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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후아……. 이제 그냥 죽어라. 빌어먹을 겁쟁이 오크 새끼야.”
스틸 호크가 창을 역수(逆手)로 잡으며 광기에 사로잡힌 오크의 머리를 향해 내려찍으려 할 때였다.
“하해와 같은 신의 힘으로 저기 저 무개념의 무생물을 말려 주시옵소서.”
루이스가 별 뜻 없이 주문을 외웠다.
루이스는 주문 없이도 신성력을 다스를 수 있다. 보통의 하급 사제들이라면 어쩌고저쩌고 사바사바해서 요러요러하니, 어절씨구 저절씨구 하기 때문에 저 빌어먹을 계산기 자식을 어떻게 해 주십시오! 라는 더럽게 긴 말을 해야 하지만, 루이스는 그런 것이 생략이 가능했다. 그것은 대사제급의 신성력만 가져도 가능한 것이다. 물론 주문을 외는 것보다는 위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루이스가 외운 주문은 그냥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소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루이스는 완벽하게 신성력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꿈에서와는 다르게 신성력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을 때만이지만.
루이스의 의지에 따라 스틸 호크의 몸 근처에 있던 신성력이 움직였다.
“크아악!”
스틸 호크는 괴성을 질렀다.
만약 눈이 있었다면 붉게 충혈이 되면서 눈이 적안으로 변했을 것이다.
루이스가 스틸 호크의 몸 주위에 놔둔 신성력은 그를 괴롭힐 정도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스틸 호크의 몸에는 마기가 상당량 떨어져 있었고 루이스의 의지에 따라 신성력은 증폭되었다.
신성력의 위력은 강해지고 스틸 호크는 약해졌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의 위력이 된 신성력은 스틸 호크는 미치도록 만들었다.
스틸 호크가 괴성을 지르고 있을 때, 루이스가 그를 향해 다가갔다.
퍽. 퍽.
루이스가 바닥을 뒹굴고 있는 스틸 호크를 발로 몇 번 찼다.
“크하! 크하! 크하!”
물속에 빠졌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엄청난 양의 공기를 흡입했다가 내뱉기를 반복한 스틸 호크는 곧 있어 몸을 일으켰다.
루이스가 스틸 호크를 발로 차면서 신성력을 거두어 들였기 때문이다.
“블랙…… 이 빌어먹을 개호로 새끼야. 무슨 짓이야?”
“새끼, 입 졸라 더럽네.”
“너 같으면 안 그러겠냐?”
“응, 나는 착하니까.”
“염병하고 자빠졌네.”
스틸 호크가 자신의 진심이 듬뿍 담긴 말을 들어 주지 않자 루이스는 얕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것은 스틸 호크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끄아아아아악!”
자신의 기운과 상반된 신성력의 기운에 다시 바닥을 뒹굴며 스틸 호크가 괴성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블랙, 씨발 것아. 멈춰, 멈추라고!”
스틸 호크의 말을 들은 루이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끼야, 말이 짧다?”
“끄아아악! 브, 블랙 님. 아니, 블랙 폐하! 이 불쌍한 중생을 구원해 주시옵소서.”
“구원해 줄게. 신성력을 듬뿍 받으면 천당에 갈 수 있을 거야.”
“끄아악! 타, 타락하게 해 주시옵소서.”
“흠…… 이상한 새끼구나. 뭐, 원하신다면.”
루이스는 눈웃음치며 신성력을 거두어 들였다.
“하아, 하아, 하아.”
“자, 그럼 이제.”
루이스는 천천히, 느긋하게 쫄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광기에 사로잡혔던 오크’에게 다가갔다.
사실 오크가 떠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동족 어른들을 몰살해 버리고 자신을 밀어붙였던 존재를 그것도 너무 쉽고 간단하게 다루는 것을 앞에서 보았으니까.
“꼬마야, 꼬마야, 내 쫄따구 될래? 아니면 좆나 맞을래? 꼬마야, 꼬마야, 대답해라.”
루이스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하지만 오크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역시 못 알아듣는 건가.”
아니, 애초에 알아들으면 이상한 일이었다.
루이스는 오크의 머리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퍼억―
가볍게 손을 들었다가, 다시 가볍게 손을 내렸다.
그것은 상당한 충격이 되어 ‘광기에 사로잡혔던 오크’를 기절시켰다.
“스틸 호크, 이 새끼 좀 들어.”
