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15화
오크는 머리에 화살이 꽂히면서 미약한 진동과 함께 쓰러졌다.
감전과 함께 즉사한 것이다.
게임이었다면 한 번에 죽이지 못하고 치명타만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현실이다.
당연히 머리에 화살이 꽂힌 오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취이익―”
한 오크가 루이스가 화살을 날린 방향을 예측하고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쿤.”
“예.”
쿤은 루이스가 엄청난 활 솜씨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반면 오크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루이스가 말하기도 전에 검에 손을 대고 있었다.
“취익!”
오크가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오자, 쿤은 한 발을 내딛으며 발검했다.
빠른 속도로 검집에서 빠져나온 검은 오크의 목을 단숨에 취해 버렸다. 오크의 목에서 녹색 피가 피어올랐고 루이스는 황급히 뒤로 굴렀다.
오크 피에 몸을 적셔서 좋을 것은 없었다.
“똑바로 해!”
루이스가 꽥 소리를 내질렀다.
사실 쿤의 실력으로 오크를 단칼에 해치운 것인 만큼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루이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꼭 단칼에 죽이지 않아도 되고 최소한 오크를 약간 옆에서 죽여도 되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쿤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또 오크 한 마리가 다가오는 일이 생기면 같은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쳇.”
루이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크로우가 오크 한 마리를 더 죽였다.
오크들은 갑자기 동료들이 쓰러지자 우왕좌왕하다가, 루이스에게 달려갔던 오크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다시 다섯 마리의 오크가 한 번에 루이스에게 달려들려 오고 있었다.
“삿 됐네.”
“후우.”
쿤이 한숨을 푹 내쉬며 검에 마나를 집어넣었다.
검에서 뿌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났다. 찰스였다면 그 연기가 검을 감쌌을 테지만, 쿤은 소드 익스퍼드 하급자에 불과했다.
“취익―”
“취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한 오크가 정상적인 오크의 콧소리를 내자, 또 다른 오크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긴 소리를 냈다.
“워매. 대단하구마잉.”
“그건 어느 지역 사투리입니까?”
쿤이 오크들을 노려보며 루이스에 물었다.
루이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지구.”
“거기가 어딥니까?”
“아주 먼 곳.”
루이스의 대답을 들은 쿤은 곧장 오크들을 향해 질주했다.
“취이익―”
“이 오크 발싸개들아!”
“취이이익!”
쿤이 매우 위력적인 파워를 내며 돌진했다.
기사의 돌진력은 엄청나다. 마나 유저 상급에 해당하는 다른 기사들도 비록 반쯤은 망가지고 상당히 얇은 철문이지만 아예 박살을 내지 않았던가?
찰스보다는 약하지만, 소드 익스퍼드의 경지에 오른 쿤의 돌진은 다른 기사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캉!
“취익.”
쿤의 몸통박치기에 한 오크가 그대로 허공으로 치솟았다.
대형 트럭이 들이박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차르륵.
허공으로 치솟았던 오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착지했다.
쿤을 대형 트럭으로 친다고 하면, 오크는 경차 수준이었다. 그것도 최첨단 경차.
오크는 정신이 아찔하긴 했지만 곧장 전투를 벌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간다!”
고급 검술을 익히거나 한 것이 아닌 쿤은 용병들과 마찬가지로 실전을 토대로 익힌, 말 그대로 용병검술을 익혔다.
쿤의 검이 한 오크의 허리를 파고들었다.
오크는 쿤의 위력적인 공격에 위험을 감지했지만, 상당히 폭력적이고 저돌적인 오크는 위험하다는 자신의 본능과 이성을 짓밟아 버리고 쿤을 향해 돌진했다.
쿤의 검이 오크의 배를 반 정도 베면서 지나갔다.
“취익―”
오크가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루이스가 화살 한 발을 쿤에게 베인 오크에게 날렸고 루이스의 화살이 심장 부근에 박힌 오크는 그대로 죽고 말았다.
쿤은 루이스가 화살을 날려 오크를 잡자, 곧장 파워 블레이드의 힘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냥 연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파워 블레이드를 펼쳐서 나오는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었다. 연기가 몰아치기만 해도 메이스에 한 대 얻어맞는 충격과 맞먹는다.
샤악―
쿤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그에 따라 마나로 이루어진 연기가 곡선을 그리며 두 마리의 오크를 한 번에 공격했다.
“취!”
“취익.”
