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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9장 오크 크리스
루이스는 지하 연무장의 한 귀퉁이에 양 손발이 다 막힌 ‘광기에 사로잡혔던 오크’를 쳐다봤다.
오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벌써 일주일째 이 상태였다.
루이스는 오크를 회유해서 펫으로 길들일 생각이었다.
그냥 죽어라 패서 빈사 상태로 만든 다음에 펫으로 길들이는 방법도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충성심이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충성심…… 다른 말로 ‘복종도’라고 하는 것이 10.
이 정도면 반항을 할 수도 있는 상태이다. 물론 그 상태에서 곧바로 복종도를 올리기 위하여 발바닥이 화상 입도록 좆나 달리겠지만, 그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루이스는 그다지 그런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유저에게 팔 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이면 족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수하가 될 녀석을 무자비한 폭력만으로 다룰 수는 없었다.
작게 봐서 하나의 집단이고 크게 보면 하나의 왕국으로 빗댈 수 있었는데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성격 파탄자에 죽어라고 폭력만 휘두르면 반란이 일어난다. 결국 집단의 우두머리는 어떻게든 자신의 부하들에게 당하고 끝이 난다. 왕국에서는 왕이 정신 줄을 놓고 개지랄을 떨면 밑의 귀족들에게 당하거나, 아니면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다만 백성들이 일으키는 반란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루이스가 꿈에서 경험한 지구라는 곳에는 없는 마나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마나, 그것만 이용하면 절대적인 힘을 발휘 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실력 있는 기사라도 장정 열 명이 달라붙으면 바로 죽는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소드 마스터에게 평범한 장정이 아무리 달라붙어도 소드 마스터는 죽지 않는다. 그들을 죽이다가 마나가 다 떨어지면 그냥 자리를 이동할 뿐이다.
루이스에게는 절대적인 힘이 없었다.
솔직히 현재의 루이스가 조금 강하기는 하지만, 오러 나이트가 두 명만 몰려와도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소드 마스터 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는 한 폭군이 될 수는 없었다. 만약 지금 자신이 폭군이 되어 영지민들을 괴롭히면 지금이야 괜찮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쭉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루이스가 자신보다 더 강한 자에게 많은 것을 잃어버릴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그 전에 루이스, 그 자체의 주격은 폭군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루이스가 원하는 것은 현명한 군주가 되는 것이다. 꿈을 꾸면서 약간씩, 아주 약간씩 성격이 미묘하게 이상해져 가고 있긴 했지만 루이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자, 여기 밥 먹어라.”
루이스는 인벤토리에서 소고기를 하나 꺼내서 오크에게 주었다.
사실 대부분의 몬스터에게는 돼지고기를 주었지만 오크는 이족보행, 돼지나 다름없는 생물!
돼지고기를 주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애초에 습성이 육식이었던 오크는 루이스가 건넨 소고기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오크는 일주일째 물을 제외한 어떤 것도 먹지 못하였다. 물도 하루에 두 컵 정도가 전부였다.
아까 전까지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배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는데, 핏물이 뚝뚝 흐르는 신선한 소고기의 맛에 지금 미치도록 행복했다.
“취, 취익!”
“그래, 그래. 더 달라고? 옜다.”
루이스는 다시 인벤토리에서 고기를 꺼내서 오크에게 건네주었다.
오크는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그것도 먹어 치웠다.
“짜식, 어디 보자…… 이제 되려나? 몬스터 테이밍.”
루이스가 하단전의 마나를 오크에게 보내며 스킬을 시전하였다.
검은색이 빛이 오크를 서서히 감쌌다.
그리고 곧 빛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오크의 테이밍 실패하셨습니다. 오크는 당신의 부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당신이 오크의 마음을 사거나, 빈사 상태로 만들어서 펫으로 부리지 않는 한, 펫으로 만드실 수 없습니다.]
“니미.”
루이스는 기분이 더러워져 오크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쳤다.