“닥쳐, 나 지금 힘 다 빠졌어.”
“신성력으로 힘을 채워 줄까?”
루이스가 너무나도 티 없이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스틸 호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아, 힘쓰고 싶어라. 어디 이, 남아도는 힘을 쓸 데가 없을까? 아아! 저기에 웬 기절한 오크가! 내가 들어다가 옮겨야겠다.”
국어책을 읽는 말투로 말하며 오크를 어깨에 짊어진 스틸 호크는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아직 루이스의 생각을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흠…….”
루이스는 잠시 기절한 쿤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힘이 다 빠졌던 쿤은 스틸 호크가 미친 듯이 양단하며 죽이던 한 오크의 신체에 대가리를 맞게 되었고, 그 상태로 기절을 하게 되었다.
“스틸 호크, 힘 남냐?”
“딸려서 미치겠다.”
“신성력으로 기운을 북돋아…….”
“아악! 힘이 너무 넘쳐! 마신님이 축복이라도 내려 주신 걸까?”
마찬가지로 국어책 읽기를 하며 스틸 호크는 오크를 들쳐 맨 어깨의 반대쪽으로 쿤을 들쳐 멨다.
루이스는 잠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그러기를 잠시.
“아, 쏘리. 일단 둘 다 내려놔.”
“…….”
털썩.
오크와 쿤을 바닥에 내려놓은 스틸 호크는 자리에 앉았다.
마나 연공법의 마기 판을 펼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잠시 스틸 호크를 보다가 자신의 심장에 서클을 이루고 있는 흑마나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마나 서클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흑마나에서 마나와 마기를 구분했다.
조금씩…….
천천히…….
매우 느린 속도지만 마나와 마기를 구분한 루이스는 소량의 마기를 스틸 호크의 몸을 감싸게 하였다.
곧 있어 그것은 스틸 호크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자신의 몸에 갑자기 마기가 채워지자 놀란 스틸 호크가 눈을 뜨며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흠…… 이렇게 되면 내가 마기 충전 머신이 되는 건가?”
루이스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8장 도술(道術)
태웅의 꿈은 하루라도 빨리 빌어먹을 사부한테서 도망쳐 자유를 맘껏 누리는 것이었다. 고아인 자신을 업어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준 것은 고마우나, 노동이 너무나도 크지 않은가?
“웅아, 진정한 도사가 무엇이더냐?”
태웅은 자신의 사부에게서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이 질문을 받았고 그에 따라 수십 번도 더 같은 대답을 했다.
“세상을 알고 사람을 알고 마음을 알기에 세상의 진리에 도달하며, 세상의 끝을 보는 자입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빌어먹을 사부에게서 이 대답을 듣던 순간 태웅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여차저차하다 보니 하산을 하게 된 태웅은 처음에는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태웅의 사부가 태웅에게 가르쳐 준 것은 도술이었다.
기본적인 무공도 가르쳐 주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술을 활용하기 위하여 가르쳐 준 것.
하단전에 있는 내공으로는 절정의 고수에게 맞아 죽을 확률이 농후하였지만, 상단전을 처음부터 열어 길러 온 도술은 절정의 고수를 이길 수 있게는 하지 못하여도 목숨을 살려 주기는 하였다.
그 후 태웅은 자신의 독무대로 무림을 살아갔다.
무림의 새로운 신성(新星)으로 뛰어올라, 무림 소룡 대회에서 우승을 하여 무림의 신룡(新龍)이 되었고 태웅은 점점 인세에 물들어 갔다.
그것은 곧 태웅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태웅은 인세에 물들어 간 순간부터 도술을 부릴 수가 없었다.
상당전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혈맥이 이상하게 변하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연에서 힘을 얻는 도술의 힘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 현상은 처음이었기에 태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태웅은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녀석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태웅의 실력은 일류였다.
그것도 봉운(棒雲)이 봉을 따라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할 정도의 초일류.
하지만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상대는 그와 마찬가지로 초일류의 실력자였으며, 무림칠대 기보 중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 남궁천운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온 것이다.
실력은 같았지만 태웅은 밀렸다.
도술만 부릴 수 있었어도 녀석이 무림칠대 기보 중 하나가 아니라 일곱 개를 다 가지고 있었어도 가볍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잃어버린 도술.
그것은 태웅에게는 너무나도 큰 페널티였다.
