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화



하급의 파워 블레이드가 최대로 닿는 길이는 겨우 2미터 남짓, 그래서 루이스는 크로우에게 3미터 이상 날지 말라고 한 것이다.
“가겠습니다. 크로우.”
쿤은 이름을 부를 때는 그냥 부르고 말을 할 때는 존칭을 사용하는 이상한 언어를 구사하며 크로우에게 달려들었다.
크로우는 가볍게 날갯짓을 하여 대충 3여 미터까지 날아올랐다.
쿤은 곧바로 다리에 최대한으로 빨리 마나를 보내어 크로우가 있는 곳보다 약간 높은 곳까지 점프했다.
크로우는 곧장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쿤이 중력의 법칙에 의해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내려오면서도 크로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고까아― 소까악― 이까아― 도까앙―”
크로우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상당히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곧장 크로우의 신영은 앞으로 쏜살같이 나아갔다.
그것은 곧 쿤의 공격을 피하는 결과가 되었다.
쿤은 검에 마나를 주입했다.
마나가 주입된 쿤의 검에서는 천천히 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에서 나오는 김의 양은 점점 늘어갔다.
쿤이 작정하고 검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쿤은 크로우가 새이기 때문에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서 공격하는 것보다는 몸집이 작고 날쌘 상대를 상대할 때처럼 광범위하게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크로우는 쿤이 검에서 김을 일으키자, 눈살을 찌푸렸다.
3미터 이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으면 저딴 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는 어찌 보면 투명한 공간의 벽에 둘러 막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맘만 먹으면 그 이상으로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짠돌이 이타치…… 아니, 루이스가 2등급의 사파이어를 사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악―”
크로우가 울음소리를 길게 내뱉으며 쿤을 향해 돌진했다.
왜 자신이 검에서 김이 펄펄 넘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어린이용 만화를 보면서 ‘왜 악당은 타핫! 변신! 이 지랄 까고 있을 때 공격 안 하는 거지? 저때 한 대만 치면 바로 죽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크로우의 부리가 쿤의 이마에 박혔다.
물론 크로우의 부리는 상당히 뭉툭하였고 또 그리 강하게 공격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생채기만 내고 끝났다.
쿤의 경우에서 보면 안타까운 것이고 크로우의 경우에서 보면 행운인 것이었다.
크로우는 쿤의 오른쪽 눈 위의 이마에 생채기를 냈고 그 덕분에 피가 흘러 쿤의 오른쪽 눈의 시야를 제한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충 30퍼센트 정도 공격이 엇나가게 되는데, 이것은 운동 시합이나 싸움에서 상당한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한다.
즉, 쿤은 지금 거리감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크윽.”
쿤의 정신 집중이 흔들리자, 그의 검에서 나오는 김의 양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부기사단장님, 이기십시오!”
“쿤 부기사단장님!”
“부단장님, 파이팅!”
이미 모든 기사들과 병사들은 크로우와 쿤의 승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쿤은 다시 정신을 집중하여 검에 폭발적으로 마나를 집어넣었다.
우우웅.
갑자기 불어넣는 마나량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검의 떨림이 일어났다.
쿤의 검이 자욱하게 안 보일 정도로 검운(劍雲)을 생성하고 나서 허공에서 비행을 하고 있는 크로우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쿤의 검에서 생성된 검운은 곡선을 그리며 크로우를 향해 쇄도하였다.
검운을 보면서 크로우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여기서 그만두어도 2등급 사파이어는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저것에 맞으면 아프다. 더 싸우기도 귀찮다.
크로우는 만감이 교차했다.

크로우를 지켜보던 루이스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크로우가 머뭇거리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곧 있어 이상함의 정체를 안 루이스는 피식 웃었다.
‘저 새끼가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루이스는 크로우를 향해 소리쳤다.
“이기면 1등급! 그것도 따블이다!”
루이스가 갑자기 소리치자 아무도 이해 못했다. 크로우만을 제외하고는.

‘따블이라고? 그것도 1등급?’
크로우의 두 눈이 빛이 났다.
“고속 비행.”
크로우가 아무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크로우가 스킬을 펼친 순간 크로우의 신영은 앞으로 쭈욱 밀려갔다.
날개 죽지를 약간 트는 것만으로 방향을 바꾸며 파워 블레이드를 펼쳐 생성되는 검운을 피한 크로우는 루이스가 등에 묶어서 매달아 준 강철단검을 한쪽 날개에 쥐었다.