퍽 소리가 나게 맞으며 오크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다지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루이스는 신체의 힘만으로도 살인병기나 다름없었다. 트롤은 사람 목을 뽑는 것은 간단할 정도니 말이다.
“이거, 이거. 안 되겠네? 그냥 팰까?”
루이스는 현재 일주일 동안 여러 핑계를 대면서 아크를 지하 연무장에 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있으면 한계에 도달할 터.
빨리 오크를 테이밍 해야만 했다.
“그래, 그냥 맞자.”
루이스가 살기와 투기가 적절하게 섞인 기운을 오크에게 흘려보냈다. 그러자 오크는 고기를 먹을 때는 멈추었던 몸을 엄청날 정도로 떠는 것을 다시 시작하였다.
“취, 취익.”
엄동설한에 맨몸으로 뛰어든 사람, 아니 오크처럼 부들부들 떠는 오크를 향해 루이스는 일방적으로 구타를 하기 시작했다.
퍽! 퍽!
“취, 취익!”
“새끼야, 시끄러워.”
퍽! 퍽!
“취, 취취취취익!”
“취 소리 좀 그만 내라. 더 맞는다!”
때리면서 말해 봤자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다.
퍽! 퍽!
“취이이익!”
“닥치라고! 좆나 시끄럽네.”
퍽! 퍽!
“취익!”
퍽! 퍽! 퍽! 퍽!
“내가, 그 ‘취익’ 소리 그만 내라고 했어? 안 했어? 앙?”
퍽! 퍽!
“취익!”
“새끼가, 그 소리밖에 못해?”
“취, 취익. 이, 인간 그만해라.”
“취익 말고 다른 소리도…… 어라? 할 줄 알아?”
루이스는 오크가 말을 할 줄 알자 깜짝 놀랐다.
오크가 말을 한다니!
아무리 진실이라도 학계에 말한다면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 아닌가?
“취, 취익. 기본적인 말을 할 줄 안다. 취익.”
“그, 그르냐?”
루이스는 오크가 말하자 당황한 루이스는 말을 더듬었다.
“취익, 아까 그 기운은 뭐냐? 기분 더럽게 안 좋았다.”
“그거? 좋은 건데…… 그걸 네가 거부했잖아. 그것만 네가 받아들이면 강해질 수 있다고 물론, 내가 그 힘을 주면 네가 내 부탁을 좀 들어줘야겠지만.”
“취익. 강해진다고? 얼마 만큼이냐?”
오크는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루이스에게 물었다.
현재 오크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혔었지만 기억은 모조리 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족을 모조리 죽여 버린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
오크는 현재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기사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 그 깜둥이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그러냐?”
“취익!”
오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루이스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정보를 수정하도록 하지. 만약 네가 그 검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 말을 충실히 들으면, 그 깜둥이한테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취익! 정말이냐?”
“그럼, 물론이지. 나는 거짓말 안 해.”
원래 루이스는 거짓말을 잘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이다.
오크도 루이스를 제대로 믿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취익. 좋다. 취익, 그 녀석한테 복수할 수 있다면 너에게 심장이라도 빼서 줄 수 있다.”
“뭐, 심장까진 안 줘도 되고 그럼, 계약 체결이다?”
“취익. 알았다.”
‘나이스!’
루이스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한 번 하단전의 마나를 움직였다.
루이스의 마나가 천천히 오크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몬스터 테이밍.”
[오크, 무명의 오크를 펫으로 길드이셨습니다.]
<펫 정보창>
이름:없음
레벨:105 NEXT EXP:―
직업:전사
주인:루이스 복종도:40(불신)
소속 왕국:없음 소속 영지:없음
마나(상단전):― 마나(중단전):― 마나(하단전):―
<스탯>
근력:102 민첩:71 체력:99
지식:13 지혜:11
맷집:51 유연성:9 인내력:3
정치력:10 카리스마:12
<친화도>
화(火):10 수(水):10 뇌(雷):10
풍(風):10 지(地):10 빛(光):10
동물(動物):10 몬스터(怪物):32 어둠(暗):41
사냥을 통하여 레벨 업이 불가능.
