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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한 지방의 영주도 될 수 있는 그가 명예나 그런 것을 전부 포기하고 은혜를 갚기 위해서 루이스를 도우려고 한다는 사실에, 머리보다 가슴으로 생각하는 기사들로서는 스틸 호크가 멋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루이스는 스틸 호크의 말을 듣고는 그의 말에서 생길 수 있는 어폐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영주 저택으로 오셨어야 하는데, 어떻게 저희 기사들이 오크를 토벌하고 있을 때 오신 겁니까? 계획을 세우거나 한 것이 아니라 곧장 오크들에게 향한 것인데 말입니다.”
“그건…….”
스틸 호크는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자신의 두뇌를 회전시켰다. 그러기를 잠시, 아주 짧은 시간에 대답을 찾은 스틸 호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내가 그 산을 통하여 영주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려서 가 보았더니 기사들이 오크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네가 나무 위에서 오크를 활로 노리고 있더군. 그곳이 밸런타인 남작령에 속한 곳이기도 했고 기사들도 있었으며, 내가 정보 길드를 통하여 얻은 현재 영주의 나이가 너와 비슷하였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도와주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우연을 강조하며 스틸 호크는 말했고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 뜻이 그러하다면 기사 서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군.”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스틸 호크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차렸다.
“지금 하시려고요? 나중에 제대로 된 상태에서 해도 괜찮을 터인데요?”
“아닙니다. 그리고 말은 놓으시지요.”
“알겠습…… 아니, 알겠네.”
루이스가 그 후 스틸 호크의 기사 서임을 하려고 할 때였다.
“영주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이를 확인했다.
루이스를 부른 이는 집사 류크였는데, 그가 헐레벌떡 루이스에게 뛰어왔다.
“무슨 일이냐?”
“가르시아 자작령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가르시아 자작령에서?”
“예.”
“무슨 일이라고 하더냐?”
“그것이…….”
류크가 대답하려고 할 때, 기사 세 명과 함께 펜 좀 굴렸을 법한 사내가 두루마리를 한 손에 들고서 위풍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저는 카믈리안 준남작이라고 합니다, 밸런타인 영주님.”
“무슨 일이냐?”
직급은 루이스가 더 높았기에 루이스가 하대를 했다.
“밸런타인 영지에는 마법 전송 장치가 없기에 그 옆의 영지인 저희 영지에 폐하의 서신이 왔습니다.”
“전하의 서신이?”
“그렇습니다.”
카믈리안 준남작이 그렇게 한 번 끄덕이더니 두루마리를 차르륵 펼쳤다.
그와 동시에 루이스는 한쪽 무릎을 꿇어 스틸 호크와 같은 자세를 취했고 스틸 호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밑으로 내리 깔았다.
카믈리안 준남작이 한 번 좌중을 쓰윽 훑어보더니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
“영주 정식 취임을 위하여 루이스 반 밸런타인 남작은 2월 1일에 열리는 왕궁 파티에 참석하도록 하여라.”

10장 수도를 향하여



“잘 다녀오십시오.”
찰스를 비롯한 기사들이 인사를 하자 루이스는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윌리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루이스와 스틸 호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영주님, 역시 마차를 준비하는 게…….”
“됐어,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할 거라니까. 말이 있으면 행동도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리고 스틸 호크 님…… 아니, 호크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루이스는 일부로 ‘님’ 자를 한 번 붙였다가 말을 놓았다.
자신이 아직 스틸 호크에게 하대하는 것을 어색해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연기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갔다 올게.”
“다녀오세요.”
기사들과 여러 하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루이스는 스틸 호크와 길을 나섰다.
루이스는 어제 카믈리안 준남작이 와서 폐하가 왕궁 파티에 참석하라는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겨우 남작에 불과한 자신을 왕궁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다니.
그렇다고 자신에게 힘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꿈을 꾸고 나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루이스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아닌 언데드와 동물은 알고 있지만 말이다.
곧 차분하게 생각해 본 결과 루이스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었다.
‘전쟁…… 때문인가?’
현재 전 대륙은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결과 전 왕국의 병력은 한도에 달하게 되었고 힘을 소유하게 된 귀족들과 국왕들은 조금이라도 더 풍족하고 조금이라도 더 멋진 생활, 그리고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현재 왕국에 국왕파와 귀족파의 파벌이 더욱더 강렬하게 싸운다는 소식이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반란의 기운이 천천히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크롬 왕국의 유일한 소드 마스터이자 대대로 소드 마스터를 배출하고 있는 최고의 명문 가문 셀피어드 공작가의 가주인 칼리어스 폰 셀피어드가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만약 공작이 귀족파가 된다면 그를 중심으로 뭉친 귀족파가 반역을 시도할 것이다. 반대로 국왕파에 붙는다면 귀족파의 귀족들은 쪽도 쓰지 못할 것이리라.