“까아아악―”
크로우가 새이기 때문에 입에 무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유로운 공격이 불가능하며, 검을 잡고 있는 악력도 상당히 약하다. 물론 날개에 쥐게 되면 나는 것에 이상이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크로우가 노리는 바였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날면서 상대를 공격하면 그것만큼 변칙적인 공격은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크로우가 허공에서 이상하게 비행을 하며 쿤의 근처에 다가가 강철단검을 휘둘렀다.
크로우는 강철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크로우의 약한 악력을 약간이나마 완화시켜 줄 것이었다.
캉! 캉! 캉! 캉!
크로우와 쿤의 검이 여러 번 맞물렸다.
크로우는 단검을 이용하여 싸운 적이 거의 없었기에 제대로 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것을 막는 것은 거리감이 약간 이상해진 쿤이라도 간단한 일이었다.
거리감에 이상이 생겨 공격을 하는 것은 힘든 쿤이었지만.
캉! 캉! 캉! 캉!
수차례 크로우의 단검과 쿤의 단검이 계속해서 부딪혔다.
“까아아아악―”
크로우가 그렇게 소리치며 쿤에게 들리지 않게 ‘고속비행’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때 크로우는 폭발적인 마나를 소모했다.
대충 평소의 열 배의 속도로 크로우는 앞으로 나아갔다.
매우 짧은 거리였고 제트기와 맞먹는 속도였기에 쿤은 피해 낼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피할 필요가 없었다.
퍽!
“까, 까아악.”
크로우는 검은 한쪽 날개에 쥐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비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예상했던 비행로를 이탈, 크로우는 자신의 대가리를 이용하여 바닥과 강렬한 박치기를 했다.
“까, 까아아…….”
몸을 부르르 떨던 크로우는 눈이 뒤집어지면서 기절을 했다.
“이긴…… 건가?”
쿤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승패가 나자 약간 어이없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아……저 바보 새. 저딴 새끼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녀석이라고 하는 게 아니었어. 미치광이 흑마법사가 만든 것을 주웠다고 하는 게 나았을까나?”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교단에서 반지를 정화하겠다는 명목하에 ‘강탈’해 갈 것은 뻔할 뻔자였다.
“쩝…….”
루이스는 입을 쩝쩝 다시며 크로우의 근처에 다가갔다.
“에휴.”
반지에 집어넣을까 생각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기사들한테 귀여움이라 받으라는 생각에 크로우를 들어서 연무장의 한 켠에 있는 나무 위에 올려 주었다.
상당히 높은 나무였지만, 이미 기사들 사이에서 루이스가 마나 유저 중급에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 루이스는 가볍게 점프해서 크로우를 올려 주었다.
“날개에 검을 쥐긴, 왜 날개에 쥐어? 발가락으로 잡았어야지. 발은 폼이냐?”
기절한 크로우에게 핀잔을 준 루이스는 한숨을 한 번 더 내뱉었다.

쿤과 스틸 호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쿤이 크로우와 싸운 이유는 단지 스틸 호크와 대련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입으로 두 말 하시지는 않으시겠죠?”
“글쎄?”
“실망할 겁니다.”
“그러든가, 말든지.”
스틸 호크는 쿤을 조롱하는 말투로 말했으나, 이미 스틸 호크는 검은색 창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였다.
“감사합니다.”
“뭐,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저 까마귀 이기면 싸워 준다고 했으니까.”
“그렇군요.”
쿤은 스틸 호크는 주시하면서도 천천히 발을 놀리며 몸을 뒤로 이동시켰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루이스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바보 새하고 쿤하고 싸운 이유가 저거 때문이었나?”
루이스는 크로우와 쿤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몰랐다.
그저 그의 예상으로는 크로우가 기사를 한 방에 쓰러뜨렸던 것을 보았던 쿤이 호승심이라도 생겼던 것인 줄 알았다.
“호승심은 생기긴 했네.”
크로우가 아니라, 스틸 호크한테.

“가겠습니다!”
쿤은 먼저 달려 나가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오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매너 없는 건 줄은 아냐?”
“타핫!”
쿤의 검이 사선으로 스틸 호크의 갑옷을 향해 쇄도되었다.
캉!
가볍게 창으로 쿤의 공격을 튕겨 낸 스틸 호크는 한 발을 내딛으며 어깨를 이용하여 쿤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윽.”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밀려난 쿤은 곧바로 마나 홀의 마나를 끌어 올려서 다리로 이동시켰다.