“내가 너한테 이름을 지어 주지. 앞으로 네 이름은…… 음…… 그러니까, 음냐…… 뭐가 좋을까나? 음…… 오크로드? 아니야 너무 이상해. 아, 크리스!”
루이스는 오크를 향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무명의 오크에게 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이름을 지어 줘서 복종도가 5상승합니다.]
“역소환, 크리스.”
루이스는 오크를 역소환시킨 뒤 크리스라고 이름을 지어 준 오크의 정보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크에게 마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기는 가지고 있을 터.
스틸 호크는 하단전에 마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3만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마기를.
하지만 크리스에게는 상중하 모든 마나 홀에 마기가 없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루이스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외공으로 익힌 마나는 나타나지 않는 건가? 크로우의 경우는 레벨 업을 통하여 마나가 오르는 거니까.’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끝낸 루이스는 연무장의 중간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장비 4번.”
[장비 4번으로 교체됩니다. 장비 4번은 밸런타인 영주의 검입니다.]
루이스는 검이 자신의 손에 소환되자 그것을 여러 번 휘둘렀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면서 루이스는 이질감을 느꼈다.
‘태웅의 봉술 때문인가?’
루이스는 꿈에서 그가 검을 익힌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봉을 휘둘렀다. 물론 그렇다고 루이스의 몸에는 검이 배여 있었다. 하지만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루이스는 검을 휘두르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태웅의 시절이 더욱 길어서?
태웅의 경지가 자신보다 높아서?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것은 자신 혼자서 생각해 본다고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 이것은 정해진 답이 없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던 중 루이스는 자신을 자책했다.
‘수련 중이다. 집중하자, 집중!’
루이스.
그는 할 때는 하는 ‘어린이’였다.
***
스틸 호크와 크로우는 루이스의 반지에 들어가지 않고 이제 그냥 영주 저택에서 활개치고 다녔다.
스틸 호크는 영주와 기사를 구해 준 은인이었고 크로우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마나 유저도 한 번에 쓰러뜨린 더럽게 강한 새였다.
크로우는 루이스와 비등한 정도의 식사를 했고 스틸 호크도 매우 맛있는 음식을 주었다. 물론 스틸 호크는 그것을 크로우에게 몰래 주었다.
그것 때문에 점점 스틸 호크와 크로우가 친해지고 있기도 했다.
크로우와 스틸 호크 모두 기사들과 병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연무장에 있었다.
“호오! 상당히 참신한 걸?”
“까아― 까아―”
“까아, 까악거리지 말고 말 좀 해라.”
“까아― 까아―”
“말을 말자.”
스틸 호크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같이 훈련하는 것에 놀랐다. 스틸 호크는 데스 나이트가 되기 전에 엄연히 기사였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였다.
밸런타인 영지의 기사들은 그냥 싸움만 하는 기사가 아니라, 열 명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한 명의 사령관이었다.
“스틸 호크 님.”
그때 쿤이 스틸 호크에게 다가왔다.
“왜?”
기사들의 서열은 오로지 실력이다.
신분이 같다고 해도 나이 백 살 먹은 익스퍼드 경지의 기사가 오십 살 먹은 오러 나이트 기사에게 존댓말을 하고, 반대로 오십 살 먹은 기사가 백 살 먹은 기사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저와 대련해 주십시오.”
“싫어.”
“부탁드립니다.”
“싫다니까.”
“부탁드립니다. 그때 스틸 호크 님의 전투를 보면서 그…… 가슴이 뭉클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쿤의 말을 들은 스틸 호크는 그것이 쿤의 깨달음의 실마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쿤은 어차피 루이스의 부하.
실력을 조금 높여 줘서 나쁠 것은 없었다.
“좋다. 단! 그 전에 까마귀부터 이기고 와.”
“알겠습니다.”