셀피어드 공작은 현명한 이였기에 어느 쪽에도 붙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아는 귀족파의 귀족들과 국왕파의 귀족들은 자신의 세력으로 귀족들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고군분투를 하는 중이리라!
밸런타인 영지의 전력은 작지만 ‘진짜 기사’가 두 명이나 있었고, 천 명의 작은 병력이지만 그 천 명이 전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전력이 될 수도 있었기에 루이스를 초청한 것이리라.
물론 루이스를 직접 부른 것은 국왕이 아닌 국왕파에 속한 귀족이겠지만 국왕의 이름으로 서신을 보냈다는 것은 국왕이 부른 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왕에게 직접 가지 않아도 영주직은 물려받게 된다. 아마 루이스는 현재 밸런타인 영지의 영주로서 왕국의 영주 명부에 올라 있을 것이다. 단지 그것은 형식에 불과한 것.
루이스가 아직 어리다 보니 만만하게 생각하고 쉽게 굴릴 수 있는 애송이 영주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현재 우리 영지가… 소모품 정도인가?”
국왕파의 귀족들은 밸런타인 영지가 만약 생각보다 약하다 하더라도 언젠가 쓰고 버릴 소모품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무슨 소리야?”
스틸 호크가 저 혼자 중얼거리는 루이스를 향해 물었다.
“응? 아아, 그냥 이것저것. 근데…….”
“뭐?”
“너 왜 나한테 반말 찍찍 내뱉었냐? 아니지 지금도 반말을 내뱉고 있으니…… 그래! 왜 하대했냐? 내가 네 시다바리냐? 응? 앙? 내가 만만하게 보이냐고, 이 새끼야. 내가 너한테 축복이라도 내려 줄까?”
루이스가 구질구질하게 이미 지난 일을 들먹였다.
“하지만 그럴 상황이었잖아?”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 네가 나를 그냥 한 명의 귀족으로서, 영주로서 생각한다고 하며 존칭을 쓰거나…… 너한테 그딴 것은 안 바란다. 최소한 평대였어야지! 내가 네 하인이야? 내가 널 씻겨 줄까?”
“갑자기 왜 그러냐?”
“짜증나서 그렇다. 왜?”
“그래서 어쩌라고?”
스틸 호크는 떳떳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깟 하대 몇 번 했다고.
“어쩌긴! 새끼야, 지금 내가 네 주군이거든? 아직 나한테 기사들은 ‘목숨보다 영주님을 소중히 대하겠습니다!’라는 말은 안 했지만 극존칭을 쓴다고! 너는 뭐냐? 나한테 ‘목숨보다 영주님을 소중히 대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했으면서 발만을 치냐? 장난해? 내가 만만하게 보이나 보네? 응?”
“난 너한테 목숨보다 너를 소중히 대하겠다는 말한 적 없다. 그리고 내 목숨은 상당히 가볍다고, 죽으면 어차피 다시 살아날 수 있잖아?”
“이 빌어먹을 자식이.”
일부러 한참을 씩씩 거리던 루이스가 말했다.
“야.”
“왜?”
“앞으로 존칭 써라. 야자하면 죽인다.”
“뭐, 알겠다. 근데 야자는 뭐냐?”
“반말 치는 거.”
“예예,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루이스는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사실 루이스는 별 상관없었다. 그냥 그때 하대한 것이 짜증난 것이지 함께 있을 때는 평대를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말을 하다 보니 그냥 그런 방향으로 흘러간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스틸 호크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틸 호크도 알고 있었다.
“블랙…… 이 아니라, 영주님.”
“왜?”
“텔레포트 게이트 진짜로 타실 겁니까? 돈은 있습니까?”
“응? 돌았냐. 타러 갔다가 너 들킬걸? 텔레포트 게이트 있는 곳의 지장은 최소 5서클이라고.”
“그렇죠?”
“그래. 그리고…… 돈은 걱정 마라. 돈이라면 내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만들 정도도 되니까 말이다.”
“마나석으로 대충 끼워 만들면 되잖아요. 돈이야 뭐, 필요합니까?”
“이런 무식한 자식! 텔레포트 게이트 만들 때, 마법진을 뭐로 그리는 줄 아냐? 황금하고 미스릴, 마나석 가루 등등! 더럽게 비싼 것들로만 만든다고! 마계에서 흑마법 6서클 까지 올렸다는 녀석이 그것도 모르냐?”
“마계는 인간들처럼 허접한 마법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죠.”
“아아, 그르냐.”