비약적으로 강해진 다리로 땅을 박찼다.
쿤이 거의 10미터를 점프했다.
“높이 나네.”
표정은 갑옷에 가려서 안 보였지만, 말투로 보아 스틸 호크가 지금 엄청나게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쿤은 이를 악물었다.
다리에 약하게 남아 있던 마나를 허공에서 폭발시켰다.
펑.
약한 폭발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중력의 가속도에다가 마나의 폭발로 일어난 충격파로 쿤은 상당히 빠른 스피드로 스틸 호크에게 쏘아졌다.
샤아아악―
쿤이 마나를 빠른 속도로 집어넣으며 스틸 호크를 향해 휘둘렀다.
“뻘짓하고 있네. 마나만 소모하는 거잖아?”
스틸 호크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앞으로 쓰윽 밀었다.
대충 십 보 정도 걸어간 스틸 호크는 곧 있으면 땅에 착지할 쿤을 보았다.
쿵!
착지와 동시에 먼지바람을 휘날린 쿤은 두 눈을 빛내며 빠른 속도로 스틸 호크는 향해 달려들었다.
슈우욱!
쿤은 가슴 근육과 어깨 골격까지 이용하여 날카로운 찌르기를 시도했다.
쿤의 찌르기에 스틸 호크는 몸을 살짝 틀어서 피한 후, 창의 평평한 부분으로 쿤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커억.”
털썩.
쿤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고 자리에 주저앉게 되었다.
“끝이다.”
“콜록콜록…… 졌습니다.”
쿤이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시인했다.
짝짝짝.
“부단장님 잘하셨습니다!”
“우와아―”
“멋졌습니다!”
“다음에는 이기십시오!”
병사들과 기사들의 박수 소리가 주위에서 들렸다.
기사들은 쿤을 격려의 말을 하기도 했다.
“대단하십니다.”
루이스가 스틸 호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이 정도로 뭘…….”
스틸 호크가 상당히 무례한 발언을 했다.
한 영지의 영주에게, 정확한 출생도 모르는 자가 말을 놓다니!
평소라면 기사들이 격분해서 달려들었겠지만, 그들은 스틸 호크의 실력을 쿤을 통해서 들었었다.
혼자서 150마리의 오크를 섬멸했다.
그것은 엄청난 것이다.
소드 익스퍼드 중급인 찰스도 자신 혼자서 오크 50마리를 상대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정도인데, 150마리라니!
그 정도면 능히 소드 익스퍼드 상급의 끝자락이거나, 오러 나이트 하급의 경지인 것이다. 그것보다 더 높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오러 나이트라면 하급이든 상급이든 그것에 상관없이 국가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하면 자작의 작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는 땅이 있다면 그곳의 영주도 될 수 있었다.
밸런타인 영지와 산을 경계로 맞닿아 있는 가르시아 자작령의 영주도 아무런 작위도 없었으나 오러 나이트로서 국가에 충성을 한다고 약속을 하고 자작이라는 직위와 함께 영지를 하사 받은 케이스였다.
가르시아 자작령은 엄청난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밸런타인 영지와 경계로 삼은 산을 필두로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작지만 바다와도 연결이 되어 있었으며, 영지의 중간에는 매장량이 얼마인지 아직도 추측이 다 되지 않은 철광산이 있었다.
가르시아 자작이 마음만 먹으면 밸런타인 영지는 풍비박산 나게 되어 있었다. 단지 지금은 아직 루이스가 ‘완벽하게’ 영주위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공격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다.
그로인 남작 시절에도 가르시아 자작은 밸런타인 영지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나올 것도 없는 것이 한 몫 하였다. 밸런타인 영지는 파슈타인 백작령과 가르시아 자작령의 사이에 있어서 파슈타인 백작령과 가르시아 자작령의 대립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괜히 가르시아 자작이 밸런타인 영지를 공격할 이유도 없었다.
이것을 역으로 보자면 파슈타인 백작령도 밸런타인 남작령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었지만 가르시아 자작령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밸런타인 영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부모가 평민이라 할지라도 오러 나이트가 되면 밸런타인 영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스틸 호크와 루이스가 상당히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아 온 기사들이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것이다.
“근데, 스틸 호크 님.”
루이스는 속으로는 스틸 호크에게 ‘님’ 자를 붙이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게 했다.
“왜?”
“저희 기사단 전체와 한 번 대련해 주시겠습니까?”
루이스의 말에 놀란 것은 쿤과 찰스를 비롯한 기사들이었다.