쿤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크로우가 화를 냈다.
“까아아악―”
맘 같아서 온갖 상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이곳에는 스틸 호크뿐만 아니라 쿤과 다른 기사, 그리고 병사들도 있었다.
“부탁한다, 크로우.”
“까악.”
크로우가 스틸 호크를 한 번 째려봤다.
“수고해.”
“까아악!”
“크로우…… 니, 님? 승부합시다.”
기사들은 크로우에 대해 호칭을 정리하기가 뭐했다.
분명 크로우는 상당히 루이스가 아끼는 존재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실력도 있었다. 그것은 인정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크로우가 동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반지에서 튀어나오고 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까마귀는 아닌데, 일단 까마귀다.
그러다 보니 기사들은 ‘님’ 자를 붙이고도 뭐하고 안 붙이기도 뭐했다.
쿤이 어색하게 말하고 크로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대답이라고 해도 ‘까악’거리는 것이 다겠지만. 일단 크로우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로우가 ‘까아’라고 하며 고개라도 끄덕여 주기를 바랐다.
그러던 차에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님’ 자는 안 붙여도 돼. 따지자면 그냥 평범한 기사로 해 두지. 그니까 기사들은 말 놔.”
겨우 150cm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진 소년.
밸런타인 영지의 어린 영주이자 그의 주군인 루이스 반 밸런타인이었다.
“영주님.”
“어디 한번 붙어 봐. 나도 구경 좀 하자.”
쿤은 루이스가 아무리 까마귀와의 싸움이지만, 자신의 싸움을 구경거리라고 생각하자 내심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 만약 평민이 그랬어도 그냥 눈살을 한 번 찌푸리고 말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쿤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는 크로우를 쳐다보면서 손짓했다.
이리로 오라는 의미였다.
크로우는 곧 검은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루이스에게 날아와 그의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크로우.”
루이스가 작게 속삭였다.
“왜?”
크로우도 작게 속삭였다.
“은신 스킬 사용금지. 그리고 3미터 이상으로는 날지 마라. 고속 비행은 인정해 주마.”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냐? 기사라면 레벨이 300일 거고, 부기사단장이니까 대충 350 정도는 될 텐데. 응?”
“아니야. 쿤 레벨은 300대 초반이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버프도 걸어 줄게. 그때 기사랑 싸웠을 때 걸었던 버프 있지?”
“그래도 거의 불가능해.”
“입에 단검도 물려줄게.”
“죽는 것이 빠르겠네. 그럼 나 소멸인가?”
“야, 네가 발리더라도 설마 쿤이 널 죽이겠냐?”
“그래도…….”
“싫어?”
“응, 싫어. 은신 스킬 사용해도 되면 몰라도.”
“좋아. 그럼 100골드로 합의 보자.”
“100골드? 더럽게 짜잖아? 그거로는 3등급 루비도 못 사겠다.”
크로우는 돈을 좋아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석을 좋아했다. 그래서 루이스는 종종 크로우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보석을 사 주거나 하였는데 물론 1등급짜리는 사 준 적은 없었다.
크로우는 돈의 개념을 게임 쪽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2등급 사파이어. 콜?”
“콜!”
소리가 너무 컸다.
“…….”
“코카까아아아악―”
크로우가 정신 줄을 높은 것처럼 비명을 길게 내질렀다. 하지만 썩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
“…….”
“…….”
잠시간의 침묵이 일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크로우였다. 자신이 한 행동이 쪽팔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 아무튼.”
“…….”
“…….”
크로우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솟구쳤다.
‘2등급 사파이어면…… 대충 50골드 하겠네.’
크로우는 처음 제시된 금액의 반 정도의 이득만 보게 되었다.
1화
9장 오크 크리스
루이스는 지하 연무장의 한 귀퉁이에 양 손발이 다 막힌 ‘광기에 사로잡혔던 오크’를 쳐다봤다.
오크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벌써 일주일째 이 상태였다.