두 마리의 오크가 약한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지자 다른 오크 두 마리는 쿤을 향해 나무 몽둥이를 엄청난 파워로 휘두르며 돌진했다.
퍼억―
카앙!
몽둥이 두 개가 한 번에 쿤을 공격했다.
“크윽.”
재정상의 문제 때문에 풀 플레이트 아머가 아닌, 가죽과 철을 적절이 섞어서 만든 소프트 아머를 입고 있었기에 쿤은 상당한 충격을 얻게 되었다.
다행히 한 오크의 공격은 철 부분에 맞긴 했지만, 다른 하나의 공격은 상당한 데미지를 주었다.
“쯧쯧, 거 오크 다섯 마리도 상대 못하고 무슨 꼴이야?”
루이스가 여유 있게 핀잔을 주었다.
그것을 들은 쿤은 이마에 혈관 마크가 생기는 것 같았다.
당연히 루이스는 오크들과 안 싸우는 것이 정상이지만,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저렇게 여유가 있다니!
화딱지가 날 정도였다.
피슝. 피슝. 피슝.
연속적으로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쿤의 가죽 부분을 공격했던 오크의 머리에 한 발, 등에 한 발, 다리에 한 발이 박혔다.
세 발의 화살을 맞은 오크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고 다른 오크는 화살에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자 광분하며 루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크가 루이스에게 달려들자 쿤은 반자동적으로 검을 휘둘러 오크의 등 부분을 사선으로 베었다.
앞으로 달려가고 있던 오크였기에 큰 타격은 주지 못했지만 멈칫거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오크가 멈칫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쿤은 오크의 등에 칼을 찔러 넣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쿤의 눈 바로 옆으로 어떤 물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푸슉.
쿤의 몸이 경직되었다. 혹시나도 자신이 약간 고개를 틀기만 했어도 자신의 뇌가 뚫렸을 터이니.
쿤의 옆을 지나쳐 날아간 물체는 오크의 복부에 박혔다.
“취이이……익.”
쿤은 그 물체가 화살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간이 콩알만큼 쪼그라들었다.
물론 물체가 자신의 옆으로 날아갔을 때도 간이 철컹 내려앉았었다. 잘 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제 겨우 12살에 불과하고 곧 있으면 13살이 되는 자신의 영주가 쏜 화살이라는 사실에 간이 콩알만큼 쪼그라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해? 빨리 처리해!”
루이스가 소리치자,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쿤은 자신이 찔러 넣은 검을 뽑기 위하여 힘을 주었다.
“어라?”
검이 뽑히자 않자, 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이제 기사가 되었을 때, 이미 은퇴한 선배 기사에게서 들은 말이 떠올랐다.
‘검을 찔러 넣었으면 최대한 빨리 뽑아. 만약 검에 찔린 상대가 죽은 후에 한 10초 정도 지날 때까지 검을 뽑지 않으면 네가 죽을 수도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게 된 쿤은 오크의 시체에 발을 올려놓은 후, 마나를 주입하면서까지 다리를 강화시켜 오크의 시체를 밀어냈다.
간신히 검을 뽑아 낸 쿤은 곧장 루이스가 쏜 화살이 복부에 박힌 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악―
화살이 복부에 박혀 있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오크를 가볍게 처리한 쿤은 마나 홀에 남은 마나가 상당히 부족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하아, 하아.”
마나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직 한 마리의 오크를 처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또 다시 오크가 공격해 올지도 모르기에 마나 연공법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쿤은 눈이 충혈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 오크를 쳐다보았다.
그 오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닥을 향해 눈을 내리깔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것을 보던 쿤의 기분이 찜찜해졌다.
“씨발.”
루이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광기에 사로 잡혀 버린 건가…….”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면 몸을 보호하는 안정장치가 완전히 풀리게 된다. 그래서 아주 허약하고 동네에서 매일 맞고만 다니는 녀석도 광기에 사로잡히면 자신을 괴롭히고 동네를 주름 잡는 아이를 이길 수가 있었다.
인간이나 오크, 다른 이종족들도 평소에는 3할의 힘을 낸다. 하지만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면 10할의 힘을 내게 된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몸에도 안 좋지만 일단 강력한 파워 업을 하게 된다.
오러 나이트 상급의 이가 광기에 사로잡히면 소드 마스터에 오른지 오래되지 않은 자를 이길 수도 있다.
