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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검존 1권 4화


제2장 저승(3)


본래 인간의 영혼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 저승의 강물에 기억을 씻기고 환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금적풍이 다시 저승에 온다고 해도 진천검존이었을 때의 기억은 없을 것이다.
만약 염라대왕이 나쁜 마음을 먹고 해코지하더라도 금적풍은 피할 수 없다. 일령은 그것이 안타까웠으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금적풍, 당신의 운명도 참으로 기구하구려. 무림이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결국 남궁세가에 환생하게 되었으니. 하긴 여섯 살에 죽으면 무림이고 뭐고 없을 테니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군.’
이제 금적풍의 앞날은 염라대왕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미 신장이 되기로 한 운명은 염라대왕 때문에 어긋난 데다 평범한 인생조차 살지 못하고 저승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까.
‘가만! 기억?’
갑자기 일령의 창백한 얼굴이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질려 버렸다. 저승사자의 우두머리 일령은 턱을 덜덜 떨면서 폭소를 터뜨리고 있는 염라대왕에게 다가갔다.
“대, 대왕! 웃으실 때가 아닙니다.”
“음? 왜 그러는가?”
“그게 아닙니다! 그게…… 그게…….”
“제대로 말을 해 봐. 왜 그러는 건가?”
일령은 간신히 진정하고 말을 정리했다.
“기억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바로 환생의 문에 던지지 않았습니까! 아무도 저승의 강물로 금적풍을 씻긴 적 없습니다!”
콰앙!
뇌성벽력인가! 염라대왕은 머릿속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지, 지금 뭐라고 했나?”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금적풍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저승의 강물은 영혼을 씻어 준다. 저승의 강물을 마시고 몸을 깨끗이 씻으면 전생에 쌓았던 모든 것을 씻어 낼 수 있다. 그 후에는 투명해진 혼으로 새로운 생을 쌓는 것이다. 만약 금적풍이 저승의 강물에 씻겨서 지상으로 갔더라면, 그래서 여섯 살에 벼락을 맞고 죽게 된다면 저승으로 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여섯 살의 아이다.
“진천검존인 채로 환생한 아이라면 죽어서도 진천검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전생의 무공을 고스란히 갖고!”
“으악! 그건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돼!”
“그뿐만이 아닙니다. 금적풍이 말년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 ‘무림이 싫다. 떠나고 싶다’였습니다. 그런데 무림세가인 남궁 씨로 태어나게 했으니 그 원한은 무섭게 커질 것입니다.”
거기에 술 먹여서 억지로 보내 버린 것도 쌓여서 원한은 말도 못하게 깊어질 일이었다. 염라대왕의 불그스레한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 버렸다. 일령은 내친김에 짐작되는 모든 상황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여섯 살에 벼락을 맞아서 죽다니요. 필경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번의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승을 뒤집어 놓겠지요. 자칫하다가는 염라전이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염라대왕은 일령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몇 배로 열 받은 금적풍이 날뛰면 염라전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염라대왕의 생사는 물론이거니와 저승의 존폐마저 달린 문제였다.
“이를 어쩌지! 큰일이지 않나. 당장 생각들을 짜내 봐!”
염라전에 긴급회의가 열렸다.
“현재 문제는 다섯입니다! 첫째로, 신장을 잘못 보낸 것! 둘째로, 술에 취하게 한 뒤 속여서 인간 세상으로 환생시킨 것! 셋째로, 기억을 지우지 못한 것! 넷째로, 무림세가에 보낸 것! 다섯째로, 여섯 살에 죽는 것!”
일령이 재빨리 정리하여 읊었다.
“신장을 잘못 보낸 것은 이미 천계에 접수가 되었으니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첫째는 고칠 방안이 없습니다!”
문관 하나가 법률 서적을 뒤지다가 외쳤다.
“속여서 환생시킨 것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기억을 지우지 못한 것도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미 환생한 아기에게 저승의 강물을 먹이는 것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미 태어났으니 무림세가에 보낸 것도 고칠 수 없습니다!”
금적풍은 이미 남궁세가에 환생했다. 기억을 지울 수도 없고, 태어날 곳을 고칠 수도 없었다. 문관들과 저승사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높여 방법이 없다고 하나하나 문제를 지워 나갔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손쓸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대왕님께서 명부첩을 고쳐서 여섯 살에 벼락을 맞고 죽는 것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문관의 우두머리가 결론을 내리며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과연 듣고 보니 손쓸 것이라곤 금적풍의 수명뿐이었다.
“모든 기억을 갖고 있는 금적풍이 육 년 만에 저승에 돌아온다면, 그것도 벼락을 맞아서 죽는다면 필경 저승을 뒤집어 놓을 것입니다. 모든 일은 시간이 약이라고 했습니다. 차라리 인간 세상에서 무병장수하도록 한다면 세월에 마음이 누그러질 것입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염라전의 모든 인물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금적풍이 다시 돌아온다면 과연 염라대왕의 선에서 끝날 것인지, 아니면 환생시키는 데 가담한 모든 인물들을 족칠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성미로 보아 염라전이 아예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여섯 살에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행을 지우는 것이 어떻습니까?”
염라대왕을 제외하고는 가장 발언권이 강한 일령이 제안했다. 그러나 염라대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돼. 예전에 제천대성이 와서 명부첩의 이름을 몽땅 지워 버리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지? 그때부터 천존께서는 명부첩에서 글자를 지우는 것을 금하셨다네.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가 없어.”
그 원숭이!
저승사자들은 제천대성의 이름을 듣고 이를 바득 갈았다.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얼마나 문책을 받았던가! 염라대왕은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활짝 웃었다.
“글자를 지울 수 없으면 새로 써 넣으면 되겠지! 옳지, 해결이다!”
좌중은 불안해졌다. 염라대왕이 생각해 낸 계책이라는 것이 뭔지 몰라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염라대왕은 거대한 붓에 먹물을 듬뿍 적셔서 ‘남궁진혁’의 행에 몇 글자를 더 적어 넣었다.