루이스는 오크를 회유해서 펫으로 길들일 생각이었다.
그냥 죽어라 패서 빈사 상태로 만든 다음에 펫으로 길들이는 방법도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충성심이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충성심…… 다른 말로 ‘복종도’라고 하는 것이 10.
이 정도면 반항을 할 수도 있는 상태이다. 물론 그 상태에서 곧바로 복종도를 올리기 위하여 발바닥이 화상 입도록 좆나 달리겠지만, 그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루이스는 그다지 그런 짓거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유저에게 팔 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이면 족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수하가 될 녀석을 무자비한 폭력만으로 다룰 수는 없었다.
작게 봐서 하나의 집단이고 크게 보면 하나의 왕국으로 빗댈 수 있었는데 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성격 파탄자에 죽어라고 폭력만 휘두르면 반란이 일어난다. 결국 집단의 우두머리는 어떻게든 자신의 부하들에게 당하고 끝이 난다. 왕국에서는 왕이 정신 줄을 놓고 개지랄을 떨면 밑의 귀족들에게 당하거나, 아니면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다만 백성들이 일으키는 반란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루이스가 꿈에서 경험한 지구라는 곳에는 없는 마나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마나, 그것만 이용하면 절대적인 힘을 발휘 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실력 있는 기사라도 장정 열 명이 달라붙으면 바로 죽는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소드 마스터에게 평범한 장정이 아무리 달라붙어도 소드 마스터는 죽지 않는다. 그들을 죽이다가 마나가 다 떨어지면 그냥 자리를 이동할 뿐이다.
루이스에게는 절대적인 힘이 없었다.
솔직히 현재의 루이스가 조금 강하기는 하지만, 오러 나이트가 두 명만 몰려와도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소드 마스터 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는 한 폭군이 될 수는 없었다. 만약 지금 자신이 폭군이 되어 영지민들을 괴롭히면 지금이야 괜찮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쭉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루이스가 자신보다 더 강한 자에게 많은 것을 잃어버릴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그 전에 루이스, 그 자체의 주격은 폭군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루이스가 원하는 것은 현명한 군주가 되는 것이다. 꿈을 꾸면서 약간씩, 아주 약간씩 성격이 미묘하게 이상해져 가고 있긴 했지만 루이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자, 여기 밥 먹어라.”
루이스는 인벤토리에서 소고기를 하나 꺼내서 오크에게 주었다.
사실 대부분의 몬스터에게는 돼지고기를 주었지만 오크는 이족보행, 돼지나 다름없는 생물!
돼지고기를 주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애초에 습성이 육식이었던 오크는 루이스가 건넨 소고기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오크는 일주일째 물을 제외한 어떤 것도 먹지 못하였다. 물도 하루에 두 컵 정도가 전부였다.
아까 전까지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배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는데, 핏물이 뚝뚝 흐르는 신선한 소고기의 맛에 지금 미치도록 행복했다.
“취, 취익!”
“그래, 그래. 더 달라고? 옜다.”
루이스는 다시 인벤토리에서 고기를 꺼내서 오크에게 건네주었다.
오크는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여 그것도 먹어 치웠다.
“짜식, 어디 보자…… 이제 되려나? 몬스터 테이밍.”
루이스가 하단전의 마나를 오크에게 보내며 스킬을 시전하였다.
검은색이 빛이 오크를 서서히 감쌌다.
그리고 곧 빛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오크의 테이밍 실패하셨습니다. 오크는 당신의 부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당신이 오크의 마음을 사거나, 빈사 상태로 만들어서 펫으로 부리지 않는 한, 펫으로 만드실 수 없습니다.]
“니미.”
루이스는 기분이 더러워져 오크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쳤다.
퍽 소리가 나게 맞으며 오크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다지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루이스는 신체의 힘만으로도 살인병기나 다름없었다. 트롤은 사람 목을 뽑는 것은 간단할 정도니 말이다.
“이거, 이거. 안 되겠네? 그냥 팰까?”