물론 그 확률은 상당히 저조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저 오크는 광기에 사로잡힌 것이다.
다 성장한 오크이기에 광기에 사로 잡혀 10할의 힘을 내게 되면 지금 마나 홀이 텅텅 비어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쿤은 가볍게 발라 버리고 말 것이다.
“젠장, 내가 나서야 하나.”
자신이 나서면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쿤이 의심을 할 것이다.
아니 쿤이 아니더라도 대륙의 모든 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라면 소드 익스퍼드 하급에 오른 이와 난투전을 벌이면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기에 겨우 열두 살의 나이로 이기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일이었다. 옛날 동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마왕을 물리친 영웅들과 비슷한 전적이기 때문이다.
99.999999퍼센트가 허구로 이루어진 영웅들과 비슷한 재능을 가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루이스는 재능이 아닌, 꿈을 통해 ‘획득’한 것에 불가하지만.
루이스가 꿈을 꿔서 강해졌다고 한들,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제길…….”
루이스는 투덜거리면서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와 쿤을 예의 주시했다. 여차하면 뛰어들어야 했다.
***
“취와아아아아악!”
보통 오크가 내는 소리와는 약간 특별한 음성을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가 냈다.
오크의 포효에 쿤은 긴장을 하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파워 블레이드를 펼쳐서 공격을 할까 생각했지만, 여기서 파워 블레이드르 펼치게 되면 자신의 마나 홀이 완전히 비게 된다는 생각에 곧 그 생각을 접었다.
‘내가 왜 파워 블레이드로 공격하려고 했지?’
의문이 들었다.
저건 그냥 오크다.
그냥 포효를 하는 오크다.
그런 오크를 향해 파워 블레이드를 펼치려 하다니!
여러 마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한 마리만 있을 뿐인데.
‘느낌이 안 좋아…….’
찝찝해도 너무 찝찝했다.
“후우. 간다!”
쿤은 고함치며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오크의 근처에 다가선 쿤은 검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퍼억―
하지만 공격을 당한 것은 오크가 아니라 쿤이었다.
오크가 휘두른 나무 몽둥이에 가슴팍을 얻어맞은 쿤은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몸을 일으킨 쿤은 심장에까지 충격이 간 것 같았다.
‘철 부분에 맞았는데…….’
만약 철 부분이 아니라, 가죽 부분에 맞았더라면?
끔찍함 그 자체였다.
“제기랄. 저놈의 오크는 도대체 뭐야?”
쿤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현재 마나 홀에 마나가 부족해졌다고 한들, 자신이 오크에게 이렇게 쉽게 밀릴 리가 없다. 그런데 저 오크는 쿤을 아주 가볍게 바닥을 구르게 했다.
오크를 바닥에 구르게 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이 바닥을 구르다니!
입술을 질끈 깨물며 쿤은 오크에 대한 보를 수집, 탐색전을 펼치기 위하여 오크의 지척으로 다가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오크는 쿤이 검을 휘두르자 왼팔을 빠르게 움직여 쳐내 버렸다.
평소라면 오크의 팔이 잘려야 정상이겠지만 오크가 팔을 휘두를 때 속력이 상당하여 쿤의 베기가 오크의 팔에 약간의 생채기만 내고 끝이 난 것이다.
오크는 그 상태로 쿤의 배를 향해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오크의 나무 몽둥이는 쿤의 명치를 가격했다.
퍼억―
쩌저적, 쩌억.
나무 몽둥이가 부서졌고 쿤은 고통에 머리가 하얗게 변해 버렸다. 단지 산소를 갈망하고 있었다.
“컥, 커컥, 커억, 커억.”
숨을 급히 들이쉬다가, 곧 있어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온 쿤은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고통이 완전히 가신게 아닌 것이었다.
쿤은 바르르 떨리는 눈으로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를 노려보았다.
“허억, 허억, 보통 놈이 아니구나.”
쿤은 제일 처음에 자신을 공격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휘두른 검을 가볍게 쳐내고 자신을 향해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던 후인 지금은 ‘보통 놈이 아니구나!’ 정도가 아니라 ‘강한 새끼구나!’로 변경되었다.
“취이이이에엑!!”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주위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포효했다.
그러자 일방적으로 크로우에게 당하고 있던 오크들이 고개를 돌려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를 바라보았다.
포스가 남달랐던 것이다.
오크의 괴성을 듣고 나서야, 쿤에 의해 몇몇의 오크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다른 오크들이 개떼처럼 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기랄…….”