남궁진혁 육세 낙뢰 불사(南宮珍奕 六歲 落雷 不死)

불(不) 자 하나를 추가한 염라대왕은 흐뭇하게 웃었다.
‘남궁진혁은 여섯 살에 벼락을 맞고 죽지 않는다.’
이 얼마나 재치 있는 생각인가. 그러고는 내친김에 ‘사인(死因) ― 낙뢰(落雷)’에도 한 글자를 추가하였다.

불사인(不死因) ― 낙뢰(落雷)

‘죽지 않는 이유 ― 벼락을 맞아서.’
그는 다시 한 번 명부첩을 바라보곤 흐뭇하게 웃었다. 이러면 해결이다. 벼락을 맞아도 죽지 않으니, 여섯 살에 돌아올 일이 없잖은가.
“이제 해결됐다! 다음 혼백을 들여라!”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벼락을 맞아도 죽지 않는 인간은 간혹 있으니, 의심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염라대왕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지 못했다.
사인(死因)이 불사인(不死因)이 되었으니, 이제 어찌 죽는단 말인가.
금적풍은 죽지도 못하는 몸이 되었다.
“대왕, 어떤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하셨는지 소인들도 듣고 싶사옵니다.”
일령이 다시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섰다. 염라대왕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 염라대왕을 못 믿겠단 말인가. 내 알아서 좋은 방법으로 해결했으니 그대들은 걱정 말라. 이제 금적풍은 얼마든지 평범한 삶을 살고 무병장수하여 느긋한 마음으로 저승에 돌아올 것이야.”
모두는 생각했다.
엄청나게 걱정된다고.