루이스는 현재 일주일 동안 여러 핑계를 대면서 아크를 지하 연무장에 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있으면 한계에 도달할 터.
빨리 오크를 테이밍 해야만 했다.
“그래, 그냥 맞자.”
루이스가 살기와 투기가 적절하게 섞인 기운을 오크에게 흘려보냈다. 그러자 오크는 고기를 먹을 때는 멈추었던 몸을 엄청날 정도로 떠는 것을 다시 시작하였다.
“취, 취익.”
엄동설한에 맨몸으로 뛰어든 사람, 아니 오크처럼 부들부들 떠는 오크를 향해 루이스는 일방적으로 구타를 하기 시작했다.
퍽! 퍽!
“취, 취익!”
“새끼야, 시끄러워.”
퍽! 퍽!
“취, 취취취취익!”
“취 소리 좀 그만 내라. 더 맞는다!”
때리면서 말해 봤자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다.
퍽! 퍽!
“취이이익!”
“닥치라고! 좆나 시끄럽네.”
퍽! 퍽!
“취익!”
퍽! 퍽! 퍽! 퍽!
“내가, 그 ‘취익’ 소리 그만 내라고 했어? 안 했어? 앙?”
퍽! 퍽!
“취익!”
“새끼가, 그 소리밖에 못해?”
“취, 취익. 이, 인간 그만해라.”
“취익 말고 다른 소리도…… 어라? 할 줄 알아?”
루이스는 오크가 말을 할 줄 알자 깜짝 놀랐다.
오크가 말을 한다니!
아무리 진실이라도 학계에 말한다면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 아닌가?
“취, 취익. 기본적인 말을 할 줄 안다. 취익.”
“그, 그르냐?”
루이스는 오크가 말하자 당황한 루이스는 말을 더듬었다.
“취익, 아까 그 기운은 뭐냐? 기분 더럽게 안 좋았다.”
“그거? 좋은 건데…… 그걸 네가 거부했잖아. 그것만 네가 받아들이면 강해질 수 있다고 물론, 내가 그 힘을 주면 네가 내 부탁을 좀 들어줘야겠지만.”
“취익. 강해진다고? 얼마 만큼이냐?”
오크는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루이스에게 물었다.
현재 오크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혔었지만 기억은 모조리 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족을 모조리 죽여 버린 검은색 갑옷을 입은 기사.
오크는 현재 마족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기사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 그 깜둥이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그러냐?”
“취익!”
오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루이스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정보를 수정하도록 하지. 만약 네가 그 검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 말을 충실히 들으면, 그 깜둥이한테 복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취익! 정말이냐?”
“그럼, 물론이지. 나는 거짓말 안 해.”
원래 루이스는 거짓말을 잘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진실을 말하지 않을 뿐이다.
오크도 루이스를 제대로 믿지 않았다.
지금은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취익. 좋다. 취익, 그 녀석한테 복수할 수 있다면 너에게 심장이라도 빼서 줄 수 있다.”
“뭐, 심장까진 안 줘도 되고 그럼, 계약 체결이다?”
“취익. 알았다.”
‘나이스!’
루이스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다시 한 번 하단전의 마나를 움직였다.
루이스의 마나가 천천히 오크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몬스터 테이밍.”
[오크, 무명의 오크를 펫으로 길드이셨습니다.]
<펫 정보창>
이름:없음
레벨:105 NEXT EXP:―
직업:전사
주인:루이스 복종도:40(불신)
소속 왕국:없음 소속 영지:없음
마나(상단전):― 마나(중단전):― 마나(하단전):―
<스탯>
근력:102 민첩:71 체력:99
지식:13 지혜:11
맷집:51 유연성:9 인내력:3
정치력:10 카리스마:12
<친화도>
화(火):10 수(水):10 뇌(雷):10
풍(風):10 지(地):10 빛(光):10
동물(動物):10 몬스터(怪物):32 어둠(暗):41
사냥을 통하여 레벨 업이 불가능.