그렇게 승부는 계속해서 이어져 갔고 태웅은 결국 싸움 도중 무릎에 흙을 묻힐 정도까지 밀렸다. 그것은 이미 태웅이 필패(必敗)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태웅은 거기까지 가자 후회했다.
죽음에 임박하자 깨달은 것이다.
자신이 도술을 왜 부리지 못하는 것인지.
‘인세(人世).’
인간의 세상에 물들어 태웅은 도술을 부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태웅은 인간의 세상을 통하여 얻은 것을 모두 버렸다. 어차피 곧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태웅의 상단전의 움직임은 활발해졌다.
신체적인 능력을 상승시키지는 못하는 것이 바로 상당전이다.
하지만 상단전을 열게 되면 자연을 다스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미미했다. 그의 사부도 아무 것도 없이 오로지 도술만으로는 일류의 무사도 상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사들은 부적을 들고 다닌다. 자신의 힘을 증폭시켜 줄 부적.
하지만 태웅은 도술을 부리지 못하게 되자 짜증이나 부적을 모두 내팽개쳤다.
상당전이 열려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조적인 미소를 짓던 태웅은 사부가 하산하기 직전에 준 부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것을 이용하여 도술을 펼쳤다.
그 부적으로 펼치는 도술은 무변천세(無變千歲)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무로 돌려 버리는 도술.
태웅이 그 도술을 펼치게 되자, 태웅은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가 소진했던 내공, 상대에게 입혔던 공격, 상대의 검에 흠집을 내었던 것.
그 모든 것이!
문제는 유일하게 태웅이 다친 상처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결국 상당한 내상을 입고 있던 태웅은 그 후 보름도 살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태웅은 죽으면서도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정한 도사가 되었으니까.
세상을 알고 자연을 알고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도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도사는 그냥……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태웅은 웃으면서 죽은 것이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꿈에서 깨어난 순간 엄청난 마나가 나의 몸속으로 헤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나는 두 방향으로 갈라져 이동해 왔는데, 하나는 나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라이오너를 소환할 때 부르는 마나의 주위에 밀집되었다.
그 양은 상당하였는데 정령사의 마나는 1서클 마법사가 가진 서클에 있는 마나의 반만 되어도 능히 중급 정령을 1시간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이었다.
뇌 부분으로 향한 마나는 너무 깨끗했다.
순수함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뇌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 마나는 그의 마나 홀에 들어왔는데 그 마나의 성질의 루이스가 가진 마나의 성질과 비슷하였다.
아니, 조금 난폭하면서 자연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마나가 루이스의 마나 홀에 들어왔다.
뇌 부분으로 향한 마나는 그냥 뇌를 두르면서, 뇌 곳곳을 헤집고 있었다. 그러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나 홀에 들어온 마나는 물이 끓듯이 요동치더니 마나 로드를 제멋대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마나 로드는 엄청난 속도로 개척이 되기 시작하였는데, 그 정도면 신체 강화 능력이 다섯 배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곧 있어 몸으로 들어오는 마나의 해일이 끝났고 마나 로드와 기타 여러 가지를 끝내어 몸을 다스린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게임적인 시스템인 마나가 아니라, 진정한 상단전의 마나가 모였기 때문일까?
세상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
“도술이라…….”
루이스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도술은 정령술과 같은 것이었다.
정령술이 정령과 계약을 맺어 펼치는 것이라면, 도술은 부적을 이용하여 펼치는 것이었다. 정령술은 깨달음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선천적인 재능 9활과 후천적인 이유 1할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도술은 선천적인 재능이 1할이고 후천적인 이유가 9할이라 할 수 있었다.
자연과 하나인 도사.
자연과 곧 하나이기에 도사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자연에 속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한 도사라는 존재.
“후우…… 마나도 늘어나고 마나 로드도 개척이 되었네.”
꿈을 꾸고 나서 점점 비약적으로 강해지는 자신이 느껴졌다.
현재 자신의 마나 홀에 있는 마나를 가늠해 보면, 죽기 직전에 진정한 도사가 된 태웅의 내공과 양이 같았다.
이곳에서 경지를 따지자면 소드 익스퍼드 상급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오러 나이트와 맞짱을 떠도 쉽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에게는 트롤급의 신체가 있었고, 5서클의 흑마법이 있었으며, 추기경급의 신성력도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이번에는 상단전이 열렸고, 검술…… 아니, 봉술의 경지는 익스퍼드 상급이었다.
