루이스는 침묵을 일관하며 녀석을 응시했다.
녀석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침묵했다.
“크, 크크크. 크하하하하!”
“…….”
루이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속으로…… 꿈에서는 많이 믿었지만, 현실에서는 한 번도 믿어본 적이 없는 신에게 기도했다.
‘레알 땡큐 베리 머치!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다시 감사함을 나타냈다.
정말 눈물 나게 감사했다. 자신의 영지에 이런 인재를 내려 주다니.
“너, 이름이 뭐지?”
“리필이요.”
“리필?”
“네.”
루이스는 녀석의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다시 한 번 터질 뻔했으나, 가까스로 참아 냈다.
상당히 특이하고 웃긴 이름이었다.
문제는 그것을 아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건데, 리필은 그냥 아무 뜻도 없는 말이다. 하지만 고대 룬어로 해석하며 모자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냥 물이 모자라다,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면 그나만 괜찮은데, 여기서 모자라다는 것은 머리가 모자라다는 의미였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생긴 것하고 이름하고 같이 노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루이스는 이 녀석에 대하여 몇 가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에게는 최고의 편의를 봐 줄 것이다.
다른 재능 있는 아이들은 그냥 데리고 갈 것이지만, 이 녀석이 원한다면 그의 가족도 저택으로 데리고 갈 것이고 녀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었다. 프리미엄 대우인 것이다.
“가족은?”
“없습니다.”
“왜? 오크 때문에 죽었나?”
루이스의 말에 녀석의 머리를 떨구며 어두운 안색을 지었다.
“그러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지?”
궁금증이 도졌다.
가족도 없으면서 빈민들 사이에서 살아남다니.
한 달 정도라면 몰라도 오랜 시간을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땅은 블루 스톤 때문에 지력이 좋지 못했었고 산에서 나는 과일들도 그다지 많지 않다. 영지에 내려가서 구걸하자니, 영지도 그다지 사정이 좋지 않았다.
“저, 그것이…….”
리필이 말끝을 흐렸다.
“그것이, 뭐?”
“삐, 삥을 뜯었습니다.”
“…….”
“…….”
“…….”
루이스는 녀석의 ‘생긴 것처럼 놀았습니다.’라는 식의 발언에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근골이 튼튼해서 삥 뜯기는 쉬웠을 것이다.
루이스는 잠시 녀석을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삥 뜯을 놈들이 따로 있지, 어떻게 거지를 삥을 뜯는가?
물론 리필도 거지라서 그다지 상관은 없겠지만.
“흠, 뭐 그건 좋다. 나이는 몇이지?”
“열 살입니다.”
“…….”
“…….”
루이스는 녀석의 발언에 찬바람이 한 번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자신보다 한 살 내지, 두 살은 많아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동생과 나이가 같다니!
아무리 고생을 조금 많이 해서 노안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너무 삭았지 않은가!
어릴 때 삭으면 커가면서 그 영향력이 더욱 거대해진다.
아마 리필은 열다섯 정도가 되면 아저씨와 비슷해 보이리라!
“흠흠, 앞으로 저택에서 같이 살도록 하지.”
“네? 아, 알겠습니다.”
루이스는 녀석을 한 번 바라보았다.
생긴 것과 과거의 범죄(?)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재능은 하늘이 내려 주셨다.
어쩌면 6서클이나 7서클에 오를지도 모를 재능이었다.
‘아크는 검사에 재능이 있고 리필은 마법사에 재능이 있고 아크는 잘생겼고 리필은 못 생겼고 아크는 싸가지가 약간 없지만 착하고 리필은 겁은 좀 많지만(?) 과거를 따져 보니 성격은 더럽고…….’
루이스는 나이와 성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반대인 두 사람을 오목조목 비교해 보았다. 같이 지내게 할 심산이었는데, 같이 지내게 했다가 둘이 맞짱을 뜨거나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재능 있는 아이들을 모두 분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빈민들과 농노들은 자리에 앉아서 서로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였는데.
“영주님이 진짜 방금 하신 말대로 하려는 건가?”
“집도 없잖아?”
“내 말이! 하아…….”
“후우…….”
“하아…….”
“미치겠네. 후우…….”
“동감이다. 하아…….”
모든 말에 한숨이 들어가며 대화를 했다.
그들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빈민들은 이곳에서 헛되이 땅을 파고 씨를 뿌려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고 농노들은 집도 없는데 사는 곳을 옮겨 가면서 땅을 파야 한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오히려 더 굶을 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사람이 많으면 또 오크에게 공격은 안 당하지 않을까?”
“오히려 더 좋아할지도 몰라.”
“그러면 위험하잖아?”
“글쎄…….”
“더 위험한 거잖아? 어떡하지? 응? 응?”
“아, 내가 어떻게 알아!”
“…….”
빈민들에게는 작년에 겪었던 오크의 습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아니, 충격보다는 그냥 공포였다.
루이스가 근처에 있어 소곤소곤 말했다지만 그들의 말을 다 들을 수 있던 루이스는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그들의 공포심을 없애 주어야 조금이라도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22세기의 핵전쟁을 걱정하는 것보다 더 심하게 걱정을 하는군.’