“내가 너한테 이름을 지어 주지. 앞으로 네 이름은…… 음…… 그러니까, 음냐…… 뭐가 좋을까나? 음…… 오크로드? 아니야 너무 이상해. 아, 크리스!”
루이스는 오크를 향해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무명의 오크에게 크리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이름을 지어 줘서 복종도가 5상승합니다.]
“역소환, 크리스.”
루이스는 오크를 역소환시킨 뒤 크리스라고 이름을 지어 준 오크의 정보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크에게 마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기는 가지고 있을 터.
스틸 호크는 하단전에 마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도 3만을 넘어서는 엄청난 양의 마기를.
하지만 크리스에게는 상중하 모든 마나 홀에 마기가 없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루이스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 보았다.
‘외공으로 익힌 마나는 나타나지 않는 건가? 크로우의 경우는 레벨 업을 통하여 마나가 오르는 거니까.’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끝낸 루이스는 연무장의 중간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장비 4번.”
[장비 4번으로 교체됩니다. 장비 4번은 밸런타인 영주의 검입니다.]
루이스는 검이 자신의 손에 소환되자 그것을 여러 번 휘둘렀다.
하지만 검을 휘두르면서 루이스는 이질감을 느꼈다.
‘태웅의 봉술 때문인가?’
루이스는 꿈에서 그가 검을 익힌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봉을 휘둘렀다. 물론 그렇다고 루이스의 몸에는 검이 배여 있었다. 하지만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루이스는 검을 휘두르면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태웅의 시절이 더욱 길어서?
태웅의 경지가 자신보다 높아서?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것은 자신 혼자서 생각해 본다고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 이것은 정해진 답이 없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던 중 루이스는 자신을 자책했다.
‘수련 중이다. 집중하자, 집중!’
루이스.
그는 할 때는 하는 ‘어린이’였다.
***
스틸 호크와 크로우는 루이스의 반지에 들어가지 않고 이제 그냥 영주 저택에서 활개치고 다녔다.
스틸 호크는 영주와 기사를 구해 준 은인이었고 크로우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마나 유저도 한 번에 쓰러뜨린 더럽게 강한 새였다.
크로우는 루이스와 비등한 정도의 식사를 했고 스틸 호크도 매우 맛있는 음식을 주었다. 물론 스틸 호크는 그것을 크로우에게 몰래 주었다.
그것 때문에 점점 스틸 호크와 크로우가 친해지고 있기도 했다.
크로우와 스틸 호크 모두 기사들과 병사들이 훈련하고 있는 연무장에 있었다.
“호오! 상당히 참신한 걸?”
“까아― 까아―”
“까아, 까악거리지 말고 말 좀 해라.”
“까아― 까아―”
“말을 말자.”
스틸 호크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같이 훈련하는 것에 놀랐다. 스틸 호크는 데스 나이트가 되기 전에 엄연히 기사였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였다.
밸런타인 영지의 기사들은 그냥 싸움만 하는 기사가 아니라, 열 명의 병사들을 지휘하는 한 명의 사령관이었다.
“스틸 호크 님.”
그때 쿤이 스틸 호크에게 다가왔다.
“왜?”
기사들의 서열은 오로지 실력이다.
신분이 같다고 해도 나이 백 살 먹은 익스퍼드 경지의 기사가 오십 살 먹은 오러 나이트 기사에게 존댓말을 하고, 반대로 오십 살 먹은 기사가 백 살 먹은 기사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저와 대련해 주십시오.”
“싫어.”
“부탁드립니다.”
“싫다니까.”
“부탁드립니다. 그때 스틸 호크 님의 전투를 보면서 그…… 가슴이 뭉클하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쿤의 말을 들은 스틸 호크는 그것이 쿤의 깨달음의 실마리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쿤은 어차피 루이스의 부하.
실력을 조금 높여 줘서 나쁠 것은 없었다.
“좋다. 단! 그 전에 까마귀부터 이기고 와.”