쿤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렸다.
“니미, 씨발.”
그것은 루이스도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마나가 다 떨어졌잖아.’
크로우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때까지 대충 서른 마리의 오크들의 목숨을 취했다.
은신을 펼치는데 드는 마나는 1분에 200이다.
은신은 소리를 내거나 누군가를 공격하게 되면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데 크로우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오크들을 공격할 때, 평소보다 다섯 배의 마나나 소비해서 은신이 풀리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결국 크로우는 마나가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응? 왜 오크들이 몰려가지?’
크로우는 오크들이 한곳으로 갑자기 몰려가자 오크들이 이 상태로 진군하면 향하게 될 위치를 바라보았다.
‘주인 새끼잖아?’
크로우는 잠시 쿤과 루이스를 바라보다가 깨달았다.
‘미친, 주인 새끼한테 지금 테이밍 된 몬스터가 없잖아?’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깨달음이었다.
크로우는 검은 갑옷으로 풀 무장한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과 같은 반지에 들어갔었지만 요즘 들어 아예 없는 것처럼 각자 행동을 하였기에 존재감이 묻혀 버린 것이다.
“소환, 스틸 호크.”
반면에 루이스는 데스 나이트, 스틸 호크를 까먹고 있지 않았다.
기사들은 성인 오크들, 즉 병사 오크들이 모두들 개떼처럼 모여서 어딘가로 이동하자 고민에 빠졌다.
“여자 오크랑 애들 오크 죽여?”
순간적인 고민에 빠진 기사들은 모두들 같은 선택을 했다.
여자 오크들하고 애들 오크들을 무자비하게 학살을 하던 기사들은 오크들이 몰려 간 곳을 확인했다.
“여, 영주님하고 부기사단장님이 계신 곳이잖아!”
기사들의 머리에 적색 사이렌이 떠올랐고 모두들 일제히 오크들과 함께 루이스와 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검은색의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루이스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왜 불렀지?
“일단 평범한 기사처럼 보이게 해야겠군.”
스틸 호크의 말을 무시한 채 루이스는 신성력을 끌어다가 스틸 호크의 몸을 천천히 감쌌다. 그리고 스틸 호크의 성대 쪽에도 감싸서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것이 없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했다.
“왜 불렀지?”
다시 스틸 호크가 물었다.
스틸 호크의 목소리는 상당한 미성이었다. 또한 스틸 호크에게서 풍겨지던 마기는 신성력에 의해 상쇄되었고 오히려 은은하게 신명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크들 쓸어 버려.”
“저기에 있는 저 오크들 말인가?”
“그래.”
“쉽지 않겠군.”
오러 나이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틸 호크에게도 150을 넘어서는 오크들은 혼자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오래 걸리고 귀찮을 뿐이다.
“스틸 호크, 고고씽!”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스틸 호크가 그렇게 중얼 거리며 오른손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스틸 호크의 손 바로 위에 마기가 응집되더니, 곧 있어 검은색의 창이 만들어졌다.
스틸 호크는 오크들과 함께 달려드는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일단 강력한 공격을 먼저 먹이고 싸움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잘못하면 기사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사실 기사들이 다칠 것을 걱정하는 것은 상당한 우스운 일이었으나, 스틸 호크에게는 기사들이 어린아이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온 인생도 인생이지만, 실력과 카리스마, 정신연령 등등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서다.
“다크 스피어.”
스틸 호크가 영창하자 열두 개의 검은 창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기사가 전문인 데스 나이트지만 기본적으로 흑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다.
“미친 새끼.”
그때, 루이스가 신성력을 끌어 올렸다가 스틸 호크의 다크 스피어를 소멸 시켜버렸다.
“무슨 짓이야?”
스틸 호크가 루이스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스틸 호크는 언데드라서 인상 자체가 없었고 그것 또한 투구에 막혀서 결코 보일 리가 없었다.
“기사들이 보잖아. 다들 기절시키던가!”
“기절시키는 마법은 사용 못한다.”
“나도 못해.”
“그럼 어쩌라고?”
“마법 쓰지 말라고. 또 파워 블레이드나 소드 오러도 안 돼.”
“지랄 같군.”
“어쩔 수 없어.”
“알겠다.”
계약을 한 데스 나이트는 루이스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스틸 호크는 엄연히 루이스의 펫이다.
펫이 꼭 루이스의 말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