제3장 남궁진혁(1)


아득했던 의식이 조금씩 돌아왔다. 몽롱한 가운데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감촉이 느껴진다. 물? 물은 아니다. 따뜻한 질감을 가진 액체에는 물과 달리 향긋하고 청량한 냄새가 있다. 금적풍은 기분 좋은 나른함을 느끼며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지?’
찰박 찰박.
누군가 몸에 따뜻한 액체를 계속 부어 주었다. 금적풍은 눈을 뜰 기운도 없어 잠시 그 감촉을 즐겼다.
‘맞아. 염라대왕과 술을 마시다가 잠이 들었지. 그렇다면 이곳은……?’
억지로 눈을 떴지만 물이 들어가서 시야가 흐렸다. 금적풍은 손등으로 눈을 훔쳐 냈다. 두어 번 비비고 나니 좀 나았다. 어쩐지 몸이 무겁고 동작이 느리다. 그런데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이건 아기 손이잖아!’
눈을 비벼 낸 손등은 작고 꼼지락거리는 아기 손이었다. 깜짝 놀란 금적풍은 눈을 크게 뜨고 재차 확인했다. 여전히 아기 손이다. 손에 힘을 주니, 꼼지락거리면서 손가락이 쥐었다 펴졌다.
‘확실히 아기 손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 뭔가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천도주를 들이켜던 도중에 기억이 뚝 끊겨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 분명 천계에서 금학이 데리러 온다고 했었는데?
여기까지 생각한 금적풍은 갑자기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스스로 납득하고 안심했다. 술에 너무 취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금학이 왔는데도 일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늦어질 걸 염려한 금학과 염라대왕이 손수 천계로 옮겨 준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뒤가 맞았다.
‘그렇다면 여기는 천계! 갓난아기는 가장 순수하고 신에 가깝다고 했으니, 나는 신장이 되기 위해 천계의 신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구나! 지금 목욕을 하는 것은 내 전생의 때를 벗고 신장의 몸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렷다. 핫핫핫!’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다.
“어머, 아기가 웃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금적풍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아마도 천계의 선녀이리라. 갓 태어난 신장의 몸을 씻겨 주는 게 그녀의 임무인지도 몰랐다.
‘과연 천계의 목욕물은 냄새까지 향긋하구나.’
“근골이 좋군.”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금적풍은 ‘내가 신장으로서도 탁월한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이로군. 고맙소!’라고 옹알거렸다. 그러나 아직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응애.”
애써 눈을 뜨자 텁석부리 수염의 남자가 눈앞에 보였다.
“다행히도 강골(强骨)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는 금적풍의 등에 장심을 붙였다. 가느다란 기운이 흘러들어 왔다.
‘어라? 이건 인간 세상의 벌모세수(伐毛洗髓)와 비슷한데. 그렇지! 신장도 태어날 때부터 신장으로서 단련을 시켜 주는 것이구나! 고맙소, 선배 신장 양반!’
중년인은 빠르게 금적풍의 전신을 장심으로 훑었다. 갓 태어난 아이의 기혈은 탁한 기운이 쌓이지 않아 막힘이 없었다. 그곳에 내공을 흘려 넣어 길을 넓히고 탁기가 쌓이지 않도록 미리 막는 작업이었다.
‘무릉도원과 인간 세상은 큰 차이가 없다더니 정말이었어. 하하하, 이런 정도의 벌모세수라면 나도 해 줄 수 있겠는걸. 어쨌든 고맙소, 천계인이여. 내 신장이 되고 나면 그대에게 술 한잔 사리다.’
아마도 신장끼리는 눈빛만으로 통할 것이라 여겼는지, 금적풍은 고마움을 담뿍 담은 눈빛을 텁석부리 사내에게 보냈다.
반 시진이 흘렀다. 모든 작업이 끝났는지 중년의 남자는 손을 떼고 거칠어진 호흡을 골랐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활짝 웃고 있었다.