생각해 보니 마계에서 상급 마족은 능히 성룡과 맞먹는 힘을 지닌다. 물론 인간계로 넘어오면서 힘이 쪼달려서 최상급 마족 한 다섯 마리가 달라붙어야 그나마 성룡급의 드래곤과 맞짱을 깔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즉, 마계에서 마족들의 힘은 상상초월이라 말이다.
마계에선 소드 마스터에 6서클의 흑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던 스틸 호크는 겨우 하급 마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기다 마계에서는 그냥 검으로만 드래곤을 때려잡을 수 있는 투마족들과 비등한 경지에 있는 환마족들이 있으니 그딴 것 없이 오로지 순수한 마기로만 마법진을 그려도 마계의 어느 지역이나 텔레포트가 가능할 것이다.
“쩝. 아무튼 내가 그 정도 금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 말이야.”
“그래도 다행이군요. 전생에서는 사부나 영주님이나 돈에 쪼달렸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귀족 보물 창고 턴 게 한두 번입니까?”
“야야, 그래도 겨우 코딱지만 한 세력의 귀족들만 털었잖아. 그때까지는 그냥 수많은 데스 나이트들 중에서 힘은 약하지만 이성이 있는 데스 나이트에 불과했잖아? 지금은 대륙의 대부분의 데스 나이트들을 한 손으로 때려잡겠지만.”
“어투가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칭찬이니 감사히 듣겠습니다.”
스틸 호크가 약간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조롱하는 의미다.
그 뜻을 이해한 루이스는 살짝 미간을 모으며 말했다.
“칭찬이라니, 당치도 않아. 욕이야, 욕. 그걸 그렇게 이해를 못해? 데스 나이트를 한 손으로 때려잡는 게 정상이냐? 그리고 너는 네 동족을 한 손으로 때려잡는다는 걸 칭찬으로 이해한 거야? 황당한 녀석이네.”
“…….”
“에휴,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결국 데스 나이트의 천적은 데스 나이트인 너였냐?”
“……말을 말자.”
“이 자식이 어디서 평대야.”
“후우…….”
스틸 호크의 갑옷에서 음산한 기운이 바람과 함께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음산한 기운은 루이스의 신성력으로 모두 상쇄되었다.
루이스와 스틸 호크가 영양가 없는 말싸움을 하며 하염없이 길을 걷고 있을 때, 루이스의 머리에 하나의 섬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 맞다…….”
루이스는 그렇게 잠시 중얼거리더니 스틸 호크를 향해 한 번 그윽한 미소를 지어 주고는 말했다.
“소환, 크리스.”
루이스의 반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녹색 피부의 이족보행 돼지가 튀어나왔다.
루이스가 포획한 후 스틸 호크에게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구라와 진실을 적절히 썩어서 길들인 오크였다.
“취이익!”
크리스가 소환된 후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스틸 호크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소리쳤다.
“주인, 복수의 날인 건가?”
크리스가 매끈하게 인간의 말을 구사했다.
그 이유는 크리스가 루이스의 펫이 되었기에 게임적인 시스템이 적용되어 크리스의 말을 직역해 준 것이었다.
“그래.”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스는 크리스에게 한 약속을 지키면서도 스틸 호크에게 더럽게 맞으면서 크리스가 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뭡니까?”
스틸 호크가 루이스를 응시하며 말했다.
스틸 호크의 얼굴은 애초에 없었기에 응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분위기와 기타 등등으로 따져 보면 응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폭풍간지맨의 등장이랄까…….”
루이스가 뻘소리를 했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이런 말이다!”
겉으로는 ‘취이이익! 취익!’이라고 했지만, 루이스에게는 ‘이런 말이다!’라고 직역해서 들려왔다.
크리스 말의 직역을 들은 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시스템이 좋기는 더럽게 좋군.’
감탄을 한 것이다.
하지만 스틸 호크는 다르게 알아들었다.
같은 펫이기에 스틸 호크도 크리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니미.”
작게 욕지거리를 한 스틸 호크는 팔을 회전시키며 주먹을 내질렀다.
크리스는 스틸 호크의 펀치에 그의 손목 부분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자신의 펀치에 담긴 위력과 크리스의 당기기의 힘이 추가된 힘에 스틸 호크는 무게 중심이 무너지며 앞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크리스는 평범한 실력이 아니었다.
겨우 오크가 아무리 스틸 호크가 아무런 힘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오러 나이트 상급의 실력자의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다니!
더군다나 크리스는 아직 오크 중에서도 어린 오크라 할 수 있었다.
‘반지 안에서 훈련한 건가?’
루이스는 지레짐작했다.
반지 안에도 엄연히 공간이 존재했다.
스틸 호크와 크로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도 있었지 않은가?
하지만 단순히 훈련만으로 이 정도의 실력을 낸 것은 광기에 사로잡혔을 때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그게 며칠 전이라고…….’