“알겠습니다.”
쿤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크로우가 화를 냈다.
“까아아악―”
맘 같아서 온갖 상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이곳에는 스틸 호크뿐만 아니라 쿤과 다른 기사, 그리고 병사들도 있었다.
“부탁한다, 크로우.”
“까악.”
크로우가 스틸 호크를 한 번 째려봤다.
“수고해.”
“까아악!”
“크로우…… 니, 님? 승부합시다.”
기사들은 크로우에 대해 호칭을 정리하기가 뭐했다.
분명 크로우는 상당히 루이스가 아끼는 존재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실력도 있었다. 그것은 인정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크로우가 동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반지에서 튀어나오고 하는 것을 보면 평범한 까마귀는 아닌데, 일단 까마귀다.
그러다 보니 기사들은 ‘님’ 자를 붙이고도 뭐하고 안 붙이기도 뭐했다.
쿤이 어색하게 말하고 크로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대답이라고 해도 ‘까악’거리는 것이 다겠지만. 일단 크로우가 사람들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로우가 ‘까아’라고 하며 고개라도 끄덕여 주기를 바랐다.
그러던 차에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님’ 자는 안 붙여도 돼. 따지자면 그냥 평범한 기사로 해 두지. 그니까 기사들은 말 놔.”
겨우 150cm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진 소년.
밸런타인 영지의 어린 영주이자 그의 주군인 루이스 반 밸런타인이었다.
“영주님.”
“어디 한번 붙어 봐. 나도 구경 좀 하자.”
쿤은 루이스가 아무리 까마귀와의 싸움이지만, 자신의 싸움을 구경거리라고 생각하자 내심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전혀 표를 내지 않았다. 만약 평민이 그랬어도 그냥 눈살을 한 번 찌푸리고 말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쿤이 고개를 끄덕이자 루이스는 크로우를 쳐다보면서 손짓했다.
이리로 오라는 의미였다.
크로우는 곧 검은색의 날개를 퍼덕이며 루이스에게 날아와 그의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크로우.”
루이스가 작게 속삭였다.
“왜?”
크로우도 작게 속삭였다.
“은신 스킬 사용금지. 그리고 3미터 이상으로는 날지 마라. 고속 비행은 인정해 주마.”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냐? 기사라면 레벨이 300일 거고, 부기사단장이니까 대충 350 정도는 될 텐데. 응?”
“아니야. 쿤 레벨은 300대 초반이다. 그리고 내가 너한테 버프도 걸어 줄게. 그때 기사랑 싸웠을 때 걸었던 버프 있지?”
“그래도 거의 불가능해.”
“입에 단검도 물려줄게.”
“죽는 것이 빠르겠네. 그럼 나 소멸인가?”
“야, 네가 발리더라도 설마 쿤이 널 죽이겠냐?”
“그래도…….”
“싫어?”
“응, 싫어. 은신 스킬 사용해도 되면 몰라도.”
“좋아. 그럼 100골드로 합의 보자.”
“100골드? 더럽게 짜잖아? 그거로는 3등급 루비도 못 사겠다.”
크로우는 돈을 좋아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석을 좋아했다. 그래서 루이스는 종종 크로우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 보석을 사 주거나 하였는데 물론 1등급짜리는 사 준 적은 없었다.
크로우는 돈의 개념을 게임 쪽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좋아, 그럼 2등급 사파이어. 콜?”
“콜!”
소리가 너무 컸다.
“…….”
“코카까아아아악―”
크로우가 정신 줄을 높은 것처럼 비명을 길게 내질렀다. 하지만 썩 나쁘지 않은 대처였다.
“…….”
“…….”
잠시간의 침묵이 일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크로우였다. 자신이 한 행동이 쪽팔렸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 아무튼.”
“…….”
“…….”
크로우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솟구쳤다.
‘2등급 사파이어면…… 대충 50골드 하겠네.’
크로우는 처음 제시된 금액의 반 정도의 이득만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