“예에?”
“영주님!”
그들도 어찌 강한 검사…… 아니, 전사인 스틸 호크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다구리를 치라니!
“이기시면 제가 가능한 한 스틸 호크 님의 부탁을 들어드리겠습니다.”
“흐음…….”
스틸 호크가 루이스를 흘깃 쳐다보았다.
루이스는 스틸 호크가 뜸을 들이자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의 마나 서클이 빠른 속도로 회전을 했고, 그는 여러 수식을 맞추며 이미지 메이킹까지 완료를 한 후 자신의 의지를 담았다.
―그러겠다고 해라. 그리고 이겨, 이겨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루이스의 메시지 마법에 스틸 호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그도 마찬가지로 메시지 마법을 사용해 대답했다.
―알았어.
스틸 호크는 데스 나이트다.
데스 나이트는 기사이긴 하지만 흑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은 4서클 마법까지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스틸 호크는 마계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6서클의 흑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루이스보다 흑마법의 경지가 높은 것이다.
물론 활용력에서는 루이스보다 많이 부족했지만.
“좋아, 받아들이지. 그런데 내가 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
완벽한 하대!
루이스는 스틸 호크가 자신은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스틸 호크가 오히려 자신이 윗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속에 천불이 날 것만 같았다.
따지고 보면 스틸 호크는 그의 펫이었다.
“하하하, 스틸 호크 님이 과연 지실지 의문이 드는 군요. 만약 스틸 호크 님이 지시면 제가 제안한 것과 똑같이 스틸 호크 님이 가능한 한 저의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알겠네.”
스틸 호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아, 쿤. 자네는 그냥 쉬게.”
“알겠습니다, 영주님.”
쿤이 뚜벅뚜벅 걸어서 루이스의 옆에 멈춰서 스틸 호크와 다른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했다.
처음에는 다구리를 치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러 나이트의 올랐을 확률이 다분한 스틸 호크와 대련을 한다는 사실에 가슴속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자, 시작!”

대패(大敗)!
그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기사들은 깔끔하게 발렸다.
일타일피(一打一披)!
한 대 맞은 기사들은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사실 스틸 호크는 쿤과 대련을 할 때 아주 약하게 대련을 했었다. 그러고도 쿤은 매우 짧은 시간에 패배를 했지만 말이다.
제대로 힘을 실은 공격에 기사들은 속절없이 나가떨어졌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스무 명이 넘는 기사들은 모두 바닥에 뻗었다.
“하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허약하군.”
“음…… 조금 더 굴려야겠습니다. 그럼 저한테 부탁할 것이 있습니까?”
루이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묻자 스틸 호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사를 시켜줘.”
“기사…… 말씀입니까? 하지만 제가 기사의 서약을 하게 되면 스틸 호크 님의 저의 기사가 되어야 합니다.”
“알고 있어.”
“스틸 호크 님이라면 충분히 국왕 전하께 기사 서임을 받으실 수 있을 터입니다만?”
루이스의 말에 스틸 호크가 루이스에게 메시지 마법을 날렸다.
―장난해? 어쩌라고?
―마땅한 이유가 없으면, 의심만 받는다. 알아서 대처 해.
―개자식.
―사람 자식이다.
잠시 머리를 굴린 스틸 호크가 답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로인에게 한 번 목숨이 구해진 적이 있었다.”
“아버지…… 에게 말입니까?”
“그래, 나는 용병이었다. 그때 그로인은 한 기사와 함께 잠행을 할 때였지. 어느 날 내가 독자적으로 활동을 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그로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내가 그때 가진 돈이랑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은혜를 갚겠다고 했었지만 그로인은 받지 않았다. 내가 억지로라도 은혜를 갚으려고 하자 그는 나에게 후 뛰어난 검사가 되어서 밸런타인 남작령으로 오라고 했었다. 나는 그 후 가지고 있던 돈으로 후미진 산에 집을 하나 산 후 검만 파고들었다. 그러기를 15년이 흘러, 나 나름대로 강해졌다고 생각하고 밸런타인 남작령에 대하여 조사를 했지. 놀랍게도 그로인은 이 영지의 영주였더군. 하지만 죽었다는 사실에 나는 그의 아들인 너에게라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서 온 것이다. 뭐, 너도 그로인처럼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스틸 호크가 멋진 소설을 썼다.
스틸 호크의 소설을 들은 바닥에 뻗어 있던 기사들은 스틸 호크를 존경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