새삼 놀라운 눈으로 크리스를 쳐다봤다.
천재 중에서도 대천재(大天才)!
빈민들 사이에서 찾은 보물인 리필도 대천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리필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리필은 마법에 재능이, 크리스는 전투에 재능이 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에 재능이 있었지만 더욱 귀한 보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루이스는 크리스를 고를 것이다.
그만큼의 재능을 가진 녀석이 크리스였다.
현재 리필의 모든 마법 기초는 류크에게 맡겨 놓았었다. 두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소식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곧 있어 리필의 재능이 빛을 발할 것이다.
반면 크리스는 근시일 내에 빛을 발할 녀석이었다.
며칠만 스틸 호크에게 죽어라고 훈련시키라고 한다면 어쩌면 일반 기사 수준이 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루이스가 감탄하고 있는 반면 스틸 호크는 속으로 짜증을 내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스틸 호크의 움직임은 정지되었다.
“이 새끼는 뭐야?”
스틸 호크는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루이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반말에는 대답 안 한다.”
이빨이 있었다면 이빨을 으드득 그렸을 스틸 호크는 루이스에게 재차 질문했다.
“이 빌어먹을 돼지 새끼는 뭡니까?”
“욕이 섞여 있어도 대답 안 한다.”
“아나, 빡쳐!”
스틸 호크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며 자신의 애창(愛槍)이자 자신의 마기가 듬뿍 섞여 있어서 파워 블레이드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검은 창을 소환했다.
그것을 본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죽이면 안 돼지.”
신성력을 살짝 끌어 올려 스틸 호크의 창에 담긴 마기를 소멸시켰다.
그러자 스틸 호크의 창은 길쭉한 마정석이 되었다.
“야, 블랙. 진짜 장난하는 거냐?”
“장난 아닌데.”
“나랑 진짜 한판 할래?”
둘 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크리스는 빠른 속도로 스틸 호크에게 달려들었다.
스틸 호크가 자신의 몸에 마기를 활성화 시켰다.
순간 마기의 폭풍이 스틸 호크의 주위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루이스는 스틸 호크의 몸을 두르게 한 신성력을 강화시켰다.
스틸 호크의 마기는 계속해서 강력하게 주위를 퍼져 나갔다.
루이스가 펼쳐 놓은 신성력에서 새어 나가 크리스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주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몸도 엄연히 마기가 있었다.
크리스는 그 기운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며, 압박에 이를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티며 스틸 호크에게 달려들었다.
스틸 호크는 마기를 한순간에 폭발시켰다.
펑! 펑! 펑!
잇따라 후폭발이 일어났다.
루이스가 둘러 놓은 신성력은 유리처럼 가볍게 깨져 버렸다.
―이 오크, 발싸개 새끼가.
스틸 호크의 목소리가 데스 나이트의 그것과 같아졌다.
“에휴…….”
한숨을 푹 내쉰 루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소환, 크리스.”
하지만 크리스는 들어가고 싶은 상태가 아니었기에 반지로 들어가지 않았고 루이스는 인상을 썼다.
잠시 고민하던 루이스는 우선 신성력으로 스틸 호크의 주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막아 버린 후 상단전의 마나를 움직였다. 상단전의 마나의 성질은 ‘순수한 자연’이다.
이 마나는 자연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정령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정령들보다는 위력이 떨어졌지만…….
루이스가 크리스 주위의 있는 공기를 다스려 크리스를 꽁꽁 묶어 허공으로 떠오르게 했다. 그 후 크리스를 자신의 앞으로 이동시킨 루이스는 신성력 때문에 크리스에게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는 스틸 호크를 잠시 바라본 후 크리스의 머리에 반지를 대고 말했다.
“뭐, 뭐냐!”
“역소환, 크리스.”
반지에 크리스가 빨려 들어갔고 루이스는 신성력의 힘을 더 강하게 해서 스틸 호크의 몸을 다시 둘렀다.
그러자 루이스는 거의 7할에 해당하는 신성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애초에 꿈에서도 신성력으로 전투를 했지, 이따위 식으로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신성력의 낭비가 심했기 때문이다.
그냥 한 방에 즉참시켰으면 시켰지 신성력으로 마기가 흘러나가지 않게 한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블랙, 뭐냐?”
스틸 호크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루이스에게 쏟아 보냈다.
그 살기에는 미약한 마기도 섞여 있어 루이스는 이를 악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 자식아.”
하지만 곧 있어 루이스는 평정을 되찾았고 까칠한 말투로 말했다.
“아까 그 오크 새끼는 뭐냐고!”
스틸 호크의 마기가 엄청나게 회오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곧 그의 몸 주위에 둘러져 있는 루이스의 신성력에 의해 소멸되었다.
‘시발 놈이, 나 죽이려고 환장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