‘이제 끝난 것이오? 고맙소! 정말 개운하구려!’
금적풍도 활짝 웃었다.
“벌모세수가 모두 끝났다! 하하하! 눈빛이 또렷한 게 천하에 다시없을 기재로구나!”
중년인은 금적풍을 번쩍 안아 들었다.
“어제 내가 네 태몽을 꾸었다는 걸 아느냐. 하늘에서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세가로 뛰어 들어오더구나, 하하하! 아들아, 내 아들아! 네 이름은 진혁이다. 너는 자라서 남궁세가의 기둥이 될 거야! 진혁아!”
‘어이쿠, 어이쿠! 흔들지 마시구려. 형장, 너무 어지럽소. 그러지 않아도 나는 신장의 임무를 잘 해내 갈 것이오. ……가만! 남궁? 아들?’
뭔가 이상하다. 금적풍은 조그만 손을 버둥거렸다.
“으, 으…….”
‘그게 무슨 소리냐!’
중년인은 금적풍의 작은 손을 잡아 주면서 반색했다.
“그래, 내가 네 아비다! 그래그래, 예쁘기도 하구나! 부인, 수고하셨소. 정말 수고하셨소. 보시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또 본 적이 있소?”
금적풍은 눈을 굴렸다. 바로 옆에 있는 침상에 안색이 초췌한 미부인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피로한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눈매가 당신을 닮았어요. 정말 예쁘군요.”
“하하하! 그런가? 부인, 내가 보기엔 입술과 코가 당신을 닮아 정말 예쁘오. 여봐라! 잔치를 준비해라! 남궁세가의 후계자가 태어났다!”
금적풍은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남……궁……세……가? 남궁세가라니! 남궁세가의 후계자라니!’
갑자기 그의 뇌리에 염라대왕의 얼굴이 스쳤다. 잠들기 직전, 염라대왕은 분명 공손하게 헤헤거리고 있었다. 금학을 불렀으니 곧 올 거라면서 안심도 시켰다.
‘설마!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려서! 나를 속였겠다!’
갑자기 끊겼던 기억의 토막들이 번개처럼 눈앞을 스쳤다.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동아줄을 들고 자신을 포박했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설마! 빌어먹을 저승사자들이!’
그리고 이상한 기운이 소용돌이치는 문으로 금적풍을 내던졌다.
기억이…… 났다.
금학 같은 건 본 적도 없다.
‘크아아앗! 속았구나! 그렇게 두들겨 맞았으면 정신을 차릴 일이지, 거짓말을 하고 날 속였단 말이냐!’
게다가 무림은 웬 말이냐. 금적풍은 이를 갈았다.
‘내 다시는 무림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늘에 걸고 맹세했단 말이다! 남궁세가가 뭐냐, 남궁세가가! 금가장도 있고, 석가장도 있고, 고관대작의 아들도 있잖아! 왜 하필 무림세가야! 두고 보자, 염라!’
손에 잡힐 듯했던 달콤한 꿈이 산산조각 났다. 하늘에 올라 신장이 되어야 했는데, 당연히 되어야 했던 것이 염라대왕의 만행으로 물거품이 됐다. 금적풍은 아직 이가 나지도 않은 잇몸을 갈았다.
‘두고 보자. 내 손에 잡히면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야, 절대로! 저승에 돌아가면 그때 너는 죽는다!’
금적풍은 조그만 손을 불끈 쥐며 으르렁거렸다. 그 기세가 흉흉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끙끙거리는 것으로 보였다.
“아이쿠, 녀석. 울지도 않는구나. 자, 입을 벌려라.”
남궁세가의 가주, 금적풍의 새로운 아버지는 뭔가를 들고 금적풍의 입을 강제로 벌렸다.
‘읍읍! 무슨 짓이냐! 이게 뭐야!’
그가 들고 있는 물건 때문에 방 안에는 현묘한 기운이 가득 찼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이 청량감! 금적풍은 본능적으로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소, 소환단! 누가 그딴 거 먹는대! 안 먹어! 난 손 씻었어! 무림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내 인생 돌려줘! 난 신장이 될 몸이었단 말이야!’
금적풍은 얼굴을 돌리고 입을 꽉 다물려고 했지만 갓난아기의 힘으로는 반항도 무리였다. 아버지라는 작자가 양 볼을 움켜쥐고 입을 벌렸다. 금적풍의 두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무패의 진천검존이 한낱 남궁세가의 가주 따위한테 굴복당한 것이다.