대륙보다 더 큰 지구를 한 방에 죽여 버릴 수 있는 핵이 터지는 것보다 그들은 더욱더 걱정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오크란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는 것일 터.
‘토벌을 해야겠군.’
오크들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어쩌면 기사들과 병사들이 많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루이스가 꿈을 꾸기 시작하기 전의 일.
‘레벨 업도 시켜 줘야겠지?’
루이스는 반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안에는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죽음의 기사와 몬스터를 때려잡으면 잡을수록 강해지는 바보 새가 있었다.
현재 루이스에게는 힘이 있었다.
‘뭐, 내 힘도 만만치 않을 거고.’
지금이라도 루이스는 오우거도 상대할 수 있다.
트롤급의 힘을 가진 신체!
마나 유저 중급과 상급의 중간에 걸친 힘!
서클은 다섯 개긴 하지만, 일단 4서클까지의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전쟁의 신 아레스의 최연소 추기경의 신성력!
이 모든 힘을 다 사용하면 오우거 다섯 마리와도 격전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마나 유저 중상급의 실력과 트롤의 힘을 가진 신체라면 오우거와 맞짱을 떠도 상관없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최연소 추기경이었던 시절, 추기경이 되기 전까지 전투 사제로 마족들에게 악명을 떨쳤었다.
마왕이 중간계를 침공을 했을 때, 비록 허접해진 마족들이었지만 그 마족들을 몇 명의 성기사와 함께 마족들을 엄청나게 괴롭혔다는 것만으로도 오우거는 그에게 너무나도 스펙이 딸렸다.
만약 루이스가 자신의 힘을 모조리 끌어내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쩌면 오러 나이트와도 일전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루이스의 생사는 장담 못하고 말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두 모이도록!”
루이스가 목청껏 소리치자,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대열을 갖추며 루이스의 앞에 모였다.
“여기서 가장 발이 빠른 병사가 누구지?”
루이스의 말에 병사들은 서로를 쳐다보기를 수차례, 결국 한 명의 병사가 손을 번쩍 들며 앞으로 나왔다.
“행정관에게 가서 집을 짓고 도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모집하여 이곳으로 보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병사는 그 후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충성’이라고 외친 후 빠른 속도로 달려 산을 내려갔다.
루이스는 병사를 한차례 바라보다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중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루이스의 말에 반응한 몇몇 농노들이 손을 들었다.
“자네들은 병사들과 빈민들을 시켜서 집을 짓도록 하게나.”
루이스는 그 후 농노들에게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집들을 설명했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루이스의 말을 들은 농노들은 자신들의 목을 한순간에 딸 수 있는 존재의 말을 하나라도 까먹지 않게 생에 최고의 집중력을 다하여 들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말을 들으니, 이해 속도도 빨랐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에 루이스는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가 금세 지워 버리고는 마나 홀에서 마나를 끌어 올렸다.
마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뱃속에서 요동치는 마나는 그의 몸에 빠르게 확산되더니, 이내 곧 그것들은 루이스의 성대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그 상태에서 마나를 약간 끌어다가 안구에다가 집어넣었다.
눈에서 흐릿하지만 밝은 빛이 발사되어 주변을 비췄다.
“작업 시! 작!”
루이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루이스는 외치면서 은연중에 투기를 끌어올렸는데, 그 때문에 생긴 카리스마에 루이스보다 높은 경지에 있는 기사들도 움찔거렸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곧 루이스가 불러들였던 농노들의 지휘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란스럽게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쿤을 위시한 열 명의 기사가 마나 홀에서 마나를 끌어다가 쓰면서까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들은 큰 소리가 나며 주변이 울리자 혹여나 자신의 어린 주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온 것이다.
“아무 일도 없다.”
쿤이 루이스의 지척에 다가오자 그가 짧게 말했다.
“하지만 방금 전의 그 소리는 무엇입니까?”
“내가 냈다.”
“네……?”
“마나 홀의 마나를 끌어다가 성대에 모은 다음 소리쳤다. 왜? 불만 있어?”
루이스가 까칠하게 대답하자 쿤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루이스가 까칠하게 구는 것은 오로지, 루이스의 꿈 탓이었다.
루이스는 주격 자체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혼돈하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오랜 시간의 경험을 하면서 약간씩 성격이 변형된 것이다.
마족들과 틈만 나면 전장에서 구역질나게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전투 사제.
미치광이 리치 흑마법사에게 30여 년간 가르침을 받았던, 유년시절부터 미치광이와 함께해서 성격파탄자가 되었던 5서클의 흑마법사.
또, 선량한 사람들에게 사기나 치면서 틈틈이 돈을 모았던 사기꾼, 모든 사람들이 보는 순간 눈을 내리깔게 만들어 주는 뒷골목의 대장이자 누구보다도 억압 받지 않는,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돈에 환장한 사채업자, 공갈 협박이 기본인 악덕 상인 등등 너무나도 나쁜 인생의 꿈을 여러 번 꾸었기에 자기도 모르게 종종 성격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쿤으로서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기사 한 명 놔두고 다들 나를 따라와라.”
루이스가 갑자기 말을 내뱉자 기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어디를 가겠단 말인가?
현재 기사들의 대장격인 쿤이 루이스에게 물었다.
“어디를 가시려고 합니까?”
쿤의 질문에, 루이스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오크 토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