비록 무술의 경지로만 따지면 한 단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한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비약적으로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이스로서는 오러 나이트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흑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흑마법은 마물을 소환하고 마족과 계약을 맺으며, 스켈레톤이나 좀비, 데스 나이트를 일으켜서 싸우는 존재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은 떨어지게 된다. 루이스가 스틸 호크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오러 나이트를 이길 수 있지만, 루이스는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지 자신의 ‘전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이스에게 있는 추기경급의 신성력은 마족이 아닌 이상 그다지 많은 타격을 주기는 어려웠다.
트롤급의 신체라고 하더라도 무림에서는 외공이라 부르고 이곳에서는 그냥 수련이라 하는 수련으로 경지로만 따지면 일류, 대충 익스퍼드 수준이었기에 그냥 소드 익스퍼드의 힘이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도술도 사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방어에 치중하는 것이기에 승패를 보긴 어려웠다.
태웅 시절에는 도술을 이용하여 상대의 진은 다 빼놓고 승리를 쟁취하는 식으로 전투를 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부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
루이스에게 부적이 없었다.
부적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료도 구해야 하는 데 그것이 영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그것에 적합한 것은 있을 것이고, 루이스에게는 상당한 돈이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즉, 지금의 루이스의 힘은 오러 나이트를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은 끌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는 문득 자신이 나이에 맞지 않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었다.
꿈에서의 시간을 합하면 천년에 가깝지만, 일단은 그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 열세 살 맞긴 한 거야?”
추위가 가장 왕성해지는 시기.
대륙에 1월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 따라 루이스는 한 살 더 먹어 열세 살이 되었다. 문제는 본인이 자신이 열세 살이라고 불려도 정상인 건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지지 않는 고민이었다.
***
대륙에는 여러 경지의 기사가 있다.
마스터라는 지고지순한 경지의, 어딜 가더라도 공작의 작위를 받을 수 있는 모든 검사들의 꿈에서도 바라는 경지다.
그 밑의 경지는 오러 나이트라는 경지이다.
유동성 있는 마나를 검에 입혀서 전투를 벌이는, 열 명만 있으면 마스터와 질질 끌면서 승부도 가능한 이들이다.
오러 나이트는 스틸 제국이나, 루나 제국, 혹은 도시 국가 연맹 같은 대제국이나 큰 국가에서는 겨우 남작의 작위(그런 곳은 익스퍼드의 기사는 잘해야 준남작을 받는다)만 얻을 수 있지만 크롬 왕국에서는 자작의 작위와 함께 운만 좋으면 영지도 하사 받을 수 있다.
가르시아 자작이 그런 경우였다.
가르시아 자작은 국왕파의 일인으로 백작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신의 힘은 오러 나이트의 경지에 오른 이들 중 유일하게 ‘미혼’이라 크롬 왕국에서 왕자와, 공작아들 등등을 제외하고는 최고의 신랑후보였다.
이제 곧 있으면 중년을 바라보지만, 마나의 힘 덕분에 얼굴은 겨우 서른 초반에서 이십 대 후반이었기에 혼기가 꽉 찬 레이디들은 가르시아 자작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기도 할 정도였다.
아무튼 그런 가르시아 자작은 수도에서 온 통신을 받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가르시아 자작의 모습은 매우 멋진 신사의 모습과 같았다.
―아, 옆 영지에 밸런타인 남작령이 있지 않습니까?
“밸런타인 남작령…… 아, 네. 있습니다.”
―밸런타인 남작이, 남작위를 물려받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죠. 영주 정식 취임을 위해서 왕궁 파티에 참가하라고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서신은 있는지요?”
―아, 지금 바로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통신을 하던 자는 곧 통신을 끈 후 수정구 옆에 있는 전송 장치에 불이 깜빡깜빡 들어오게 했다.
그것을 본 가르시아 자작이 전송 장치를 매만지며 말했다.
“가르시아 자작령입니다.”
파악!
순간 환한 빛이 주변을 감싸고 빛이 사라지자 전송 장치의 앞에 두루마리 문서가 하나 있었다.
가르시아 자작은 그것을 펼쳐 보았다.
영주 정식 취임을 위하여 루이스 반 밸런타인 남작은 2월 1일에 열리는 왕궁 파티에 참석하도록 하여라.
<『로열로드』 제2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